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하여 수나라 정벌하자!-381화 (381/400)

381화 이정은 고보장에게 백제 무왕 앞에서 위엄 있는 모습을 보이라 조언하다.

백제 무왕과 그 신하들이 고구려 장안성(평양성)으로 압송되어 오기 며칠 전, 이정으로부터 서찰이 먼저 고보장에게 전해졌다.

[태왕 폐하. 소신 이정입니다. 얼마 전 승전 보고가 올라가 태왕 폐하께서 기뻐하실 생각을 하니 저도 매우 기쁩니다. 현재 백제왕을 압송하여 같이 가는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옵소서. 다만 오늘 제가 따로 이렇게 서찰을 보낸 것은 태왕 폐하께서 저희를 맞이하려 할 때 행동에 대해 말씀드리기 위함입니다.]

[본디 태왕 폐하께서는 대대적인 원정이 있어 승전을 하고 돌아오는 경우 선제 태왕 폐하도 그렇고 상태왕 폐하께서도 성문 밖까지 나와 저희를 맞이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신라의 경우는 군사력이 매우 약한 나라이고 그 백성들조차도 백제에게 워낙 침입에 많이 시달려 삶이 많이 피폐해진 상황이라 강한 국력을 가진 나라가 들어서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무력으로 제압하고 항복을 한 뒤에는 신라왕과 황족에 대해 잘 대해주기만 하면 큰 반발 없이 고구려의 일부가 쉽게 되리라고 선제 태왕 폐하께서는 생각하셨지요. 하지만 이 백제의 경우에는 성격이 아주 다릅니다.]

[본디 이 백제는 신라와의 전투에서 몇 군데를 빼놓고 군사력에서 오히려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영토를 넓히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희를 만난 것이지요. 그렇기에 이번에 백제왕을 맞이하여 완전한 항복을 받을 때는 그 의식 또한 완전히 달라야합니다.]

고보장은 이정의 서찰을 보고는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내용을 읽어나갔다.

[그러니 이번에는 저희를 성 밖까지 나와 맞이하지 마시고 백제왕에게 따로 항복의식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 고구려의 열성조에게 비는 제단과 함께 옥좌를 높게 위치하게 하여 앉아 계시옵소서. 그들에게 태왕 폐하의 위엄을 보이시는 겁니다. 그래야 그들 또한 고구려에 훌륭한 태왕으로 인해 백제가 그렇게 되었다고 느낄 것이며 위압감 때문에 함부로 반란을 일으키지 못할 겁니다.]

[반면 기존에 하던 것을 고수하신다면 지금 백제왕과 그 황실 사람들의 성정으로 보아 태왕 폐하를 얕보며 이번에 자신들이 패망하는 것은 고구려의 신하들인 명신들 때문이라고 말을 하며 계속 반감을 품을 것이니 이 점을 꼭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꼭 제가 말한 대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태왕 폐하. ― 이정 올림.]

고보장은 이정의 서찰을 보고는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동현이 백제 정복을 한 군사들보다 하루 빨리 온다는 것을 알고는 그에게 조언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며칠 뒤.

고보장은 동현이 장안성에 오자마자 바로 호출하여 이 내용에 대해 물었다.

고보장은 이정의 의견이 옳다고 여긴다고 말을 했는데, 동현 또한 적극 공감하며 이정의 의견을 지지해 주었다.

“참으로 옳은 말입니다. 제가 첩보로 듣기에도 현재 백제의 왕은 매우 성정이 불같은데다가 오만한 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의 오판이 그 결과이고 말입니다. 하지만 신라왕은 달랐지요. 저희를 치겠다는 뜻은 같았으나 어떻게든 자신의 나라를 키워보려고 먼저 고개를 숙인 뒤 보이지 않게 힘을 키워 저희를 공격하려 했습니다.”

“…….”

“만약 저희가 우산국에 관련된 첩보를 입수하지 못했다면 어찌 되었을지 모를 일이기도 합니다. 둘 다 오판으로 인해 우리 고구려에 병합이 되었지만 신라왕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면 고개를 숙이는 자였습니다. 반면 백제왕은 그 오만함 때문에 바로 우리가 틈을 보이자마자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간 큰 행동을 했지요. 이것만 봐도 백제왕의 성정을 알 수 있고 이정의 말이 매우 합당합니다. 그러니 그대로 따르십시오.”

“그대의 확답을 들으니 더욱 안심이 되는군. 알겠네. 그나저나 내가 삼한의 주인이 되다니… 정말 감개가 무량하구만.”

“삼한뿐이겠습니까? 저 서토의 하북 지방을 모두 우리 영토로 만들고 북쪽에 있는 여러 이민족들도 병합하거나 번국으로써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모두 태왕 폐하께서 이루신 업적입니다.”

