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48화 (48/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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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빈

40일 만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서 105억 달러의 투자이익을 거두어들인 것이다. 여기에 달러화가 약세를 지속한다면 추가적인 수익까지 거둘 수 있다.

규태와 타이거펀드가 막대한 이득을 거둔 피의 89년 6월이 지나갔다. 반대포지션까지 청산하고 남은 수익은 134억 달러.

그렇게 89년의 여름이 흘러갔다. 잠시 중국 천안문사태와 외환투자문제로 뉴욕에 머물던 규태는 랜디존슨 트레이드가 급물살을 타며 급하게 LA로 돌아왔다.

다저스에서 트리플A에서 투수하나와 더블A에서 유격수를 보내고 랜디를 받는 1대 2의 트레이드였다.

규태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선수들이였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둘 다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울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프론트의 불평이 대단했다.

물론 규태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랜디존슨은 2010년 은퇴할 때까지 303승을 거두는 레전드 오브 레전드.

프론트의 의견이 자신들의 말처럼 정확하다면 모든 팀은 항상 우승전력을 갖추고도 남을 것이다.

81년과 88년에 우승을 하고도 2020년까지 우승을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프론트의 능력부족이었다.

다저스는 지구우승은 밥 먹듯이 하지만 시리즈에만 들어가면 맥을 못 췄다.

특히 88년의 우승이후로 투수진의 급격하게 무너진다. 에이스 오렐 허샤이저는 89년까지 고군분투하지만 90년부터 부상을 당하면서 급속하게 무너진다. 스크루볼을 주 무기로 하는 페드난도 발렌수엘라는 이미 몸이 망가진 상태.

대외적으로는 연장계약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더 이상 추가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논의를 마친 상태.

쏠쏠하게 점수를 뽑아내던 타선은 우승한 다음부터 하루아침에 물타선이 되고 선발 투수진은 붕괴한다.

본격적인 암흑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거기에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뽑아놓은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투수를 하기에는 덩치가 작고 내구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88년 우승맴버 스티브 색스가 떠난 2루를 채우기 위해 몬트리올의 드실즈와 트레이드 해버린다.

프레드 클레어 단장, 프랭크 조브 주치의는 가녀린 몸에서 강속구를 쥐어 짜내는 마르티네스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1991년에도 형을 따라 다저스 유니폼을 꿈꿨던 한 도미니카 소년에게 퇴짜를 놨다. 윌튼 게레로의 동생, 블라디미르 게레로였다.

이렇게 온갖 뻘 짓을 저지르는 구단 프런트를 규태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규태가 다저스의 구단주도 단장도 아니다. 하지만 단장의 자질을 넘치도록 가지고 있는 인물을 잘 알고 있었다.

세이버메트릭스에 대한 기반은 이미 갖추어진 상황이었다. 야구단 단장이 되어 로티세리 리그를 즐기는 야구팬들은 1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이 선수 트레이드의 기초자료를 삼기위해서 다양한 수학적인 기법으로 기록을 분석하고 활용했다.

막상 메이저리그의 단장들은 세이버메트릭스에 대해 야구경험이 없는 아마추어들의 놀이라고만 여겼다. 이런 세이버메트리션들이 본격적으로 야구 판에 들어오는 것은 오클랜드의 단장 제리 빈이 시작이었다.

뛰어난 유망주로 야구 판에 들어온 제리 빈은 세이버메트릭스를 사용해서 가난한 오클랜드 구단을 엄청난 돈을 사용해서 메이저리그에 군림하는 양키스에 뒤지지 않는 승률을 기록하게 만들었다.

스카우터들이 공이 느리다고 반대하는 베리 지토를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것도 세이버매트릭스의 잣대를 효율적으로 이용한 성공사례였다.

89년에 선수생활에서 은퇴하는 제리 빈을 잡아채 다저스로 데려오는 작업이 성공한다면 평생 동안 단장 문제로 골머리를 썩을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다저스를 조기에 인수하는 방안을 떠올렸다.

