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7화 고대양이 세상을 떠나고, 동현은 순행을 떠나 백성들을 위무하다.
“형님! 형님!”
“음? 무슨 일이길래 그리 급히 오느냐?”
“허억… 헉! 그게… 빨리 입궐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설마, 상태왕 폐하께서?”
“예! 형님! 상태가 위중 하시답니다.”
“이런… 알겠다. 내 말을 내와라! 지금 당장 가봐야겠다! 두호야. 대련은 나중에 하자꾸나.”
“예. 할아버지.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얼른 다녀오십시오.”
“고맙구나.”
동현이 이렇게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동우가 직접 동현의 말을 끌고 온다.
그러자 동현은 바로 몸을 날려 말 위에 올랐고 빠르게 말을 달려 궁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잠시 후.
동현은 고대양이 있는 편전에 있었다.
동현은 직접 고대양을 진맥까지 해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후우…….”
“허허허. 태대막리지도 아는 것이로구만. 내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말이야. 그리고 자네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는 것은…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뜻이겠지.”
“송구합니다. 상태왕 폐하. 허나 가망이 없는 건 아닙니다. 고치기가 어렵다는 뜻이지요.”
“내게는 같은 의미이군 그래. 허허허…….”
“…….”
“그래도 난 미련 없이 살았어. 솔직히 돌아가신 형님 태왕 폐하의 명령으로 태제가 되고 태왕이 되었을 때, 내가 고구려를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네. 그리고 역시 내 예상이 맞았지. 자네에 의해 상태왕 자리에 앉게 된 후… 오히려 홀가분했어. 물러나기 전에는 너무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는데 말이야…….”
동현은 고대양의 말에 바로 대답한다.
“황공하옵니다. 상태왕 폐하. 나중에 저승에서 저와 만나면… 저를 용서치 마십시오.”
“허허허… 자네답지 않구만. 태대막리지.”
“…….”
“아무튼 내 수명은 이제 다 되었네. 그러니 내 아들을 잘 부탁하네.”
“염려 마십시오. 상태왕 폐하. 제가 태왕 폐하를 잘 보좌하여 이 고구려를 더욱 부강한 나라로 만들겠습니다.”
“허허허. 그래. 자네가 살아 있는 한 충분히 가능할 것이야. 후우… 말을 너무 많이 했군. 이제 그만 가보게.”
“예.”
고대양은 그렇게 동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동현을 태대막리지 궁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현 태왕인 고보장을 불러 유언을 남기고는 세상을 떠났다.
“흐흐흑… 아바마마…….”
고대양이 세상을 떠나자 국장이 치러졌다.
고보장은 자신의 아버지 장례를 꼼꼼하게 챙겼고 주변국에도 소식을 전했다.
그러자 많은 나라들이 조문을 왔는데 동현은 이런 조문을 온 사신들을 고보장과 함께 맞이했다.
그리고 며칠 뒤.
고대양의 유언장에 있는 내용이 발표 되었다.
고대양의 유언에는 첫째로는 지금의 태왕인 고보장을 많이 도와달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아직도 나라를 좀 먹는 무리들이 많으니 잘 감시하며 살피라는 것, 그리고 마지막 셋째는 나라를 좀 먹는 무리들이 있으면 가차 없이 청소하라는 유언장이었다.
이 유언장 내용이 발표되자 몇몇 귀족들은 속이 뜨끔했으나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조문을 하고는 돌아갔다.
그렇게 며칠이 또 흐른 후.
동현은 고대양이 죽고 난 뒤 고보장이 실의에 빠져 며칠 동안 울기만 했다는 사실을 들어서 그를 알현하며 위로해 주었다.
그러자 고보장은 동현의 껴안더니 펑펑 눈물을 흘렸다.
동현은 그런 고보장의 말과 행동에 마음이 너무 아팠고 고보장이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업무 시간 이외에 그를 집중적으로 케어 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고보장은 드디어 평정심을 찾았고 조금씩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동현은 그런 고보장을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다시 자신만의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현은 여러 가지 일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었다.
“음… 형주가 안정되어 가고 있다라…….”
“그렇습니다. 서세적 장군과 방현령 좌군사에게서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아주 희소식이로군.”
동현은 형주의 소식에 매우 기뻐하며 다른 일들도 계속해서 살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놈들이!”
동현은 고구려 내 민심을 살피기 위해 순행을 돌고 있었다.
