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7화 (7/220)

────────────────────────────────────

────────────────────────────────────

투자규모가 커지다

부동산 사무실이 2층에 있다는 것은 쇼킹한 일이었다.

중개사 시험 발표가 나왔다.

역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합격을 했다. 16만 명 지원에 6만 명이 넘는 자격증 합격자가 나와 국민 자격증이 되어버렸다.

이들 가운데 곧바로 사무실을 차린 사람은 별로 없고 상당수 자격증이 장롱으로 들어갔다.

사무실 간판에 의자, 탁자와 같은 집기들까지 놓고 내부는 회의실과 상담실을 분리해서 칸막이를 했다.

인테리어를 80년대의 우중충한 스타일로 한 것이 아니라 밝은 실내와 깔끔한 장식을 한 2천 년대 스타일로 해놓아서 돈은 많이 들었지만 나름 볼 만했다.

처음 부동산을 차리려던 것은 투자한 주식이 올라갈 때 까지 이자나 감당할 생각이었다. 부동산 투자는 89년의 증시활황이 마무리 되면 시작할 생각이었었다.

사무실을 차린 것 가장 큰 목적은 주식매매를 위해서다.

주가를 확인하려면 하루에도 서너 번 객장에 들러야 한다. 객장 안에서 사람들하고 어울려봐야 좋은 소리를 듣기도 힘들고 시장 바닥 같은 객장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힘들다.

이 시절 증권사 객장은 소위 마바라라고 하는 투자가들이 상주해서 무리를 지어 다녔다. 아침시장이 시작되기 전에 출근해서 증권시장이 마감하면 퇴근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였다.

이들이 실적을 만들어주기에 증권사도 나름 신경을 써서 대접을 했다.

시장이 불황이면 이들의 숫자도 확 줄어들었다가 시장이 활황세로 접어들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뒤에 개미투자자들의 원조인 셈이었다.

부동산 사무실을 여니 사람들이 몰려들었다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새 가구가 풍기는 나무향기가 가시지도 않은 사무실에 세 사람은 멀뚱하게 앉아 시간을 보냈다.

남자 셋이 모여서 수다를 떨어봐야 한순간이다.

사무실은 이따금 들려서 주변 부동산을 시세를 묻는 손님들이 들릴 뿐 한산했다.

규태야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두 후배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죽상을 하고 앉아서 책을 보는 후배들을 보며 규태는 머리를 흔들었다. 이 자식들이 세상 살기가 쉬운 줄 아나!

소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놈들이 뛰어들기에 부동산 시장은 만만하지 않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할까. 건물주들은 건물주대로, 장사를 하는 사람은 장사하는 사람들대로 자신들만의 소통을 한다.

주변의 견제도 있다.

어린놈들을 어떻게 믿고 부동산거래를 맞기냐는 소문이 떠돌아다녔다.

규태의 부동산 사무실은 주식투자를 위한 아지트이자 두 후배 녀석들의 트레이닝 센터다.

남는 시간에 규태는 문방구에서 산 도화지에 모눈종이를 붙여서 주식 그래프를 그렸다. 시초가와 고가, 저가, 종가를 표시하는 일봉을 그리는 작업이다. 밑에는 거래량을 표시하고 이동평균선 까지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그렸다.

뒤에는 클릭한번만 하면 되는 작업이지만 그런 게 없으니 전부 손으로 그리는 수밖에.

이게 나쁜 점만 있는 게 아니다. 손으로 하나하나 그리다 보면 앞으로 시장이 흘러나가는 방향이 보였다.

“이러다가 우리 망하는 거 아냐? 손님하나 없잖아.”

손님하나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주일이 지나자 태하가 속에 담아두기만 한 불안을 토로했다. 생기기는 산적처럼 생겨서 속마음이 여렸다.

“맞아. 계속 이러면, 선배 어쩔 생각이야. 여기 임대료도 비싸다면서. 우리 월급도 줘 야하잖아.”

혹시나 문 열자마자 장사가 안 돼 닫는 것이 아닐까 싶은 지 옆에 있는 현민도 안달했다.

