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화 대중상과 이정은 계책으로 백제의 마지막 남은 주류성을 점령하고 자객을 생포하다.
이정의 말에 대중상은 잠시 고민하고는 대답한다.
“상책은 우리의 힘을 보여줄 수 있으나 자네 말대로 민심을 안정시키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 좋지 않고 하책의 경우에는 저들에게 계속 휘둘리며 힘이 커질 수 있으니 중책이 좋을 것 같군.”
“역시 중책을 택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럼 바로 사신을 보내지요.”
“응? 벌써 그들에 대한 조사가 다 끝난 것인가?”
“그렇습니다. 미리 조사를 해두었습니다.”
“역시 대군사일세. 좋아. 그대에게 모든 것을 일임할 테니 잘 처리해주게.”
“예. 대모달.”
그렇게 이정은 주류성에 대한 일에 대해 일을 맡게 되었다.
이정은 사신을 보내어 그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것처럼 우선 행동을 한 뒤 그들에게 연회를 베푼다하며 모두 연회장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자리가 무르익었을 때 장부를 가져오게 하여 그 내용 중 몇 개를 나열하니 그제야 주류성의 귀족들은 매우 놀라며 사색이 되었다.
그런 귀족들을 보던 이정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잘 들으시오. 우리 태왕 폐하께서는 매우 너그러우신 분이라 지금까지 그대들이 저지른 비리를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했소. 다만 이제부터 그대들이 또 그런 일을 저지른다면… 이제는 더 이상 용서치 않을 것이오. 또한 그대들은 이제부터 정상적으로 영토를 하사받거나 구입한 것이 아닌 불법적으로 구입한 영토들은 모두 국가에 귀속될 것이니 그리들 아시오. 아, 그리고 또 하나.”
“……?”
“그대들이 가지고 있는 사병들도 조사하여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보일 시 모두 국가로 귀속되게 할 것이니 그리들 아시오.”
이정은 그렇게 말하며 연회장 주변에 많은 군사들이 배치된 것을 의도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모습에 주류성의 귀족들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 그 연회장 자리에서 만큼은 무조건 따르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주류성의 귀족들은 서로 모여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어찌 이럴 수가…….”
“완전히 속았어요! 저 이정이라는 자에게 말입니다!”
“하아… 하지만 방법이 없소. 방법이… 이미 저 자의 명령이 떨어진 이상, 우리는 내일 날이 밝으면 우리가 가지고 있던 영토와 사병들을 일반 평민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방법은 하나뿐이오.”
“이 상황에서 방법이 있다고요?”
“그렇소이다. 저 자를 죽이면 다 끝나는 일 아니오?! 대중상이라는 자와 함께 말이오.”
“……!”
“이보시오. 내가 듣자하니 고구려에서도 이런 일이 예전부터 있었다고 하오. 허나 그 때마다 실패했다고 들었소. 헌데 우리의 이런 행동이 통하겠소?”
“저 자들은 지금 우리 백제의 최후의 저항의 상징인 이 주류성을 점령해 기고만장해져 있는 상태요. 그리고 고구려 귀족들의 경우에는 안에서 일어난 내분이나 우리는 본래 그것이 아니지 않소? 성격이 완전 다르오.”
“으음…….”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 되오. 마침 내게 이 백제에서 가장 뛰어난 무절(백제의 무예수련 집단)자객이 있으니 그 자들에게 일을 맡기면 되지 않겠소?”
한 귀족의 말에 그제야 다른 귀족들도 동의한다.
“무절이 자객이라면 할 만하겠구려.”
“그렇소.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오. 지금 바로 자객을 보내보지요. 상황을 살펴서 둘의 목을 다 벨 수 있도록 말이오.”
그렇게 귀족들은 대중상과 이정에 대한 암살을 백제의 무예수련 집단인 무절에게 맡겼다.
명령을 받은 무절은 대중상과 이정이 있는 곳으로 은밀히 잠입해 들어갔다.
하지만 그 기척을 대중상만은 아주 예민한 감각으로 듣게 되었다.
“대군사의 말이 맞았군. 쥐새끼가 찾아온 듯하니 말이야.”
“그렇습니까? 저는 무예가 그리 뛰어나지 못하니 잘 붙어 있겠습니다.”
