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7화 연수영과 연정토, 양양성 안으로 침투하여 동현의 작전을 실행하다.
동현은 며칠간 위장공격을 하며 양양성에 있는 소선을 완벽하게 속이고 있었다.
“이제 오늘이 위장 공격 마지막 날이군.”
“그렇습니다. 대막리지. 거기다 우리 군의 군기가 흐트러진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였으니 저들의 사기가 더욱 살 것입니다. 하루가 지나 우리가 천천히 물러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저들이 미끼를 물 것 같습니다.”
“나도 그리 생각하네. 그나저나 준비는 다 된 것인가?”
“물론입니다. 대막리지.”
“음… 마음이 아프군.”
“……?”
“위장 공격이라 해도 우리 군의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니 말이야.”
동현의 말에 사훈이 앞에 높인 술 한 잔을 마시며 대답한다.
“대막리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래, 그건 그렇지…….”
“대막리지께서는 지금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군사들을 위해 새로운 갑옷까지 만드시지 않았습니까? 그 덕분에 군사들의 피해도 훨씬 적습니다. 아주 미미한 정도의 피해니 이 정도는 마음을 굳게 먹으시고 흔들리지 마십시오.”
“…그래. 자네 말이 맞네. 난 절대 흔들리지 않아. 다만, 마음이 너무 아프다는 것이지.”
“…….”
“아무튼 내일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니 장수들에게 말하여 마음을 놓지 말라고 해.”
“알겠습니다. 대막리지.”
사훈은 그렇게 동현의 명령을 받고는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다음 날, 동현과 고구려 군은 의도적으로 양양성에서 화살을 미치지 않은 거리에서 빈틈없이 포위하던 군사들을 더 뒤로 물렸다.
그 모습을 소선이 양양성에서 보고는 의아하게 여겼다.
“음? 왜 군을 물리는 것이지? 그리고 물러나려면 물러날 것이지 왜 군을 훨씬 물려서 주둔하고 말이야.”
“폐하. 어리석은 소신의 생각으로는 아마 본국에 문제가 생겨서 물리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본국에?”
“예. 폐하.”
“그렇다면 군을 바로 물려야지 저기서 주둔시킬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것은 아마 저희들이 기습 공격을 할까봐 그런 듯합니다.”
“기습을?”
“예. 폐하. 모름지기 병법에 있어서 적들을 공격할 때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은 후퇴하는 군사들을 추격하여 섬멸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제가 보았을 때 저들도 그것이 두려운 것이겠지요. 군사들이 우리보다 훨씬 많다고는 하나 뒤를 공격당하면 많은 군사를 잃게 되니 말입니다.”
“음… 과연. 일리가 있도다. 그럼 한동안 계속 이 성을 지키면 되겠군.”
“그렇습니다. 저들은 분명 내일이 되면 군을 또 뒤로 물릴 것입니다. 천천히 물러나는 것이지요. 그러니 저희는 저들이 완전히 물러가는지 확인을 한 뒤 그 때 우리도 정상적으로 되돌아가면 될 것입니다.”
한 신하의 말에 소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다.
“그래. 자네 말이 옳은 것 같군. 헌데 저들이 다시 오지 않을까?”
“물러가고 난 뒤부터는 이제 대비를 충분히 해 놓으면 될 것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우리 영향력 아래에 있던 남양과 신야, 번성을 잃었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후우, 어쩌겠는가? 거기까지는 우리 군 여력이 안 되는 것을… 그래도 다행인 건 이 양양과 강릉, 그리고 형남 4군이 모두 우리 영토라는 것일세. 이 지역들을 우리가 지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야. 그러니 이제 저 고구려 군의 침입에 대비를 하면서 한동안 계속해서 내실을 다질 것이다. 그렇게 해서 힘을 키운 후… 타 지역을 점령한 뒤 저 고구려에 맞설 것이야! 그래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렇게 소선은 한 신하의 말에 의해 고구려 군이 완전히 물러갈 것으로 생각했다.
며칠 뒤, 고구려 군이 계속해서 군을 물려서 점점 거리가 멀어지자 소선이 명령한다.
“이제 저들 대부분이 물러날 것 같으니 평시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계속 백성들을 성 안에만 가두어 놓을 수 없지 않은가? 그러니 이제 전시 상황을 해제하고 평시로 돌아간다. 이제 모두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라고 하라!”
“예! 폐하!”
그렇게 소선이 명령하자 드디어 양양성의 성문이 다시 열렸다.
그러자 성 외곽에 있던 백성들이 성 밖으로 나와 자신들이 살던 곳으로 돌아갔고 다시 생업에 종사하기 시작했다.
