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8화 동현은 계책으로 양양성을 점령하고, 소선은 강릉성으로 도주하다.
연정토와 연수영은 성문 위의 군사들을 모조리 베어버린 뒤 빠르게 성벽을 내려와 성문을 열려했다.
“빨리 열어! 그리고 신호를 보내!”
“예! 장군!”
연정토와 몇 명의 낭자군들이 사주경계를 했고 나머지는 성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성문이 활짝 열리고 난 뒤 한 낭자군은 횃불로 수신호를 보냈다.
“대막리지! 수신호가 왔습니다!”
“오! 그래! 지금 당장 돌격한다! 횃불을 모두 밝히고 개마무사들을 앞세워라! 가자!”
“예! 대막리지! 전군! 양양성으로 돌격한다! 돌격!!”
“와! 와! 와!”
두두두두두!
횃불을 순식간에 밝힌 뒤 개마무사들을 앞세워 양양성의 성문으로 돌격하는 고구려 군.
동현도 같이 말을 몰아가며 외친다.
“적군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이 양양성을 장악한다! 허손!”
“예! 대막리지!”
“너는 관청으로 군사들을 이끌고 가서 소선을 잡아들이도록 해!”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나머지는 항복하는 자들을 제외한 저항하는 모든 적군들에게 자비를 절대 베풀지 말고 모조리 죽여라! 알겠느냐?!”
“예! 대막리지! 이랴! 이랴!”
생각지도 못한 계략에 소선의 군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고구려의 개마무사들에게 쓸려나가기 시작했다.
개마무사들의 말에 치여서 죽는 군사들도 있었고 거침없이 돌격해오는 개마무사들에게 저항하며 무기를 휘두르다가 목이 날아가는 군사들도 있었다.
소선은 관청에서 잠을 청했다가 이 소식을 듣고 매우 놀란다.
“뭐, 뭐라? 고구려 군이?”
“예, 폐하……!”
“어, 어떻게… 물러가고 있지 않았느냐?!”
“저희도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그리고 성 안에 몇몇 고구려 놈들이 숨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 서로 안과 밖에서 협공하여 성문을 열고 들어왔단 말이냐?!”
“그런 듯 보입니다.”
“제기랄! 내 갑옷을 가져오라!”
“폐하! 아니 되옵니다! 지금은 피하셔야합니다! 이미 성문을 돌파하였고 고구려 군이 안으로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이곳으로도 들이닥칠 것입니다!”
“…….”
“폐하! 소신을 따르십시오!”
소선은 군사의 보고에 아랫입술을 피가 날 때까지 깨물며 손을 부들부들 떤다.
그런 반응을 본 군사는 계속해서 재촉한다.
“폐하! 폐하께서 살아계셔야 저 고구려에 반격도 할 수 있는 겁니다! 얼른 소신을 따르십시오! 폐하!”
그 군사의 간곡한 말에 소선은 한숨을 쉬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뒤를 따랐다.
소선은 그 군사를 따라 빠르게 관청을 빠져나갔고 자신만이 아는 양양성의 비밀통로를 통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허손은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소선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 쥐새끼 같은 놈! 무조건 찾아야 한다! 이 놈을 놓쳐선 안 돼!”
“예! 장군! 소선을 찾아라! 달아날만한 곳을 샅샅이 뒤져라!”
허손은 군사들에게 명령하여 이 잡듯이 소선을 찾았다.
하지만 이미 비밀통로를 통해 달아나던 소선은 간신히 쪽배를 타고 강릉 쪽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뒤늦게 그 배가 소선이 탄 배임을 직감한 고구려 군사들은 활을 쏘아서 떨어뜨리려 했지만 이미 소선은 멀어진 뒤였다.
이 소식을 양양성 안에서 듣던 허손은 분노한다.
“제기랄… 대막리지께서 내리신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다니…….”
“모든 것이 소인들을 불찰입니다. 장군. 저희에게 벌을 내려주십시오.”
“그게 어디 너희들 탓인가? 그 놈이 이렇게 빨리 이 양양성을 빠져나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내 책임이지. 너희들은 아무 책임도 없다.”
“장군…….”
허손이 수하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동현이 관청 안으로 들어오며 말한다.
“소식 들었다. 소선이 강릉으로 이미 몸을 뺐다고?”
“예. 도무지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대막리지, 송구합니다. 소인이 좀 더 빨리 움직였어야 하는데…….”
“아니야. 괜찮아. 그토록 빨리 움직여 내뺐다는데 별 수 있나?”
“하지만…….”
