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30화 (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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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주식을 전부 매도하다.

한바탕 곽태하와 주식이야기를 나누자 옆에서 조애리가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었다. 조현민이 주식이라면 질색을 하는 통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하도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조애리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질밖에.

곽태하가 하는 주식이야기는 조현민이 돌아오자 자연스럽게 마무리되었다.

부동산 사무실은 그야말로 호황이었다. 한 달에 체결한 계약건수만 42건이 넘었다. 매매에만 집중한 규태와는 다르게 단독주택의 매매와 전세까지 중개해서 수익규모를 키웠다. 겨울동안 벌어들인 수익이 일억을 돌파했다는 이야기에 규태도 한시름 놓았다.

아무 생각 없이 후배들과 차 한 잔 마시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규태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장이 끝나기가 무섭게 달려온 김하성은 규태의 방에 들어오자마자 통사정을 했다.

“규태야! 제발 나 좀 살려다오. 지점장 등살에 죽을 지경이다.”

“엄살은! 따라온 손님들 약정 돌리는 것만 해도 엄청날 텐데 되도 않게 죽는소리야. 이미 소식 다 들었네요.”

자신의 말이 규태에게 이빨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한 김하성이 재빨리 자세를 바꾸었다.

“킁, 그래도 내가 큰소리 친 게 있는데. 지점장이 자꾸 눈치를 준다. 나한테 이럴 수가 있는 거냐. 앞으로 내 얼굴 안 볼 거냐?”

“오! 태세전환 봐라. 사정에서 협박으로.”

“장난치지 말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 김하성이다.

“걱정도 팔자야. 알아서 주문을 내줄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돌아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전부 팔 생각이니까.”

“언제?”

“아마도 조만간에.”

김하성에게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구체적인 사실까지 말할 필요는 없다. 눈치껏 알아차리면 그뿐이다.

김하성이 주식매매주문을 달라는 것은 약정보다는 펀드의 매매내역을 알려는 속셈이 컸다. 규태의 투자를 따라 해서 손해를 본적이 없었다.

나름 만족한 표정을 한 김하성이 돌아가자 규태는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종가를 살폈다. 주식가격이 오르면서 거래량도 급격하게 증가 하고 있다.

장기간의 상승의 마무리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소리였다.

3월이 되자 주식시장은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증권주의 선도주인 대우증권 주가가 3만원을 넘어서자 규태는 가지고 있는 모든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주식뿐만이 아니라 창투사와 증권사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주식을 과감하게 매각해 나갔다.

매각이 종료된 후 277억으로 시작했던 개인투자자금이 여러 회사에 투자했던 자금을 제외하고도 668억으로 늘어났다.

열흘간의 매각작업이 마무리 되자 결산을 보고하기 위해 오장우가 대전으로 내려왔다. 회의실에 함께 자리를 한 구봉만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했다.

“창투사의 자본금으로 투자한 주식의 매각이익이 207억입니다. 거기에 창투펀드에서 발생한 수수료를 합치면 총이익이 450억입니다. 창투펀드는 수수료를 제외하면 784억의 순이익이 발생했습니다.”

먼저 구봉만이 창투사의 결산 내역을 말하자 오장우가 감탄했다.

“수익이 정말 엄청나군요. 기룡증권도 700억의 상품투자로 490억의 투자이익을 거두었습니다. 이전에 남아있던 손실분을 감안하면 300억의 이익이 발생됩니다. 본사건물의 잔금을 지급하고 법인세를 납부하면 184억이 남습니다. 지속적인 투자를 생각하면 120억 정도가 현금자산으로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대주주인 규태에게 결산을 보고하는 오장우의 얼굴은 답답한 것이 모두 날아가 버린 듯 후련했다.

“두 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오사장님께 전에 약속한 것처럼 기룡증권의 자본금을 300억으로 증액하겠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200억을 회사계좌로 송금하겠습니다. 창투사의 대여금을 반환하시고 당분간은 영업에 꼭 필요한 상품주식과 채권만 보유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회사에 막대한 흑자가 발생했는데 배당을 하지 않는 것도 그러니 10억을 특별 배당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특별배당이라고 하시면?”