계속 이런 식이면 주기로 한 기본급이나 줄 수 있는지 의문이다. 자신들을 꼬여서 악의 구렁텅이에 빠트린 사탄을 보는 듯 한 두 녀석의 반응에 규태가 혀를 찼다.

“쯔즈, 이 녀석들아 이걸 봐라!”

규태가 턱하니 던진 통장의 금액을 확인한 두 후배가 화들짝 놀랐다. 거액이 들어있는 통장의 위엄 앞에 두 후배가 경배를 올렸다.

“오오! 선배님 믿고 있었습니다. 이 미천한 후배의 의심을 용서하십시오.”

“근데 이거 진짜야? 형이 어디서 이 큰 돈을 만들었어? 상속이라도 받았어? 어디 집안 땅이라도 수용됐어?”

단돈 만원도 아쉬운 가난한 대학생의 궁핍한 삶이다.

일개 대학생이 억 단위의 돈을 턱하고 가지고 있다니 쉽게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규태는 천천히 이 불쌍한 두 중생에게 그동안의 투자를 무용담처럼 펼쳤다.

입에 한가득 침을 튀며 자랑 질을 일삼는 규태의 말에 두 후배는 한 마리 미어캣이 되어 감탄을 거듭했다.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돈을 벌어볼까 하는 단순한 생각을 가진 두 사람에게 규태의 주식투자 성공기는 신세계였다.

그제야 두 사람은 규태가 장사가 안 되는데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들에게 저녁이며 술이며 부담 없이 사는 이유를 알았다.

직장인들도 끌고 다니지 못하는 차를 모는 모습에 돈이 많은가 했지만 이렇게 많은 줄을 몰랐던 것이다.

그것이 스스로 벌어서 그것도 두 사람이 꿈도 꾸지 못하는 막대한 금액을 벌었다니 두 사람에게 규태는 술 잘 사주는 조금 돈 있는 선배에서 무지하게 존경하는 선배로 한순간에 탈바꿈을 했다.

당장 둘의 근무태도가 달라졌다.

시간이 날 때면 의례히 부동산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규태의 소문을 널리 퍼트려 저녁 5시쯤이면 숨어있던 좀비들이 나타나는 것처럼 사무실로 후배들이 몰려들었다.

아예 규태의 사무실을 서클의 시내출장소처럼 여기는 놈들도 생겨났다.

규태가 가입한 서클은 절반이 여자다.

시험기간에는 붐비는 도서관대신 회의실에서 시험공부를 하기도 했다.

젊은 여자대학생들이 사무실에 자주 출현하자 기웃거리는 이들이 생겨났다.

“건물을 파신다고요. 지번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건물이 작지만 여기는 코너각지라 위치가 좋네요. 주변시세대로 하면 6억 정도 나오겠는데요.”

“그 정도면 한번 매수자를 찾아봐. 성사되면 내 복비는 섭섭지 않게 줄 테니까.”

규태의 사무실에서 조금 떨어진 건물의 건물주가 찾아왔다. 이따금 식당자리를 찾는 사람이나 건물을 사겠다며 찾아온 사람은 있어도 건물을 팔겠다 며 찾아온 사람은 처음이라 규태와 손님의 이야기에 모두가 관심을 기울였다.

미리 가격을 알아보고 왔는지 규태의 가격제시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지면적은 50평으로 작지만 상업지역이라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매수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매물이다.

규태는 손님과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건물을 파는 이유부터 걸려있는 대출내역, 매달 나오는 월세 금액, 자식들 문제까지 규태와 시시콜콜 한참을 이야기를 나눈 손님은 30분을 앉아 있다가 약속이 있다며 떠났다.

손님이 밖으로 나가자 이야기에 끼지 못하고 가만히 듣고만 있던 두 사람이 규태에게 다가왔다.

“육억이면 꽤 가격이 세네.”

“그거 매매가 될까? 월세도 240밖에 안 나온다며. 비슷한 건물은 보통 300일 텐데.”