그러던 중 국내성의 한 마을의 귀족이 주기적으로 여자들을 강간하고 겁탈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신고를 하고 싶었으나 그 관리조차도 그 귀족과 한 통속이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여자들… 그렇게 자신들의 피해를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울분을 삭히다가 그것을 참지 못한 여자들 중 몇 몇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그때 동현이 이 지역으로 순행을 온 것이었다.
동현은 당연히 이 소식을 듣고 노발대발하며 그 귀족들과 그 마을을 다스리는 관리를 잡아오라고 했으며 그와 관련된 친인척 또한 모조리 잡아오게 시켰다.
“이놈들을 당장 잡아와라! 지금 당장! 모조리 말이야!”
“예! 태대막리지! 뭣들 하느냐?! 태대막리지께서 말한 사람들을 모조리 끌고 와라!”
“예! 다들 가자! 모조리 잡아!”
동현의 사자후 같은 외침에 허손과 명령을 받은 군사들은 모조리 관련 귀족들을 잡아들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네 이놈! 네 놈의 죄를 알겠느냐?!”
“태… 태대막리지! 주,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 한 번만! 한 번만 용서해 주시옵소서!”
“용서해달라?”
“그… 그렇습니다! 용서해주시면 무엇이든지 다 하겠습니다!”
죄를 지은 귀족의 말에 동현이 눈을 반짝이며 대답한다.
“분명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했겠다?”
“그… 그렇습니다! 태대막리지!”
“좋아.”
동현이 이렇게 반응하자 죄를 지은 귀족은 조금 얼굴빛이 밝아지는데 동현의 뒤에 한 행동에 의문을 품었다.
까아앙!
“방금 무엇이든지 한다고 했지?”
“그…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거기 있는 칼로 네 팔과 다리를 하나씩 스스로 잘라라!”
“예?!”
“못 들었느냐?! 네 팔과 다리를 하나씩 자르라고! 그럼 살려주겠다고 했다!”
동현의 말에 죄를 지은 귀족의 얼굴이 새파래진다.
“태… 태대막리지! 그… 그것만은…….”
“그걸 못하겠다?”
“그렇습니다! 도저히… 도저히 못 하겠습니다. 그러니 다른 걸로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못 하겠다라… 그렇다는 건 내 명령을 거역하겠다는 뜻이군.”
“태… 태대막리지!”
“나는 분명히 말했다! 네 팔과 다리를 하나씩 스스로 자르면 살려주겠다고 말이다! 네가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말을 해서 기회를 준 것이었지! 헌데 그런 내 명령조차 너는 거역했다!”
“태… 태대막리지!”
“이런 놈은 살려둘 가치가 없지!”
“……!”
“허손!”
“예! 태대막리지!”
“지금 당장 이 놈을 끌어내어 바로 참하라! 아니… 고통 없이 참하지 말고 이 여자들이 느낀 고통을 반이라도 느낄 수 있게 거열형으로 참해라! 알겠느냐?!”
“예! 대막리지!”
거열형.
죄인의 목과 사지를 밧줄로 묶고 소나 말로 하여금 각각 반대 방향으로 당기게 하여 사람의 몸을 찢어 죽이는 형벌이었다.
동현은 약한 여자들을 함부로 건드리고 죽게 만든 귀족들에게 본보기를 제대로 보이기 위해 이처럼 엄한 형벌을 시행한 것이었다.
“아… 아아아악!”
촤아아악!
동현의 명령에 거열형은 진행이 되었고 동현이 끌고 온 말들에 의해 거열형이 집행 되었다.
온몸이 찢겨나간 죄를 지은 귀족.
그 모습을 본 다른 죄인의 귀족들은 벌벌 떨며 두려워한다.
그 모습을 본 동현이 호통을 친다.
“나는! 우리 백성들이 고통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특히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것은 더더욱 싫어하지! 여기 있는 너희들은… 다들 쓰레기들이다!”
……!”
“약자를 괴롭히는 쓰레기들! 그런 쓰레기들은 어찌해야 하겠나?”
“…….”
“대답이 없군. 허손!”
“예! 태대막리지.”
“지금부터 내 말에 대답이 없는 놈들은 바로 목을 치게. 여기 있는 귀족 놈들은 그래도 되는 놈들이니 말이야. 알겠나?”
