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9화 동현의 계획에 따라 모든 일이 성공을 거두고 새로운 태왕을 옹립하려 하다.
해론은 귀족의 가족들을 모두 포박한 뒤 근위군들에게 황궁을 포위하게 한 다음 일부 군사들을 이끌고 포박한 귀족의 가족들을 군사들과 함께 끌고 대전에 들어갔다.
그 모습에 귀족들과 고보장이 깜짝 놀란다.
“근위장! 이게 무슨 짓인가?!”
“돌아가신 선제 태왕 폐하… 영양 태왕 폐하의 황명을 이행중입니다!”
“뭐라?”
“선제 태왕 폐하께서 자기 후손인 태왕 폐하께서 허튼 짓을 하면 제가 나서라고 유언을 하셨습니다!”
“그게 무슨…….”
귀족들이 무언가 반박하려 하는데 해론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고보장에게 건넨다.
“태왕 폐하께서 보십시오.”
고보장은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상황이 전개되자 손까지 벌벌 떨며 어렵게 그 서찰을 잡아 읽어보았다.
“틀림없는 영양 태왕 폐하의 필체다.”
“태… 태왕 폐하! 그건 조작된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귀족들의 말에 고보장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그럴 리가 없다. 난 선제 태왕 폐하의 필체를 흉내 낸 사람은 아무도 보지 못했어. 선제 태왕 폐하께서는 악필이셨지. 이 필체는 분명 선제 태왕 폐하만이 쓸 수 있는 필체이다.”
“…….”
“근위장…….”
“예. 태왕 폐하.”
“지금 보니 자네만 이 유언장을 받은 것이 아닌 것 같은데… 맞나?”
“맞습니다. 태왕 폐하. 이것은 태왕 폐하께서 돌아가시기 전 제게 내리신 유언장이고, 태대막리지와 돌아가신 연태조 막리지와 강이식 대모달께도 전해진 걸로 압니다.”
“연태조 막리지는 당시 선제 태왕 폐하보다 먼저 하늘로 갔다. 헌데 어떻게 유언장이?”
“선제 태왕 폐하께서 연태조 막리지를 신임하시어 자신이 먼저 가게 될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유언장을 남겨 놓으신 것입니다.”
고보장은 해론으로부터 말을 전해 듣자 몸에 힘이 쭉 빠졌다.
그리고 그 말에 곁에 있던 귀족들도 얼굴이 사색이 되는데 해론은 이런 사람들에게 쐐기를 박는 말을 한다.
“지금 태대막리지께서 군을 회군시켜 돌아오고 있을 것입니다.”
“……!”
“그 분께서는 내부가 안정되어야 밖으로도 힘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니 말입니다. 그러니 여기 있는 귀족 분들은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뭣들 하느냐?! 나라를 좀 먹으려는 놈들이다! 모조리 포박하라!”
“예!”
해론의 명령에 대전 안에 있는 군사들이 귀족들에게 달려들어 포박하려 한다.
그런 군사들의 움직임에 어떤 귀족들은 달아나려다가 잡혔고 또 어떤 귀족은 조금이라도 대항해보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가 가볍게 제압을 당하고 포박을 당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부류들은 체념한 듯 순순히 포박을 받아들이는 귀족들… 그렇게 이번 일에 가담한 모든 귀족과 가족들을 포박한 해론은 모든 귀족과 가족들을 옥에 가두어두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해론은 고보장을 보는데 고보장은 해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말한다.
“나는 자네를 믿었는데…….”
“저를 제일 먼저 발탁해주신 분인 영양 태왕 폐하셨고 그분의 유지를 전 이어 받았습니다. 그러니 그 분의 황명이 더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 자리에 살아 있고! 그 분은 이제 고인이네!”
“고인이시기는 하나 그분께서는 돌아가실 때까지 태왕 폐하와 이 고구려를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뭐라?!”
“제가 이 말 까지는 하지 않으려 했는데 해야겠군요. 이 말을 듣고 현실을 직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선제 태왕 폐하께서는 태대막리지께 유언장을 남기셨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자기 자식이 나라를 이끌만 하거든 보좌하되 그럴만한 능력이 못 되면 자네가 이 나라의 태왕이 되라고 말입니다.”
“……!”
“믿기지 않으시겠지요. 허나 모두 사실입니다. 심지어 그 유언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황위로 올렸다가 자기 자식이 엄한 짓을 하거든 폐위시켜도 된다고 말입니다. 단, 목숨만은 보전하게 해달라고 하셨지요. 그것을 보았기에 예전에 상태왕 폐하께서도 큰 충격을 받으셨던 것입니다.”
해론의 충격적인 말에 고보장은 믿을 수가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대답한다.