“정말 괜찮다. 허손. 그리고 우리의 목표는 형주를 전부 병합하는 것이 아니었나? 오히려 잘 됐어. 강릉을 차지함으로써 형주의 형북 지역을 전부 점령할 수 있을 것이니 말이야. 그때 그 녀석도 생포를 하면 되니 너무 자책할 필요 없다. 그때 네가 꼭 잡아라. 그러면 되지 않느냐?”
동현의 말에 허손이 군례를 올리며 강한 어조로 대답한다.
“소인 허손… 강릉성에서는 반드시 소선을 생포하여 대막리지께 바치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그 자세다! 그나저나 이제 이 양양성 점령은 다 끝냈고 민심을 다독거려야 한다. 이곳을 지킬 병력과 장수가 필요해. 누가 이곳을 지키겠나?”
동현의 말에 누군가 손을 번쩍 들며 대답한다.
“이 고흘중이 양양성을 지키겠나이다!”
“오! 고흘중! 그대라면 안심할 수 있지. 헌데 다른 사람들은 다 전쟁터에 나가 공을 세우고 싶어 하는데… 괜찮겠나?”
“저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이곳을 꼭 제가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그래? 그럴만한 이유가 있나보군?”
“그렇습니다. 이 양양성은 아주 오래전 유표라는 자가 수도로 삼았던 중요한 곳이며 지금은 소선이라는 자가 스스로 황제로 참칭하며 수도로 쓰는 아주 중요한 곳입니다. 그렇다면 분명 대막리지께서 이곳을 떠나셨을 때 소선이 무언가 수를 쓸 것이라는 것이 소인의 생각입니다.”
“그 수가… 이 양양성을 기습 공격하는 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대막리지.”
“음… 그래. 일리가 있어. 지금 계속해서 밀리고 있으니 전세를 바꾸기 위해서는 이 양양성을 기습 공격하여 다시 자신들의 영토로 되찾는 것도 한 방법이지. 만약 그것이 성공하여 이 양양성을 다시 탈환하면 우리 보급로도 차단할 수 있고 말이야. 그래. 아주 일리가 있다. 좋아. 고흘중. 자네에게 이 양양성의 수성을 맡기겠네. 군사는 얼마나 필요하겠는가?”
동현의 말에 고흘중이 세 손가락을 펼치며 대답한다.
“3만이면 충분합니다.”
“3만? 3만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보게. 고흘중. 아무리 자네가 수성에 능한 것은 알지만 3만은 너무 적네. 적어도 5만은 되야 하지 않나? 이 양양성은 큰 성이야.”
“소인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3만을 요구했다고?”
“그렇습니다. 대막리지. 소인이 이곳에 들어오면서 수하들에게 이곳저곳을 제대로 파악하게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으음…….”
“이 양양성은 성곽이 매우 튼튼하며 깊은 해자가 있어서 수성에 매우 유리한 성입니다. 그러니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틈이 보이는 곳마다 연노와 투석기도 배치할 것입니다.”
“음? 투석기까지?”
“그렇습니다. 대막리지.”
“어떤 방식으로 막을지 이미 대책이 나왔나보군. 그대의 머릿속에서 말이야.”
“그렇습니다. 대막리지.”
“그것을 내게 좀 들려줄 수 있나?”
동현의 말에 고흘중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양양성을 수성할 것인지 설명해주었다.
그 설명을 모두 들은 동현은 크게 웃는다.
“하하하! 고흘중 그대의 설명을 모두 들으니 내 마음이 다 편해지는군. 좋아! 그럼 3만의 군사를 줄테니 이곳을 수성하게!”
“감사합니다. 대막리지.”
“그리고 만일에 대비하여 파진포도 몇 개 두고 가겠네. 정말 힘든 상황일 때 쓰도록 해.”
“알겠습니다. 대막리지.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동현은 빠르게 군사를 정비한 후 군사들을 하루 동안 푹 쉬게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럼 고흘중. 부탁한다.”
“예. 대막리지. 꼭 모든 형주 땅을 병합하고 돌아오십시오.”
“그리하겠네. 자… 가지. 사훈.”
“예. 대막리지.”
동현은 고흘중을 격려해주고는 강릉성으로 가기 위해 길을 재촉했다.
“헌데 말이야.”
“……?”
“소선이 배를 타고 도망쳤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배를 타고 건너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닙니다. 대막리지. 이 양양성에서 강릉성으로 가는 길은 배를 타지 않고 가는 길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
“예. 길이 좁기는 하지만 그 길을 통하면 강릉으로 바로 향합니다.”
“그렇군. 헌데 소선은 그 길로 도망치면 될 것을 왜 배로 갔단 말인가?”
