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화 동현은 해론을 치료해내고, 백제가 움직이자 대중상은 백제 정복을 제안하다.
동현은 고보장의 말에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후 대답한다.
“그것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신이 이곳에 오기 전에 북방을 충분히 튼튼하게 해놓았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남쪽의 경우에도 이정이 잘 버티고 있으니 만약 백제가 움직인다 하더라도 잘 잡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좋으련만…….”
“일단 소신이 이 내부 상황을 빠르게 정리해서 태왕 폐하께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해론을 바로 치료하러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하게! 해론을 꼭 살려주게!”
“예. 태왕 폐하!”
동현은 그렇게 고보장이 있는 방을 나와 해론이 치료를 받고 있는 궁궐 안의 관청으로 향했다.
해론은 독에 중독된 증상이 올라오는 듯 몸이 미친 듯이 춥기 시작했으며 오한까지 생겼다.
동현은 그 모습에 의원에게 호통을 친다.
“지금쯤이면 탕약이 다 다려져야 할 시간이다! 어찌하여 아직인 것이냐?!”
“이제 막 완성이 되었습니다! 여기…….”
동현은 급히 그 탕약을 받아 친히 해론에게 먹여준다.
그리고 그를 곁에서 밤새 간호한다.
계속 진맥을 하며 탕약을 먹이기를 며칠… 동현은 드디어 침을 놓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침을 놓으며 해론을 정성껏 치료했다.
그 사이 해론은 독이 몸에서 빠져나가느라 그런지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다.
동현은 그런 해론의 사지를 모두 주무르며 간호를 했다.
그렇게 또 며칠 후.
“이제 모든 맥이 정상을 찾았구만. 이제 보약으로 몸을 보하면 되겠어.”
“대막리지… 정말 감사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자네는 이 고구려의 신하이자 내 사람이야! 그런데 이러는 것이 당연하지! 아니 그런가?”
“보잘 것 없는 소인을 살려주신 은혜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자네는 이미 맡은 일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네. 이번에 태왕 폐하를 몸을 던져 보호함으로써 내게 큰 보답이 된 셈이지. 자, 이제 집으로 돌아가서 푹 쉬는 것이 좋겠어. 이곳에 있으면 불편한 사람들도 있고… 자네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있으니 불편할 것이 아닌가? 그리고 집에는 가족들도 있으니 심적으로 편할 것이고 말이야.”
“예… 대막리지.”
“자, 여기 보약은 미리 지어놨네. 자네 밑에 수하에게 말하여 같이 들려보낼 테니 그믐(30일)동안 아침, 저녁으로 꼭 달여 먹어.”
“감사합니다…….”
그렇게 동현은 해론을 치료한 후 드디어 궐 안에 있는 황실전담 의원실을 벗어났다.
동현은 해론이 궐 밖을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고보장을 알현하여 해론에 대해 아뢰었다.
“살았다고?!”
“예. 태왕 폐하. 고비가 있긴 했사오나 다행히 조치를 빨리 취한 덕분에 살 수 있었습니다. 다만 독이 워낙 강한 독이라 그믐(30일)정도는 몸을 보하는 보약을 먹고 요양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믐 뒤에 복귀를 하라고 했습니다.”
“정말 다행이군! 그는 충성스러운 자로 그가 죽었으면 내 평생 죄책감에 시달렸을 것이네.”
“해론 근위장을 많이 아끼시는군요.”
“그렇다마다! 항상 내 옆에 붙어 다니면서 내 고민을 들어주니 당연한 것 아닌가?”
동현은 고보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그런데 그 때.
“태왕 폐하! 대모달이 급히 보고드릴 것이 있다며 왔습니다!”
“대모달이? 들라하라!”
“예!”
고보장이 허락하자 대중상은 편전 안으로 들어와 군례를 올리며 보고한다.
“태왕 폐하. 급히 보고드릴 것이 있어서 미처 예를 갖추지 못하고 군례로 올리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무슨 일이길래?”
“방금 남부전선에서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백제가 움직였답니다.”
“백제가?”
“예. 아무래도 저희 고구려에 일어난 상황을 눈치 챈 것 같습니다.”
“세작들을 최대한 차단한다고 했는데… 안 됐나보군.”
“외성까지 점령당한 상황이었지 않습니까? 그러니 백제는 이때가 기회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우리 고구려가 흔들리고 있을 때 공격하면 우리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겠지요.”
“나도 그리 생각하네. 허면 이제 어찌하면 되겠나?”
