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금융재벌-2화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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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회귀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돈벌 정보가 있어도 시드머니가 없으면 만사휴의.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했다.

제일 쉬운 게 뭐가 있을까를 한참을 고민했다.

부동산투자야 강남에 땅 사서 들고 있으면 번다지만 시간이 너무 걸린다. 제일 쉬운 것이 주식투자였다.

“이시기에 할 만한 게 뭐가 있지?”

머리를 써보았지만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이 나는 것은 이시기의 주식시장은 82년 장영자의 어음사기사건 여파로 건설주가 박살이 난 후유증이 가시지 않아서 바닥을 면하지 못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84년 삼환기업이 북예멘

정유공장 수주에 성공하면서 관련주가 상승하고 80년대 후반 증권시장 상승을 이끈다.

“그래! 그게 있었지!”

규태는 번뜩 떠오른 기억에 무릎을 쳤다.

삼성전자,삼성전관,오리온전기,삼영전기,삼성전기의 5인방이 85년부터 시작해서 87년 초까지 증권사의 상품주식으로 편입되어 큰 주가 상승을 이룬다.

4배정도의 수익을 냈으니 대박이 났다고 할 수 있다.

하나가 떠오르자 다른 것도 기억이 났다.

현대차가 미국수출에 성공하면 1년 동안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5,000원대에서 1년 만에 3만원에 이르는 상승을 했으니 이것도 투자를 하면 대성공이다.

집에 있는 경제신문의 주식 란을 이리저리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이른바 황제주로 불리며 고가 주식인 삼성전자가 이때는 10,000원에 불과하고 금성전자는 이보다 비싼 15,000원대를 오르내렸다.

종목도 대충 정했겠다. 이제 자금만 마련하면 된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이럴 때는 역시 엄마찬스를 쓰는 게 제일이다.

어떻게 엄마를 설득할지를 머리를 굴리려니 머리에 쥐가 났다.

“형 있었네! 엄마가 밥 먹으래. 귀찮게 밥 먹을 때 되면 알아서 그냥 내려와.”

제 할 말만 하고는 방문을 쾅소리를 내며 닫으며 사라지는 동생을 뒷모습을 보니 저절로 혀가 차진다.

“저게 지금부터 지랄이네.”

이층 단독주택인데 출입구가 다른 분리형이라 이층에 있으면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으니 직접 와서 이야기를 해야 했다.

나중에는 아예 인터폰을 말았지만 아직은 달지 않았다.

1층은 방에 세 개, 남동생과 여동생, 부모님이 사용하고 이층은 방이 세 개인데 그중 하나는 세를 주고 할머니와 규태가 사용했다.

처음에는 술만 먹고 다닌다고 일층에 방을 주려고 했지만 아직 고등학생인 동생 녀석을 이층에 둘 수가 없어서 간단하게 이층 방을 획득했다.

동생 녀석을 보니 저걸 어떻게 인간 만들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도 좋고 몸도 좋은 녀석이라 초등학교까지는 나름 모범생이었는데 중학교 때부터 밖으로 나돌더니 고등학교를 가는 것도 재수를 해서 간신히 들어갔다.

후에는 연기학원을 다닌답시고 깝죽거리다가 대학교도 못가고 빌빌거리는걸 프랑스로 보내놨더니 십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서 인테리어 업체를 차려서 혼자 놀러 다니더니 나이 오십이 넘어서 한국여자가 싫다고 어린 우즈벡키스탄 아내를 얻어서 그제야 결혼을 한다.

큰 문제를 일으킨 것만 해도 하나둘이 아니라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노심초사했었다.

줘 패서 가르치기엔 싸우면 규태가 진다.

젊은 시절 규태는 몸 움직이는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학창시절 싸움한번 하지 않고 보냈다.

하지만 동생 녀석은 후에 말하는 일진이었다.

그렇다고 약한 애들을 괴롭히는 것은 아니고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성질이 더러운 것이다.

아버지가 동생이 다니는 사립 고등학교의 이사장과 친분이 없었다면 짤려도 여러 번 짤렸을 사고를 쳐댔다.

식탁에 앉으니 김치찌개를 먹으니 돌아왔다는 것이 실감났다. 역시 맵고 짜고 전형적인 경상도 밥상이었다.

외가는 흔치않은 대전 토박이라 식성이 자극적이지 않은데 본가는 전형적인 경상도, 그것도

예전에는 깡촌인 김해지역이라 양념의 세기가 강한편이다.

어릴 때야 몰랐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밖에서 식사를 하다 보니 알게 된 것이다.

규태는 어릴 때부터 반찬투정이 없었다.

고3때는 어머니가 두 개의 도시락을 싸는 게 힘들 거라고 김치를 큰 유리병에 담아가서 먹었다.