“아무래도 배를 통해 강릉으로 가는 것이 거리가 짧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거리가 짧다?”
“예. 대막리지. 배를 타고 건너가는 것과 우리가 육지를 통해 강릉성으로 가는 것은 하루에서 하루하고도 반나절 차이가 납니다.”
“허어… 나는 전혀 몰랐군.”
동현은 이송의 말에 전혀 몰랐다는 듯 매우 놀라며 길을 재촉했다.
그리고 며칠 뒤.
“강릉성이 보입니다! 대막리지!”
“그래. 이번에는 소선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전군은 강릉성을 물샐틈없이 포위하라!”
“예! 대막리지!”
동현의 명령이 떨어지자 고구려 군사들은 일제히 강릉성을 포위했다.
그 모습을 소선이 보고는 한숨을 쉰다.
“하아, 이렇게 쉽게 양양성을 내어주다니…….”
“모든 것이 소신의 불찰입니다. 폐하. 소신의 그릇된 판단으로 적이 완전히 물러갔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니다. 나도 물러갔다고 확정지었다. 그리고 고구려 놈들이 미리 안으로 들어와 있을 줄 누가 알았겠나? 네 잘못이 아니니 너무 자책하지 말거라.”
“황공하옵니다. 폐하…….”
“그나저나 걱정이군. 이 강릉성도 방어에 좋은 성이기는 하나 양양성 보다는 아니다. 그리고 적군의 병력은 우리보다 훨씬 많아…….”
“그렇습니다. 그리고 양양성에 있던 10만의 군사 중, 3만의 군사만이 이 강릉성으로 왔습니다. 폐하.”
“하아… 그렇다면 기존 강릉성에 있던 군사까지 합하면 5만인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강릉성에 있던 2만은 최정예 군사들이 아닙니다.”
“그래. 나도 안다. 그래서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10만의 군사로 양양성을 반드시 지켜낸다는 각오로 이번 전쟁에 임했는데… 그것이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어. 하아…….”
소선이 연거푸 한숨을 쉬는데 신하가 옆에서 무언가 생각난 듯 침통한 표정으로 말한다.
“폐하, 한 가지 큰 문제점이 더 있습니다.”
“음? 그것이 무엇이냐?”
“이 강릉성에 군량이… 3달치가 다입니다.”
“뭐라? 어째서 그것 밖에 없는 것이냐?”
“일전에 폐하께서 양양성으로 군사들을 동원함과 동시에 많은 군량들을 양양으로 모으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군량이 3달치 밖에 없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장기전에 돌입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고 양양성에서 오래 버텨야 한다 하셔서 양양성으로 다 보냈었습니다.”
“…….”
“그곳에서 오래 버텨주면 이 형주는 워낙 물산이 풍부한 곳이기에 다른 성들도 남은 군량으로 백성들과 군사들을 충분히 먹이고 버틸 수 있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리고 버티면서 스스로 자생이 가능하니 문제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헌데 양양성이 점령당하는 바람에…….”
신하의 계속된 말에 소선이 손을 내밀며 말을 끊는다.
“그만 하라. 알았으니…….”
“예, 폐하.”
“하아… 다른 성들에도 그럼 3달치 정도의 군량이 남아 있는 것이냐?”
“그렇다합니다. 다만…….”
“……?”
“그 쪽 인구수에 비례한 군량이라 합니다.”
“인구수에 비례한 군량이라면…….”
“무릉의 경우에 주둔한 군사가 1만에 백성들의 수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3달치 군량입니다. 헌데 그 쪽 군량 1달치를 이 강릉성으로 가져온다면…….”
“수가 많아서 택도 없다는 소리구만.”
“그렇습니다.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곳이라면… 장사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렇겠지. 그곳은 워낙 무역이 활발한 곳이니 말이야.”
“옳은 말씀이십니다. 일단 장사에 연통을 해보겠습니다.”
“아니야. 지금은 방법이 없다. 저렇게 포위한 마당에 전령이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냐?”
“그럼 방법이…….”
신하의 말에 소선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지금으로서는 저들이 단단히 포위한데다가 양양성을 점령해 기세가 너무 높다. 그러니 우리는 수성을 하면서 일단 저들의 기세가 누그러질 때까지 기다리며 버텨야 한다. 그 뒤에 전령을 보내든지 해야 해.”
“으음… 알겠습니다.”
“일단 군사들에게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라고 하고 누구도 내 명령이 있을 때까지 현재 위치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해.”
“예. 폐하!”
그렇게 소선은 강릉성에서 버티기 작전에 들어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