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3화 동현, 군율을 어긴 군사를 엄히 처벌하고 고보장에게 형주 지역 병합을 청하여 직접 출진하려 하다.
동현은 고장묘 수하들의 반응에 무언가를 눈치 채고는 더욱 강하게 그들을 압박한다.
“바른대로 고하거라! 이게 어찌 된 일이냐?!”
“그게…….”
군사들이 강한 압박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자 이번에는 고장묘가 재촉한다.
“얼른 대막리지께 말씀드리지 않고 무엇 하는 것이냐?!”
“아… 알겠습니다. 사실 저희 네 명이 여기 제 후임들에게 잠시 경계를 맡기고 저잣거리로 나갔었습니다.”
“저잣거리로 나가다니? 설마… 여자를 끼고 술을 마시며 놀았다는 이야기인가?!”
“소… 송구합니다. 오늘 딱 하루였습니다.”
동현은 군사들의 말에 불 같이 화를 낸다.
“고장묘라 했느냐?!”
“예! 대, 대막리지!”
“네놈은 이런 보고를 받은 것이냐?!”
“아… 아닙니다. 소장은 처음 듣습니다.”
“그럼 이런 일을 보고도 하지 않고 저들이 마음대로 근무지를 이탈한 것이군! 아닌가?”
“마… 맞습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근무 중에 근무지를 이탈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자를 끼고 술까지 마셔?! 여봐라! 저 네 놈을 지금 바로 끌어내서 참하라!”
동현이 명령하자 네 명의 군사들이 땅에 머리까지 박으며 잘못했다며 빈다.
그 모습에 고보장이 앞으로 나와 말한다.
“너희가 그곳을 지키는 것은 의무였느니라. 비록 상대의 수가 매우 많았으며 너희는 고작 두 명이었다고는 하나 그 위치만 지켰으면 그들이 그곳을 지나는 것을 무조건 발견할 수 있었을 터…….”
“…….”
“너희가 죽었더라도 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에 우리가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헌데 너희들의 근무지 이탈로 오늘날과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만약 방비를 하고도 내가 죽었다면 적을 칭찬해야 하는 일이나 오늘 같은 경우에는 너희들의 근무지 이탈로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이는 군법상 참형에 해당하는 법! 그러니 참해도 할 말 없다. 대막리지! 무엇하는가?! 참하게!”
“예! 태왕 폐하! 뭣들 하느냐?! 끌고 가라!”
“예! 대막리지! 끌고 가!”
“사… 살려주십시오! 태왕 폐하!”
“잘못했습니다! 대막리지!”
네 명의 군사들은 허손 밑에 있는 군사들에 의해 질질 끌려갔다.
그러자 여섯 명의 군사들이 남게 되었는데 그들은 지금의 상황에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그런 여섯 명의 군사들을 보며 동현이 묻는다.
“너희는 선임들이 저렇게 했으면 당장 십장에게 보고를 했어야지, 왜 하지 않은 것이냐?!”
“그게… 십장에게 말을 해서 알게 되면 자신들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절대 말하지 못 하게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만약 저희가 말을 할 경우 처벌이 끝난 후 돌아와서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 하여 저희는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동현은 여섯 명의 군사들 말에 한숨을 쉬며 말한다.
“하아… 애들아.”
“예! 대… 대막리지!”
“나와 대모달이 항상 말하던 것을 기억하느냐?”
동현의 말에 군사들이 바로 대답한다.
“물론입니다. 근무를 성실하게 서거나 성과를 내는 자에게는 두 배의 보상이 돌아간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는 가차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랬지.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을 텐데?”
“그게… 저희가 움직이고 무언가를 시작하려할 때 있어서 무조건 윗사람에게 보고를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잘 아는구나. 헌데 그런데도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죄송합니다. 대막리지. 하지만 저희가 이렇게 반응한 이유는 십장께서 저희의 의견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않으실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십장께서는 이제 저희와 같은 말단 군사 생활에서 막 벗어난 군사 분이 아니십니까? 그랬기에…….”
“그래서 묵살을 당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 그렇습니다.”
“말은 잘하는구나. 그렇다면 또 하나 묻지. 끌려간 선임들이 일단 너희에게 경계를 맡기고 그 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했다. 그렇다면 너희는 무엇을 했느냐?”
“그… 그게…….”
“……?”
“선임 분들이 막무가내로 말하고 나가셔서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동현은 군사들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그렇다면 너희도 근무태만이군.”
“예?”