“일단 수비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대막리지께서 미리 그곳에 대한 대비를 해두었으니 말입니다. 거기다 그곳에는 이정 대군사가 가 있으니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대중상의 말에 고보장은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그렇다면 급보가 아니군! 오히려 잘된 것 아닌가? 저 백제 놈들을 우리가 칠 수 있는 명분도 생겼으니 말이야.”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온 것입니다.”
“계획이 있나보구만.”
“예. 태왕 폐하. 소신에게 백제 영토 정복을 맡겨주십시오.”
대중상의 말에 옆에 고보장은 물론이고 옆에 있던 동현도 놀란다.
“대모달이 직접 나간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대막리지. 소인이 직접 백제를 병합해 우리 영토로 만들고 오겠습니다. 이정 대군사의 도움을 받아서 말입니다.”
“안 그래도 백제가 움직이면 저도 백제 정복에 대해 태왕 폐하께 말씀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허나 지금은 너무 빠른 듯 하오. 모든 것에 대한 점검을 먼저 해야 하지 않겠소?”
대중상은 동현의 말에 모든 것을 예상했다는 듯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소인이 대막리지께서 그리 말씀하실 줄 알고 미리 준비를 했습니다.”
대중상은 무언가 적힌 문서를 동현에게 건넨다. 동현은 그 문서를 받아 펼쳐서 읽어보고는 매우 놀라는데…….
“이걸 언제부터?”
“소인은 이번 사태에 대해 느끼는 바가 매우 많았습니다. 아마도 이런 일이 터진 것은 소인이 이 도성에 대한 방비를 맡았을 때 소인이 밑에 사람들을 잘못 관리해 일어난 일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
“그래서 이번 일을 수습한 뒤 다음 일을 예측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우리의 빈틈을 조금이라도 아는 자들이 우리 고구려를 노릴 것이라는 예상을 했지요. 그 때부터 빠르게 군을 정비하고 전군에 대한 감사를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오늘 대부분 도성에 대한 감사는 마무리 지었으며 그 결과를 문서에 적었습니다.”
“호오…….”
“전국의 군에 대한 감사는 파견해 놓은 관리들에게 다음 주 이내로 모든 소식을 전하도록 했습니다. 하여, 전국에 관련된 것은 다음 주 내로 바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대중상의 말에 동현은 감탄했다.
고보장 또한 동현에게서 문서를 받아 읽어보고는 감탄한다.
“이번 일에 대한 것은 자네의 잘못이 아니네. 내가 밑에 사람을 보는 눈이 없어서 잘못 선별했던 것이지. 그러니 모든 것은 내 잘못이야. 그러니 자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말게.”
“황공하옵니다.”
“그나저나… 자네가 올린 보고에 의하면 도성에 대한 군의 정비와 감사가 모두 끝난 것이군.”
“그렇습니다. 빠르게 감사를 하고 정비를 하여 실력 없는 무관이나 뇌물로 임관한 사람 등을 가려내어 지방으로 좌천을 시키거나 파직을 시켰습니다.”
고보장은 대중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벌떡 일어나 자신의 옆에 있는 검을 손에 쥐고는 대중상에게 건네며 말한다.
“그대에게 이번 백제 정복에 대한 군 지휘권은 물론이고 가절월을 내리겠다. 군사는 개마무사 3만과 1만의 보병, 1만의 궁병까지 하여 5만을 줄 테니 백제를 정복하고 내게 백제를 바쳐라!”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태왕 폐하!”
대중상이 무릎을 꿇고 머리까지 땅바닥에 크게 찧으며 우렁차게 대답한다.
동현은 모든 것을 잘 준비한 대중상에게 고보장이 모든 일을 맡기는 것에 대해 합당하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조언한다.
“대모달.”
“예. 대막리지.”
“대모달께서 모든 준비를 해 놓으셨다니 바로 백제를 정복해서 태왕 폐하께 백제를 바치십시오. 단, 이정 대군사를 참모로 꼭 데리고 가도록 하십시오. 그의 지략은 저조차도 감히 내기 어려운 계책을 낼 만큼 뛰어난 자이니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예.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습니다. 아, 그리고…….”
“……?”
“장수들을 소인이 마음대로 선발하여 데리고 가도 되겠습니까? 소인이 전장에 데리고 가고 싶은 장수들이 있어서 말입니다.”
“대모달이 뜻하는 대로 하십시오. 단 그들을 빼감으로 인해서 방위에 구멍이 생겨서는 안 되니 그 점을 잘 고려하여 선발을 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장수들을 선발하면 내게 보고를 따로 올려주고 말입니다.”
“물론입니다. 대막리지.”
그렇게 대중상은 고보장에게 백제 정복에 대한 승인을 받고 편전을 나갔다.
