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2화 백제 무왕은 고보장에게 삼배구고두레를 행하고, 고보장은 자객에게 갑자기 공격당하다.
백제 황실 식구들의 여자들이 크게 울부짖으며 무왕에게 소리치자 무왕은 마음속에 품어두었던 희망을 지워버렸다.
결국 결정을 내린 무왕은 어렵게 입을 뗀다.
“소인 부여장… 잘못하였습니다.”
“그래?”
“예…….”
“잘못한 것을 정말 아는 것인지 궁금하군.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을 했지?”
“신라를 계속해서 공격하여 저희 백성들을 계속해서 전쟁으로 밀어 넣었으며… 무엇보다도 시류를 잘못 파악하여 오늘날과 같이 되었으니 큰 잘못입니다.”
“알긴 아는군. 허나 한 가지가 더 있다.”
“……?”
“모르는 것 같으니 내가 알려주지. 네가 한 가장 큰 잘못은 시류를 잘못 읽은 것이 매우 크나 그에 앞서서 너의 그 고집이 큰 문제다.”
“…….”
“너의 고집으로 인한 야망 때문에 너는 백제를 파멸의 길로 이끌었지. 너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 때를 기다렸다면 오늘날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주변 사람들 말을 잘 경청해서 행동하는 것이 필요한데 너에게는 그런 것이 거의 없었지. 그로 인해 나라가 기운 것이고 말이야. 앞으로 이 말을 명심해라. 네가 이것을 고치지 않는 한 너는 앞으로도 큰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알겠느냐?”
고보장의 충고에 백제 무왕은 속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겨우 대답한다.
“예… 태왕 폐하…….”
무왕의 답을 들은 고보장은 옥좌에서 벌떡 일어나며 큰 소리로 말한다.
“약속대로 백제의 왕 부여장이 스스로 잘못을 고했기에 좀 전에 내렸던 황명은 취소한다. 그가 진심으로 잘못했던 못했던 간에, 그에게 있어서 스스로 잘못을 고하는 것은 그가 가지고 있던 자존심을 꺾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매우 기쁘다!”
고보장은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본디 군주란, 백성들을 위하고 나라를 보전하기 위해서 타국에 머리를 숙여야 한다면 자신의 자존심도 버릴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그 나라의 참된 군주다! 또한 무조건 한 가지만 고집하는 것은 군주뿐 만이 아니라 신하들에게도 좋지 않은 것이니 모두들 이를 깊이 명심할 지어다!”
“예. 태왕 폐하!”
“그럼 백제왕과 그 황실 식구들에 대한 처분에 대해 말하겠다. 우선 백제 황실 사람들은 전부 다 평민으로 신분을 강등시킨다! 이것은 백제왕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두 번째! 너희들은 이 도성을 내 명령 없이 벗어나지 못한다! 이것은 내가 죽어 다음 후대의 태왕이 되어도 유효 하는 것이니 모두 잘 새겨듣도록 해라!”
“예! 태왕 폐하!”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백제왕과 황후, 그리고 그 자식들은 남녀 가릴 것 없이 우리 고구려의 황실 사람들이나 고위직의 신하들의 밑으로 배치될 것이다. 이는 백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함이니 다들 그리 알라!”
고보장의 말에 대중상이 궁금해 하며 묻는다.
“태왕 폐하. 소신 대모달 대중상이 여쭈어 볼 것이 있습니다.”
“그래, 대모달. 무엇인가?”
“다른 조치에 대해서는 다 이해를 하겠습니다만… 백제왕과 황후, 그 자식들을 우리 고구려의 황실 사람들 밑이나 고위직 신하들 밑으로 배치하는 것은 무슨 이유로 그리하시는 겁니까?”
고보장은 대중상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그것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기회를 주는 것이다. 백제 사람들에게도 우리 고구려에서 벼슬을 할 수 있도록 말이지. 쉽게 말해서 우리 황실 사람들과 고위직 신하들 밑에서 공을 세우면 벼슬을 할 수 있도록 말이야.”
“아…….”
“내가 이렇게까지 말을 했으면 이 뜻에 숨은 의도를 자네가 파악했을 것이라 믿네.”
“예, 태왕 폐하. 태왕 폐하의 깊은 뜻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역시 태왕 폐하이십니다.”
“하하하! 별 말을… 아, 그리고 나머지 백제 황실 사람들에게는 일단 최소한의 재물과 살 집을 마련해 줄 것이다. 그곳에서 살도록 하라. 또한, 우리 고구려에는 과거 시험이라는 것이 있다. 이 시험은 무과와 문과로 나뉘는데 합격을 하면 그에 알맞은 적성을 찾아 벼슬을 내려주게 되어 있지. 너희들도 이제 우리 고구려 사람인만큼 똑같은 자격이 부여될 것이다.”
“…….”