“이 회사에 대주주라고 해봐야 저와 사장님 둘 아닙니까? 저야 배당 받아봐야 세금만 많이 낼 테고 특별배당을 해서 사장님 몫으로 챙기십시오. 다른 소액주주들은 주총을 연다고 해봐야 참석하지도 않을 사람들이구요. 형식적이지만 주주총회서류를 발송하고 주총을 열어서 자본금 증액과 특별배당을 처리하는 것으로 하지요.”

한마디로 오장우에게만 배당을 하겠다는 소리다.

“......이러시면.”

“형수님께 낯을 세워드리려고 그럽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전에 살고 있던 집도 처분하고 전셋집에 사신다고 들었습니다. 회사의 대표가 어렵게 사는 것을 대주주인 제가 가만히 보고 있어야 하겠습니까. 여러 소리 마시고 배당금으로 예전 집을 다시 사기는 어려울 테니 제가 사는 집 옆으로 이사를 오시죠. 마침 부동산에서 매물이 나왔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구봉만이 끼어들었다.

“오사장, 대주주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면 고민 없이 받으세요. 금융기관에 다니는 사람이 금전에 쪼들리는 것은 사고의 위험이 있어서 보기에도 좋지 않습니다.”

“구사장님께서 말씀 잘하셨습니다. 어디까지나 사고위험을 줄이자는 의도니까 그냥 받아주세요.”

“감사합니다. 집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집사람이 정말 좋아하겠네요.”

“구사장님께서 배당이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하하하, 저는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받은 게 많아서 당장 필요한 게 없습니다. 월급도 빵빵하게 나오는데 회사의 이익이 많아서 자본금이 늘어나는걸 아는 마누라가 아주 춤을 추려고 합니다. “

창투사 지분의 5%를 가진 구봉만이다. 자본금 20억으로 시작한 회사가 550억짜리 회사가 된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나오고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두 분도 아시다시피 제가 4월에 입대합니다.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지는 않겠지만 지금처럼 창투사는 구봉만 사장님께서 계속 맡아주시고 오장우 사장님도 제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증권사를 잘 부탁드립니다.”

규태의 말에 구봉만이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뭐 아주 멀리 가시는 것도 아니고 한 달이면 다시 나오지 않습니까? 자주 사무실에 들러주십시오.”

“한 달이라니요? 4주입니다. 4주.”

훈련기간 4주도 끔찍하건만 한 달이라니? 규태는 생각만 해도 몸이 부르르 떨렸다. 4월에 훈련소에 들어가면 88년 8월에 올림픽을 앞두고 소집해제다.

“16개월을 가지고 뭘 그렇게 호들갑입니까? 나 때는 말입니다. 3년이었어요. 그것도 꽉 채워서. 아이고! 점호시간만 지나면 고참들에게 야전삽으로 맞아서 엉덩이에 피멍이 가실 날이 없었다니까요. 윗 놈들이 중간에 얼마나 떼먹는지 밥도 개판으로 나와서 이게 사람 밥인지 개밥인지 구분이 안됐다니까요.”

“그때도 그랬습니까? 저희 때도 고참들이 야전삽으로 때려서 반병신으로 제대한 사람이 있었다니까요. 밥은 그나마 나았습니다. 전방에 근무할 때 훈련이 힘들 기는 했어도 굶지는 않았으니까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군대 좋아졌다니까요.”

50년대와 70년대 군대를 다녀온 두 사람이 규태 앞에서 라떼신공을 구현했다. 자신들은 군대에 가서 죽을 고생을 많이 했으니 기껏 단기사병으로 가면서 죽을상을 하지 말라는 소리였다.

두 사람은 두런두런 자신이 겪은 군생활을 이야기했다. 남자들은 노소를 막론하고 군대이야기만 나오면 말이 많아진다.

규태도 할 말이 많지만 이럴 때는 얌전히 두 손들고 항복해야만 한다.

