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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회귀-147화 (147/316)

147화

“좀 있다 술자리를 가지려면 얼른 돌아봐야겠네요.”

수혁은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낮은 목소리로 정길에게 말했다.

“네, 대표님. 회포는 일정이 끝난 뒤에 확실히 풀도록 하죠. 자, 이 과장 시작하세요.”

“넵, 알겠습니다.”

정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호명된 직원이 앞으로 나와 수혁과 임원들을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생각한 거 보다 깔끔하니 좋군요.”

“그렇습니다. 건물의 완공일자를 검토하여 최대한 최근에 지어진 건물을 사려고 노력했습니다.”

직원은 수혁의 질문에 착실하게 답변했다.

‘SH커뮤니케이션도 하루 빨리 본사 건물을 지어야 할 텐데.’

수혁은 나름대로 구색을 갖춘 SH에듀케이션의 본사를 살펴보며 생각했다.

“4층은 각 자회사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쓸 수 있는 공간입니다. SH에듀케이션은 각 회사들을 지휘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는 겁니까?”

수혁은 설명을 듣는 중간 중간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SH스터디를 제외한 다른 회사들의 경우 빠르게 성장을 하고 있지만, 업계 선두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분점 개설이나 새로운 컨셉의 기획 강의를 열 때 자본이 부족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직원은 정길의 수족으로 SH에듀케이션의 경영상황 뿐만 아니라 다른 자회사들의 현안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고 있었다.

“SH에듀케이션에서는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자회사들이 사업 기획안을 제출하면 이를 검토하고 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자회사들의 수익 성장은 본사의 수익과 직간접적으로 연결이 되니 서로 상생하는 효과가 있겠군요. 그런데 또 궁금한 게 있습니다.”

수혁은 정길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네 편히 말씀하십쇼.”

“본사가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뭡니까? 단순히 형식을 갖추고 자회사들을 한데 묶기 위해 설립한 것은 아니겠지요?”

“물론 그런 것만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본사에서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출판 지원, 마케팅, 새로운 컨텐츠 개발 및 신생 회사 론칭 등을 돕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부수적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판단 되서 회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정길은 회사 설립 목적을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앞으로 7~8년 정도는 학원업계가 계속 성황일 거라 상관없지만 그 이후에는 저조한 출산율로 인해 업계가 침체되는 순간이 올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자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역량을 키워 SH에듀케이션에서 지원해주는 부분들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된다고 판단됩니다.”“그 점 유념하고 신중하게 운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와 뭐야? 부 대표님이 저렇게 깍듯하게 말하는 거는 처음 보는 거 같은데?’

‘항상 자신감 넘치시는 모습만 봐서 그런 가 적응이 안 되네.’

대화를 지켜보던 임직원들은 정길의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손을 대는 것마다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던 정길은 직원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대표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부 대표님께서는 업계에서도 사업적 능력을 인정받으신 분입니다. SH에듀케이션의 거듭되는 성공 덕분에 여러 대형학원들에서도 우리 회사를 벤치마킹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정길이 영입한 사람들 중 하나가 뜬금없이 변호하는 발언을 했다.

“이 사장님 말씀을 삼가세요, 제가 지금까지 사업을 잘 꾸려왔던 것은 대표님이 말씀하셨던 사안들을 잘 따랐기 때문입니다.”

정길은 수혁이 SH커뮤니케이션으로 떠나기 전에 주었던 조언을 모두 따랐고 크게 감명을 받은 상태였다.

‘반신반의했는데 말씀하신 것들마다 모두 대박이 나네? 나도 학원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인데 대표님은 못 따라가겠구나.’

그는 사업을 확장하고 성공을 거둘 때마다 수혁의 혜안에 감탄을 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한 거 같습니다.”

말을 꺼낸 남자는 민망한 지 고개를 푹 숙였다.

“여러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여기 계신 강수혁 대표님은 국내에 온라인 강의 서비스를 대중화시키고 지금의 SH를 있게 만든 장본인이십니다. 비록 현재는 SH커뮤니케이션 대표를 겸하고 계셔서 회사에는 자주 못 오시지만 부 대표님과 제가 사업상 고민이 있으면 항상 명쾌한 해답을 주시는 분입니다.”

상황을 지켜보던 찬명은 정길을 거들고 나섰다.

“됐습니다. 제가 보니 직원들이 부 대표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끔찍한 거 같군요. 자, 다음은 어디입니까?”

수혁은 공치사하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에 화제를 바꾸고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겠어. 나이가 너무 어려 보여서 좀 그랬는데 잘못 생각했구나. 부 대표님의 사업 방침이 모두 저분한테서 나왔다니.’

‘부 대표님들이 엄청 챙기는 거 보면 보통 분은 아닌가 보다, 앞으로 잘 보여야겠다.’

20대 초반의 앳된 외모를 가진 수혁을 은연중에 무시하던 몇 몇 임직원들은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대표님, 이제 거의 다 둘러본 거 같은데 회의실로 가시겠습니까?”

“회의실이요? 오늘 회의할 사항이라도 있나요?”

수혁은 사전에 공지 받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놀란 모습을 보였다.

