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24화 (2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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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증권사에 투자하다.

문태와의 만남은 규태에게 여러 상념을 떠올리게 했다. 규태의 재산은 기온이 떨어지면서 불타오르는 증시 덕분에 하루하루 커지고 있다.

회사에 투자한 자금을 제외하더라도 개인적으로 굴리는 규태 명의의 자금만 300억이 넘었다.

규태의 기억대로 증시가 움직인다면 내년 4월에는 1천이 넘는 돈이 생긴다. 돈을 움직이기도 힘들고 재단을 만들어서 주변에 도움을 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규태가 병원에 다녀온 사이 미성증권의 실무진과 미팅을 가진 황규철은 커다란 부분은 전부 합의를 마쳤다.

회사의 지분 40%를 주당 8,500원에 매입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당장 주식인수에 들어갈 자금이 34억이다.

주식인수자금과 인수 후에 할 예정인 증자에 소모될 비용까지 합치면 114억이 투자된다. 이후에 300억의 자금대여를 통해 상품주식의 보유를 늘릴 계획이다.

회사에 자금은 충분하지만 가지고 있는 현금은 주식투자로 바닥이 난 상태. 투자를 위해서 은행에서 주식담보대출을 신청 했다.

400억의 자금을 은행에 빌리는 일은 사장인 구봉만이 맡았다.

자금을 점검하고 나머지 25%의 주식에 대한 매입을 의논하던 규태의 귓전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험악하게 생긴 덩치들이 우르르 사무실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아따, 여기 겁나게 좋구만.”

얼굴에 기다란 흉터를 단 사내가 건들거렸다. 팔뚝사이로 조잡스런 문신이 꿈틀거렸다.

“누구십니까? 여기는 일반 사무실입니다만.”

앞으로 나서 막는 성과장의 어깨를 민 사내가 규태의 맞은편에 앉았다.

“나가 말이여 언놈들이 여기 명동바닥에서 설치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당게.”

“번지수를 잘못 찾아오신 것 같습니다만.”

두툼한 손이 규태의 뺨을 툭툭 쳤다.

“아따 동상, 내말을 못 알아 듣는 것이여. 이 동상은 한번 뜨거운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겟구마잉. “

어디서 붙어먹을 떨거지 같은 놈이 규태 앞에서 같잖은 협박을 해왔다.

느닷없이 뺨을 두드려 맞은 규태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나름 점잖게 대응을 하려던 황규철도 눈에 불이 들어왔다.

말없이 몸을 날린 황규철이 손날로 돼지의 목젖을 쳤다.

“컥!”

눈깔을 까뒤집으며 ㄷ정신을 잃은 돼지의 뒤에 선 동생들이 고함을 질렀다.

“형님.”

“이 쌍놈의 자슥들이!”

사내들이 안으로 들어오자 말없이 상의를 벗고 미리 준비를 하고 있던 직원들이 황규철의 선공을 시작하자 깡패들을 덮쳤다.

규태도 옆에서 덮쳐오는 덩치를 주먹을 슬쩍 피하며 팔꿈치로 턱을 후려갈겼다.

기우뚱

그대로 통나무처럼 쓰러지는 깡패를 보며 규태가 중얼거렸다.

“나도 나름 쓸 만하네.”

성인호과장과 박태환과장의 솜씨도 일품이었다. 번잡한 움직임 없이 일격필살, 한번 움직일 때마다 한명씩 깡패들을 처리했다.

몰려온 깡패들과 싸움을 했어도 사무실의 집기가 부서진 것 없이 그대로였다.

짧은 해프닝 같은 일은 황규철의 연락을 받고 온 사람들이 깡패들을 차에 싣고 떠나면서 마무리 되었다.

“역시 HID출신들답습니다.”

규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조금 전 움직임을 보면 황규철과, 성인호 과장, 박태환 과장 모두 확실히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황규철과 부하들은 그 이름도 유명한 HID출신이다. 나중에야 기밀이 해제되며 유명해지지만 이때까지는 부대의 이름조차 기밀로 취급되는 첩보부대다.

황규철이 자신의 이력서를 규태에게 비밀로 해달라는 요청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이거 문제네요. 이런 피라미들까지 덤벼들 줄은 몰랐습니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놈이 하는 회사라서 만만하게 보았을 테죠.”