“하아! 닥치고 얌전하게 다녀오겠습니다.”

“듣자니 대주주님께서 가시는 곳은 군수지원단 아닙니까. 최소한 굶을 염려는 없겠네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규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미 황규철을 통해 인맥을 동원해서 갈 부대를 정해 놓았다.

규태가 가는 부대는 충청지역에 있는 군부대에 군수품을 보급하는 부대로 각종 부식도 배급했다.

나이 먹은 구봉만의 기억 속 군대는 자칫하면 굶는 곳인지 먹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마 먹을 건 잘나올 겁니다. 아마도요.”

회귀전의 기억으로는 군수지원단의 식사는 밖에서 음식점에서 사먹는 수준에 뒤지지 않았었다.

“군수지원단이면 부대훈련도 적은 곳 아닙니까? 군수쪽 애들이 유격훈련 들어오는걸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와아! 이거 대주주님 완전히 군대에서 꿀을 빠시는 거 아닙니까?”

“그런가요? 부대니까 훈련도 하기도 하고 그러겠죠.”

규태의 회귀전의 기억에 군생활 중에 유격이나 혹한기, 천리행군 따위는 해본 적이 없다. 후방은 언제나 병력이 부족했다. 훈련이라고는 두어 번 사격훈련을 해본게 다다.

하지만 규태는 오리발을 내밀었다. 군대에 편한 곳이 어디에 있는가. 모든 군대는 불편하고 춥고 배고프고 힘들다.

구봉만과 오장우가 죽이 맞아서 한참동안 군대이야기로 꽃을 피우더니 함께한 식사자리까지 군대이야기가 끝이 나지 않았다.

기차를 타기위해 대전역으로 가는 오장우를 바래다주며 가볍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앞으로 서울에 가기는 힘이 듭니다. 급한 일이 있으면 대전으로 오세요.”

“머리 짧게 자른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도 꼭 자주 들리겠습니다.”

따뜻한 훈풍이 부는 곳은 또 있었다. 결산과 상장 예비심사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곽병호는 대전으로 달려오지는 않았어도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에 힘이 넘쳐흘렀다.

- 결산후 세금을 제외한 수익이 320억입니다. 자본금을 300억에서 600억으로 증자후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증권감독원과도 사전에 이야기가 다 끝났습니다. 늦어도 9월까지는 주식시장에 상장합니다.”

“공모가는요? 얼마로 잡았습니까?”

- 12,400원입니다. 일부에서는 너무 낮다고 더 높이자는 말도 있었지만 안전하게 가기로 했습니다.”

“그 정도면 경쟁이 치열하겠는데요? 공모에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습니다.”

상장된 증권사의 주가가 2만원에서 3만원의 사이에 있다. 대우증권의 주가가 34,900원을 정점으로 조정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32,000원선에서는 버티고 있었다. 추가적으로 하락을 보인다고 해도 미성증권의 공모가는 인기를 끌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면 내려가 보겠습니다.

“여름까지는 계속 바쁘지 않겠습니까? 지점을 늘리는 속도가 아주 빠르던데요.”

처음 12개로 늘어났던 지점의 숫자가 벌써 19개로 늘어났다. 상장 전까지 30개를 넘는다는 목표로 경력사원과 신입사원을 동시에 뽑고 있었다.

내년 가을까지는 50개의 전국지점을 확보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다.

- 솔직하게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건강을 생각해서 무리하지 마시고 시간이 나면 한번 뵙죠.”

군대에 가기 전에 한번 얼굴은 비출 생각이었다.

군대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회사에 인사를 단행했다. KF창투사에서는 황규철, 유지환이 등기이사로 새로 임명되었고 기룡증권에는 구봉만과 성인호 과장이 이사로 선임되었다. 미성증권에는 곽민호와 황규철이 등기이사로 규태가 비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자본금을 300억으로 증액하고 난 다음 오장우의 소프트뱅크 5%와 지분을 교환한 규태의 기룡증권 지분은 94%가 되었다.