아버지도 밥이 맛있다 없다 타박하는 법이 없었다.

김치찌개에 마른 멸치, 시금치 무침, 콩나물 무침과 같이 식구들에게는 여느 날과 다름없는 평범한 식탁이지만 규태에게는 수십 년 만에 맛보는 따스한 저녁식사였다.

“아버지 차는 요즘 어때요?”

“뭐, 그렇지.”

경상도 남자답게 무뚝뚝한 답변이지만 속마음은 입가가 올라간걸 보면 알 수 있다.

생애 첫차이니 얼마나 애지중지 할 것인지는 뻔했다. 남자에겐 차는 또 다른 자신이다.

규태가 차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유가 있다.

그 차가 바로 현대 프레스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가지 이유로 단종이 되지만 포니의 후속편격인 프레스토는 그 당시 흔하지 않은 차였다.

공무원이지만 자주 밖으로 돌아다녀야하는 직업특성상 차는 필수품이었다.

“요즘 현대차가 잘나가나 봐요. 미국수출도 잘 풀리는 것 같던데.”

“그래?”

처음 듣는다는 듯 아버지가 규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예, 경제신문에 난걸 보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데요. 수출도 크게 늘어나서 주가도 많이 오를 거라고 하던데요.”

“흠!”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보다 였다.

이당시만 해도 주식이란 투자가 아니라 투기에 가까워서 잘못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있던 때였다.

돈이 있으면 땅을 사지 주식투자를 할 엄두도 내지 못하던 때였다.

“주가가 오천 원이 조금 넘던데 이거 사놓으면 돈이 되겠는데요.”

“주식은 무슨.”

쓸 대 없는 소리를 한다는 듯 무심한 아버지의 대꾸였다.

하지만 이미 낚싯줄을 던져놨으니 천천히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면 된다.

이미 수십 년의 노하우가 쌓인 규태에게 부모님의 설득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식보다는 땅이지. 돈만 있으면 땅을 사야하는데 당신 무슨 정보 들은 거 없어요?”

“정보는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소문이라도 안 좋게 나면 골치 아파.”

대전시에 오래 근무한 부친이 정색을 했다.

공무원들과 결탁한 건설업자들의 부정이 해마다 한 두건씩 터져 공무원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시기였다.

알음알음 고위공무원들은 차명으로 개발계획을 빼돌려서 땅에 투자를 한다지만 지방의 한계는 분명했다.

“너는 고시공부안하냐?”

하급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서 자리를 잡은 부친의 소망 중에 하나는 자식들이 공무원시험을 봐서 번듯하게 자리를 잡는 것이다.

싹을 보아하니 둘째아들놈은 틀린 것 같고 큰아들인 규태에게 은근히 기대를 해보지만 전혀 관심도 없었다.

“공무원은 답답하잖아요. 고시도 단번에 붙는다는 보장도 없고 저는 졸업하고 그냥 은행에나 들어갈래요.”

“고시가 싫으면 7급도 있는데.”

아쉬운 지 부친은 뒷말을 이었지만 이미 규태의 머릿속은 다른 생각으로 그득했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데모는 안 된다.”

이시기 대학생자식을 가진 아버지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식이 데모에 가담했다가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85년은 5공의 절정으로 김근태고문사건으로 유명한 간첩조작사건이 벌어진 해이기도 했다.

서울에 비해 지방대는 약하긴 했지만 규태가 다니는 상대 경제학과는 그중에서도 핵심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규태는 이미 한참후의 미래까지 보고 온사람.

이전 삶에도 그랬지만 굳이 앞장서서 모난 돌이 되어 정 맞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저녁식사를 마친 규태는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 먹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친의 잔소리는 이어질 태고 빨리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눈치 빠른 동생 녀석은 이미 내빼진 오래.

서둘러 이층으로 올라가는 규태의 뒷모습을 보며 부친의 눈초리가 느껴졌다.

“아이고 하마터면 붙잡힐 뻔했네.”

전형적인 경상도 사람인 부친은 평소에는 말이 없는 사람이다. 자식들도 부친이 퇴근하면 인사만 꾸벅하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 버리기 일쑤.

함께 모일 시간은 밥 먹는 시간밖에 없으니 밥상머리 잔소리가 길어지면 별의 별 말을 다 듣는다.

최선의 회피수단은 후다닥 밥을 먹고 사라지는 것.

규태와 형제들의 밥 먹는 속도는 군인들을 초월한다.

자식들이 외면하는걸 부친이 섭섭해 하는걸 알지만 자업자득이다.

나중에 부친이 정년퇴직하고 규태가 취직한 다음에는 같이 술도 마시고 그러지만 아직까지는 서로 얼굴을 보고 있으면 어색하다.

둘만 있으면 숨 막히는 사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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