“미… 믿을 수가 없구나. 그럴 리가 없다…….”
“그것은 태대막리지께서 오시면 물어보십시오. 태대막리지께 그 유언장이 있으니 말입니다.”
“…….”
“태대막리지께서는 세 명의 태왕 폐하를 모시면서 나라를 위해 힘쓰신 분입니다. 헌데 어찌 이런 분란을 일으키십니까?”
“…….”
“역시 선제 태왕 폐하는 물론이고 태대막리지의 눈이 정확했습니다. 태대막리지께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은 예언하셨으니 말입니다. 허나, 태대막리지께서는 오늘날과 같은 일이 생겨도 자신이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지요. 심지어 벼슬을 내놓고 일반 백성으로 돌아가시려고 하셨습니다. 허나 저희가 말렸습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
“태왕 폐하께서는 유약하신 분이기 때문에 이번 일로 태대막리지께서 사라지게 되면 귀족들이 다시 득세해 예전과 같은 귀족들의 세상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귀족들이 한 나라의 태왕을 좌지우지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현재 증명되었지요. 현재 태왕 폐하께서 그들의 요청을 다 들어주었으니 말입니다.”
해론의 말에 고보장이 힘없이 묻는다.
“그 모든 것을 정말… 선제 영양 태왕 폐하와 태대막리지가 한 말인가?”
“그렇습니다. 두 분께서는 항상 만날 때마다 그 말씀을 하셨습니다. 특히 선제 태왕 폐하께서는 돌아가신 상태왕 폐하께서 워낙 유약하게 우유부단한 사람이라 스스로 쉽게 결정을 못하며 다른 사람들에 의해 쉽게 휩쓸리니 걱정이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래서 이것을 걱정하여 그 이후에 대한 유언도 유언장에 남기셨던 겁니다.”
“…….”
“그리고 그에 대한 우려가 오늘 일어났습니다. 소신은 이런 일이 진심으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헌데 귀족들의 의견에 흔들려서 태왕 폐하께서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었고 오늘날 일이 터지고 말았지요.”
“…….”
“태대막리지께서 돌아오시면 분명 태왕 폐하를 먼저 알현하려 할 것입니다. 그러니 그때는… 태대막리지께 미안하다고 꼭 사과를 하십시오. 물론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겠지만 말입니다.”
해론은 냉혹한 말투로 고보장이 현실을 직시하게 했다.
그리고는 대전 입구로 나가 군사들에게 외친다.
“오늘부터 우리 근위군은 며칠간 전시 체제로 들어갈 것이다! 태왕 폐하를 곁에서 더욱 밀착 경호를 해라. 알겠느냐?!”
“예! 근위장!”
그렇게 고보장과 귀족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며칠 뒤, 동현은 도성에 돌아와 고보장을 알현했다.
“태왕 폐하. 어찌 이런 일을 꾸미셨습니까?”
“…….”
“소신이 그렇게 못마땅하셨습니까?”
동현의 말에 고보장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그건 아닐세. 단지 난… 불안했네.”
“……?”
“자네는 큰 권력을 지녔어. 자네가 그 권력으로 나를 몰아낼까 불안했지. 그랬기에 난… 귀족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여겨 자네를 몰아내려 했던 것이고 말이야.”
“…….”
“이미 다 지나간 일이니 어쩌겠는가? 자네는 내 스승이기는 하나 오늘날과 같은 일이 터졌으니… 나를 이제 폐위시키겠지.”
동현은 그 말에 단호한 말투로 대답한다.
“전 태왕 폐하를 폐위시키지 않을 겁니다.”
“뭐라?”
“폐위시키지 않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더 위로 올릴 겁니다.”
“더 위로 올린다? 돌아가신 아바마마와 같이 한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상태왕 폐하로 지위를 올리고 그 밑에 새로운 태왕 폐하를 옹립할 겁니다.”
“그 말은 나에게 실권은 없고 이제 뒷방에서 늙어가라는 소리군…….”
“태왕 폐하께서 자초하신 일입니다.”
“…….”
“소신은 누구보다도 이 나라를 위해 태왕 폐하 분들을 보시며 노력했습니다. 솔직히 지금 전… 태왕 폐하께 매우 화가 나는군요. 제 충성의 대가가 이런 것이라니 말입니다.”
“…….”
“태왕 폐하께서 즉위하시고 몇 년 후, 저는 이런 일이 있을까봐 더 높은 자리에 오르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과 같은 일이 반복될까봐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한 번만으로 족했으니까요. 허나 그 시기 태왕 폐하께서는 저를 더욱 올려 이 자리에 앉히셨습니다.”