자본금 20억짜리 회사에 벌어둔 돈은 많다. 뒷배가 없는 것으로 보이니 너도나도 집어 삼키려 덤벼드는 것이다.

치안에 동원되어야 할 경찰들이 데모를 진압하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으니 잡범들이 날뛰고 있다.

정신을 잃은 깡패들을 질질 끌고 들어간 황규철이 밖으로 나왔다.

한참 깡패들도 건전한 이야기를 나눈 황규철이 돌아왔다. 어느 사이 와이셔츠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황규철이다.

“예상처럼 큰 놈들은 아닙니다. 미성증권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채업자 놈이 우리 회사를 알아보고는 욕심이 난 모양입니다.”

“황실장님, 연세도 있으신 분이 몸놀림이 보통이 아닌데요.”

“나이를 먹으니 몸이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 운동을 조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규태가 물었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건 제 잘못입니다. 사채업자라고 덩치가 커서 이럴 거란 생각을 못했습니다. 앞으로 본부장님의 경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규태가 가만히 앉아 탁자를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무방비하게 움직인 측면이 있었다. 어린 놈 하나를 잡아다가 수백억을 벌 수 있다고 여긴다면 덤벼들 깡패들이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아직 규태의 기반은 연약했다. 가진 건 많은데 지킬 힘은 부족했다.

“그렇게 하시죠. 아는 사람들은 있습니까?”

“제가 데리고 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으면 여기저기서 간섭이 들어올 겁니다. 거친 녀석들이라 제대를 하고 난 후에 사고를 많이 쳐서요. 경찰하고 보안사에서는 부대출신들을 요주의로 감시합니다.”

“아! 정말 그렀겠네요.”

규태도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제대군인을 대접한다고 난리를 치는 미국조차도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을 지역경찰과 FBI가 감시했다.

“어쩌시겠습니까?”

황규철이 아는 규태는 습관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길 꺼려했다. 부대원들을 모으면 시선을 끌게 된다.

“신변을 지키려고 하는 건데 어떻습니까. 황실장님이 모을 수 있는 인원을 모아주세요. 황실장님도 아시겠지만 대접은 아끼지 않겠습니다.”

규태는 정보를 모으는 일과 신변을 보호하는 일에 돈을 아끼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신변을 보호하는 일에는 특수부대 출신들이 제일 적합했다. 이전에도 규태는 전 세계의 특수부대원들로 경호대를 구성했다.

“알겠습니다.”

“마무리는 황실장님이 알아서 하세요. 제가 자세하게 알아서 좋을 게 있겠습니까. 다만 확실하게 하세요.”

말을 하는 규태의 모습이 살벌했다.

“이건 정말 체질에 맞질 않아요.”

중앙정보부에서 안기부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하는 일은 비슷했다.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을 기다리며 규태가 투덜거렸다.

“얼굴이나 보면 됩니다.”

“그렇겠지요.”

만나기로 한 사람은 황규철의 인맥 중에 살아남은 최고위층이다. 안기부는 이전 고위층들이 대통령 시해사건과 엮이면서 대거 물갈이 되었다.

“제가 조금 늦었습니다.”

“약속한 시간보다 제가 조금 일찍 왔습니다.”

평범한 외모의 중년이었다. 피곤이 얼굴에 덕지덕지 묻어나는 외관이다. 길을 가다가 만난다면 평범한 직장인이라 여길 정도로 특징 없는 사내였다.

“김정규라고 합니다. 여기 황규철이 하고는 이래저래 엮이게 많은 사이입니다.”

규태와 악수를 나눌 때 사내의 손에 힘이 느껴졌다.

“부대에 있을 때 제 상관 이었습니다. 나이는 동갑입니다만.”

“황규철이 많이 컸네.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원래 키는 제가 김 소령님보다 더 컸습니다만.”

김정규란 사내와 황규철의 대화를 보면 둘이 보통 친한 사이가 아닌 것 같았다.

“황규철이는 임무 중에 제 목숨을 구해준적이 있지요.”

“작전 중에 많이 죽던 때였습니다. 이름도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죽은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휴전은 됐지만 어둠속에서 수많은 작전이 벌어졌고 그 사이에 많은 이들이 전사했다. 기밀이 해제되기 전까지 그들의 죽음은 사고사로 처리됐다.

“서도철이가 행방불명됐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누굽니까?”

규태로서는 전혀 듣지 못한 이름이었다.