“염려 마시게. 대군사.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말이야. 자… 우리 둘 다 업무에 못 이겨 잠든 것처럼 이 탁상 위에 엎어집시다!”
대중상의 말과 함께 이정도 동의하고는 업무를 보다가 지쳐 잠든 듯한 모습을 밖에 있는 자객들에게 보여주었다.
그 모습에 자객들은 이번 일이 수월 할 것이라 생각하며 대중상과 이정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그런데 그 때.
쉬이익!
“헉!”
대중상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칼을 자객들에게 휘둘렀다.
그 모습에 자객은 매우 놀라며 몸을 피하지만 대중상의 움직임이 워낙 갑작스럽고 빨랐던 터라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왼쪽 팔에 칼을 맞고 말았다.
“크으윽!”
“하하하! 주류성의 귀족 놈들이 보냈군. 우리가 너희들이 이런 행동을 하리라는 것을 모를 줄 알았더냐?!”
대중상의 호통과 함께 같이 자는 척 연기를 했던 이정도 그제야 일어나 말한다.
“오히려 와줘서 고맙소이다. 그 놈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아도 되니 말이오.”
자객은 이정의 말에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약해보이는 이정에게 목표를 변경하여 달려든다.
하지만 그런 자객을 대중상이 가볍게 막아서며 목을 날려버린다.
그러자 뒤따라 왔던 또 다른 자객은 주춤거리는데…….
“칼을 버려라. 칼을 버리면 너는 살 수 있다. 아, 그리고 또 다른 자객이 너희들을 도울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마라. 우리는 일부러 빈틈을 보이고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말이야.”
“……!”
“너 말고도 두 명의 자객이 더 있다는 것을 안다. 허나 그 놈들은 곧 잡힐 것이야.”
대중상이 이렇게 말을 하는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밖에서 한 군사의 보고가 들어온다.
“대모달! 자객 둘을 잡았습니다!”
“그래? 들이거라!”
“예!”
대중상의 명령에 방문이 열리고 두 자객이 포박된 채 무릎을 꿇려진다.
그 모습에 대치하고 있던 자객도 매우 놀라는데 그 모습을 본 이정이 피식 웃으며 말한다.
“자, 기회를 주지.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겠느냐? 아니면 여기 옆에 있는 이놈처럼 목이 베이고 싶으냐? 네 결정이다. 지금 바로 결정을 내려라!”
이정의 말에 마지막 남은 자객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칼을 떨궜다.
그러자 다른 군사들이 그를 일제히 포박했다.
그렇게 포박이 되자 이정은 세 명의 복면을 벗기는데…….
“음?”
“왜 그러나? 대군사.”
“이 자는… 남자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음? 그냥 얼굴이 남자답지 않은 남자가 아니라?”
“소인이 보기에는… 여자 같습니다.”
이정의 말에도 그 자객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중상은 이정의 말을 듣고는 자신의 밑에 있는 여자 하인을 불러들였다.
“부르셨습니까? 주인어른.”
“그래. 내 너한테 부탁할 것이 있어서 불렀다.”
“하문하십시오.”
“저 자객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구나. 비록 자객이라 하나 외모를 보았을 때 여자 같으니 함부로 할 수는 없는 법. 네가 직접 확인을 시켜주면 좋겠다.”
“예. 주인어른.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대중상의 명령에 여자 하인이 그 자객의 몸을 만지려는데 그 자객이 외친다.
“내 몸에 손대지 마시오!”
“……!”
“그대들 말처럼 난 여자가 맞으니 손대지 마시오!”
완전한 여자 목소리.
그제야 대중상은 여자 하인을 물러가게 하고는 묻는다.
“여자가 자객 일을 한다라… 왜 이런 더러운 일을 하고 있는 것이지?”
“나는 비록 여자이나 이 백제의 무예수련 집단에서 최초로 여자로서 무절이 된 사람이요. 나라를 위해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그것이 백성을 해하는 일이라고 해도 말인가?”
“나라가 있어야 백성이 있는 것이오.”
여자 자객의 말에 이정은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렇다면 너는 나라의 군주가 폭정을 저지르고 개, 돼지처럼 다루어져도 괜찮다는 것인가?”
“그게 무슨…….”
