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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회귀-61화 (61/316)

61화

‘흠, 뭐 먼저 해볼까?’

만능도구 이용 프로그램은 자동실행의 방식으로 작동했기 때문에 수혁은 바로 축구공을 가지고 리프팅을 해봤다.

“하나, 둘, 셋.”

그렇게 운동을 시작한 수혁은 마치 리프팅을 수없이 많이 연습한 사람처럼 능숙하게 볼을 컨트롤 했다.

그는 간단한 리프팅부터 시작해서 묘기축구에서나 볼 수 있는 어려운 기술들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완전 신기하네. 또 해볼까?’

자신의 말도 안 되는 축구실력에 놀란 수혁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그는 다시 한 번 리프팅을 했고 마치 오래전부터 할 수 있었던 기술 마냥 능숙하게 해내었다.

‘그럼 드리블도 한 번 해보자.’

수혁은 유명축구 선수들이 썼던 다양한 드리블 기술을 시도해 봤다.

그는 가상의 수비를 설정하고 혼자 공을 차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발끝에서 마르세유 턴, 크루이프 턴, 헛다리 짚기 등 세계적인 선수들에게서 볼 수 있는 고난이도의 드리블 기술들이 물 흐르듯 연출되었다.

‘와, 진짜 대박이네.’

환상적인 드리블을 선보인 수혁은 흡족해하다가 잠시 바닥에 앉았다. 적어도 내일 축구경기는 전혀 문제 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혹시, 이것도 될까?’

수혁은 공을 골대에서 멀찌감치 세워놓고 세게 발로 차보았다. 그러자 공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더니 골대 모서리 상단에 그대로 꽂혀 들어갔다.

‘슛도 자유자재로 되는구나.’

프로그램의 기능을 제대로 확인한 수혁은 그날 밤 슈팅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축구 기술들을 늦은 밤까지 연습했다.

* * *

다음 날이 되었다. 운동회를 맞은 학교는 평소와 달리 부산스러웠다. 학생들은 교복이 아닌 체육복을 입은 채 경기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선민고등학교 학생 여러분, 오늘은 운동회 날입니다. 흔히 많은 학생들은 공부가 학창시절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튼튼한 몸을 갖추는 것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겁니다.”

체육대회 개시에 앞서 다소 지루한 교장의 훈화말씀이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학교 곳곳에서 여러 종목의 경기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먼저 씨름인가?’

오전에는 씨름을 비롯한 몇몇 종목들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수혁은 학교 운동장 구석에 마련된 씨름판에 갔다. 그곳에 가니 이미 각 반에서 차출된 씨름 선수들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야 쟤는 완전 반칙 아니야?”

“그러게, 저 녀석은 양심이 있으면 나오면 안 되지.”

씨름판 주위로 형성된 관중들은 8반에서 나온 씨름 선수를 보며 한마디씩 하고 있었다.

우람한 덩치를 자랑하는 8반대표는 중학교 때까지 씨름을 했던 학생인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그만둔 사람이었다.

그는 대략 190센티 정도의 키에 100키로가 넘는 체중을 자랑하고 있었다.

‘결승에서 저 녀석과 붙게 되겠군.’

수혁은 8반에서 나온 거구를 쳐다보며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심판을 보러 선생 하나가 씨름판에 왔고 곧 경기가 진행되었다.

‘지금 힘 수치가 45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어.’

시합에 앞서 대기하는 학생들을 스캔한 수혁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거구는 제법 힘 수치가 높았지만, 나머지 학생들은 대부분 20정도에 수렴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씨름판에 들어간 수혁은 시합이 개시되자마자 상대 선수를 힘으로 그냥 찍어 눌렀다.

“봤어? 그냥 힘으로 들어서 넘어뜨리는 거?”

“그러게, 기술을 쓴 거 같지는 않았어. 완력이 장난이 아닌데?”

학생들은 수혁의 힘에 감탄하고 있었다. 다음 경기들에서도 그는 파죽지세의 기세로 상대방들을 쓰러뜨렸다.

마찬가지로 8반의 거구도 선수들을 쉽게 제압했는데 그 양상이 수혁과는 달랐다.

“와, 확실히 씨름 선수가 다르긴 하다.”

“그러게, 방금 기술 들어간 거 봤어? 엄청 화려하다.”

“우승하겠는데?”

거한은 그냥 힘으로 단순하게 쓰러뜨리는 수혁과 달리 배지기, 들배지기 등과 같은 다양한 씨름 기술을 선보이며 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그러자 관중들은 거구가 우승할 거라고 자연스럽게 말하게 되었다.

