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2화 동현, 고경의 언행을 이용해 서세적을 설득하다.
동현은 고경으로부터 서찰을 받고는 매우 기뻐했다.
고경이 무사할 뿐만 아니라 서세적이라는 인물을 생포해서 데려오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
‘서세적이라… 당나라가 세워지고 당 고조 이연의 사성정책으로 인해 이씨 성을 하사 받아 이세적이 되는 인물이지. 나중에 이세민이 황제가 되고 나서 이름의 세자가 겹친다 하여 피휘하기 위해서 이세적의 세를 빼고 이적이 되었다고 기록으로 본 적이 있어.’
동현은 기억을 찬찬히 되짚어보았다.
‘내 기억에 의하면 굉장히 명장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고구려를 멸망시킨 주역이기도 하면서 고구려를 소국 주제에 책이 너무 많다며 많은 것을 불태워 없앤 장수이기도 하고 말이야. 하지만 이 자가 우리 고구려에 등용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큰 힘이 되겠지. 내가 회귀한 만큼 내가 죽기 전까지 이 고구려가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기반을 다져 놓아야 해. 그러자면 인재가 필수적이다. 반드시 이 자를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겠어!’
동현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고경과 일행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며칠 뒤.
왕고중은 박준과 함께 업성에 남고 고경은 가동, 전사웅과 함께 백암성으로 돌아왔다.
동현은 고경을 직접 성문 밖까지 나와 맞이했다.
“아니, 대막리지. 여기까지 나오셨습니까?”
“좌군사가 나라를 위해 노구를 이끌고 멀리 나갔는데 이 정도도 못하면 되겠나?”
고경은 동현의 말에 감사해하며 같이 말을 타고 성문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들어가면서 포박을 당한 채 들어오는 한 사람을 보자 동현이 묻는다.
“저자가 자네가 말한 서세적이라는 자인가?”
“예. 대막리지. 제가 보기에 범상치 않아 보여서 데리고 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서세적이 너무나도 완강하여…….”
“그렇겠지. 자네가 제대로 본 인물이라면 쉽게 주인을 바꾸지 않을 테니 말이야.”
“송구합니다.”
“자네가 잘못한 것이 있나? 그리고 자네가 제대로 본 인물이니 나도 흥미가 생기고 말이야. 자네는 본래 무언가를 추천하는 것에 있어서 매우 신중한 사람이지 않은가?”
“이제는 저를 너무나도 잘 아시는군요.”
“자, 일단 오늘은 푹 쉬도록 하지. 서세적 저자는 일단 옥에 가두어두고 내일 날이 밝으면 만나봐야겠어.”
“알겠습니다.”
고경과 가동, 전사웅은 그렇게 백암성에 돌아와 동현과 함께 간단하게 술 한 잔을 하고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동현은 서세적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렀다.
“자네가 서세적인가 보군.”
“…….”
“뭐… 말하기 싫다면 안 해도 되네. 자네가 말을 안 하면 안 할수록 자네 주인인 이밀은 점점 죽음으로 갈 테니 말이야.”
동현의 말에 그제야 서세적이 반응한다.
“그게 무슨 말이냐? 위공께서 죽음으로 간다니?”
“하하하! 제 주인이 죽음으로 간다니 이제 흥미가 생긴 모양이구만. 이제 대답을 하는 것을 보니 말이야.”
“…….”
“이제부터 자네가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자네 주인의 목숨은 없다. 알겠나?”
“…….”
“또 대답이 없군. 여봐라!”
“예! 대막리지!”
“고경에게 전해라! 이밀 생포 작전을 시작하라고! 잡지 못하면 바로 죽여도 좋다!”
“예! 대막리지!”
동현이 이렇게까지 말을 하자 서세적은 정말로 자신의 주인인 이밀이 위기에 몰렸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내 주인인 위공이 어떻게 위기에 몰렸기에 그리 쉽게 죽일 수 있다는 것이냐?”
“대답을 안 한 건 너다. 그 죄이니 나를 탓하지 말라.”
“이, 이제부터는 모든 것에 대답 할 테니 좀 전의 명령은 물려다오.”
“…….”
“이렇게 부탁하겠소이다!”
동현은 서세적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후후후… 확실히 충성심이 있는 놈이로구만. 좋아. 하지만 이제 두 번의 자비는 없다. 이제부터 내 말에 대답을 하지 않으면 그 이후로는 네가 빌어도 네 주인인 이밀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 알겠나?”
“아, 알겠소.”
“여봐라! 고경에게 지금 내가 좀 전에 말한 것을 멈추도록 하라고 사람을 보내라! 잠시 보류하라고 해!”