동현의 말에 고보장은 크게 웃으며 대답한다.

“하하하! 그게 어찌 내 업적인가? 돌아가신 선제 태왕 폐하와 강이식, 연태조는 물론이고 자네와 대중상이 잘해주었기 때문이지.”

“황공하옵니다. 태왕 폐하.”

“그나저나 요즘 자네는 너무 국정에만 몰두하느라 사냥을 거의 나가질 않았네. 나도 자네에게 교육을 받느라 나가지를 못 했고 말이야. 그래서 오랜만에 사냥을 나가고 싶은데, 자네도 같이 나가는 것이 어떤가?”

“예. 태왕 폐하. 따르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여봐라! 대막리지와 사냥을 나갈 것이다! 사냥 나갈 채비를 해라!”

“예! 태왕 폐하!”

“그럼 소신도 사냥을 나길 준비를 해서 황궁 앞으로 오겠습니다.”

“그리 하게!”

동현은 그렇게 고보장과 함께 사냥을 나가게 되었다.

동현은 자신의 사냥 솜씨를 자랑하면서도 고보장도 잡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었다.

“노루 3마리와 멧돼지 2마리, 토끼 2마리라… 역시 대단하네! 대막리지!”

“태왕 폐하께서도 대단하십니다. 멧돼지를 5마리나 잡지 않으셨습니까?”

“하하하! 자네가 배려를 해주었기 때문이지. 자, 이만하면 된 것 같네. 이제 돌아가서 이것들을 술과 함께 마셔 보세!”

둘은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장안성 외곽에 나갔다가 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때.

동현은 무언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음? 이 느낌은 뭐지? 무언가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인데…….’

동현이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동수가 나타나 말한다.

[주인님도 역시 느끼셨군요. 저도 느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백제나 신라의 잔당인가?’

[그런 것 같은데 그들이 지금 어디 숨어 있는지 확실히 특정하지 못 하겠습니다. 제가 추적하여 그들을 잡았다고 생각하면 정말 신출귀몰하게 그 위치를 떠난 뒤라서 말입니다.]

‘음…….’

[한 가지 추측입니다만… 제 생각으로는 내일 정말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주인님께서 모시는 태왕 폐하 말입니다. 만약 잔당이라면 그들은 태왕 폐하를 노릴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미리 대비를 해 놓으십시오.]

‘그래. 알려줘서 고맙다.’

동현은 그렇게 동수와 빠르게 일을 마무리 짓고는 고보장에게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평소와 같이 대화를 하며 편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둘은 사냥한 동물들로 고기를 먹으면서 약간의 술을 기울이며 한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 헤어졌다.

다음 날.

날이 밝자 대중상과 이정이 백제 무왕과 그 신하들을 데리고 장안성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은 큰 연병장에 있는 제단과 옥좌 위에 앉아 있는 고보장에게 향했는데 대중상과 이정은 높은 자리의 옥좌에 앉아 있는 고보장을 보고는 군례를 올리며 말한다.

“신, 대모달 대중상과 대군사 이정을 비롯한 군사들이 백제 정복을 마치고 돌아왔나이다!”

“참으로 고생했도다. 대모달과 대군사!”

“맡은 바 임무를 수행했을 뿐입니다.”

“하하하! 자네들은 항상 그런 식이었지!”

“황공하옵니다.”

고보장은 두 사람을 보며 크게 기뻐하다가 뒤에 무릎이 꿇려진 자들을 보며 묻는다.

“저 뒤에 있는 사람들이 백제왕과 신하들인가?”

“예. 태왕 폐하. 제일 앞에 있는 자가 백제의 왕이며 그 뒤로 아들과 딸이 있으며 바로 옆에는 신라 황실에서 시집을 갔다던 선화공주가 황후로 있습니다.”

“그래. 들은 적이 있다. 헌데도 백제는 신라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었다지?”

“그렇사옵니다. 헌데 솔직히 말하면 그 발단은 신라에게 있었습니다.”

“그래. 짐도 아느니라. 신라의 진흥왕이었던 자가 혼인 동맹까지 깨고 백제를 공격하여 성왕을 죽였다고 말이야.”

“맞사옵니다. 태왕 폐하.”

“신라에서 그런 욕심을 부리지만 않았다면 두 나라간 싸우는 일은 크게 없었을 것이야. 모든 것이 욕심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지. 그리고 그 업보를 신라는 진흥왕이 죽고 나서 받고 있었고 말이야.”

“옳으신 말씀입니다.”