“단! 너희들은 이 고구려에 적응을 해야 하는 만큼 그 자격을 3년에서 5년 뒤에 부여할 것이야. 내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백제와 우리 고구려는 같은 핏줄이지만 꽤 오랫동안 엄연히 다른 나라로 있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두 나라가 같은 것도 많지만 다른 것도 꽤 많다는 것이지. 그렇기에 이 고구려에 적응을 하기 위해서는 이 나라에 대한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그래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니 모두들 그리 알라!”
“예! 태왕 폐하!”
“마지막으로 백제왕과 황후, 그 자식들에 대한 배치는 추후에 공지할 것이며, 그 동안 백제왕과 황후, 자식들이 지낼 곳은 따로 마련해두었으니 그곳에서 지내면 된다! 이상!”
고보장이 이렇게 말을 끝내자 대막리지인 동현이 앞으로 나와 소리친다.
“본래 적대적이었던 한 나라가 병합되는 경우에는 제 1등의 항복의식인 함벽여츤[銜璧輿櫬]을 따라야하나! 태왕 폐하께서 본래 백제가 우리 고구려와 한 핏줄인 것을 생각하여 백제왕을 배려하셨소. 그래서 제 2등의 항복의식인 삼배구고두레(삼궤구고두레라고도 함.)로 대신 할 것이니! 북을 칠 때마다 예를 갖추어 세 번 절을 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시오!”
동현의 외침에 백제왕의 앞에 거적이 놓였다.
그러자 백제 무왕은 분노를 참으며 무릎을 꿇는데 무릎을 꿇기가 무섭게 북 소리가 들린다.
둥! 둥! 둥!
북소리가 울리자 잠시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무왕은 어렵게 고보장에게 절을 했다.
“일배요!”
둥! 둥! 둥!
“이배요!”
둥! 둥! 둥!
“삼배요!”
북이 올릴 때마다 절을 하고 세 번씩 머리를 조아려 완성된 삼배구고두례.
그 모습에 백제 황실 사람들과 신하들은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모든 의식이 끝나자 고보장이 외친다.
“이로써 백제는 우리 고구려와 하나가 되었다! 이제 백제의 사람들이 고구려 사람이 된 만큼 짐은 이 통일된 삼한의 백성들과 함께 이 고구려를 더욱 강대하고 부강하게 만들어 보일 것이다! 특히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저 서토의 오랑캐 놈들에게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그들이 우리를 넘보지 못하도록 함과 동시에 백성들이 아무 걱정 없고 평안할 수 있도록 태평성대를 약속할 것이다! 허나 이것들을 다 이루려면 여기 있는 신하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니 그대들 또한 나를 도와 이 나라가 더욱 부강해지고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
“황명을 받들겠나이다! 태왕 폐하!”
고보장이 모든 말을 마치자 동현이 다시 중앙으로 나와 두 손을 들어 만세를 외친다.
“태왕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만만세!”
동현의 선창과 여러 신하들의 후창이 이어지며 백제에 대한 항복의식이 끝나고 그 공에 따라 논공행상도 이루어졌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모든 행사가 끝나자 고보장 또한 옥좌에서 내려와 편전으로 향하려는데…….
시이익!
“위험합니다! 태왕 폐하!”
까아아앙!
연병장에 있는 옥좌에서 고보장이 내려오는 그 때, 어디선가 화살이 날쌘 소리와 함께 고보장에게 날아갔다.
다행히 근처에 있던 동현이 칼을 꺼내 급히 그 화살을 막아냈다.
그 소리에 고보장을 호위하는 해론도 반응한다.
“모두 태왕 폐하를 보호하라!”
해론의 외침에 근위병들이 일제히 고보장 주변을 둘러싼다.
예상치 못한 자객이 같은 장소에 모여 있던 신하들도 매우 혼란스러워하는 그 때.
“제길… 이렇게 된 이상 가장 중요한 인물들을 죽이는 걸로 선회한다! 김동현, 그 자나 대중상을 죽여!”
“예!”
자객들은 고보장을 죽이는데 실패하자 동현과 대중상을 죽이려고 목표를 바꿨다.
하지만 이들은 곧 목표를 바꾼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까앙! 깡!
푸우욱!
“끄아악!”
까앙!
푸욱!
“꺼… 꺼어억!”
동현과 대중상은 엄청난 무예를 보여주며 자객들을 죽여 나갔다.
그 모습에 동현의 수하들인 단석한, 단종수는 물론이고 의형제인 근혁과 돌석비, 허손도 합류하여 자객들을 죽여 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대막리지! 이 세 놈은 일단 기절시켜 놓았습니다!”
“잘했다. 심문해야 할지 모르니 포박해 두거라!”
“예! 대막리지!”
“자객이 총 몇 명인 것이냐?”
“총 70명 정도가 됩니다.”
