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하여 수나라 정벌하자!-395화 (395/400)

395화 고보장은 고경의 유언장 내용에 따라 동현에게 더 높은 지위를 제안하다.

동현은 고경의 시신을 도성으로 운구할 수 있게 준비한 후 막사 강릉성 안에 있는 관청에서 고경의 유언장을 읽어 본다.

[대막리지. 저 고경입니다. 대막리지 밑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제가 갈 때가 다가왔네요. 대막리지를 더 곁에서 보좌하고 싶지만 정해진 수가 이러니 어쩌겠습니까? 허나 그래도 제가 마지막 가는 길에 몇 가지 조언을 해드리고자 이 글을 남겼습니다. 앞으로 고구려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남기니 잘 좀 봐주십시오.]

동현은 고경의 유언장을 읽으면서 눈물이 앞을 가리는데 애써 참으며 계속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 고구려는 수나라의 하북지방과 중원의 일부, 그리고 형주까지 차지하였으니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닙니다. 예전에 하북 지방을 차지했을 때도 그랬지만 이제는 형주까지 차지했으니 주변의 많은 나라들이 우리와 교류를 하려고 하겠지요. 특히 형주 같은 경우는 주변에 다 뚫려 있고 땅도 매우 비옥한 곳이며 상업이 발달한 곳이라 농업과 상업이 동시에 번영할 수 있습니다. 윗사람이 형주를 잘 다스리게 한다면 말입니다.]

[허나 형주가 워낙 좋은 영토인만큼 암암리에 그 영토를 노리는 인물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가깝게는 손권이 다스렸던 동오 지역에서 싸우고 있는 세력들이 있을 것이며 익주지역의 왕세충도 그 인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일 먼저 형주에 대한 방비를 튼튼히 할 것을 말씀드립니다.]

[허나 그러기 위해서는 형주를 누가 다스리냐가 문제지요. 소인이 판단하건데 형주는 서세적에게 맡기십시오. 이제 그는 대막리지를 보고 완전히 고구려에 충성하고 있고 대막리지께도 충성을 다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다만 서세적 옆에 방현령을 붙여 주십시오. 둘만 있으면 형주 방어와 발전은 정말 쉬울 것입니다.”]

동현은 잠시 잊고 있었던 서세적과 방현령을 언급하는 고경의 말에 내심 감탄하며 계속해서 유언장을 읽어 나간다.

[일단 그 둘만 있으면 형주에 대한 위험 요소는 둘이서 잘 대처를 해 나갈 것입니다. 허나 미리 그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형주에는 더 이로운 법… 현재 태군사와 진행 중인 교주에 있는 독고수덕과 익주의 왕세충을 크게 싸움을 붙이십시오. 하루 빨리 독고수덕에게 반란을 종용해서 말입니다. 우리 고구려가 뒤에서 암암리에 지원을 해주겠다고 하면 독고수덕은 자신을 감시하는 왕세충 무리를 쳐내고 교주를 기반으로 삼아 왕세충에게 반기를 들 것이며 우리 고구려에는 자연히 고개를 숙이고 들어올 것입니다.]

[그때 대막리지께서는 교주의 지배자로 독고수덕을 태왕 바로 밑에 있는 왕으로 인정한다는 사신과 함께 왕의 옥새까지 내려주십시오. 그렇다면 독고수덕은 우리 고구려에 더욱 충성하는 동시에 남쪽에 대한 방패막이가 되어줄 뿐만 아니라 더욱 더 왕세충을 압박해 갈 것입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우리는 형주에 대한 침입을 걱정하지 않고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3년 안에 손권이 다스렸던 동오 지역을 빠르게 병합하시라는 것입니다. 3년이면 우리 고구려는 하북지방과 형주를 기반으로 더욱 더 내실이 튼튼해지고 군사들도 매우 씩씩하고 기상이 높을 테니 이번 형주와 같이 그 지역을 한 번에 들이치십시오. 단… 3년 동안 그들이 계속 싸우도록 하여 힘을 빼놓는 계책을 계속 실행하시면서 말입니다.]

[이대로만 된다면 군사를 한 번만 휘몰아가도 동오 지역을 손쉽게 차지할 수 있으니 고구려는 더욱 강대국이 될 것이며 주변에 건드리는 나라가 더는 없을 것입니다. 뒤에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으나 이제 제 몸이 너무 힘들군요… 다른 일들은 대막리지께서 워낙 영민하시니 잘 헤쳐나가리라 믿습니다. 그럼 소인은 이만 먼저 저승에 가서 대막리지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 때 같이 술 한 잔 기울이시지요. 그럼… ― 좌군사 고경 올림.]

동현은 고경의 유언장 내용을 보고는 다시 한 번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린다.

