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화 고경, 수나라 군웅 세력 사람들의 목을 베고 서세적을 생포하다.
고경과 세 사람은 그렇게 콩나물 머리만 따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낯선 말소리가 들려왔다.
고경과 세 사람은 드디어 반응이 온 것으로 알고는 서로 눈빛을 교환한 후 대답한다.
“계십니까?”
“뉘시오?”
“혹시… 고경이라는 분이 계십니까?”
“고경? 그 사람은 여기 없소. 얼마 전에 이곳을 떴소이다. 누군가 자신의 위치를 발설했다면서 말이오.”
“그렇습니까?”
“그렇소. 그래도 여기 온 손님이니 마실 것이라도 하나 드리리다. 마침 술 한 병을 내가 오늘 사왔는데 같이 드시겠소?”
고경은 자신이 고경이 아닌 척 연기를 하자 찾아온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고경이 자신을 찾아온 사람에게 잔을 건네며 술 한 잔을 따라준다.
“얼마 전 나와 친한 사람이 술을 빚었는데 맛이 아주 좋더이다. 자, 한 잔 하시오!”
고경을 찾아온 사내는 고경의 권유에 단숨에 술 한 잔을 들이켰다.
그리고 잠시 후.
“으윽… 왜 이리 어지…….”
그 사내는 고경이 건넨 술을 마시고 바로 쓰러졌다.
세 사람은 그 모습에 매우 놀라는데 고경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자. 이 사람을 방 안에 옮겨놓고 포박을 해놓게.”
“아… 예. 좌군사.”
고경의 명령에 세 사람은 빠르게 사람을 방 안으로 옮겨 포박을 해두었다.
그리고 포박을 하기 무섭게 두 사람이 연달아 왔다.
고경은 이번에도 대단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술을 권했고 너무나도 손쉽게 그 사람들도 포박을 당했다.
“그럼 이제 한 사람만 오면 되겠군.”
“이밀이 보내는 사람을 기다리고 계신 겁니까?”
“그렇다네. 그 자도 분명 사람을 보낼 것이야.”
“그럼 이번에도…….”
“아니. 이번에는 다르게 할 걸세.”
“예? 왜 갑자기…….”
“잘 생각해보게. 이밀이 있는 곳은 이 허도에 오기까지 충분하고도 남은 시간이야. 헌데 아직까지 오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
“아, 그러고 보니…….”
“그 말씀은 어디선가 저희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군요.”
“확실치 않지만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네. 그래서 다른 계책을 내보려 하는 것일세.”
“알겠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일단 이곳을 떠나야지.”
“예? 뜬다고요?”
“그렇네. 아니, 정확히는 떠나는 척이라고 해야겠군.”
고경의 말에 왕고중이 무언가 느낀 것이 있는 듯 묻는다.
“혹시 떠나는 도중 길에서 좌군사님을 찾아올 것이라 생각하신 겁니까?”
“왕고중… 자네 정말 많이 늘었구만. 그 동안 무예 뿐만 아니라 여러 병서나 사서를 읽으며 공부한다더니… 맞네. 그들은 내가 이곳을 떠나기를 바라고 있을걸세.”
“그렇다면 저희 셋이 꼭 필요하겠군요.”
“그렇다네. 단 한 명은 이곳에 남아야지. 저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를 생각해서 말이야.”
“그렇다면 제가 이들을 지키겠습니다. 가동 장군과 전사웅 장군께서는 그들이 접선을 해오면 사로잡아 주십시오.”
“알겠네. 그렇게 하지.”
“자. 그럼 바로 움직이지. 업성으로 돌아가려는 길을 잡는 것이 좋겠어. 아, 가동과 전사웅. 자네 둘은 아예 옆에 붙어서 직접적으로 따라오지 말고 은밀하게 따라오게.”
“알겠습니다.”
“내가 먼저 이 방을 나갈 것이니 일다경(약 5~15분)정도 있다가 바로 나의 뒤에서 붙도록 해. 그렇게 하면 분명 내 앞에 나타날 것이야.”
고경의 말에 둘은 그러겠노라 대답을 하자 고경은 바로 방을 나선다.
그리고 고경이 업성으로 길을 잡고 돌아가는 길을 잡기 무섭게 예상대로 그 앞에 누군가 나타난다.
“혹시 고경님이 맞습니까?”
“음? 고경? 그 사람이 누군가?”
“시치미 떼셔도 소용없습니다. 이미 다 알아보고 왔으니까요.”
자신을 찾아온 사내의 말에 고경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이미 다 알고 왔다니 할 수 없군. 그대를 보니 이밀이 보낸 것이 분명해. 아닌가?”
“역시 대단하시군요. 맞습니다. 소인은 위공 밑에 있는 장수인 서세적이라 합니다.”