“허나 백제도 문제가 있다. 어느 정도 했으면 멈출 줄도 알았어야지! 우리 고구려가 나서서 중재까지 해주었는데 말이야! 백제는 우리 고구려를 무시한 대가를 이번에 치르는 것이다. 그러니 백제왕은 원망치 말라!”

고보장이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하자 주변 사람들은 일제히 조용해진다.

그러자 고보장이 계속 말을 이어간다.

“신라의 경우에는 신라왕이 자기 분수를 알며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임과 동시에 자신이 부족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할 줄 아는 사내 중의 사내였다. 헌데 내가 백제의 왕, 그대의 행보를 보니 그대는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군. 내 말이 틀렸다면 너 스스로 말을 해 보거라. 네가 지금까지 한 언행들이 잘못 되었다고 말이다.”

고보장은 이정의 조언과 함께 동현에게도 조언을 받은 상태였다.

그것을 그대로 백제 무왕 앞에서 큰 소리로 말하니 백제 무왕은 몸을 부들거리며 떨 뿐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글필하력이 불 같이 화를 내며 호통을 친다.

“네 놈이 감히 태왕 폐하의 말씀을 무시하는 것이냐?!”

글필하력은 이렇게 호통을 치며 검집에 있던 검을 꺼내려는데 고보장이 말린다.

“되었다. 글필하력! 참거라!”

“하오나…….”

“괜찮다! 그도 한 나라의 군주였던 만큼 자존심이 있는 것이겠지! 내가 말할 테니 더 이상 끼어들지 말거라!”

“예, 태왕 폐하!”

태왕의 한 마디에 범 같은 장수들이 바로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포로로 잡혀온 백제 황실 사람들은 속으로 내심 놀라고 있었다.

‘고구려 태왕이 저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나? 내가 듣기로 그는 밑에 사람들에게 조종당하는 허수아비라고 알고 있었는데 말이야…….’

‘고구려 태왕의 위세가 정말 대단하군. 하긴… 저래서 우리 백제를 병합한 것이겠지.’

백제 황실 사람들은 고보장의 위엄 있는 모습에 매우 놀라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보장은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속으로 내심 만족스러워 하며 여전히 위엄 있는 목소리로 백제왕에게 말한다.

“답이 없는 것을 보니 네 잘못이 무엇인지 아직 깨닫지 못한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네가 잘못을 인정하고 그 쓸모없는 자존심을 굽히게 해주지.”

“……?”

“백제왕을 제외한 백제 황실 사람들 중 남자들은 모조리 목을 베라!”

“……!”

“그리고 여자는 모두 노비로 만들겠다! 이것은 백제왕의 황후에게도 해당하는 것이므로 예외가 없다! 백제왕의 입에서 잘못했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바로 이 자리에서 즉결 처형할 것이다. 여봐라! 망나니를 불러 백제 황실 사람들 중 남자들 목을 이 자리에서 모조리 쳐라! 지금 바로!”

고보장이 단호하게 소리치자 정말 망나니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남자들을 다 한 자리로 끌어내는데 그 모습을 본 황실의 여자들은 크게 울부짖으며 말한다.

“태, 태왕 폐하! 잘못은 어라하께서 하셨을 뿐 저희 서방님들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그러니 용서해주시옵소서!”

“용서해주시옵소서! 흐흑……!”

여자들이 울부짖으며 머리까지 숙이는데 고보장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

그러자 한 백제 황실의 한 여자가 울부짖으며 외친다.

“네 이놈! 부여장아! 네놈 하나로 인해서 우리가 다 죽는다! 나라가 망해 이미 자존심은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너는 대체 그 알량한 자존심이 뭐라고 굽히지 않는 것이냐?! 얼른 태왕 폐하께 잘못을 고하고 고개를 숙여라!”

“맞다! 부여장! 만약 이대로 우리 서방님들이 죽고 노비가 된다면… 우리는 바로 자결하여 네 놈을 용서치 않을 것이니라!”

여자들의 외침에 백제 무왕은 눈동자는 동공지진이 일어난 듯 크게 흔들린다.

그러면서 옥좌 위에 앉아 있는 나이 어린 고보장을 쳐다보는데 고보장은 아무런 반응 없이 위엄 있고 무심한 눈으로 백제왕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백제 무왕은 희망을 접었다.

‘고보장은 우유부단하고 신하들에게 쉽게 휘둘린다고 들었는데 소문은 믿을 것이 못 되는구나. 그 반대 되는 말을 내가 압송되어 오면서 듣기는 했으나 그건 고구려 쪽에서 꾸며낸 사실이라 생각했는데… 사실이었어. 저런 자가 이 나라의 지존인 이상 나에게 더 이상… 희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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