그 때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몇몇 사람이 있었으니…….
“이 녀석들… 완전히 방심하고 있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대막리지의 말씀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군.”
“그렇습니다. 평시로 돌아간다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 했습니다.”
“맞아. 대막리지께서는 은밀하게 사람을 밖으로 보내 식량을 더 안으로 들일 것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더 수월해지겠군.”
“그럴 것 같습니다. 주막 하나를 잡은 뒤에 날이 어두워지면 행동을 시작하면 될 것 같습니다. 여대장님.”
“그래. 참, 정토 오라버니는?”
“반 시진(약 한 시간)뒤에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막리지 밑에서 종군하며 왔다갔다하는 시간을 계산해 봤을 때 말입니다.”
“오라버니와 만날 장소는 정했느냐?”
“예. 저희가 미리 이곳 소식을 전했으니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안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그 때 접선을 한 뒤 주막에서 방을 잡고 이야기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 알았다. 우리 낭자군은 이번 전쟁이 첫 참가인만큼 스승이신 대막리지를 도와 반드시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공을 세워야 한다. 알겠느냐?!”
“예! 여대장님!”
여대장의 정체는 연개소문 집안의 막내이자 여자인 연수영이었다.
동현은 연수영의 능력이 여자들 중에서 범상치 않음을 알고 고보장에게 요청해 낭자군을 창설하게 했다.
그리고 연수영을 처음 창설된 직책인 낭자군을 이끄는 여대장으로 임명했다.
연수영은 자신의 군사들이 여자들만의 군사들로 꾸려져 있는 것을 정식 군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매우 놀라는 한편, 동현에게 매우 감사해 했다.
‘스승님께서 없으셨다면 이 일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스승님께서 나를 믿고 맡겨주신 만큼… 오늘 임무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
연수영은 이번 양양성을 점령하는데 자신이 반드시 큰 역할을 해내겠다는 다짐을 하며 양양성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주막 하나를 빌려 방 안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며 때를 기다린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수영아. 나다.”
“아… 예! 오라버니! 들어오세요.”
수영의 허락에 연정토가 방 안으로 들어오며 묻는다.
“그래. 준비는 다 되었느냐?”
“예. 오라버니. 대막리지의 명령을 받아오셨습니까?”
“그래. 여기 받거라.”
연정토가 한 서찰을 건네자 연수영은 그 서찰의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본다.
[수영아. 네가 보낸 정보를 잘 받았다. 네 덕분에 일이 쉬워지겠구나.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일이 잘 되든 안 되든 네가 맡은 바 임무를 끝내면 빠르게 몸을 빼도록 해라. 알겠지? 그럼 이제 네 임무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하마.]
[내가 임무 중에 꼭 식량 창고와 무기고에 불을 지르라고 했었는데 지금 그곳이 전시가 아닌 평시로 풀렸다 하니 양양성 안의 식량 창고와 무기고를 미리 알아두기가 쉬울 것 같구나. 되도록 그 두 곳을 미리 알아두도록 하는 것이 좋겠어. 그래야 그곳에 불을 질렀을 때 미리 동선을 파악하고 적군과 불필요한 충돌은 피하면서 혼란한 틈을 타 성문을 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네게 임무를 주기 전에 말했지만 모두 다 불을 지르고 성문을 연 뒤에는 횃불을 밝혀서 내가 알려준 수신호를 횃불로 보내라. 알겠느냐? 다시 말하지만 이 일이 잘 되든 안 되든 빠르게 몸을 빼거라. 네 무예 실력은 알지만 혹시나 네가 다칠 수도 있는 경우를 생각한 것이니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그럼 일을 모두 마치고 보자. 다친 곳 없이 무사히 귀환하기를 내가 기도하마. ―대막리지 김동현.]
연수영은 동현의 서찰을 받고는 투덜거린다.
“칫! 스승님은 나보고 빨리 몸을 빼래. 난 이제 어린 애가 아닌데 말이야.”
“스승님이 다 너를 걱정하셔서 말씀하신 것이 아니냐? 그리고 넌 성격이 불 같아서 상승세를 탄다 싶으면 욕심이 과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았지. 개소문 형님께서도 너의 그런 점을 지적하지 않았느냐?”
“아, 오라버니! 그 이야기가 왜 나옵니까?!”
“크흠! 아무튼 스승님 말씀을 잘 유념해라. 맡은 바 임무만 잘 마치면 되는 거야.”
“알겠어요. 오라버니…….”
“그럼 나도 국밥 한 그릇 한 뒤에 다른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으마. 시간이 되면 내게 알려 주거라.”