“예! 태대막리지.”
동현의 명령에 허손은 귀족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포박당한 채 있는 죄인 귀족들에게 무기를 겨누었다.
그 모습을 보자 덜덜 떠는 귀족들.
그런 모습을 보며 동현이 말한다.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바로 대답을 안 하면 내 호위대장이 너희들의 목을 날려버릴 것이야. 그러니 바로 대답하는 것이 좋아. 알겠나?”
“예! 태… 태대막리지!”
“좋아… 거기 너!”
“예! 태… 태대막리지!”
“너 왜 그랬나?”
“예?”
“여자들에게 왜 그랬냐고?!”
“그, 그게…….”
“마지막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지. 제대로 대답해라. 왜 그랬나?”
“그것이…….”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자 동현은 허손에게 눈짓을 준다.
그러자 허손은 바로 그 귀족에게 창을 내지른다.
푸우우욱!
“커… 커어억!”
죄를 지은 귀족이 목이 꿰뚫려 죽는 모습에 다른 귀족들은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지르는데 허손이 그런 모습을 보며 호통을 친다.
“지금부터 내가 벌을 내릴 때 소리를 지르면! 그 자도 목을 뚫어버리겠다! 조용히 해! 태대막리지 말씀에만 대답하고 말이야!”
허손의 호통에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죄 지은 귀족들.
그 모습을 본 동현은 피식 웃더니 죄를 지은 귀족들을 보며 말한다.
“하아… 이놈들… 이놈들을 어떻게 죽일까?”
“……!”
“솔직히 말하지. 여기 있는 남자들은… 모두 사형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말이야.”
“……!”
“여자는 노비가 되겠지. 노비들 중에서도 아주 최하층 노비로 말이야. 난… 백성들을 괴롭히고 제 뱃속만 챙기는 놈들은 아주 싫어하거든.”
동현은 이렇게 말한 후 차가운 미소를 짓더니 허손에게 명령한다.
“허손!”
“예! 태대막리지!”
“선량한 백성들을 괴롭힌 놈들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물론입니다. 태대막리지!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일단 이놈들을 다 처형하되… 죄가 가장 많은 사람들 네 명을 더 추려라! 그리고 그들을 모두 거열형에 처해! 나머지는 모두 베어버리고 말이야! 단! 남자들만 베어!”
“알겠습니다. 그럼 여자들은 태대막리지께서 항상 하신대로 노비들 중 최하층 노비들이 있는 곳으로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해.”
동현이 이렇게 명령하자 다들 자신들을 살려달라고 울부짖는다.
특히 여자들은 자신들은 죄가 없다며 울부짖는데 동현은 그런 여자들을 보며 말한다.
“죄가 없다? 웃기지 말라 그래라! 너희는 남편이 이런 짓을 하고 있다면 말렸어야지! 그리고 이런 짓을 계속 한다면 서로 갈라서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계속 이런 짓을 눈감아 준 것은 너희도 같이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아니냐?! 그러니 용서할 수 없다! 허손! 뭐해?! 얼른 처리하도록!”
“예! 태대막리지!”
그렇게 국내성의 한 마을에 있는 죄를 지은 귀족들은 남자들은 전부 거열형이나 참수가 되었고 여자들은 전부 노비가 되었다.
동현은 그렇게 일을 처리한 후 살아남아 있는 피해자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손을 잡아주며 위로한다.
“미안하구나. 내가 부족해서 구석구석 살피지 못했다. 나를 용서해라.”
“아닙니다. 태대막리지… 흐흑… 이렇게 처리를 해주신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다. 하지만 이렇게 가자니 내 마음이 놓이지 않아.”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더니 피해를 입은 여자들에게 약간의 재물을 나누어주며 말한다.
“이 재물로 앞으로 살아가는데 보태도록 하게. 그리고 이번에 피해를 입은 것들 외에도 피해를 본 것이 있다면 모두 말해줘. 여기 종이를 줄 테니 글을 아는 사람은 여기에다 모두 적게. 글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대신 받아 적고 말이야. 내가 보상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대신 보상하겠네.”
이렇게 동현은 피해를 입은 여자들을 위로했고 진심으로 백성들을 대했다.
동현이 이렇게 백성들을 살피며 순행을 다니자 그 소문이 고구려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고 안 그래도 동현에 대해 칭송했던 백성들이 동현을 더욱 칭송하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