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49화 (49/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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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인수제안

스텟을 분석하는 기법은 시간이 흐를수록 정교해지지만 출루율을 클래식 스탯인 타율보다 중요하게 판단하는 제리 특유의 선수 선호는 이때도 여전했다.

차를 마시면서 규태와 제리는 선수들의 스탯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열심히 토론했다.

“문제는 이런 세이버메트릭스가 한계를 가진다는 겁니다. 싸고 좋은 선수들을 사오는 것도 좋지만 빅게임에 통할 선수는 비싸게 사오는 것도 감수해야 합니다.”

이미 뛰어난 기량을 증명한 선수를 영입하는 대는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이걸 두려워하면 큰 구단을 운영할 수 없다.

“1번에서 9번까지 모두가 홈런왕일 필요는 없지만 반대로 1번에서 9번까지 전부 출루왕일 필요도 없어요. 경기에서 이기려면 홈런을 잘 치는 선수도 필요하고 안타를 잘 치는 선수도 필요한 법이죠. 돈이 들어갈 때는 들어가야 합니다.”

규태는 지속적으로 제리에게 큰 구단의 운영을 위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설명했다. 제리 특유의 약점, 즉 너무나 효율을 중시하다보니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못한다는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큰돈이 들어가는 선수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LA가 빅마켓이라고 해도 지속적으로 엄청난 지원을 하기에는 부담이 될텐데요?”

“지역케이블과 중계권계약을 맺으면 됩니다. 아예 케이블 방송국을 만들어서 지역의 다른 스포츠 중계도 같이 하면 구단수익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건 2002년에 양키스가 자체 방송국을 만들어서 크게 성공한 방법이다.

빅마켓이라 해도 페이롤이 4000만 수준, 지역케이블의 중계권 계약을 통해 1억 달러를 받는다면 빅네임을 선수의 영입도 어렵지 않다.

“현재 전력이라면 다저스는 앞으로 암흑기를 걷게 될 겁니다.”

우승을 위해 영입했던 선수들의 연봉부담으로 페이롤이 올라가고 나이먹은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팀의 경기력도 급속하게 저하되고 있었다. 내셔날리그 서부에서 3위를 거두고 있어 플레이오프진출 전망도 어두웠다.

“당장의 성적을 보기보다는 팜을 재건해서 몇 년후를 봐야지요.”

트레이드로 데려온 랜디 존슨이 실력을 발휘하고 91년과 92년에 입단할 페드로 마르티네스, 블라디미르 게레로, 마이크 피아자가 들어오면 본격적으로 팀을 새롭게 만들 생각이었다.

여하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끝에 제리의 마음을 돌려 다저스로 불러오는데 성공했다.

단장인 프레디 클레어와 규태는 친하지 않았다.

랜디 트레이드부터 마이너선수들의 영입에 관여하는 규태를 프런트에서는 호의적으로 보지 않았다.

구단의 터줏대감들에게 뜬금없이 나타나 사사건건 관여하는 규태를 기분 좋게 여길 리가 없었다. 규태의 입장도 마찬가지, 구단을 인수하면 제일 먼저 할 일로 프런트를 전부 갈아버릴 생각이었기에 친하게 지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구단주인 피터 오말리와 이야기가 끝낸 규태는 제리를 스카우터로 임명한 다음 구단의 여기저기에 자신의 사람들을 심었다.

리처드는 뉴욕에서 새롭게 시작된 엔화약세에 투자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7월까지 일시적으로 주춤하던 엔화가 다시 약세기조를 보였다.

타이거펀드가 새롭게 잡은 포지션은 연말까지 엔화 약세 쪽이었다. 연말까지 홀딩신호를 보낸 규태는 그대로 LA에 머물렀다.

다저스는 내셔날 서부리그에서 5할도 미치지 못한 성적으로 4위에 머물렀다. 월드시리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4승으로 스왑한 오클랜드가 가져갔다.

그리고 정식으로 구단주인 피터에게 다저스를 인수할 의사를 내비쳤다. 제의한 금액은 2억 5천만 달러.

구단의 자체 평가금액인 1억 2천만 달러의 두 배가 넘는 가격이었다.

***

시즌이 끝나고 갑작스럽게 구단 스카우터인 제리의 연락을 받은 랜디는 비행장으로 가면서도 투덜거렸다.

여행할 준비를 하고 공항으로 나오라면서도 어디로 가는지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틈틈이 자신의 경기를 보러 오는 제리와 친해진 랜디였다.

이번만큼은 훈련을 제대로 해서 제구력을 잡을 마음이었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텍사스. 아마 깜짝 놀랄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참나 규태나 제리나 모두 날 놀리느라 정신이 없는 사람들 같아.”