“예. 오라버니. 그렇게 할게요.”
그렇게 연씨 남매는 때가 되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흐른 후 사경(새벽 1시 ~ 3시)쯤 되었을 때.
드디어 연씨 남매와 낭자군들이 한 방에 모였다.
“모두 복면은 제대로 했겠지?”
“예. 여대장님.”
“좋아. 각자 10명씩 찢어진다. 오라버니께서는 저희 쪽에서 식량 창고와 무기고에 불을 질러 큰 불이 일어나면 분명 성 안에 큰 혼란이 일어나고 군사들도 불을 끄기 위해 많은 군사들이 모일 테니 그 틈을 타 양양성의 성문 위에 있는 군사들을 제압하고 성문을 여십시오. 그리고 수신호를 보내면 스승님께서 움직이실 겁니다.”
“그래. 알았다. 내 걱정은 하지 말거라.”
“그럼 지금 바로 움직이지요.”
그렇게 연수영과 그 수하들은 10명씩 찢어져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때 동현은 군을 물렸다가 다시 군을 진군시키고 있었다. 계속 군을 물리는 모습을 보였다가 연수영이 일을 할 시간에 맞추어 빠르게 군을 진군시킨 것이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도착입니다. 대막리지.”
“좋아. 그럼 전방에 횃불 한 개에서 두 개만 키고 군을 진군시켜라. 우리의 모습이 저들에게 눈에 띄어서는 안 될 것이야.”
“예! 대막리지!”
동현의 말에 횃불을 들고 있던 대부분의 군사들이 횃불을 끈다.
그리고 전방에 한 두 개의 횃불에만 의지해 군사들을 진군시켰다.
“다 왔습니다. 이제 여기서 소식을 기다리면 될 듯합니다.”
“음… 좋아. 이제 앞에 있는 횃불을 끄도록 해.”
“예, 대막리지! 횃불을 모두 끄거라.”
“예!”
동현의 명령에 모든 군사들이 횃불을 껐다.
모든 횃불이 꺼지자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동현은 끈기 있게 성 안에 침투한 자신의 수하들의 신호를 기다린다.
“음?! 대막리지! 연수영 여대장이 식량 창고와 무기고에 불을 지르는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저거 불길 아닙니까?”
“그래 보이는구나. 그렇다면 이제 연정토가 곧 성위의 군사들을 제압한 뒤 성문을 열겠군 그래.”
“예. 계획대로라면 그렇습니다.”
“으음… 혹시 모르니 사훈. 네가 궁수들 한 50여명만 데리고 성문 앞으로 은밀하면서도 빠르게 다가가게. 성문 위에서 이동을 안 한 군사들이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으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대막리지.”
사훈은 명령을 받자마자 궁수 50명을 이끌고 은밀하면서 빠르게 이동했다.
그 때 연정토는 성 안에서 불이 크게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는 계획대로 성문이 있는 성벽 위에 오르고 있었다.
바로 성문을 열 수도 있었지만 성문을 바로 열게 될 경우 바로 성벽 위의 군사들에게 발각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그들을 모두 제거를 하고 성문을 열려 했던 것이다.
“음? 누구냐?!”
휘이이익!
푸우욱!
“커어억!”
휘이익!
푸욱!
“끄… 끄억……!”
성문 위에 있던 군사들이 누구냐라고 외치기 무섭게 연수영의 수하인 낭자군들은 품 안에 있던 단도를 적군의 목과 얼굴에 던져 순식간에 제압한다.
그런데 그 때.
주변에 있던 군사들이 소리를 듣고 달려오는데 연정토가 외친다.
“저 4명만 없애면 성문을 열 수 있을 것 같다. 모두 불을 끄러 간 것 같으니 빨리 처치해라!”
“예! 장군!”
연정토의 명령에 낭자군들은 단검을 꺼내며 군사들에게 달려들었다.
휘이익! 휘익! 휘익!
푸슈슈슈슈! 푸슈슈슛!
“끄… 어어억!”
낭자군들의 단검이 화려하게 놀려질 때마다 성문을 지키던 소선의 군사들의 목에서 피분수가 솟구치더니 군사들이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진다.
그렇게 모두가 쓰러진 것을 확인한 낭자군들.
낭자군들은 연정토에게 성문의 군사들이 모두 쓰러졌음을 알린다.
“모두 쓰러졌습니다!”
“좋아. 지금 빨리 성문을 연다! 다른 성문에서 눈치를 채고 오면 안 되니 말이야. 빨리 성벽을 내려가자!”
“예! 장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