나머지 소액주주들의 지분 1%도 인수를 하려했지만 차명계좌의 주인을 찾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지금까지 기룡증권과 창투사에 전부 15명의 직원을 새로 뽑았습니다. 다음 달에 만들어지는 경호회사도 80명의 인원으로 출범을 합니다.”

규태를 대신해서 서울사무소를 지키는 황규철이 오랜만에 대전으로 내려왔다. 예전에 말했던 경호회사의 출범을 얼마 남지 않아 최종보고를 위함이었다.

“주성광 준장님께서 예편 후에 사장에 취임하기로 내락을 받았습니다.”

규태도 사장으로 내정된 주성광 준장에 대한 보고를 들은 바가 있었다. 정국이 어수선해지면서 대통령의 친위인사들이 주요요직을 독점하는 현상이 강해졌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주요보직을 하나회 출신으로 채우는 작업이었다. 주성광준장도 특전사 여단장의 자리에서 물러나 예편을 하게 되었다.

주준장은 월남전에도 참전했고 특수전의 전문가로 경력을 쌓아왔다. 소장진급이 예정되었다가 정치적인 이유로 물을 먹은 것이다.

“사장자리에 취임하고 난 다음에 인사를 하러 오실 겁니다.”

“유능한 분이시니 잘하시겠지요. 회사를 만드느라 바쁜데 굳이 인사를 하러 오실 필요는 없다고 전해주십시오. 외부에 드러내기 싫어서 지분을 분산하지 않았습니까. 굳이 티를 낼 필요는 없지요.”

규태가 투자한 자본금을 여러 개의 지분으로 분산해서 숨겼기에 최소한 겉으로는 규태와 연관되지 않는 회사다. 황규철도 회사의 설립에만 관여하고 경영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거기에 이등병이 예비역 육군준장의 인사를 받는 꼴도 우스웠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회사가 창립되면 기룡증권과 미성증권 두 증권사의 경비업무를 전담합니다. 미성증권의 지점수가 많아서 회사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두 증권사뿐만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도 의논을 해보십시오. 증권사에서 취급하는 현금이 많아져서 영업하기가 쉬울 겁니다. 거기에 치안이 불안합니다. 돈 많은 부자들에게도 영업을 해보세요. 믿을 수 있는 경호회사 찾기가 쉽지 않은 일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자본금이 부족하지 않을 테니 무인 경비시설도 확충하도록 하세요. 경제가 발전을 하면서 앞으로 경비시장은 폭발이라고 무방할 정도로 크게 성장합니다. 관건은 얼마나 빠르게 CCTV같은 무인 설비를 도입하느냐 입니다.”

“이미 진공관식 CCTV는 전문가를 영입했습니다.”

“많이 사용하는 진공관식 말고 필립스에서 개발하는 디지털식이 있을 겁니다. 그걸 도입하는 방향을 알아보세요. 가격이 적당하면 대량으로 수입하는 방향으로 진행해 보시고요.”

CCTV는 이미 교통관제를 위해 70년대부터 도입되었다. 80년에 접어들면서 여러 목적으로 CCTV의 도입이 확대되고 있지만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는 진공관식이었다. 덩치가 커서 설치나 운영하기도 힘들었다.

이것을 해결한 것이 벨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코닥이 최초로 시제품을 만들어 낸 CCD 카메라를 이용해서 필립스가 만드는  디지털 CCTV다. 90년 초까지 필립스의 기술을 이전받은 국내의 중소기업들이 세계CCTV시장을 석권했지만 일본의 기술에 밀려 몰락한다.

일본의 소니가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하여 CCD카메라의 비싼 단가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소니를 비롯한 일본 업체들은 80년대 후반부에 엄청난 양의 이미지센서 기술을 특허 등록한다.

필립스는 관련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도 일본과의 경쟁에서 밀려난다.

규태에게 업무를 보고를 하러 와서 가뜩이나 일이 바쁜데 추가로 숙제를 받아 든 황규철이다. 황규철이 나가자 규태는 크게 기지개를 켰다.

이젠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마음 편하게 놀다가 군대에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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