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화 해론은 고보장을 지키려다 독이 묻은 단검을 맞아 목숨이 위태롭게 되고, 동현은 그 독을 치료하려 하다.
“이건… 대모달! 그렇다면 신성은?!”
“예. 태왕 폐하께서 생각하고 계신 바가 맞습니다. 그의 가문은 본래 돌아가신 선제 태왕 폐하 때 큰 잘못을 저질러 대부분이 처형을 당했었습니다. 알아보니 그 가문 사람 대부분이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기생한 놈들이라 이놈도 처형이 되었어야 하는데 이놈은 그것을 피해서 자신의 신분을 감추며 승려가 된 것이었습니다.”
“…….”
“분명 이 자는 선제 태왕 폐하께 앙심을 품고 태왕 폐하께 접근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대중상의 말에 신성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필사적으로 부정한다.
“태, 태왕 폐하! 어찌 소신이 그리 하겠습니까?! 소… 소신은 그저 태왕 폐하와 뜻이 맞았을 뿐입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신성은 이렇게 외치나 고보장은 그 동안 신성에게 농락당했다는 생각에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부들부들 떨며 손에 있던 글을 바닥으로 던지며 외친다.
“이놈을 당장 하옥하라! 죄를 낱낱이 따져 처형할 것이야!”
“예! 태왕 폐하! 저 놈을 끌어내라!”
대중상의 명령을 받고 군사들이 신성을 끌어내려고 다가가는데 신성은 묶여 있는 포박을 어떻게 풀었는지 순식간에 풀어낸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안 되겠다는 듯 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그리고 고보장에게 무언가를 던지는데…….
“죽어랏!”
피슈유융!
“태왕 폐하!”
신성이 고보장에게 던진 것은 독이든 단검이었다.
그의 목표는 본래 동현을 어떻게든 죽이려 하는 것이었으나 계획이 틀어졌으니 동현이 옹립했던 태왕을 노린 것이었다.
그를 죽인다면 동현에게도 훗날 문제가 생기리라 생각하며 말이다.
나라가 크게 혼란해질 것이라는 것이 신성의 생각.
그랬기에 그는 자신이 죽어도 복수는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단검을 고보장에게 날린 것이었다.
그런데 그 때.
까아앙!
푸우욱!
“으윽!”
“그… 근위장!”
“태왕 폐하. 소신이 이곳을 맡을 테니 얼른 피하십시오!”
“하지만!”
“뭣들 하느냐?! 얼른 태왕 폐하를 안전한 곳으로 모셔!”
“예!”
단검을 막은 이는 영양 태왕 때부터 태왕들의 호위를 맡았던 해론이었다.
그는 동현의 사람이기도 했지만 그 또한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이었기에 태왕이 죽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몸을 던진 것이다.
신성의 단검 중 하나는 막아 냈지만 하나는 미처 막아내지 못하고 허벅지에 박혀버린 상황… 그는 그런 상황에서도 고보장을 안전한 곳에 피신시켰다.
그리고는 허벅지에 있던 단검을 과감하게 뽑더니 아픈 다리로 신성에게 달려가 발로 그의 머리를 차 버린다.
“이 개자식이!”
뻐어억!
“커억……!”
해론의 발차기에 신성은 나가 떨어졌고 고통스러운 듯 머리를 잡으며 잠시 비명을 지른다.
그런데…….
“아아악! 으으… 하하하하하!”
고통에 몸부림치던 신성은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웃는다.
그리고는 해론을 보며 말한다.
“내 계책이 너 때문에 실패했구나. 허나 후에 나 이후로 내 복수를 이루어 줄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너를 위해 또 하나 알려주지!”
“……?”
“지금 그 단검에는 맹독이 발려져 있다.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하지 않으면 죽게 될 것이다! 흐흐흐…….”
신성의 말에 이번에는 곁에서 듣고 있던 대중상이 화가 나 그의 가슴을 찬다.
또 다시 밀려오는 고통에 신성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데 그런 신성의 한쪽 팔을 밟으며 대중상이 말한다.
“무슨 독이지?!”
“크큭… 내가 말해줄 것 같으냐?!”
“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아까는 그렇게 살려달라고 하니 말이다.”
“그거? 설마 그걸 진짜로 믿은 거야?! 쯧쯧… 한 나라의 대모달이라는 자가 아직 멀었군.”
“…….”
“난 죽음이 두렵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죽게 돼서 너무 아쉬워. 내가 한 목표를 이루지 못해서 말이지. 허나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성과는 어느 정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저 녀석이 나와 같이 가기엔 딱이야.”