“…….”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오늘날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이 자리에 오르려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태왕 폐하께서 저를 높이 올리셨지요. 그리고 그날 밤, 제가 태왕 폐하의 편전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의미 있는 말을 했습니다. 기억나십니까?”
동현의 말에 고보장이 바로 대답한다.
“국정에 관심이 생기면 이전에 영양 태왕 폐하처럼 같이 협의 하에 나라를 이끌자는 말… 말인가?”
“그렇습니다. 아니… 더 쉽게 말하면 태왕 폐하께서 이 나라를 이끄시는 것이지요. 태왕 폐하께서 결심만 하시면 저는 이 자리를 진심으로 내 놓을 생각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이전에 영양 태왕 폐하께 했던 것처럼 서로 의논을 하며 나라를 이끌었을 겁니다. 태왕 폐하께서 말입니다. 모든 결정은 태왕 폐하께서 하시는 것이니 말입니다. 헌데… 오늘 일로 모든 것이 다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내가 말한다고 자네가 그것을 나누어주었을까?”
“당연히 주었을 겁니다.”
“어찌 그렇게 장담하나? 권력이라는 것은 한 번 쥐면 놓기 싫어진다.”
“저도 압니다. 허나 저는 다릅니다. 저는 영양 태왕 폐하 때도 그렇고 선제 상태왕 폐하 때도 그렇고… 마음만 먹으면 큰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헌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 모든 것이 증거입니다.”
“…….”
“솔직히 말해서 전 태왕 폐하를 옹립하면서 불안했습니다. 성격 때문에 말입니다. 훗날 큰일을 태왕 폐하께서 칠 것 같다고 제 측근에게 말하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전 제 예상이 빗나가길 바랐습니다. 허나 빗나가지 않더군요. 오늘 이 결과를 보니 말입니다. 제 마음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선제 태왕 폐하의 유언을 받들어 일을 진행시킬 겁니다. 이 나라를 위해서 말입니다.”
동현은 그렇게 고보장에게 피를 토하는 듯한 심정으로 말을 하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고보장은 자신이 한 행동을 자책했다.
동현이 정말 충성스러운 자였다는 것을 말이다.
허나 어찌하리오?
이미 모든 상황은 벌어진 뒤였다.
동현은 그렇게 고보장에게 자신의 심정과 이번 일에 대한 처리 방향에 대해 통보를 하고는 모든 신하들을 태대막리지 궁궐로 소집했다.
“지금의 태왕 폐하를 상태왕 폐하로 받들고 새로운 태왕 폐하를 옹립하신단 말입니까?”
“그렇다네. 선제 태왕 폐하의 유언에는 자식이 부족하니 일이 이렇게 되었을 경우 목숨만이라도 보전시켜달라고 했네. 그리고 잘 보살펴 달라고 하셨지. 그러니 나는 그 유언에 충실히 따라야 할 의무가 있어.”
“하지만 태대막리지. 그리되면 이 도성에 군주가 두 명인 셈입니다. 그리고 예전에도 이런 선례가 있었고 말입니다. 또 이러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권이 없다 해도 상징성이라는 것이 있으니 훗날 이런 일이 또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태왕 폐하는 상태왕 폐하가 되시면 국내성으로 보낼 생각이라네. 그곳에서 여생을 보내도록 할 것이야. 그리고 또 하나…….”
“……?”
“우리가 이 일을 진행한 것은 어디까지나 나라를 위해서였지 우리가 이득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어야 하네. 폐위를 하게 되면 나뿐만 아니라 이 일에 대해 가담한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될 터. 그러니 그 비난을 최소화 하려면 폐위가 아닌 상태왕 폐하로 모시는 것이 낫네.”
“그렇다면 새로운 태왕의 자리에는 누구를…….”
동현은 한 신하의 말에 바로 대답한다.
“태자마마를 올리는 것이 낫지 않겠나?”
동현의 말에 신하들이 반대한다.
“그것은 반대입니다.”
“어째서?”
“그 분께서 태왕이 되시면 분명 지금의 태왕 폐하의 일에 대해 분명 보복을 하려 할 것입니다. 그러니 안 됩니다.”
“하지만 마땅히 태왕으로 내세울 사람이 없네.”
“그럼 차라리 아주 어린 분을 태왕으로 옹립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주 어린 분을?”
“예. 지금 태왕 폐하의 사남인 고덕무 황자나 막내인 고련 황자가 어떻습니까?”
“음… 어린 사람들을 태왕으로 삼자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현재는 나라의 안정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태대막리지 뜻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하지요.”
“으음…….”
“지금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태대막리지. 결정을 내리십시오.”
여러 신하들의 말에 동현은 고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