“그렇지 않느냐? 지금까지 너희가 말한 것과 좀 전에 말했던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말이다. 우리 군의 보고 체계는 너희도 알다시피 유동 인원이 있을 때나 무언가 일을 하려할 때 보고가 필수적으로 하게 되어 있는 체계다. 헌데, 경계 근무를 서는 것에 대해 일단 선임들이 너희에게 말을 하고 나갔으니 너희가 근무를 서야하는 것 아닌가?”
“……!”
“그런데 근무도 서지 않았으니 근무 태만이라는 이야기지. 쉽게 말해서 앞서 목이 달아난 너희 선임과 너희가 다를 것이 무엇이 있냐는 말이다!”
동현의 말에 여섯 명의 군사들은 깜짝 놀라 앞선 군사와 같이 땅에 머리를 박으며 대답한다.
“저희는… 선임들의 명령에 그저 따랐을 뿐입니다! 대막리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본래 저희 근무시간이 아니라서…….”
“아… 아니 살려주십시오! 저희의 생각이 미처 거기까지 미치지 못 했습니다!”
여섯 명의 군사들이 계속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자 동현이 강한 어조로 말한다.
“잘 듣거라! 너희에게 보고 체계가 있는 것은 너희 같은 말단 군사들을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헌데 그것을 너희 스스로 해결하려 하다 보니 이번에 탈이 난 것이야! 다시 말하지만, 앞으로는 너희 스스로 판단해서 함부로 행동하지 말아라. 무엇이든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보고 체계를 확실하게 갖춰서 윗선에 물어보라는 소리다. 알겠느냐?”
“예. 대… 대막리지.”
“일단 이 일에 대해 너희들에겐 앞선 네 명과 같이 목을 치지는 않을 것이다. 허나, 앞서 말했던 것처럼 보고 체계를 무시하고 너희 스스로 모든 걸 해결하려 했던 점과 근무 태만을 들어 그믐(30일) 간의 근신과 한 달 분의 녹봉 지급을 하지 않을 것이며 태형 20대를 명한다. 뭣들 하느냐?! 끌고 가라!”
동현의 명령에 군사들이 여섯 명의 군사들을 끌고 간다.
여섯 명의 군사들은 태형까지 맞는다는 말에 기겁을 했지만 이미 동현에게 내려진 명령인지라 어찌 할 수 없었다.
동현은 그들이 시야에서 어느 정도 사라진 뒤 십장인 고장묘에게 말한다.
“이보게. 십장.”
“예… 예! 대막리지.”
“자네도 밑에 사람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죄가 있다. 이런 일이 생기고 방치하면 나중에 그것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조직은 물론 나라에까지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알고 있겠지?”
“무… 물론입니다. 대막리지.”
“잘 안다니 다행이군. 그렇다면 내가 내린 처벌도 받아들일 수 있겠어. 자네에게는 근신 60일과 더불어 60일치의 녹봉 지급을 금지할 것이네. 앞으로는 밑에 사람을 더욱 잘 챙겨서 오늘과 같은 일이 없도록 하게. 알겠나?”
“예, 대막리지.”
“가보게. 아, 오늘 처형이 되어 빈 네 명은 좋은 군사들로 선발하여 자네 밑으로 넣어줄 것이니 그리 알고. 그리고 한 동안 이곳의 경계는 다른 조에게 맡길 것이야. 오늘 여섯 명 다 태형을 맞게 되면 자네 밑에 경계를 설 군사들이 하나도 없으니 말이야.”
그렇게 동현은 고장묘에게 말을 하고는 물러나게 했다.
그 모습을 고보장이 옆으로 다가와 말한다.
“참으로 명쾌한 판결이었소. 대막리지.”
“과찬이십니다. 태왕 폐하. 그리고… 따로 올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해보게.”
“오늘날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현재 군의 기강이 해이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군사들에게 크게 다시 한 번 교육을 함으로써 군사들의 해이해진 정신력을 잡아주십시오.”
“으음… 하긴, 요즘 따라 하북 지방을 제외하고 후방에 있는 군사들은 전쟁이 많이 없어져서 헤이해지긴 했지. 그래. 자네 말대로 하겠네.”
“황공하옵니다.”
그렇게 동현의 제안을 고보장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군사들은 오늘날과 같은 일로 인해 네 명의 군사가 목이 달아났다는 소리를 듣고는 매우 놀라며 대대적으로 다시 한 번 교육하는 것을 더욱 더 열심히 듣고 맡은 바 임무를 다하려 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 덧 2년의 시간이 흘러 625년이 되었다.