“그랬구만. 아마 나를 데려가기 위해서 왔겠지?”
“맞습니다. 제가 안전하게 모실테니 절 따라오시지요.”
“내가 싫다면?”
“그렇다면 힘을 써서라도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럼 차라리 자결하는 것이 낫겠군.”
“……!”
고경이 그렇게 말을 하며 품에 있던 작은 칼을 꺼낸다.
그리고 정말 자결할 듯한 모습으로 자신의 목을 찌르려는데 그 모습에 서세적이 깜짝 놀라 그의 손을 간신히 잡고 말린다.
그 칼은 정말 아슬아슬하게 고경의 목 끝을 아주 살짝 찌르고 있었고 그 칼날 때문인지 고경의 왼쪽 목에서 약간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정말 죽으려 하시다니, 왜 그러십니까?”
“나는 이미 늙은 몸. 내가 가서 뭐 하겠나?”
“…….”
“내가 가봐야 분명 나를 써 먹고 언젠가 나를 버리겠지.”
고경의 말에 서세적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저희 위공께서는 그런 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고경님을 크게 등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으십니다. 그러니…….”
“애초에 첫 마음은 대부분 좋지. 허나 그 후에는 어떨까?”
“…….”
“나는 수나라의 개국 공신이기도 하네. 초대 황제 폐하를 비롯해서 그대들이 미치광이라고 부르는 양광 황제도 모셨었지. 헌데 그 두 사람의 차이는 아주 극명했어.”
“…….”
“초대 황제셨던 양견 황제께서는 나를 절대적으로 신임하셨지. 헌데 양광이 황제가 되고나서부터 달라졌어. 그는 나와 같은 재상이었던 양소를 신임했지. 물론 초창기 때까지만 해도 내 의견을 가끔 듣기도 했지만… 거의 내 의견을 듣는 일은 거의 없었고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내쳐졌다네.”
“…….”
“나는 이제 지쳤네. 그러니 그만 내버려 둬. 정말 나를 데려가려 한다면 난 이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죽을 각오가 되어 있으니 말일세.”
고경의 말에 서세적은 어찌해야 하는지 난감했다.
그래서 그를 앞에 두고 잠시 고민하는데 그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튀어나와 칼을 휘두른다.
서세적은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자신의 칼집에서 칼을 커내어 막는데 다른 한 쪽에서 발이 날아온다.
서세적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그 발을 피하지 못하고 가슴팍을 맞고 쓰러졌고 그런 서세적을 본 가동과 전사웅은 빠르게 이동하여 쓰러진 서세적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크윽…….”
“좌군사. 보기 좋게 성공했군요. 그나저나 좀 전에 그 모습은 너무나도 위험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도 그쯤에 도착해서 봤는데 그런 행동을 하셔서 그 때 자리를 박차고 나가 말리려 했으나 옆에서 가동이 말리는 바람에 참았습니다.”
“아주 잘했군. 잘 해주었네. 가동.”
“아닙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다면 이 자가 속았겠습니까?”
“하하하! 맞네. 자, 포박을 한 뒤에 끌고 가지.”
“예.”
“크윽… 고경! 내가 잡히면 우리 주인께서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래? 그런데 어쩌나? 나는 그러기를 원하고 있는데…….”
“뭐?”
“나는 이미 고구려를 위해 일하고 있거든.”
“……!”
“자… 뭣들 하는가? 얼른 이놈을 아까 그 집으로 끌고 가게!”
“예! 좌군사!”
고경의 명령에 두 사람은 서세적을 끌고 다시 돌아오던 길의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성공하셨군요. 좌군사님.”
“하하하! 그렇다네. 가동과 전사웅이 잘 도와줘서 쉽게 잡을 수 있었지. 그나저나… 그 놈들은 깨어났는가?”
“예.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잘 되었군. 그 두 놈부터 먼저 보지. 이 자는 다른 방에 두고 감시하고 있게.”
“알겠습니다.”
고경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세 사람이 포박 되어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으로 들어간 고경이 모습을 드러내자 두 사람은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읍읍 거리며 발버둥을 친다.
하지만 그 소리는 왕고중이 입을 막아 놨기에 읍읍 거릴 뿐이었다.
고경은 그런 두 사람을 보다가 한 사람을 보고는 왕고중에게 명령한다.
“왕고중. 저 자부터 말을 하게 해주게.”
“예. 좌군사님.”
고경이 명령하자 왕고중은 한 사람에게로 가 막혀있는 입에 있는 천을 푼다.
그렇게 입이 자유로워지자 그 남자가 말한다.
“대…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나는 너희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있다.”
“……?”
“이미 너희가 어디에서 왔는지 안다. 왕세충이나 두복위, 임사홍이 보냈겠지.”