그러자 고보장이 옆에 있던 동현에게 묻는다.
“이보게. 대막리지.”
“예. 태왕 폐하.”
“대모달이 백제 정복에 성공 할 수 있겠나?”
“아주 철저하게 준비가 되어 있으니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다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는 해야 한다고 봅니다.”
“혹시라면…….”
“그런 일이 없으면 다행이나 만약 천재지변으로 인해 역병이 번지거나 비가 갑자기 많이 내려 홍수가 나는 등, 변수가 생길 경우입니다. 이럴 때는 원정 가는 군사들이 지키는 군사들에 비해 크게 불리합니다. 그리 되면 우리 군의 피해가 커지고 최악으로는 퇴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겠지요.”
“그럼 그에 대한 대비는 어찌하면 좋겠나?”
“딱 한 가지 대비책이 있긴 합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바로 수군을 활용하는 겁니다.”
동현의 말에 고보장이 놀란다.
“수군을?”
“예. 본래 소신은 백제 정복에 대한 말을 하면서 육군과 수군으로 협동 작전을 펼쳐야한다는 말을 태왕 폐하께 말하려 했습니다. 허나 이번 대모달의 계획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지요.”
“자네는 그만큼 대모달을 믿는 것이구만.”
“그렇습니다. 그래서 만일에 대비해 수군을 움직이되 대모달이 계속 승승장구하면 수군은 대기만 하면 되는 것이고 무언가 문제라도 생기면 수군을 통해 대모달을 도우면 될 것입니다.”
동현의 말에 고보장은 무릎을 탁 치며 대답한다.
“아주 좋은 계책이오! 그렇다면 서해 수군 도독인 주훈에게 미리 연통을 해놔야겠군.”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내가 보고를 받은 바로는 현재 서해에 바로 동원할 수 있는 수군만 5만이라고 들었네. 5만이 더 있기는 한데 그 5만의 군대는 이것저것 임무를 하느라 바로 움직일 수는 없다고 하더군. 그러니 당장 움직일 수 있는 5만의 수군으로 대중상을 돕게 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고보장은 이렇게 말을 하더니 바로 지필묵과 겸백(글자를 기록하기 위해 쓰는 비단)을 가져오게 하여 빠르게 글을 써내려갔다.
그리고 옥새를 찍고는 그 겸백을 전령을 통해 바로 주훈이 있는 비사성으로 보냈다.
고보장은 비록 허수아비 태왕이었지만 이번 일로 인해 더욱 더 동현을 따르게 되었고 동현이 말하지 않아도 동현이 마음에 들게끔 움직였던 것이다.
동현은 이런 고보장의 움직임에 매우 만족해하며 미소를 지었다.
고보장은 그렇게 전령을 통해 자신의 황명을 전하게 한 뒤, 동현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보게. 대막리지.”
“예. 태왕 폐하.”
“나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솔직히 말해서 괜히 태왕이 되었다고 생각했네.”
“…….”
“상태왕 폐하의 말씀이 맞았어. 이 자리는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니며 나는 이 나라를 이끌만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어찌 그런 약한 말씀을 하십니까?”
“이번 일로 인해 느꼈네… 그리고 나도 알아. 내가 허수아비 태왕이라는 것을…….”
“……!”
“하지만 현재 백성들은 매우 행복해하지. 바로 자네로 인해 말일세. 그래서 나는 허수아비 태왕이어도 만족하고 있다네. 나이는 어려도 알건 다 알아.”
“…….”
“하지만 그래도 난 무언가 하고 싶었네. 내 백성들을 위해서 말이야. 그래서 나와 마음이 맞는 사람을 골랐지. 그게 바로 신성이었어. 그를 통해 백성들을 위로하고 소식을 들으려 했지. 어려운 백성들이 있으면 도와주려 했고 말이야. 하지만 모든 것이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었어. 이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야 내가 어찌 한 나라의 태왕이라 할 수 있겠나?”
고보장의 말에 동현이 위로한다.
“태왕 폐하. 누구나 실수는 합니다. 그러니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십시오.”
“…….”
“그리고 제가 태왕 폐하를 그 자리에 올린 이유는 태왕 폐하께서 지금과 같은 마음을 지니셨기 때문입니다.”
“……?”
“백성들을 위해 그런 선택을 하셨다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이 나라를 충분히 다스릴 자격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책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누구에게나 결점은 있습니다.”
동현의 말에 고보장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묻는다.
“대막리지는 결점이 없지 않나?”
동현은 고보장의 말에 화들짝 놀라더니 넙죽 엎드리며 무언가를 말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