“이제까지 힘으로 어떻게 했겠지만, 이제는 다를 걸?”

“그러게, 쟤도 키가 크고 체격도 좋지만 저 녀석에 비하면 작아 보여.”

학생들은 결승전을 앞두고 잠깐 대기하고 있는 둘을 보면서 수혁의 패배를 점치고 있었다.

“각 반 대표는 여기로 나와라, 이제 결승전을 시작하겠다.”

심판을 맡은 선생은 수혁과 거구를 호명했다. 둘은 샅바를 고쳐 메고 씨름판에 나왔다.

“아까 보니까 힘은 좋던데 아깝게 됐어, 자세를 보니 딱 초보야. 넌 요령이 너무 없어.”

거구는 몸을 풀며 수혁에게 말했다.

“응, 잘 봤어 난 씨름이 처음이야.”

“긴장하는 게 좋을 걸?”

“어.”

수혁은 상대의 도발에 건성으로 대응했다.

“지금부터 내가 제대로 된 씨름을 보여줄게, 사실 힘으로도 널 제압할 수 있지만 그러면 애들이 재미없어 하잖아.”

“풋.”

남자는 혀를 날름거리며 자극적인 멘트를 날렸지만 수혁은 피식 웃을 뿐이었다.

“자, 잡담 그만하고 준비해라.”

가운데에 서 있던 선생은 호루라기를 불어 시합이 개시됐음을 알렸다.

둘은 샅바를 잡고 천천히 일어난 뒤 탐색전을 벌였다. 남자는 수혁의 샅바를 잡고 중심을 흩뜨리기 위해 흔들기 시작했다.

‘뭐, 뭐지?’

그는 몹시 당황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씨름 경기에서 자신이 샅바를 잡고 흔들면 낙엽처럼 흔들리는 상대와 달리 수혁은 꼿꼿이 선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면 이건 어떠냐?’

놈은 무릎치기라는 기술을 시도했다.

이는 상대방의 무릎을 쳐 중심을 무너뜨리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훈련으로 단련된 수혁의 무릎은 돌덩이 같았고 애꿎은 손만 통증을 느낄 뿐이었다.

‘뭐야? 무슨 쇳덩이를 치는 것 같잖아.’

그 외에도 들배지기, 안다리걸이 등 다양한 기술을 시도했지만, 수혁은 가만히 자세만 취하고 있을 뿐 거구만 혼자 끙끙대는 양상이었다.

“뭐야? 꼼짝도 안 하잖아?”

“그냥 초등학생이 성인이랑 씨름하는 것 같은데?”

“덩치가 아깝다.”

“아니야, 저 녀석이 약한 게 아니라 강수혁이 센 거야.”

주변 학생들도 점점 거구가 힘에서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부끄러움을 느낀 남자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 자식들이 내가 이래 봐도 중학생 때까지는 유망주였다고.’

그는 마지막 기술을 걸기 위해서 몸을 숙이고 수혁의 오른 다리를 꽉 잡았다. 그러자 이제까지 가만히 있던 수혁은 상대의 허리춤에 손을 낀 다음 그대로 들어버렸다.

“이제 끝내자.”

수혁은 녀석을 그대로 들어 바닥에 패대기를 쳐버렸고 경기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3반 승.”

“와, 이겼다!”

“장난 아니다 진짜. 아까 봤어? 꼼짝도 안하는 거?”

선생은 3반이 승리했음을 선언했고 몇몇 학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은 수혁네 반 아이들로 우승을 하여 기쁜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반면에 8반의 거구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다리를 잡고 뽑으려고 했는데 무슨 전봇대 같았어, 말도 안 돼.’

남자는 상황이 믿겨지지 않는 지 멍하니 있었다. 수혁은 그런 그를 뒤로 하고 바로 운동장으로 향했다.

‘어떻게 됐을까? 설마 지고 있진 않겠지?’

운동장에서는 축구 결승전이 벌어진 상태였다. 씨름경기보다 앞서 실시된 축구 경기는 전반을 지나 후반전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이기고 있어?”

수혁은 반 아이들이 앉아있는 곳으로 가서 물어보았다.

“아, 지금 그게.”

“수혁아, 씨름은 잘했어?”

앉아 있는 학생 한명이 대답을 하려는 찰나에 경현은 수혁을 발견하고 반갑게 말을 걸었다.

“우승했어, 그건 그렇고 몇 대 몇이야?”

수혁은 이미 씨름에서 우승한 사실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오로지 축구에만 관심을 쏟고 있었다.

“현재 1:0인데 틀린 것 같아. 남은 시간이 10분 정도 밖에 안 남았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된 슈팅을 날려보지도 못했어. 진짜 안타깝다, 열심히 해서 결승까지 올라왔는데.”