“……!”
“하하하! 이제 알았나보군! 그래! 너희의 예상이 맞다. 내가 고경이다.”
고경이 스스로 정체를 밝히자 입이 풀려 있던 자는 아무 대답도 못했으며 입이 막혀 있던 자들은 읍읍 거리며 놀라고 있었다.
고경은 그런 세 사람을 보더니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할 수 있는 사내에게 묻는다.
“너는 누가 보냈느냐?”
“저, 저는…. 왕세충님께서 보냈습니다.”
“왕세충이라… 정말 질긴 놈이지. 우리가 이 허도에서 몰아낸 뒤에도 죽지 않고 익주로 가 기반을 마련했으니 말이야.”
“…….”
“그런 그가 나를 등용하려 한다고?”
“그, 그렇습니다.”
사내의 말에 고경은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나는 왕세충이라는 자를 신뢰하지 않네.”
“…….”
“황제를 옹립하여 놓고 제 한 몸 피하기 위해 황제를 버리고 익주로 갔으니 그런 자는 신의가 없지. 그런 자에게 무엇을 바라겠는가?”
고경은 이렇게 말을 하더니 왕고중에게 명령하여 입이 막혀 있는 자들의 입을 모두 풀어주게 한다.
그렇게 입이 풀리고 난 뒤.
고경은 왕세충과 같은 예를 들며 두복위와 임사홍에게도 그들에게 등용될 뜻이 없음을 전했다.
그리고 이미 자신은 고구려에 등용된 몸이라는 뜻도 정확히 전달했다.
“이제 내 뜻을 모두 알았겠지? 그대들이 저승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이 말을 전해준 것인데 말이야.”
“예?”
“뭐하나? 왕고중! 이들의 목을 모두 베게!”
“예! 좌군사!”
“사, 살려주십시오!”
“이야압!”
촤아아악!
“커… 커억!”
푸우욱!
“꾸어억……!”
푸욱!
“끄… 끄어억!”
세 사람은 왕고중과 가동, 전사웅에게 목이 달아났다.
그 모습을 본 고경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세 사람에게 건넨다.
“이것을 모두 필사하여 각 군웅들이 있는 성에 들어가 벽보로 붙이게.”
“알겠습니다. 헌데… 무슨 내용입니까?”
“한 번 보게.”
고경의 말에 왕고중은 고경이 쓴 내용을 보는데 그 내용을 보고는 매우 놀란다.
“허어… 이거 정말 완벽한 이간책이로군요.”
“그렇지. 이렇게 되면 서로 간의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밀의 밑에 있는 서세적과 왕세충이 보낸 자들은 서로 고경을 등용하려다가 서세적이 그를 죽였고, 이 소식을 들은 왕세충은 분노하겠지. 그래서 아마 온 힘을 다해 이밀을 공격할 것이고 말이야.”
“마찬가지로 두복위와 임사홍도 서로에 대해 칼을 찌르고 죽였다고 해야겠군요. 한 명은 먼저 칼에 찔려 죽었고… 남은 한 명은 실력이 엇비슷하여 크게 상처를 입어 출혈로 죽었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그렇지. 서로 이 사실을 알면 각 나라의 군주들은 더욱 분노하여 크게 싸울 것이며 전력을 급격하게 소모할 것이다.”
“정말 기가 막힌 계책입니다. 헌데…….”
“……?”
“서세적은 왜 죽이지 않는 것입니까?”
왕고중의 말에 고경은 바로 대답한다.
“내가 보니 서세적이라는 자는 꽤 영민한 인물인 것 같네.”
“설마… 우리 세력으로 끌어들이실 생각이십니까?”
“그렇다네.”
“그가 우리 세력이 된다하더라도 딴 마음을 품고 있다면… 후에 크게 문제가 될 것입니다.”
“나도 아네. 하지만 자네도 알지 않나? 대막리지께서는 인재 욕심이 매우 많으신 분이라는 걸 말일세.”
“그건 그렇습니다만…….”
“이 문제는 대막리지께서 직접 판단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일단 서세적은 대막리지 앞으로 데리고 가도록 하지.”
“좌군사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우리는 이제 편안히 않아서 저들의 전력이 크게 소모되기만을 기다리면 되네. 모두 소모가 된 뒤 움직이면 손쉽게 영토를 차지할 수 있을 거야. 물론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말이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지금 이동하면 금방 어두워질 것 같으니 내일 날이 밝자마자 바로 이동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래. 그게 좋겠어. 일단 오늘 하루는 푹 쉬고 이동하지. 아. 혹시 모르니 서세적이라는 자가 달아나는지도 잘 살피고.”
“걱정 마십시오.”
고경은 노구를 이끌고 자신이 생각한 바 계책을 이루어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