“왜 이러십니까? 아실만한 분이.”

“황실장님 그게 누군지 아십니까?”

“글쎄요, 저도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

두 사람이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말하는 것을 보며 김정규가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이마를 짚었다.

“두 사람이 모른다고 하니까 넘어가겠습니다. 경찰 쪽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덮었습니다.”

“그런가 보군요.”

황규철이 미소를 지었다.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가 주는 게 이 바닥의 도리다.

“앞으로는 너무 거칠지 않게 부탁합니다. 제 상관들도 김규태씨를 주목하고 있어서 사건이 커지면 곤란합니다.”

“주의하도록 하지요.”

“부대출신을 채용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다섯입니다. 제가 손을 써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 정도의 숫자가 그 정돕니다. 그 수를 넘어가면 문제가 생길 겁니다. 부대출신들은 회사에서도 주의 깊게 살피고 있으니까요.”

군사정권이 제일 신경 쓰는 일중 하나다.

목숨을 걸어야하는 험한 일을 시키며 부려먹었던 제대군인들을 제대로 대접하지도 않으면서 불만세력으로 결집하는 것을 경계한다.

평소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이정도도 가능한 것은 안기부의 인력이 총력을 기울여서 대학가와 재야인사들을 감시하는 일에 동원되는 탓이다.

김정규가 규태를 만난 것은 친한 부하인 황규철의 상사의 얼굴을 보고자 함도 있었지만 은밀한 청도 있기 때문이다.

“이건 뭡니까?”

“여기 저기 모아서 가지고 있던 돈입니다. “

현금이 가득 찬 가방을 본 규태가 황당한 반응을 보였지만 김정규는 떳떳했다.

“투자를 잘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이 돈의 투자를 부탁합니다.”

“창투펀드에 투자하시면 되잖습니까?”

“흔적이 남으면 안 되는 돈입니다.”

황규철의 얼굴을 힐끔 본 규태가 고개를 끄덕여 승낙했다. 차명계좌가 넘쳐 나는 게 현실이다. 도움을 받았는데 이정도 도움이라면 직접 돈을 건네는 것보다 마음이 편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 끝에 규태가 약속장소를 먼저 나갔다.

오랜만에 만난 황규철과 김정규를 배려해 주는 일이다.

“어떤 것 같아?”

“이상한 놈이야. 나이 어린놈이 어린놈 같지가 않아.”

황규철이 실소했다. 그가 느끼는 감정도 그와 비슷했다. 나이답지 않게 행동이나 생각이 남달랐다.

규태를 과거를 살폈지만 특별한 게 없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고 평범하게 대학을 다녔다. 느닷없이 변한 것은 작년부터.

주식투자에 성공하면서 단기간에 큰 부를 쌓았다. 그 부를 쌓아가는 속도는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도 경악할 정도.

이번 일만 해도 그랬다.

규태는 거침없이 서도철을 묻어버릴 것을 지시했다. 물론 마무리 일처리를 직접 입에 담지는 않았지만.

그때 규태의 분위기는 사람 한 둘 정도는 묻은 사람만이 풍기는 것이었다. 군대도 가지 않은 대학생의 머릿속을 뜯어보고 싶을 정도로 냉정한 일처리다.

“서도철이가 다시 나타나지 않겠지?”

“부대에 있을 때 작전 중에 실종되는 이들도 많았지.”

“그렇군.”

대충 어떻게 일처리를 했다는 그들만의 신호다. 김정규는 서도철이 바닷물에 잠겼다고 짐작했고 그건 사실이었다.

대충 김정규도 상황을 짐작하고 있었다. 사채업자 하나 사라지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시체가 발견된 것도 아니고 그가 손을 쓰면 경찰도 딴소리를 하지 못한다.

김정규가 놀라는 것은 일의 마무리였다.

“돈은 갑자기......”

돈을 내밀고 투자를 부탁하는 것은 김정규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

“오차장님의 부탁이다. 자금이 들어갈 곳이 많아.”

황규철과 김정규의 부대상관이었던 오정소는 회사내부의 파워 다툼에 밀려났다가 다시 복귀해서 1차장의 자리를 꿰찼다.

어느 사이 김정규에 손에 들린 것은 알코올 도수 60짜리 보드카였다.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하기 좋아서 과거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전장에서 살아 돌아오면 마시던 술이다.

“동료들을 위하여.”

“동료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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