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8화 고보장과 귀족들이 자신을 몰아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동현은 사훈의 조언을 들어 계책을 역이용하려 하다.
그렇게 수하들의 말을 듣고난 뒤 안심이 된 동현은 태대막리지가 되어 모든 군무와 정무를 본격적으로 도맡아 고구려를 다스리기 시작했다.
동현이 직접 고구려를 다스린 덕분인지 고구려는 점점 발전해 갔다.
3년 후, 동현이 75살이 되고 645년이던 시기.
고구려의 대부분 백성들은 먹고 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고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점령했던 형주도 서세적과 방현령이 잘 다스려서 그런지 3년 동안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이렇게 나라가 튼튼해지자 동현은 손권이 다스리던 동오 지역을 병합하려 했다.
“다른 사람에게 병합을 맡기라고?”
“예. 태대막리지.”
“어째서?”
“태대막리지께서도 아시겠지만, 요즘 따라 태왕 폐하와 그 주변 귀족들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태왕 폐하와 귀족들이라… 지금 그런 움직임이 많이 보이는가?”
“그렇습니다. 근래 들어 아주 많아졌습니다.”
“으음…….”
“아무래도 태대막리지께서 움직이시면 분명 귀족들은 태왕 폐하를 부추겨 태대막리지를 끌어내리라고 말을 하면서 우리 편에 서 있는 사람들을 모두 억류하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이 아닌가?”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들이 무언가 꾸미고 있다는 걸 얼마 전 아침 조회 때 확신했습니다.”
“음? 아침 조회 때?”
동현의 말에 사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평소 귀족들이라면 아침 조회에 태대막리지 밑의 직속 수하들이 내는 안건에 사사건건 반대를 한다든가, 그도 아니라면 아침 조회가 끝나고 난 뒤 몇몇 귀족들은 태왕 폐하를 알현하여 태대막리지가 하는 일에 대해 반대하는 것을 보이려 태왕 폐하께 가서 자신들의 의견을 펼쳤습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그들끼리 상소를 올리든지 말입니다. 물론 우리만 일방적으로 가는 것은 좋지 않기에 소인은 그런 세력들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저 무시했었지요. 하지만 점점 도가 지나쳐 지고 있습니다.”
“그랬는가? 나는 거기까지 파악은 못 하고 있었군. 아무튼 계속 말해보게. 서론이 조금 긴 거 같군.”
“아, 예. 제가 열흘 전부터 그들을 계속 살펴보니… 모든 움직임이 멈췄습니다.”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예. 태대막리지. 저희에게 모든 걸 반대하는 움직임을 멈추었고 저희가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아무 반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본래라면 약간씩은 어느 정도 움직여서 행동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건 체념한 것이 아니겠는가?”
“태대막리지. 태대막리지께서도 그들의 속성을 아시지 않습니까? 지금 태대막리지께서 제 말을 애써 회피하려는 이유는… 태왕 폐하께 칼을 들이댈까봐, 입니다. 아닙니까?”
동현은 사훈의 직설적인 말에 잠시 놀랐으나 금방 표정을 고치며 대답한다.
“후우… 그래. 역시 자네는 속일 수가 없군. 맞아. 내가 아주 젊었을 적, 혈기왕성하던 시절에 이 고구려에 임관하면서 한 가지 결심한 것이 있네. 아니… 그것보다 더 전이었군. 장사를 할 때부터 이 생각을 했으니 말이야.”
“……?”
“우리 가문을 내가 반드시 다시 일으키겠다고 말이야.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되었고 이 자리까지 왔지. 그런데 임관하면서 부터는 내가 장사를 하면서 관직에서 일하니 귀족들이 나를 천하다고 여기더군. 나는 장사를 하는 일이 한 번도 천하다고 여긴 적이 없는데 말이야.”
“그런 놈들은 본래 콧대만 높은 귀족들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거기다 백성들을 좀먹는 귀족들이었지. 허나 그 후 내가 여러 백성들을 장사를 통해 먹여 살리고 백성들에게 신임을 얻으며 벼슬이 계속 오르게 되자 그 귀족 놈들이 나에 대한 견제가 매우 심해졌다네. 그 시기에 내가 만약 영양 태왕 폐하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그 놈들의 모함에 휘말려 죽었을 수도 있었지.”
“…….”
“허나 다행히도 영양 태왕 폐하께서는 나와 뜻이 맞았고 그 뜻을 받들어 여기까지 왔네. 영양 태왕 폐하를 비롯해서 이제 세 번째 태왕 폐하를 모시는 것인데… 만약 귀족들과 결합한 것으로 인해 나를 몰아내려 한다면 나도 대응은 해야겠지만 그래도 영양 태왕 폐하와 선제 태왕 폐하를 생각하니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야.”