신성은 이렇게 말을 하더니 갑자기 어딘가에 힘을 준다.
그리고 잠시 후…
“독한 놈… 혀를 깨물고 자결하다니…….”
“…….”
“해론. 자네는 이곳에 있게. 내가 급히 의원을 불러오겠네.”
“알겠습니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게. 그래야 독이 퍼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어! 그리고 이걸로 속도를 더 늦추도록 상처를 묶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살 수 있을 것이네.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았으니… 어떤 독인지 빨리 찾으면 되지 않나?”
대중상이 해론을 위로하며 편전을 나가려는데 한 군사가 급히 달려와 보고한다.
“보고 드립니다!”
“무슨 일이냐?!”
“외성의 반란 귀족들의 군사들이 무너졌습니다!”
“뭐라? 그게 무슨 말이냐?!”
“대막리지께서 오셨습니다!”
“대막리지께서? 이렇게나 빨리?”
“예. 어리석은 소인이 추측해보기에 예전에 대모달께서 보낸 서찰을 받자마자 전령을 저희에게 보내는 동시에 바로 군을 동원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허어…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소인이 보니 전원 개마무사 군사들이었습니다.”
“개마무사?”
“예. 대모달.”
“그렇다면 공성장비는? 공성장비도 없는데 어찌 그리 쉽게 외성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이냐?”
“그것은 소인도 정확히 모르겠으나… 소인이 보았을 때는 공성장비는 있었습니다.”
군사의 보고에 대중상은 매우 놀라는데 옆에 있던 해론이 말한다.
“대모달.”
“오! 근위장. 무언가 할 말이 있는가?”
“예. 대모달. 소인 대막리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으로서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입니다.”
“그래? 말해보게.”
“대모달께서 이해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모든 것이… 대막리지께서 사전에 모두 준비를 해놓았다면 어떻겠습니까?”
“사전에?”
“예. 그렇다면 모두가 설명이 됩니다. 대모달께서도 아시겠지만 대막리지는 매사에 매우 철저한 사람입니다. 도성에 있을 때도 군사를 동원할 때 아무리 늦어도 반시진(약 1시간)안에 다 모일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한 것도 대막리지니 말입니다. 그 체계를 백암성에도 그대로 도입했다면 말이 되지 않겠습니까?”
해론의 말에 대중상은 그제야 깨달은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자네 말이 맞는 것 같군. 하긴, 대막리지께서 매사에 철저하신 분이긴 하지. 납득이 되는구만. 아무튼 잘 되었어. 자네는 여기서 쉬고 있게. 외성을 돌파했다 하니 나도 내 군사들로 하여금 그들을 도와 반란 귀족들을 모조리 섬멸해야 하니 말이야. 그러면서 의원도 구해줄테니 자네는 여기 가만히 있게.”
“알겠습니다. 대모달.”
“자… 우리는 대막리지와 군사들이 이 도성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돕는다! 가자!”
그렇게 대중상은 빠르게 자신의 군사들이 모여 있는 내성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의 군사들로 하여금 동현에게 연통을 넣어 협공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대중상은 신성의 목을 베어 반란 귀족들의 희망을 꺾어버렸다.
“그대들이 말하는 신성이라면 여기 목이 있다! 헛된 희망을 버려라!”
대중상의 말에 반란 귀족들은 자신들의 계획이 그제야 실패한 것을 알고 절망했다.
필사적으로 싸우나 동현의 군사를 당해낼 수 없었고 거기에 대중상이 협공까지 펼치니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몇몇의 귀족들은 자결을 했고 나머지 귀족들은 대세가 기울었다 느끼고 항복을 했다.
아주 소수의 귀족들은 자신들이 잡히면 목이 달아날 줄 알고 필사적으로 그것을 탈출하려 시도했으나 이 모든 계획은 동현에 의해 모두 무산 되었다.
동현은 반란 귀족들의 행동으로 인해 잔뜩 분노한 듯 군사들에게 소리쳤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항복하지 않는 귀족들이나 군사들은 모조리 죽여라! 단 항복한 귀족들과 군사들은 바로 포박을 해놓도록 해!”
“예! 대막리지!”
그렇게 귀족들이 동현과 모두의 눈을 피해 몰래 모았던 반란 귀족들 사병 5천의 군사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었다.
그 중 귀족들 중 수장은 체념한 듯 순순히 오라를 받고 감옥으로 끌려갔다.
동현은 그렇게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있는 그 때.
“뭐라? 해론이… 독이 발린 단검을 맞았다고?”
“예. 대막리지. 헌데 그 독이 무슨 독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지금 해론은 어디 있는가?”