동현이 55살이 되던 해였는데 이때까지도 옛 수나라의 영토였던 곳에서는 여러 군웅들이 일어나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동현이 실행한 계책도 성공을 거두어 기존의 역사보다 더 많은 군웅들이 일어나 더욱 더 혼란해졌다.
이밀은 여전히 대흥성(장안성)과 동도(낙양)를 기반으로 예전 한나라 혼란기 군웅할거 시대에 마등이 다스리던 양주 지역의 서량까지 점거하고 있었고 왕세충도 익주 지역에서 여전히 세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리고 한중을 차지하기 위해 이밀과 서로 밀고 밀리는 싸움을 하는 중이었는데 이 싸움은 몇 년간 승자가 가려지지 않아서 결국 나중에는 서로 휴전을 하자고 제안을 했을 정도였다.
이밀은 북서쪽 지역과 대흥성, 동도를 점거한 채 큰 영토를 가지게 되었고 왕세충도 익주 지역 대부분을 점거해 큰 세력을 갖추게 되었지만 도무지 결판이 나지를 않았다.
거기다 싸움이 길어지니 그 나라의 국력을 지나치게 소모하게 되어 내부에서 반란까지 일어나게 되는 상황.
그 상황을 알고 있던 동현은 그들을 은밀히 지원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힘을 더더욱 갉아먹게 했다.
그리고 이것은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두건덕과 두복위, 임사홍 또한 여전히 치열했고 이 밖에 지역은 계속해서 또 다른 군웅들이 일어나며 더욱 혼란해졌다. 서토의 이런 모습을 본 동현은 결심했다.
‘이제 영토를 더 넓혀야겠다. 군사를 크게 일으킬 기회는 지금뿐이야!’
동현은 큰 결심을 하고는 한 동안 방 안에서 나오지 않고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며칠 후, 동현은 무언가를 고보장에게 올렸다.
“이건… 출사표가 아닌가?”
“그렇습니다.”
“움직이겠다는 것이구만.”
“그렇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형주 지역을 치려합니다. 듣자하니 허도를 우리가 차지한 이후 소선이라는 자가 형주의 양양과 신야는 물론이고 다른 지역도 넘보고 있다고 하는군요. 그러니 그들이 자리를 잡기 전에 제가 직접 나서서 형주 지역을 치려합니다.”
“형주라… 형주라면 아주 옛날에 유비가 익주로 들어가기 전 본거지로 삼았던 곳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곳은 아주 물산이 풍부한 곳이므로 우리가 현재 차지하고 있는 하북 지방 못지 않은 곳이지요. 그러니 그곳만 차지한다면 많은 군웅들이 우리 고구려로 넘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계획이 모두 선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윤허하겠네. 장수들에 대한 선발은 자네에게 일임하겠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군사는 얼마나 데리고 갈 것인가?”
“30만입니다.”
동현의 말에 신하들은 술렁거린다.
여태까지 아무리 군사가 많아도 고구려에서 30만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군사는 생전 처음 듣는 규모이기 때문이었다.
“대막리지. 지금 30만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네. 왜 그런가?”
“너무나 엄청난 규모여서 말입니다. 혹시나…….”
“아, 무엇을 염려하는지 아네. 수나라의 양광과 같은 전철을 밟을까봐 그러는 것이 아닌가?”
“그… 그렇습니다.”
“자네들의 걱정을 알기에 30만만 최정예로 선발한 것이라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 우리 고구려에 마음먹고 전군을 동원하면 군사를 얼마나 동원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음… 한 40만에서 50만쯤 되지 않겠습니까?”
동현은 한 신하의 말에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그것보다 훨씬 많은 80만을 동원할 수 있네. 무리를 한다면 100만까지도 가능하지.”
“……!”
“이 30만은 형주뿐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도 점령할 수 있는 딱 적정 숫자일세. 그리고 이 군대는 정말 최정예들 중 최정예로 선발을 했지. 그러니 국력이 지나치게 소모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일세. 그 선에 딱 맞추어서 준비를 했기 때문에 말이야.”
“어… 어떻게 그 많은 군사를 동원할 수 있게 된 겁니까?”
“자네들도 알지 않나? 우리는 서토에서 물산이 풍부하다는 하북 지방 전역을 차지했네. 거기다 몇 년 전 백제까지 병합했지. 거기다 풍년까지 들었다네. 그 덕분에 군량미는 넘쳐나지. 그리고 태왕 폐하의 선정으로 인해 백성들이 하나같이 칭송하니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형주를 치겠는가? 아니 그러한가?”
동현의 말에 신하들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