“예! 대막리지!”
동현이 이렇게 말을 하자 서세적은 그제야 안심한 듯 표정이 풀렸다.
그런 서세적을 보자 동현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지.”
“대체 어떤 계책이기에 우리 주인을 그렇게 쉽게 잡을 수 있다고 장담하듯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오?”
“그거야 간단하지.”
“……?”
“자네가 고경을 등용하러 왔잖은가?”
“그, 그렇소만…….”
“거기부터 자네들은 우리 계책에 말려든 것일세.”
“그게 무슨 말인지…….”
“고경은 본래 우리 고구려에 볼모로 잡혀 있던 사람일세. 헌데 갑자기 고경이 풀려났고 허도에 있다는 소문이 났지. 우리 고구려와 수나라 국경지대도 아니고 말이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동현의 말에 서세적이 대답한다.
“하지만 그건 고경 그 사람이 고구려를 탈출하여 수나라로 돌아왔고 허도에 돌아왔는데 세월이 흐른 후 우연히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 수도 있는 일 아니오?”
“그래. 자네 말 따라 그것이 가능할 수 있겠지. 헌데 말이야.”
“……?”
“고경이 그렇게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는 말이 안 되지 않나?”
“그게 무슨…….”
“고경이 탈출하여 세월이 흐른 후 다시 알려졌다고 했는데 고경이 본명을 쓴 상태에서 대외적으로 다시 알려진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하는 것일세.”
“……?”
“고경이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면 분명 그는 가명을 썼을 것이야. 그는 자신의 명성을 계책에만 이용할 뿐 자신을 위해서는 쓰지 않는 사람이거든.”
“자신을 위해서 쓰지 않는다는 말은…….”
“말 그대로일세.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자신의 명성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말이지. 오로지 자신이 모시는 주인이나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명성을 이용하는 자라는 것이야.”
“그 말은… 정말 고경이 고구려를 위해 일한다는 것이오?”
서세적의 말에 고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이제야 이해를 했구만.”
“어째서… 어째서 자신의 나라를 버리고 최대의 적이었던 고구려로…….”
“그것은 자네가 생포당하기 전 고경이 어느 정도 말을 해줬다고 하던데… 자신은 지쳤다고 말을 했다던가?”
“분명 그런 말을 하기는 했었소만, 그렇게 말하자면 무언가 모순이 있는 것 아니오?”
“어떤 면에서?”
“고경이 나에게 말하기를 자신이 지쳤다고 말을 했다는 것은 어느 곳에도 등용되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당시에 나는 이해를 했소이다. 특히 자신을 억지로 끌고 가려 한다면 혀를 깨물고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까지 말을 하며 내게 협박을 했고 말이오. 그런데 당신의 지금 말과는 전혀 다른 뜻이지 않소?”
동현은 서세적의 말에 여전히 미소를 유지한 채 대답한다.
“자네가 그렇게 이해를 했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을 할 수 있겠군.”
“……?”
“자네가 말한 고경의 뜻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말이야.”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서세적이 궁금해 하자 동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고경이 처음 우리 고구려에 등용될 때도 그대가 고경을 등용하려 할 때와 같은 반응이었소. 헌데 우리는 설득을 했고 우리 고구려를 위해 일하고 있지. 고경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 하시오?”
“솔직히 잘 모르겠소이다. 도무지 그의 뜻을 알 길이 없소.”
“그렇겠지. 고경은 항상 말을 하는데 있어서 그 의미를 크게 부여하면서 다른 사람이 뜻을 잘 알지 못하게 하는 사람이니깐… 허나 그의 말에는 분명 또 다른 뜻이 있지.”
“……?”
“겉으로는 체념이지만 그 믿음을 언행을 통해 보여준다면 그는 그 사람과 나라에 충성을 다할 것이라는 것 말이야.”
“그건 어디까지나 추측이 아니오?”
“그럴 수 있겠지. 허나 우리는 그런 그의 뜻을 이해했고 진심으로 우리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네. 자네들이 고경에게 잘못한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등용하려 했다는 것이지.”
“…….”
“허나 우리는 달랐네. 고경은 과거 수나라 황제 양견과 함께 나라를 세울 때부터 입버릇처럼 말하던 것은 오로지 백성이었지. 우리는 그 뜻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네. 그리고 그것은 우리 고구려와 아주 찰떡궁합이었고 말이지. 우리 고구려는 나라가 강해지기 위해서 군사도 군사이지만 굶는 백성들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방침이어서 말이지.”
동현은 잠시 숨을 고른 후 계속 말을 이어간다.