“에. 아직 편전에 있을 겁니다. 태왕 폐하를 구하다 그리 되었으니 잠시 그곳에 머물도록 해서 독이 빨리 퍼지는 것을 막아놓았다고 합니다.”
“그래? 알았다. 여봐라! 얼른 편전으로 가자!”
“예!”
동현은 그렇게 해론이 있는 편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대… 대막리지.”
“누워있게. 움직이면 독이 빨리 퍼지니 말이야.”
“…예.”
동현은 급히 해론의 손목을 잡고 진맥을 했다.
‘대체 이건 무슨 독이지? 내가 여태까지 보지 못 했던 독이다. 그나마 다행은 응급조치가 잘 이루어져서 독이 아주 천천히 퍼지고 있는 거야. 그나저나… 이 독이 무슨 독인지 알 수도 없는데 어찌 한다?’
동현의 말에 갑자기 동수가 불쑥 나타나 말한다.
[주인님의 의술 특기는 많이 활용함으로 인해서 많은 발전을 한 상태입니다. 좀 더 진맥을 하는데 집중을 하면 의술이라는 특기로 어떤 독인지 진단을 해둘 것입니다.]
‘그래? 그게 정말이야?’
[물론입니다. 주인님. 제가 어디 거짓말 하는 거 봤습니까?]
‘으음… 네가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말을 하니… 좋아. 한 번 믿어 보겠어.’
동현은 더욱 진맥에 집중하여 몸속의 모든 것을 느끼려 노력한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알아냈다!”
“예? 그게 무슨?”
“자네가 단검에 맞은 독이 무슨 독인지 알아냈다는 말일세.”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렇다네. 나를 한 번 믿어보게. 여봐라!”
“예! 대막리지! 부르셨습니까?”
“지금 당장 지필묵을 가져와! 그리고 내가 적어준대로 약재를 받아서 탕약을 달여라! 급하니 여기 의원들이 쓰는 약재를 써야겠어! 약재를 쓰는 것에 대한 허락은 내가 태왕 폐하께 직접 가서 맡을 테니 말이야. 지금 바로 가! 한시가 급하다! 더 늦으면 여기 해론 근위장 목숨이 위태로워!”
“알겠습니다!”
그렇게 명령을 받은 군사는 빠르게 지필묵을 빠르게 가져온다.
동현은 그 지필묵으로 빠르게 무슨 약재를 써서 다려야하는지 썼고 빠르게 쓴 후 군사에게 간단히 설명한 후 탕약을 달여 오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은 고보장이 숨어 있는 한 방으로 향했다.
“태왕 폐하. 소신 대막리지입니다!”
“오… 그래! 얼른 들어오게!”
고보장의 허락과 함께 문 앞을 지키는 군사들이 문을 열어주자 동현은 방 안을 들어가자마자 예를 갖추며 인사를 한다.
“태왕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오! 대막리지 마침 찰 왔소이다!”
“반역자들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얼마나 많이 놀라셨겠습니까? 허나 이제 제가 왔으니 안심하십시오.”
“이렇게 빨리 와줘서 정말 고맙소, 대막리지! 헌데… 대막리지가 이렇게 들어왔다는 것은 반란 귀족들의 반란이 모두 소탕이 됐나보구려?”
“그렇습니다. 항복하는 자들은 살려두면서 저항하는 자들은 모조리 죽였습니다.”
“그랬군… 참! 근위장인 해론… 해론은 어찌 되었소? 그 자가 없으면 나는 큰일 나오!”
“압니다. 태왕 폐하. 그 단검에 독이 발려 있기는 하나 소신이 직접 진맥하여 무슨 독인지 알아냈으니 큰 염려는 하지 마십시오. 약을 처방해서 한 군사에게 들려 보냈습니다!”
“오! 잘 했네! 잘 했어! 우리 궐 안에 있는 약재를 쓴 것이겠지?”
“그렇습니다. 소신이 허락 없이 썼으니 죽어 마땅합니다. 벌을 내려주십시오.”
“내 근위장을 살리는 일이야. 헌데 벌을 내리면 되겠나? 오히려 내 대신 몸을 던져 단검을 막아준 은인을 구해주는 것이니 자네에게 상을 줘야지.”
“황공하옵니다. 태왕 폐하.”
“그나저나 뜻밖에 이런 일이 생겼으니… 이것을 틈으로 보고 다른 나라에서 우리 고구려를 공격하지 않을까 싶소.”
동현은 이 말을 듣자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보장의 걱정을 해소시키려는 말을 하기 위해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