동현의 말에 사훈이 공감한다는 듯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제가 어찌 태대막리지의 마음을 모르겠습니까? 그럼 이렇게 하십시오.”
“……?”
“만약 지금의 태왕 폐하께서 그런 상황이 생기면 저번처럼 그 자리에서는 물러나게 하되 직위를 상태왕 폐하로 올리고 새로운 태왕을 옹립하는 겁니다.”
“예전과 같은 일을 또 하라?”
“예. 태대막리지. 이렇게 하면 태대막리지께도 큰 이득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일단 첫째로 태대막리지께서 힘으로 태왕 폐하를 몰아냈다는 많은 비난을 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으나 태왕 폐하를 죽이지 않고 오히려 높이 올린다는 것만으로 많은 귀족들은 태대막리지에 대한 생각을 달리할 것입니다.”
“그럼 백성들은?”
“백성들의 대부분은 태대막리지를 지지할 겁니다.”
“어찌 그리 확신하나?”
“많은 백성들이 태대막리지께서 그 동안 태왕 폐하를 대신하여 나라를 다스렸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또 이런 일을 하게 되면 두 번째인데?”
“상관없습니다. 이제 대부분의 백성들이 태대막리지께서 이 고구려를 이끌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동현은 사훈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사훈이 다시 말한다.
“태대막리지. 태대막리지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이제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사훈의 단호한 말에 동현은 크게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하아, 알겠네. 우리가 살려면 움직여야지…….”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를 하겠습니다.”
동현은 사훈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을 본 사훈은 동현에게 인사를 한 후 태대막리지 궁궐을 나온다.
그리고 이정과 장손무기를 찾아 뒷일에 대한 계책을 세운다.
며칠 뒤.
동현은 여러 군사가 사열하고 있는 상황에 고보장으로부터 가절월을 받아 손권이 다스리던 동오 지역으로 출병을 앞두고 있었다.
군사의 수는 30만 대군.
그렇게 동현이 도성(장안성)을 나서고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귀족들은 고보장을 찾아가 재촉한다.
“태왕 폐하! 지금입니다!”
“…….”
“지금이 태대막리지를 제거하고! 예전에 모두 빼앗겼던 황권을 되찾을 차례입니다!”
“하지만 저번에도 말했듯이 태대막리지를 역적으로 몬다는 것은 불안하네. 영양 태왕 폐하와 선제 태왕 폐하께서는 항상 그와 함께 하라고 유언을 했으며 오로지 그의 말을 들어야 나라가 부강해 질 수 있다고 하셨네. 그리고 지금까지 이 나라를 잘 운영해왔지 않은가? 그런데 굳이 내가 실권을 잡겠다고 군사를 일으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태왕 폐하!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그것은 태대막리지… 아니, 김동현 그 자의 힘이 커졌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그리하신 것입니다!”
“…….”
“태왕 폐하!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아… 알았네. 알았어.”
고보장은 동현의 제자가 되어 무예와 병법을 많이 배웠다.
처음에 그는 무예와 병법을 공부하는 의욕조차도 없었으나 동현이 바로 옆에서 계속해서 닦달하니 두 가지를 억지로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스파르타식 교육은 지식을 쌓는데는 확실히 도움이 되었고 동현은 이런 성과에 만족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바로 고보장의 성격.
고보장은 본래 우유부단한 사람으로서 누군가 옆에서 자신을 닦달했을 때 움직이는 타입이었다.
쉽게 말해서 강하게 나가면 잘 움직이는 타입.
우유부단한 성격을 강압적으로 말하여 이런 쪽으로 나가! 라고 방향을 유도했을 때 강압적으로 자신에게 푸쉬한 사람의 결정을 따라간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동현이 없는 틈을 타 나라를 좀 먹는 귀족들이 자신에게 와 닦달하자 어쩔 수 없이 따른 것.
이 때 동현이 출전하고 대중상과 우식 또한 지방으로 나가있었던 상태로 이런 고보장의 마음을 잡아줄 사람이 없었고 귀족들은 이런 빈틈을 노렸던 것이다.
“지금 당장 태대막리지의 가족들을 모두 잡아들여라!”
“예! 태왕 폐하!”
고보장에게 명령을 받은 사람은 근위장인 해론이었다.
해론은 고보장의 명령을 듣자마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동현의 책사이자 오른팔인 사훈이 며칠 전 그에게 와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예? 태대막리지를 몰아내려 할 것이라고요?”