“자네들은 그저 영토를 넓히고 혼란한 나라를 통일할 생각만 했지 백성들의 안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네. 그로 인해 고경은 양광 이후 완전히 의욕을 잃었고 아예 세상을 등지려고 했었지. 그리고 수나라의 개국공신이었던 만큼 항복을 하려 하지도 않았어.”
서세적은 말없이 얘기를 계속 들었다.
“허나 우리는 계속 그를 설득했네. 언행을 보여줌으로 인해서 말이야. 쉽게 말해서… 우리는 자네에게 한 말의 뜻을 쉽게 여기지 않았고 그의 마음을 돌려놓았던 것일세. 나중에 고경이 내게 말하더군. 자신은 당시 모든 것을 체념한 상태였으나 우리 고구려의 백성들을 보니 부러웠다고 말이야. 그리고 백성들을 위해 일하고 싶었다고 후에 밝혔지. 겉으로는 충성심에 항복을 하지 못 했을 뿐 이미 마음은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는 말일세.”
“…….”
“하지만 그도 이것이 마음에 걸렸던 듯 조건까지 걸었네. 첫째는 수나라와 전쟁에 직접 나가지 않게 해달라는 것과 둘째는 황제를 생포하면 목숨만은 보전해 달라는 것이었지.”
“그럼 지금 첫 번째 조건은 그 스스로 어긴 것이 아니오?”
“그렇지 않네.”
“……?”
“현재 많은 군웅들이 일어나 수나라 조정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지. 그가 말하더군. 지금의 수나라는 더 이상 수나라가 아니고 그에 반하여 일어난 군벌들일 뿐이다. 그러니 자신도 이제 계책을 내겠다고 했지.”
동현의 말에 서세적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런 그에게 동현은 계속 말을 이어간다.
“내가 왜 자네에게 이런 말을 하는지 아는가?”
“…투항하라는 것이오?”
“잘 아는군.”
“아시지 않소? 나는 절대 투항하지 않겠다는 것 말이오.”
“물론 알지. 허나 이제 대세가 기울었네.”
“그건 억측이오.”
“내가 좀 전에 말한 것들을 잊었나보군. 나는 언제든지 이밀을 죽일 수 있네. 지금 그곳에 내가 원하는 사람들이 이미 가 있고 말이지.”
“…….”
“그리고 이 계책을 우리는 아주 오래 전부터 꾸몄지. 내가 왜 왕세충과 두복위, 임사홍이 보낸 사람을 다 죽이라고 했는지 아는가?”
“설마…….”
“이제 눈치를 챘나보군.”
“당신… 정말 무서운 사람이로군. 서로 크게 싸움을 붙이게 해서 전력을 급격히 소모하게 만들어 영토를 차지 할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나는 우리 고구려를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동현은 서세적에게 대답을 한 후 바로 앞에 있는 차 한 잔을 마시며 계속 말을 이어간다.
“자네가 이 고구려 영토에 압송이 되면서 주변을 봤겠지만… 백성들이 어때 보이던가?”
“…….”
“대답을 안 하면 어찌 할 것이라고 내가 말했을 텐데?”
“정말… 좋아보였소.”
“그래. 그랬겠지. 그대들이 다스리고 있는 영토의 백성들과 비교한다면 어떤가? 주변의 풍경과 모든 것을 다 돌아보았을 때 말이야.”
“우리가 다스리고 있는 영토의 백성들이… 더 어렵게 사는 것 같소. 그건 사실이오. 허나 그것은 우리 위공께서 회복 중이시오.”
“그렇겠지. 허나 그 백성들은 원하지 않는 전쟁을 계속 해야 하지. 강제 징집이 되는 경우도 있고 말이야.”
“…….”
“허나 우리 고구려는 다르네. 우리도 강제 징집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군사들이 입대를 할 때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입대하네. 그리고 군 생활에 만족한 백성들 중 일부는 계속해서 군인이 되겠다고 말을 하며 지휘관이 되기 위한 시험을 보는 군 복무를 신청하지. 전사를 하거나 다친 자들을 위해 꼭 보상을 하고 말이네.”
“…….”
“이밀은 뛰어난 인물이기는 하나 저 찢어진 수나라를 통일할 만한 그릇은 안 되네. 아니, 더 극단적으로 말하지만 당분간 저 찢어진 수나라를 통일할 사람은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네. 현재 그럴만한 인물이 내 눈에는 없으니 말이야. 그래서 난 일단 조금씩이라도 수나라의 영토를 우리 고구려의 영토로 만들어 백성들을 평안케 하려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