“백제의 왕은 시류를 제대로 읽지 못해 나라를 위기에 빠뜨렸으며 백성들을 위기로 몰고 갔지. 그래서 나라가 망한 것이고 말이야. 그래서 현재 백제의 백성들도 많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어. 특히 너희는 신라와 끊임없이 전쟁을 했으며 우리 고구려와도 계속해서 전쟁을 하려 했지. 그 속에 고통 받는 것은 백성들이었고 말이야.”
“…….”
“우리 고구려는 백성들을 그런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려는 것뿐이다.”
“궤변이오.”
“궤변이라…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본디 나라를 세우는데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듯이 말이지. 그리고 그런 지배층이 만들어지는데는 백성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백성들로 인해 나라가 만들어지고 말이지. 너는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
“…….”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다. 백성이 없으면 전쟁을 할 수 있는가? 또 많은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가?”
여자 자객이 무언가 말하려 하는데 이정은 계속해서 몰아쳤다.
“귀족들은 이런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지. 왜? 배가 불렀으니까! 백성들을 개, 돼지처럼 생각하니깐 그런 것이야. 그러니 나라가 기우는 것이다.”
“…….”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세워지고 그렇게 해서 나라가 세워지면 나라를 위한 애국심이 생기는 것이지. 그렇게 되면 나라가 아무리 혼란하여 타 세력에 의해 잠식을 당한다고 해도 훗날을 기약하며 다시 일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는 백성들도 스스로 저항하고자 하지. 헌데 너희 백제는 지배층을 제외하고는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 우리 고구려에 대항하기 위한 움직임 말이야. 왜 그런 줄 아느냐?”
여자 자객은 대꾸하지 않았다.
“좀 전에도 내가 말했던 것처럼 너희 귀족들이 모든 걸 다 해먹었기 때문에 그래. 그렇기 때문에 백성들의 마음은 피폐해진 것이지. 쉽게 말해서, 백성들의 마음이 이 백제를 떠났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
“아, 물론 귀족들뿐만이 아니겠지. 전쟁에 대한 영향도 있었을 것이야. 그것을 감안할 때 너희 백제왕은 비교적 백제를 잘 다스렸다. 허나 이번의 오판으로 인해 좀 전에도 말했지만 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끌었지. 백성들도 그것을 알기에 우리에게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순응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그만큼 강한 나라고 능력 있는 나라라는 것을 아니 말이야.”
이정의 계속된 말에 대중상은 그의 말을 멈추게 하고는 자객들에게 말한다.
“너희들은 그저 명령을 받은 자들인 만큼 쉽게 죽이지는 않겠다. 애초에 너희가 어느 쪽에서 오고하는지 세작들을 통해 다 파악했으니 말이야. 허나 주류성의 귀족들은 다를 것이다. 나라를 좀 먹는 무리들이니 피를 어느 정도 봐야하겠지… 여봐라!”
“예! 대모달!”
“이 셋을 옥에 가둬라!”
“알겠습니다! 모두 끌고 가라!”
그렇게 세 명의 자객들은 주류성의 옥에 끌려갔다.
이렇게 모든 상황이 마무리되고 주류성의 귀족들을 대거 숙청한 대중상은 장계를 띄워 백제의 모든 지역을 병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백제의 무왕과 황우를 비롯한 백제의 많은 신하들과 가족들을 포로로 잡아 장안성(평양성)으로 끌고 갔다.
며칠 뒤, 대중상과 이정은 많은 포로들을 이끌고 장안성에 도착했다.
백제 무왕과 황우를 비롯한 포로들은 장안성의 풍경을 살펴보고는 속으로 매우 놀란다.
‘우리가 이곳에 압송이 되어 올 때부터 고구려는 전체적으로 매우 발전한 모습을 보았다. 헌데 이 도성을 보니 참으로 어마어마하구나… 하아…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았던 것인가?’
황우는 탄식을 하며 군사들에 의해 끌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참으로 고생했도다. 대모달과 대군사!”
“맡은 바 임무를 수행했을 뿐입니다!”
“하하하! 자네들은 항상 그런 식이었지!”
다른 날과 달리 고보장은 장안성에서 대중상과 이정을 마중 나가지 않고 안에서 그것도 옥좌에서 내려오지 않고 맞이했다.
그 이유는 얼마 전 이정이 보낸 서찰 때문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