“너같이 덩치 큰 녀석을 놀려먹는 재미도 쏠쏠하잖냐.”

2미터가 넘는 키와 험악하게 생긴 외모 탓에 종종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랜디의 성격은 조용하고 내성적이었다.

긴 비행시간동안 끝끝내 제리는 랜디에게 어디로 가는지, 누구를 만날지를 말해주지 않았다.

“오 마이 갓! 믿을 수가 없어.”

훈련장에 들어선 랜디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애송이 녀석 사람을 앞에 두고 무슨 짓이냐!”

놀러온 동네 아저씨같은 가벼운 체육복 차림으로 랜디를 맞이한 사람은 메이저를 대표하는 강속구 투수인 놀란 라이언이었다. 마흔이 넘어 은퇴를 앞두고 고향인 텍사스로 돌아왔지만 불같은 강속구의 속도는 여전했다.

“이해하세요. 내가 누구를 만나는지 미리 이야기해주지 않았거든요.”

제리의 말에 놀란이 투덜거렸다.

“빌어먹을 놈, 휴식기간에 트레이닝을 해달라는 것도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는데 장난까지 쳐.”

놀란과 악수를 한 제리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이 녀석이 덩치는 크지만 내성적인 놈이거든요. 실력은 나무랄 대가 없는데  누구 젊었을 때처럼 제구력이 엉망입니다.”

자기를 말하는 줄 아는 놀란이 말을 잃었다.

“끄응, 가볍게 몸을 풀고 한번 던져봐라.”

시간을 들여서 몸을 푼 랜디가 공을 던졌다. 특유의 엉거주춤한 폼에서 스리쿼터로 던지는 랜디의 모습을 본 놀란이 머리를 흔들었다.

“저런 폼으로 던져도 되냐? 우리 때 같으면 감독이 지랄했을 텐데. 하긴 뭐 자신에게 맞는 폼이 제일이지. 제구만 잡히면 타자 놈들에게는 쥐약이겠는데, 계속 던져.”

랜디가 20여 구의 공을 던졌을 때 놀란이 그만 던지라는 신호를 했다.

“그만, 애송이 나하고 얘기 좀 하자. 넌 조금 저리 가 있고. 아니다 아예 여기서 나가라. 강속구투수들끼리 할 말이 있으니까. 애송이는 내가 나중에 호텔까지 차로 태워다 주지.”

“아니, 저도 옆에서 지켜보면 안되나요?”

“안 돼! 나가!”

놀란은 거침없이 훈련장에서 제리를 내쫒았다.

옆에서 코칭과정을 지켜보려던 제리였지만 놀란의 태도는 완강했다. 제리가 나가지 않으면 코칭을 포기 하겠다는 의사까지 보이는 통에 할 수 없이 호텔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돌아온 랜디는 멍한 얼굴이었다.

“잘못 된 거라도 있어?”

“아니, 아니야.”

랜디는 제리의 질문에 머리를 흔들었다.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인채로 한참동안 침대에 머리를 박은 랜디가 무엇을 떠올렸는지 다급하게 말했다.

“내일 당장 LA로 돌아가는 비행기 알아봐요. 이 감각을 잃어버리면 안 돼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나도 영문 좀 알자.”

“글쎄, 아침 비행기 표 예약하라니까!”

버럭 소리를 지르는 랜디의 모습에 제리도 입을 닫고 표를 예약했다.

해가 뜨기도 전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떤 끝에 영문도 모르고 LA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탑승한 제리가 투덜거렸다.

“야,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 이른 아침부터 식사도 못하고 이게 무슨 짓이야.”

“나 제구가 잡혔어요.”

“.....”

너무나 놀라운 소리였기에 제리가 말도 못하고 눈만 끔벅거렸다. 그게 말이 되나? 한번 만나서 코칭을 받았다고 고질병처럼 엉망이던 제구가 고쳐져?

“거짓말 같아. 나도 뭐에 홀린 사람처럼 믿어지지 않아.”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랜디의 말에 제리의 마음도 급해졌다.

LA에 도착하자마자 제리는 서둘러 포수를 섭외했다. 모든 선수들이 휴가를 떠나서 한참을 연락하고 나서야 포수를 구할 수 있었다.

제리의 전화를 받은 규태도 서둘러 훈련장으로 나와 랜디의 투구를 구경했다.

투구를 준비하기 위해서 몸을 푸는 랜디를 보며 규태가 제리에게 물었다.

“놀란이 뭘 했기에 랜디의 제구가 하루 만에 잡혔다는 거야?”

“나도 훈련장에서 쫓겨나서 어떻게 했는지 몰라. 치사하게 랜디도 입을 다물고 가르쳐 주지 않더라고.”