구단주가 되어 구단의 모든 것을 쉽게 휘어잡고 흔들 수 있다고 여긴다면 엄청난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평생을 야구하나만 보고 살아온 이들에게 느닷없이 굴러 들어온 돈만 많은 동양인 구단주의 말을 순순히 따를 리 없었다.

단장인 프레디 클레어만 해도 69년에 홍보팀장으로 다저스에 들어와 87년에 단장으로 임명되어 88년의 우승을 밑천으로 98년까지 단장직을 수행하는 장수단장이다.

감독인 라소다는 이보다 심해서 61년 스카우터로 시작해서 마이너리그 감독, 코치의 직책을 수행하다가 76년부터 96년까지 감독직을 수행하는 말 그대로 다저스의 역사였다.

세이버메트릭스를 받아들일 여지가 거의 없다고 봐야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복잡한 마음도 잠시.

트레이드로 다저스로 넘어온 장신의 랜디를 만난 순간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20년이 넘는 프로생활을 하면서 통산 303승을 거두고 명전에 입성하는 메이저리그의 레전드를 마주하자 순순한 팬심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랜디 존슨 선수, 다저스의 이사 규태 김입니다. 앞으로는 김이라고 불러주세요.”

“제 트레이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명전에 들어갈 선수라고 판단했으니까요.”

메이저리그에 올랐지만 볼넷을 남발하면서 마이너리그로 쫓겨 갔던 랜디에게 근래 들어 처음 들어보는 칭찬이었다.

“너무 크게 보시는 것 아닙니까? 저는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자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적당한 선수만 되어도 감지덕지할 판이었는데 명전에 갈 선수라니, 랜디가 듣기에도 좀처럼 믿을 수가 없는 소리였다.

“제구력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최고의 코치를 모셔올테니까요.”

랜디의 눈이 커졌다.

“······.최고의 코치를 모셔온다고요?”

수많은 코치들이 랜디의 제구력을 가다듬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실패했다.

지금도 제구력의 불안을 해소하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는 랜디였다. 제구력만 잡힌다면 100마일이 넘는 불같은 강속구를 가진 랜디였다.

“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나중에 제가 찾아가지요.”

랜디 존슨이 놀란 라이언의 지도를 받아서 제구력을 찾았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했다.

놀란 라이언도 강속구 투수였지만 랜디와 마찬가지로 제구력이 불안해 젊은 시절 볼넷을 남발하는 투수였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구속이 줄어들면서 볼넷의 비율도 함께 줄어들면서 더 좋은 투수가 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였다,

많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기에 마이너리그로 떠나는 랜디존슨을 배웅한 규태는 빠르게 다음사람을 만날 계획을 잡았다.

메츠에서 메이저생활을 시작한 제리 빈은 저니맨으로 떠돌다가 이제 막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집까지 찾아온 사람은 난생 처음 보는 동양인이었다. 상대가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해오는 통에 예전에 만나 적이 있는 사람인지를 한참동안 생각해야했다.

“반갑습니다.”

“언제 만나 적이 있었던가요?”

“아니요, 처음입니다. 제리 선수를 좋아했던 사람이라서 반가워서 그렇습니다.”

드래프트 1라운드로 메츠에 지명되었지만 기대와 달리 제대로 된 실력을 보이지 못하고 저니맨으로 여러 구단을 떠돌 아야만 했다.

팬이라고 다가온 사람을 만나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은퇴를 하신다고 들었읍니다만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더 이상 메이저의 가능성도 없고 나이도 먹었으니 이제 야구를 그만두고 은퇴를 합니다만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오클랜드에서 스카우터로 뽑아준다고 해서 그리로 갈 생각입니다.”

“가족들 때문에 켈리포니아를 선호한다고 들었습니다. LA는 어떻습니까?”

“다저스에는 아는 사람이 없는데요?”