주인이 말 한대로 라면 주변 건물에 비해 월세가 작게 나오는 게 문제였다.

매도의뢰가 들어오면 가장 기본은 물건의 확인 작업이다.

“둘이서 등기소가서 건물, 토지등기부등본 떼와.”

“둘이나? 그걸 뭘 둘이나 가라고 해.”

“이건 공부야, 너희들 등기소 가본 적이 없잖아 이번부터 시작해. 등기소는 법원 옆에 있다.”

사무실에서 법원까지 걸어서 십분 정도 가까운 거리다.

부근의 부동산이 비싼 이유는 좁은 지역에 관청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등기부 등본을 확인하니 은행에 2억 원의 대출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깨끗했다. 월세가 낮은 것도 주인이 매수한 후에 한 번도 세를 올리지 않아서였다.

카메라를 들고나가 건물의 정면과 실내의 모습을 필름 한통을 들여 촬영했다.

건물주에게 전화를 걸어 각층마다 계약서상의 보증금과 월세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리고 매입가격과 매입 시기를 물었다. 이건 세금문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마지막으로 인접 부동산의 몇 년간 가격추이까지 정리를 했다.

바인더에 자료들을 차분하게 정리했다.

이건 한국식이 아니라 미국식의 기법이다. 미국의 중개업자들은 건물하나의 서류를 빼곡하게 채워서 중개를 한다.

준비하는 서류도 많다.

매수자는 쉽게 구해졌다. 보름 만에 상가건물을 구입하기 원하는 이를  찾았다. 직장에서 퇴직하면서 퇴직금으로 상가를 사서 월세를 받아 생활을 하겠다는 손님이었다.

마지막 잔금을 치를 때 서류를 확인했다.

등기부등본을 떼서 추가로 대출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잔금을 치렀다. 수수료로 양쪽에서 500씩을 받아 1천만 원의 수입이 생겼다.

부동산 사무실을 연지 한 달쯤 되는 날이었다.

월급을 포함해서 둘에게 120만원씩을 주었다. 월급봉투를 확인한 둘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야호! 만세!”

“형, 고마워요.”

은근히 얼마나 줄까를 고민했었는지 성과급 백만 원에 환성을 내지르는 순진한 모습이었다.

“다음 달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거 알지?”

매달 계약이 체결되란 법은 없다.

“우리가 바보가 아닌데 그거야 당연하죠. 이걸로 다음 학기 등록금은 해결했네.”

혁민과 태하, 둘 다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기뻐했다. 받는 사람이 즐거워하니 주는 사람도 기분이 좋았다.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좋아질 테니까, 다음 달에도 잘해보자.”

회귀 전에 유가 선물에 투자해서 막대한 자금을 번 적이 있었다. 500억 달러를 투자해서 740억 달러를 번 그의 인생에서 최고의 성공투자였다.

그때 그는 만족을 느꼈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다. 다섯인 자식들은 하나같이 마약중독에 알코올중독이었다.

다섯 번의 이혼으로 혼자 사는 커다란 집에는 냉기가 가득했었다.

규태는 여러 개 봉투를 준비했다.

주식투자로 번 자금 말고 첫 번째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얻은 수익이니 첫월급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수표로 생활비를 받은 모친은 놀라고 즐거워했다. 그보다 작지만 나름 수표를 받은 부친은 헛기침을 하며 받았고 현금으로 손자가 주는 첫 용돈을 받은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좋아했다.

학력고사가 얼마 남지 않은 여동생도 얼굴보기 힘든 막내도 현금으로 풍족하게 주어진 용돈에 활짝 웃음을 웃었다. 식구들의 환한 미소를 보면서 규태는 가슴 한편이 따뜻해졌다.

규태는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이게 뭐라고?

전생에는 식구들에게 수백억을 지원해도 큰 감사를 받지 못했다. 스스로도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오히려 더 이상 가족들이 귀찮게 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작은 금액에 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규태는 속으로 다짐을 했다.

전생의 바보짓은 한번이면 족하다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