‘이 사람… 유언장에도 오직 나와 우리 고구려를 위한 걱정뿐이구만. 고맙네. 고경… 내 절대 자네를 잊지 않겠네. 그리고 그 공을 높게 사서 도성에 돌아가면 성대하게 장사를 지내주도록 할 것이야!’

동현은 그렇게 고경과의 옛 일을 잠시 회상하며 마음을 다 잡았다.

며칠 뒤… 동현은 도성인 장안성(평양성)에 도착했다. 본래라면 고보장이 크게 환대를 해야 마땅하나 고경이 세상을 떠났다는 말에 고보장 또한 안타까워하며 옥좌에서 내려와 그 시신이 있는 관을 어루만지며 말한다.

“좌군사. 정말 고생 많았네. 그대는 비록 수나라 사람이었으나 대막리지 말에 의하면 자신이 한 번 모신 주인에게는 절대적인 충성을 다했다고 들었어. 그 주인이 죽은 뒤 우리 고구려로 왔고 말일세. 그리고 대막리지를 도와 많은 공을 세워 우리 고구려의 보탬이 되었지… 비록 이방인이기는 하나 우리 고구려에 들어와 계속해서 큰 공을 세우고 나라의 위신을 세웠으니 이제 그대는 수나라 사람이 아닌 고구려 사람이야. 내가 인정을 해줌세. 그대의 공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야. 아… 그리고 자네 가문은 걱정하지 말게. 내가 살아 있는 한 잘 보살펴 줄 것이니 말이야.”

고보장은 관 앞에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관을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하는데 그 아들인 고덕홍과 집안 식구들이 관에 다가와 오열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에 고보장은 고덕홍에게 다가가 등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그대의 아버지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태왕 폐하… 흐흐흑…….”

“나 또한 대막리지와 함께 그에게 배우는 것이 정말 많았지… 그대의 아버지인 좌군사 고경에게 참으로 감사해하고 있다. 그 덕분에 오늘날의 내가 있으니 말이야.”

“황공하옵니다. 태왕 폐하… 흐흡…….”

고보장은 한 동안 고덕홍의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를 하더니 벌떡 일어나 외친다.

“모두들 듣거라!”

“예! 태왕 폐하!”

“고경은 이제 수나라 사람이 아닌 고구려 사람이다! 수나라에서 우리 고구려에 넘어온 순간부터! 우리 고구려를 위해 큰 공을 세우고 헌신한 사람이니 그만한 대우는 해줘야 할 터! 성대하게 장사를 지낼 것이니 고경의 장례를 치르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

“예! 태왕 폐하!”

“그리고 이번 전쟁에 대한 논공행상은 큰 공을 세운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 자리에서 바로 발표를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나, 좌군사 고경이 하늘로 간만큼 생략하겠다! 대신 내 명령을 관계 부처를 통해 논공행상 내용을 처리할 테니 그리 알라!”

“예! 태왕 폐하!”

“그리고 대막리지는 나와 잠시 할 이야기가 있는 날 따라 편전으로 오게.”

“예. 그리하겠습니다.”

그렇게 고보장은 동현을 데리고 편전으로 가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고생했네. 대막리지.”

“제가 무슨 고생을 했겠습니까? 고생은 수하들이나 군사들이 했지요.”

“자네라면 그리 말할 줄 알았어.”

“황공하옵니다.”

“그나저나… 서찰을 통해서 먼저 봤지만 좌군사는 정말 안 됐네.”

“그렇습니다. 제 밑에서 많은 것을 했습니다. 특히 전쟁 시 많은 조언을 해주었지요.”

“왜 모르겠나? 지금 자네도 속이 말이 아니겠구만. 자네의 한쪽 팔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니 말이야.”

“그렇습니다…….”

“허나 어쩌겠는가? 이리 가버린 것을… 아, 그리고 고경으로부터 유언장도 받았네. 자네도 받았겠지?”

“물론입니다.”

“나도 고경의 조언대로 모든 것을 행하려 한다네. 내 유언장에는 보니… 딱 세 가지만 제대로 하라더군.”

“……?”

“첫째는 백성들의 민심을 살핌과 동시에 귀족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뜻을 밀고 나가라는 것, 둘째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자네에게 꼭 조언을 구하라고 하더군.”

동현은 고경답다는 생각을 하며 물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셋째는 무엇입니까?”

“고경은 이 셋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네.”

“……?”

“자네의 지위를 현재 대막리지 지위보다 더 올리라더군. 지금과 같이 모든 군무와 정무를 주관하면서 말이야.”

동현은 그 말에 매우 놀란다.

“예? 그럼 그것은 저보고 왕이 되라는 소리이십니까?”