“지금 생기지 않았습니까. 제가 다저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규태는 빈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다저스의 이사라고 써진 명함을 본 제리 빈의 눈이 커졌다.

그러고 보면 떨어진 주변에 서있는 양복 입은 사내들의 모습이 어김없는 경호원의 모습이다.

“글쎄요? 스카우터로 일하려면 아무래도 오클랜드가 편해서요.”

“늦어도 5년 안에 제리선수를 단장 자리에 오를 수 있게 하겠습니다.”

“단장이요? 그건 좀 ......”

아무리 이사라고 해도 구단주가 아닌 이상 단장의 자리를 어떻게 약속한단 말인가.

“제가 2년 후쯤에 다저스를 인수할 생각이거든요.”

90년에 접어들면서 다저스는 암흑기를 헤맨다. 아무리 돈을 써도 백약이 무효한 절망적인 시기를 보내게 되는데 적당한 선에서 자를 계획이었다.

89년과 90년 시즌은 바닥에서 헤맬지라도 체력을 비축해야 했다. 그리고 91시즌부터 규태가 구단주로 나설 계획이었다.

피터 오말리가 쉽게 구단매각을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마음을 돌리는 방법은 간단했다. 돈, 더 많은 돈이었다.

98년 피터 오말리가 폭스와 거래한 다저스의 매각대금은 최대 3억 5천만이었다. 91년에 이 금액을 지불하면 다들 미쳤다는 소리가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규태는 이정도 금액정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지불하고 다저스를 사들일 계획이었다. 당장 엔화투자로 번 돈의 1/10만 사용해도 인수대금정도는 가뿐했다.

2년쯤 다저스의 리그성적이 바닥을 뒹굴다 보면 팬이나 구단이나 몸도 마음도 지칠 것이고 규태도 다저스의 내부사정을 어느 정도는 파악이 끝날 시기였다.

미래의 단장으로 점찍어 놓은 제리 빈에게 계획을 털어놓고 준비를 해야 했다.

“구단인수란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쉽게 규태의 말을 믿지 못하는 제리 빈을 설득하기 위해서 미리 준비한 일이 있었다.

“제리 선수 지금 시간이 있나요?”

“아무래도 방출을 당했으니 크게 할 일은 없습니다만.”

“그럼 나와 함께 가시죠.”

규태는 섣불리 믿지 못하는 제리와 함께 벨에어 저택으로 행했다.

아직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에리히를 기다리느라 자리를 비워둘 수가 없어서 뽑은 벨에어 저택을 담당하는 노년의 집사 헤밍턴 노튼이 규태를 맞이했다.

이당시 미국은 좋지 않은 경제상황탓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경험 많고 유능한 집사가 구직시장에 나오는 경우는 흔치않았기에 리처드의 추천을 받아 뽑은 사람이 헤밍턴이었다.

집사 특유의 연미복을입은 헤밍턴이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정중하게 규태를 맞는 모습에서부터 제리가 놀라서 긴장을 했다.

“긴장하지 말고 이리로 따라오세요.”

규태는 제리를 데리고 자신이 시간을 보내는 취미실로 향했다. 방안을 가득 메운 책과 자료들을 본 제리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여러개의 모니터에는 메이저리그뿐만 아니라 마이너리그에 소속된 선수들의 스탯이 빼곡하게 여러 가지로 분석되어 정리 되어있었다.

“여기 있는 자료들이 전부 세이버메트릭스입니까?”

“취미생활로 선수들의 스탯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 혼자만 하는 게 아니라 대학에서 통계를 전공한 사람들을 대거 뽑아서 자료를 만들고 있습니다.”

자료들을 하나 하나 심각하게 들여다 본 제리가 탄성을 터트렸다.

“이건 정말! 놀랍군요. 제 머릿속에 누가 들어가서 자료를 뽑아온 것 같아요.”

힘든 선수생활을 하면서도 여유가 있을 때마다 분석하기를 즐겼다는 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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