제리의 나이가 규태보다 많지만 둘은 친구처럼 지냈다.

이미 구단주에게 구단매입의사를 밝혔다는 사실도 제리는 규태에게 들었다.

“구단을 인수하면 감독은 어떻게 할 거야?”

“라소다감독은 너무 늙었어. 조 토레를 생각하고 있어.”

규태는 이미 감독으로 나중에 양키스를 몇 차례나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시킨 조 토레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최대강점은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신인들을 잘 활용한다는 점이었다.

신인들을 많이 쓰는 리빌딩을 염두에 둔 감독인선이었다.

“조 토레라, 성격으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뉴욕메츠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감독을 몇 년하면서 거둔 실적이 크게 없는데?”

“장기적으로 마이크 소시아나 조 매든을 염두에 두고 있어.”

“소시아하고 매든을?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텐데? 마이크는 아직 현역이고 조도 감독 일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런데 어떻게 조 매든을 아는 거야? 에인절스에서 스카우터로 일하는 걸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데.”

다저스의 포수 마이크 소시아는 1992년에 은퇴하고 코치로 일을 시작해서 2002년에 에인절스의 감독으로 부임해서 2018년까지 장기 집권한다.

조 매든은 에인절스에서 스카우터부터 시작해서 마이너리그 감독, 벤치코치로 일하다가 템파베이 감독으로 부임해 돌풍을 이끌고 시카고 컵스의 감독으로 염소의 저주를 깨고 우승을 한다.

“조 매든이 세이버메트릭스에 호의적인 사람이란 것도 알지. 구단을 인수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여러 감독후보감을 찾아다녔거든.”

“꽤 먼 훗날의 일이 될 텐데 거기까지 생각했단 말이야?”

“구단을 운영하는 것도 투자를 하는 것과 똑 같아. 투자를 하고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지. 미리 철저하게 준비를 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도 똑같아.”

“엄청나군, 나로서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나하나 준비를 해 나가는 거야. 그나저나 내가 말한 선수들에 대한 스카우터 리포트는 어떻게 됐어?”

규태가 이야기한 선수들은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중 핵심은 마리아노 리베라와 마이크 피아자였다.

“마리아노 리베라는 양키스의 스카우터가 붙었더라. 거의 입단할 분위기던데?”

“돈이 얼마나 들던 상관없이 질러. 양키스는 리베라를 복권정도로 생각해서 계약금을 크게 배팅하진 않을 거야.”

타자였던 리베라가 투수로 전향하며 양키스에 입단하면서 받은 계약금은 단돈 2,000달러다. 계약금을 백만 달러를 주더라도 다저스로 빼돌려야 했다.

마리아노 리베라는 95년부터 2013년 은퇴할 때까지 역대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추앙받는 선수가 된다.

“마이크는 다들 고개를 내젓던데? 내가 볼 때도 드래프트로 지명을 하기엔 실력이 너무 떨어져.”

“포수로 훈련을 시키면 쓸 만해질 거야. 타자의 능력인 배팅속도가 누구보다 빠르잖아.”

마이크 피아자의 아버지 리노 피아자는 메이저리거가 되는 꿈을 가졌지만 실패했다. 아들을 메이저리거로 키우고 싶어서 싹이 보이는 마이크에게 막대한 투자를 했다. 하지만 실력은 의문부호가 붙어서 드래프트에 지명될 확률이 높지 않았다. 규태는 마이크의 부친에게 제리를 보내 포수로서 훈련을 시키면 뽑아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프로에 입단하기 위해서 늦은 나이에 포수훈련을 시작하는 바람에 욕을 많이 먹기는 했지만 명전에 오르기에는 충분한 포수능력이었다.

미리 충분한 훈련을 받는다면 포수능력도 뛰어난 명전행 타자를 보유하게 된다.

말을 하면서도 규태는 속으로 다른 구단의 명전행 레전드 중에 알맹이만 뽑아오는 것에 잠시 애도를 표했다. 이렇게 명전급 선수들을 하나 둘 모으다 보면 90년 중반부터 다저스는 무적이 될 것이었다.

랜디와 페드로 마르티네스, 선발 원투펀치에 마무리는 리베라, 포수는 마이크 피아자다.

3번을 블라디미르 게레로가 치고 4번을 피아자나 다른 강타자가 맡아주면······.

이들을 상대할 다른 팀들에게 규태는 진심으로 애도를 표했다.

아니지? 그렉 매덕스가 92년에 FA시장에 나오잖아? 매덕스까지 영입해서 매덕스, 랜디, 마르티네스 트리플 레전드 선발진을 만들어 버려?

이렇게 이런 다른 팀 팬들이 들으면 천인공노할 생각을 떠올리며 규태는 제리와 함께 랜디의 투구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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