“그렇네. 하지만 고경이 이렇게 써 놓았더군. 분명 자네는 거부할 것이라고 말일세.”

“…….”

“그래서 과거 위나라 조조가 위공이라는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새로운 직책을 만들라는군. 이 의미는 자네가 모든 신하들의 위에 있으며 그들에게 지역을 다스리도록 왕에 봉해도 그 왕 자리보다 자네가 더 위라는 뜻이지. 거기다 대외적으로도 번국들의 왕 지위보다도 위에 있는 지위이고 말이야. 쉽게 말해서 우리 고구려의 직위 체계를 볼 때 태왕과 왕보다는 낮으나 제후들에게 봉해지는 왕과 번국들의 왕 자리보다는 자네가 높은 지위이라는 것일세.”

“…….”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치군.”

“솔직히 그렇습니다. 저에게 너무 과분한 직책입니다.”

“내가 볼 땐 아닐세.”

“…….”

“그리고 고경이 틀린 말을 한 것이 아니네. 실제 이 나라에 대한 모든 것은 자네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그에 걸맞은 자리에 앉는 것이 맞아.”

동현은 고보장의 말에 바로 대답한다.

“이미 저는 신하들 중 최고의 직책에 있습니다. 그러니 그 이상의 직책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대막리지.”

“…….”

“현재 우리 고구려는 자네의 힘이 절대적이야. 앞서 말했듯이 현재 자네가 모든 군무와 정무를 다 보고 있고 그 덕분에 백성들도 자네를 칭송하고 있네. 덕분에 나도 말이지.”

“하지만 그리 되면…….”

“무엇을 우려하는지 아네. 이 나라에 군주가 두 명인 꼴로 비춰질 수 있겠지. 하지만 그것은 지금 자네가 대막리지 자리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몇몇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비춰졌을 것이네. 하지만 나라를 운영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지.”

“…….”

“나도 고경과 같이 자네에게 더 높은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그 이유는 여전히 존재하는 불순한 귀족들의 무리들 때문일세.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뿌리 뽑으려면 자네의 절대적인 통치와 큰 상징성이 필요해. 이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자네 밖에 없지.”

“…….”

“그러니 내 뜻을 물리치지 말아주게. 아니… 정확히 말해서 좌군사의 뜻이겠구만.”

동현은 고보장의 말에 대답을 못하자 고보장이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정 고민이 되면 사흘의 시간을 주겠네. 좀 더 고민해보고 내게 말해주게.”

“알겠습니다.”

동현은 그렇게 편전을 나왔다.

편전을 나온 동현은 하늘을 보더니 한숨을 쉬며 중얼거린다.

‘고경 이 사람아… 이런 엄청난 일을 태왕 폐하께 유언장을 통해 말하다니… 자네는 정말 사람을 여러 번 놀래키는군…….’

그렇게 중얼거린 동현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사훈과 이정, 장손무기를 소환하여 오늘 일을 말해주었다.

“예?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네… 이를 어찌하면 좋겠나?”

동현의 말에 세 사람은 눈빛을 교환한 후 바로 대답한다.

“아주 결정이 쉽겠군요. 대막리지. 받아들이십시오.”

“뭐? 이보게. 안 그래도 대막리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모든 군무와 정무를 보는 자리인데다가 이 자리에 앉음으로 인해 나를 권신으로 보는 사람이 많네. 헌데 그 자리에 앉으라고?”

“그렇습니다. 이미 대세가 그러하니까요.”

“…….”

“그리고 태왕 폐하의 말씀대로 대막리지께서는 이미 그런 자리에 계십니다. 이 나라를 태왕 폐하 대신 잘 통치하고 계시지요. 허나 지금 있는 자리는 그저 신하들 중 으뜸인 자리일 뿐입니다.”

“…….”

“현재 고구려는 과거 저 서토의 오랑캐 중 하나인 위나라의 조조처럼 강력하게 통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태왕 폐하께서 말씀하셨듯이 불순한 귀족 무리들 때문이 첫째이며, 또 아직 저 서토는 혼란합니다. 이런 정세에서는 이 고구려를 강력하게 이끌어 나갈 통치자가 필요합니다. 큰 상징성과 함께 말입니다. 그래서 돌아가신 고경 어른께서도 태왕 폐하께 그런 유언장을 남기신 것입니다.”

“…….”

동현이 자신들이 하는 말에 여전히 대답이 없자 세 사람은 계속 설득한다.

“거기다 대막리지께서는 이 고구려가 아직 바뀔 것이 많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자리에 앉으면 더욱 쉽게 이 고구려를 바꿀 수 있습니다.”

“…….”

“태왕 폐하께서도 이미 결심을 하신 사항입니다. 대막리지. 받아들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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