“어찌 이렇게 많은 자객이 이 황궁까지 들어올 수 있었단 말이냐?!”
“그것이…….”
“……?”
“이번에 백제왕이 항복할 때 그 신하들 틈에 끼여서 같이 들어온 것을 파악됩니다.”
“이번에 이 장안성(평양성)으로 압송될 때 말인가?”
“그렇습니다. 대막리지.”
동현은 그 소리에 더욱 화가 난 듯 소리친다.
“그렇다는 건 우리 군사 중 몇 명이 그 놈들에 매수되었다는 것이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느냐? 우리 고구려는 포로들이 압송되어 올 때 군사들이 좌우로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주변 경계를 하면서 포로들을 압송하기 때문에 포로들은 도망치려해도 쉽게 도망칠 수가 없다. 헌데 그 속에 섞여서 왔다는 건 누군가 뇌물을 받고 이 자객 70명을 그대로 합류시켰다는 것이 아닌가?”
“아……!”
“아마 내 생각이지만 가장 후미에 있는 군사들이 매수 되었을 것이다. 아마 돈을 받고 상사에게 보고하기를 70명 정도 도망친 포로들이 있어서 잡아들였다고 말하며 같이 포박한 채 끌고 갔겠지. 그리고 우리 도성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빈틈을 파고들어 성벽을 넘어 들어온 것이 분명하다. 허손!”
“예! 대막리지!”
“지금 너는 당장 이 일에 대해 조사해라. 조사해서 모두 잡아들여! 신속하게 움직여라!”
“예! 대막리지!”
동현은 그렇게 허손에게 명령을 내리고는 바로 고보장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태왕 폐하. 괜찮으시옵니까?”
“괜찮네. 그대 덕분에 내가 살 수 있었어. 정말 고맙다.”
“당연히 신하로서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송구합니다. 저렇게 많은 인원들이 자객으로 들어오다니… 제가 조사를 명했으니 금방 찾아서 색출해내겠습니다. 그리고 정체를 밝혀서 그 놈들을 뿌리째 뽑겠습니다.”
“그래. 꼭 그리해야지. 자네가 직접 나선다하니 안심이 되는군. 저들의 정체를 밝히면 내게 바로 보고를 하도록 하게. 어떤 놈들인지 궁금해서 말이야.”
“예. 태왕 폐하. 그리하겠습니다. 헌데,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해보게.”
“이번 자객들은 연병장 좌측 쪽에서 숨어 있다가 튀어나왔습니다. 제가 알기에 저쪽에서 침투하는 방법은 단 하나, 높은 산을 넘어서 오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소신이 만일을 대비하여 저곳을 통해서도 넘어올 수 있으니 항상 경계병을 세우라고 말을 했었는데, 이상합니다. 좀 전에 제가 직접 살펴보니 경계병들이 죽은 흔적도 아예 없었습니다.”
“그래? 듣고 보니 정말 이상하군. 나도 저 쪽에는 경계병이 항상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네만…….”
고보장의 말에 동현은 근위장인 해론에게 묻는다.
“이보게. 해론.”
“예. 대막리지.”
“저 곳을 지키는 군사들의 직속 상사가 누구인가?”
“십장 자리에 있는 고장묘라는 장수입니다.”
“십장이라면 열 명의 수하를 두고 있다는 소리구만.”
“그렇습니다.”
“그 자와 함께 그 군사들을 모두 여기로 불러라. 물어볼 것이 있다.”
“예! 대막리지!”
둥현이 명령하자 해론은 자신의 수하를 시켜 고장묘와 그 수하들을 불러오게 한다.
잠시 후, 고장묘와 그 수하들이 헐레벌떡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소장 고장묘입니다!”
“그래. 네가 고장묘냐?”
“예. 대… 대막리지.”
“너에게 묻겠다. 오늘 일은 들어서 알고 있겠지?”
“예. 방금 들었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너와 네 수하들이 경계를 해야 될 곳이 어딘지 바로 지금 바로 말해보게.”
“예. 저희가 경계를 해야 할 곳은…….”
고장묘는 떨지 않고 바로 동현에게 자신이 수하들과 함께 경계를 해야 할 곳에 대해 털어놓았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동현이 묻는다.
“잘 알고 있군. 헌데 말이야.”
“……?”
“오늘 자객이 너희가 근무를 서던 곳에서 침투를 했다. 그곳에는 두 명의 경계병들이 서게 되어 있었지. 헌데 내가 좀 전에 직접 살펴보니 그곳에는 자객들과 싸웠다는 흔적이 전혀 없었어. 싸웠다면 경계병들은 자객들보다 수가 훨씬 적기에 죽어서 남긴 핏자국이라도 바닥에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었단 말이지.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동현의 말에 고장묘는 전혀 몰랐다는 듯 놀란 모습을 보였다.
반면 그 밑의 수하들은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