“그렇다네. 그 때 자네가 일을 해줘야해. 분명 자네에게 태대막리지의 가족들을 잡아들이라고 태왕 폐하께서 명령하실 테니 말이야.”
“으음… 알겠습니다. 다만 저들이 속겠습니까? 저는 태대막리지께 추천되어 지금까지 세 번째 태왕 폐하를 모시고 있습니다. 그랬기에 저들은 저를 태대막리지가 추천한 사람이라 말하며 저를 믿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명령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해론의 우려에 사훈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절대 그럴 리는 없으니 안심하게.”
“예? 어째서…….”
“자네는 지금까지 세 명의 태왕 폐하를 모셨네. 그때 자네는 그분들에게 오로지 충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지. 태대막리지에 대한 충성이 아닌 태왕 폐하에 대한 충성 말이야. 그 모습을 본 귀족들은 자네를 태대막리지가 추천했지만 태왕 폐하께만 충성하는 자로 비춰지고 있을 것이야. 그러니 안심하게.”
“으음…….”
“그리고 저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태대막리지께서 움직이지 않으면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걸세. 저들이 움직일 방법은… 태대막리지께서 동오 지역을 병합하러 나갈 때 움직이겠지.”
“아, 그렇다면…….”
“그래. 그때는 도성이 대부분 비게 되고 자네가 이끄는 근위병이 가장 정예병일 것이야. 그리고 그런 자네를 귀족들이 태왕 폐하를 압박하여 이용하려 하겠지. 그때 자네는 그들의 요구에 순응하는 척 하며 병력을 움직여서 귀족들의 가족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게. 그런 뒤 그 가족들을 태왕 폐하와 귀족들 앞에 포박하여 무릎을 꿇리고 황궁을 포위함과 동시에 대전 안에도 군사를 들여서 그들이 절대 도망치지 못하도록 포위하도록 하게. 그렇다면 저들은 아무 대응도 하지 못할 것이니 그때 태대막리지께서 군을 회군시켜 돌아올 것이야. 그때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니 그대로만 해주게.”
사훈의 말에 해론은 주먹을 불끈 쥐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대전에 들자마자 일단 그 안에 있는 귀족들도 모두 포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게. 모든 것이 자네에게 달렸어!”
해론은 그렇게 사훈의 말을 떠올리며 바로 근위병들을 이끌고 황궁을 나온다.
해론은 황궁을 나오자마자 군사들에게 명령한다.
“지금 모든 귀족들의 가족들을 잡아들여라! 태왕 폐하의 황명이시다!”
“예! 근위장! 나를 따라라! 나라를 좀 먹는 귀족들의 가족들을 모조리 잡아들여라!”
이렇게 동현의 책사인 사훈에 의해 동현은 다시 한 번 귀족들의 뒤통수를 치며 그들의 계책을 실패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동현은 군사를 몰고 동오 지역으로 가는 모습을 보이려 최대한 천천히 행군을 하고 있었는데 전령의 보고를 받고는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사훈. 모든 것이 자네의 말대로 되었군.”
“그렇습니다. 이미 예상한 일이지 않습니까?”
“그래. 그렇지…….”
“그럼 군을 회군시켜 도성으로 가겠습니다.”
“그리하게.”
이렇게 동현은 30만의 군대를 도성으로 회군시켰다.
타 지역을 병합하려 보냈던 아국의 군사들이 이제는 지금의 태왕과 귀족들에게 칼을 겨누는 군사들이 된 것이었다.
그때 해론은 모든 귀족들의 가족들을 포박한 상태였다.
그리고는 그 귀족들의 가족들을 모두 포박한 채로 그들을 대전으로 끌고 갔고 대전 근처에 이르자 군사들에게 명령한다.
“모두 이제 이 황궁을 포위해라! 빈틈없이 포위해! 그리고 박부장!”
“예! 근위장!”
“자네는 나와 함께 일부 군사들을 데리고 대전을 포위하지. 그리고 저 귀족의 가족들을 다 끌고 대전 안으로 들어가세.”
“알겠습니다! 근위장!”
해론은 오랫동안 근위장으로 있으면서 오로지 자신의 명령에만 충성하는 자들을 수하로 삼았다.
태왕 폐하에 대한 충성이 아닌 자신에 대한 충성 말이다.
그리고 해론은 자신에게 충성하는 장수들에게 항상 입버릇처럼 말했다.
내가 모시는 사람은 태대막리지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밖으로 절대 알리지 말 것을 명령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해론의 본심은 소문으로도 전해지지 않았고 그 덕분에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