“10분이면 포기하기엔 아직 일러.”

수혁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벤치멤버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갔다.

그는 곧장 경기에 참여할 생각이었다.

“다 끝났어. 7반이 우승하겠다.”

“그러게 저 두 명 때문에 애들이 골 에어리어 근처에도 못 가는 것 같아.”

벤치 멤버들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과 7반에 있는 실력 있는 선수들 때문에 절망을 느끼고 있었다.

“4번이랑 5번이 그렇게 잘해? 내가 볼 땐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수혁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아이들 곁으로 다가갔다.

“어? 수혁이다. 쟤네들이 우리가 예전에 말했던 프로 준비하는 애들이야,”

“알겠으니까 나 안에 들어가게 교체 좀 시켜줘.”

“갑자기?”

“지금 멍 때리고 있을 시간 없으니까 아무나 불러서 나랑 바꿔줘 빨리!”

수혁은 아이들을 재촉했다. 그들은 잠깐 상의를 한 뒤 체력이 다소 떨어져 보이는 미드필더를 불렀다. 그는 곧 알겠다는 표시를 하고 교체를 하러 필드 밖으로 나왔다.

“수혁아 경기 뛸 때 유니폼이 필요하니까 내꺼 입어.”

“고마워.”

반 학생들 중 한 명이 백넘버 23이 쓰여있는 유니폼을 수혁에게 건넸고 그는 바로 옷을 갈아입은 뒤 교체 투입되었다.

‘하. 뭐하는 거지?’

수혁이 들어가서 필드 상황을 보니 아이들은 하프라인을 넘지 못하고 자기 진영에서 볼을 돌리고 있었다.

하프라인을 넘어 조금만 전지하려고 하면 4번과 5번 선수가 길목을 차단하고 공을 뺏기니 많이 위축된 상태였던 것이다.

7반 아이들은 시간을 끌면 이기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느긋하게 그 상황을 지켜봤다.

“나한테 패스해.”

수혁은 공격진영에서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패스를 요구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섣불리 패스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하프라인을 넘어 패스하려고 하면 금방 밀착 마크가 붙어 허둥지둥하다가 공을 뺏겼기 때문이다.

“패스, 패스.”

수혁은 다급하게 패스를 외쳤다.

시간이 이제 8분가량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7반 아이들은 막 들어온 수혁에 대한 경계심이 없는 상태였고 패스할 공간을 확인한 같은 반 선수가 그에게 패스했다.

“23번한테 붙어.”

수혁에게 공이 간 것을 본 상대편 선수가 고함을 질렀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은 수혁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두 명의 선수를 봤다.

그는 달려오는 선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보내 가뿐히 한 명을 재꼈다. 그리고 발등으로 볼의 방향을 바꿔 단숨에 다른 선수도 재꼈다.

“막아!”

7반의 4번 선수가 선수들에게 지시를 했다. 수혁은 두 명의 선수를 가뿐히 제친 후 조금 전진하다 냅다 슛을 질렀다. 30미터가 넘는 거리에서 공을 차자 볼이 빨랫줄처럼 골대 안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뭐야?”

“말이 돼?”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상대편 선수들은 멍하니 쳐다 볼 수밖에 없었고 공은 골키퍼를 지나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와아아아아아!”

씨름경기와 달리 운동장 주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고 수혁의 슛을 보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제 동점이야. 제대로 해보자. 다들 수비에만 신경 쓰지 말고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서보자.”

수혁은 자신의 골에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아이들을 지휘했다.

“알겠어.”

“좋아, 우리가 이길 수 있어!”

시종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던 3반 학생들은 자신감을 되찾았고 경기를 정상적으로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설 것을 주문한 수혁은 중앙에서 예리한 패스를 뿌려주며 팀을 조율하였다.

‘뭐야 저 녀석, 아까 슈팅도 그렇고 고등학생 맞아?’

‘볼을 다루는 능력뿐만 아니라 시야까지 완벽하다. 프로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실력인데?’

“23번에 2명 이상 밀착 마크해! 나머지는 우리가 커버할게.”

상대 팀의 4번과 5번 선수는 수혁의 실력을 보고 감탄했고 애들에게 집중마크를 지시했다.

‘볼 간수능력이 너무 좋아. 도저히 뺏을 수가 없어.’

‘둘이 아니라 셋이 붙어도 안 되겠는데?’

수혁은 섬세한 볼터치로 대인방어를 파훼하며 팀에 많은 찬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결정적인 순간에는 번번이 수비수들에게 가로막히고 있었다.

- 62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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