“아까 보니까 임직원들 중에 대표님을 모르는 사람들이 꽤 되는 거 같아서 제가 급하게 일정에 넣었습니다. 괜찮으시면 그동안 SH에듀케이션과 자회사들 관련 업무보고도 받으시고 사업 현황을 알아보시면 어떻겠습니까?”

정길은 본사를 둘러보던 중 수혁이 사업과 관련된 질문을 하자 빠르게 자리를 마련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런 이야기라면 뭐 우리끼리 뒤풀이 자리 가서 하면 되지요. 괜히 없던 일정을 만들어서 임직원들을 고생시키면 되겠습니까?”

수혁은 갑작스럽게 잡힌 회의로 인해 아랫사람들이 급하게 자료를 구하러 가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자세한 사항은 시간 부족 때문에 어렵겠지만 대략적인 현황들은 본사 사무실 안에 자료가 다 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직원들과 알아가고 좋지 않겠습니까?”

정길은 경솔하게 나섰던 직원의 태도가 마음에 계속 걸렸다. 그는 여러 이슈를 다루는 회의 자리를 만들어 수혁이 역량을 뽐낼 수 있게 하려고 했다.

“괜찮습니다. 무리하게 그러기보다는 나중에 따로 시간을 잡아 편안한 자리에서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군요. 우리는 오늘 새 본사를 구경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겁니다. 굳이 진지한 자리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네요.”

수혁은 훗날 기회가 되면 SH에듀케이션 임직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싶었다.

“훗, 옛날하고 많이 달라지셨네요. SH스터디의 지점을 처음 열었을 때는 커팅식이 끝나고 바로 회의를 하시지 않았습니까?”

찬명은 옛 기억을 떠올리며 입에 웃음을 머금었다.

“하하, 그랬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부 대표님들이 이렇게 계시는데 제가 굳이 따로 살펴볼 필요 있겠습니까? 오늘은 이쯤 하고 다들 들어가시죠. 참석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수혁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네, 들어들 가세요.”

건물 1층으로 내려온 수혁은 보안을 담당하는 직원들을 제외한 임직원들을 먼저 보냈다.

“배도 출출한데 근처에 가서 맛있는 거나 먹죠.”

건물에서 나온 수혁은 찬명과 정길을 보며 말했다.

“제가 잘 아는 일식 전문점이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찬명은 기다렸다는 듯이 음식점을 추천했다.

“어디 말씀하시는지는 알겠는데 그곳은 미리 예약을 안 하면 방을 잡기 어렵지 않습니까?”

정길은 남은 자리가 없을까 우려했다.

“제가 그 집 단골이라 사장님이랑 잘 압니다. 좀 전에 연락을 했는데 특별히 방을 잡아주시겠다고 했습니다. 저만 따라오세요.”

“네, 그럼 거기로 가죠.”

수혁은 찬명의 의견에 동의했다.

“분위기가 고즈넉하니 좋습니다.”

“그러게요. 강남 한복판에 이런 식당이 있는 줄 몰랐네요.”

수혁과 정길은 일본의 전통가옥과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식당 내부를 둘러보며 감탄했다.

“좀 있다 음식을 드시면 더 놀라실 거예요.”

찬명은 수혁이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이자 기분이 좋아졌다.

“실례하겠습니다.”

노크소리와 함께 종업원들이 룸에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후 식탁은 다채로운 메뉴들로 채워져 나갔다.

“맛있게 드시고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음식 세팅이 완료되자 종업원들은 조용히 방을 나갔다. 그리고 이들은 음식을 먹으며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형 잘 먹었어요. 확실히 음식 맛이 좋네요.”

수혁은 음식을 먹고 마음이 편해지자 부지불식간에 찬명을 형이라고 불렀다.

“……..”

“두 분이 서로 형, 동생하면서 지내고 있었습니까?”

당황하여 말을 하지 못하는 찬명과 달리 정길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했다.

“네, 생각해보니 말씀을 드린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저랑 형은 원래 대학교에서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이에요.”

“그러셨군요. 같은 학교 출신인 건 알았는데 이 정도로 막역한 사이일 줄은 몰랐습니다.”

“회사 안에서는 서로 조심했기 때문에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수혁은 주문한 정종을 목구멍에 털어 넣으며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혼자 생각을 정리하던 수혁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여러분들이 저 없이 회사를 잘 운영해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표하기 위함도 있지만 따로 상의할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네, 대표님. 말씀하시죠.”

수혁이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내자 정신없이 대화를 나누던 정길과 찬명은 자세를 고쳐 앉고 들을 준비를 했다.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나 본데?’

찬명은 본능적으로 수혁이 사업상 필요한 지시를 내릴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사업이라는 것은 변화하는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면 한순간에 말아먹기 십상이지요. SH스터디가 업계 최고의 자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신일, 명성과 같은 기라성 같은 학원들도 결국 흐름을 읽지 못해 업계에서 선두자리를 내주고 말았지요.”

정길은 수혁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앞으로 길어봤자 2년 내에 업계 환경이 크게 변화하는 때가 올 겁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그러한 상황에 발맞춰 미리 대비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수혁은 향후 개발될 스마트 폰이 교육 환경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슨 말씀인지 감이 잘 안 와서 그러는데 구체적으로 알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하하, 많이 급하시군요. 안 그래도 지금 이야기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정길은 수혁의 사업적 통찰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촉각을 기울였다.

- 148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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