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하여 수나라 정벌하자!-370화 (370/400)

370화 고경, 계책을 성공시키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다.

박준은 좌군사 고경이 왔다는 말에 매우 놀란다.

좌군사.

동현이 고대양이 태왕의 자리에 있던 시절 건의해 신설된 직책인데 태군사 ― 대군사 ― 좌군사 ― 우군사 직책으로 이루어진 벼슬 중 하나였다.

이중 가장 높은 태군사는 사훈이 맡고 있었고 그 밑의 대군사는 이정, 좌군사는 고경, 우군사는 장손무기가 맡게 벼슬이 내려졌는데 이 군사 직책은 고구려에서 2관등이나 3관등에 해당 될 정도로 높은 직책이었다.

그리고 이 4명은 모두 동현이 수족처럼 부리고 있으면서 지략이 뛰어난 자들이니 만큼 실패하는 법이 거의 없었는데 이 중 고경이 노구를 이끌고 왔으니 박준은 놀랄 수밖에 없던 것이다.

“아니, 좌군사. 어찌 이 먼 곳까지 발걸음을 하셨습니까? 듣자하니 몸이 좋지 않으시다고 들었습니다만…….”

“허허허. 대막리지의 치료 덕분인지 많이 호전 되어서 이렇게 복귀를 했네.”

“그랬군요. 그래도 조심하십시오.”

“걱정 말게. 이 고경, 나의 주인인 대막리지께서 명령하신 것을 제대로 완수할 때까지는 쉽게 죽지 않을 것이야.”

고경의 말에 박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다.

“헌데, 무슨 일로 예까지 발걸음을 하셨습니까? 무언가 직접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렇다네. 나는 본래 수나라 사람이었던 사람. 내가 움직임으로 인해서 저 수나라를 흔들어볼 참이네. 부끄럽지만 아직 수나라에서 내 명성은 죽지 않아서 말이야.”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박준이 어리둥절해 하는데 고경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수나라 전역에 소문을 내도록 하게. 죽은 줄 알았던 고경이 살아있고 고구려를 탈출하여 혼란한 정국에 모실 주인을 찾고 있다고 말이야.”

“……!”

“그러면 여러 군웅들은 나를 등용하려고 내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려 할 것이네. 난 그때쯤 허도에 가서 일반 백성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야.”

고경의 말에 박준이 무언가 깨달은 듯 말한다.

“혹시 허도에서 일반 백성처럼 보인다는 것은…….”

“역시 박준이로군. 눈치를 챈 것인가?”

“소, 소인이 생각한 것이 맞는 겁니까?”

“허허허. 그렇다네. 아마 내 계책이 맞아떨어진다면, 이밀과 왕세충 뿐만 아니라 두복위와 임사홍 또한 사람을 보내서 나를 등용하려 하겠지.”

“하지만 좌군사님. 그 계책은 너무 위험합니다.”

“나는 이미 늙은 몸. 이 늙은 몸을 내가 모시는 주인을 위해 바칠 수 있다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겠는가?”

“좌… 좌군사님!”

“그리고 그들은 나를 함부로 죽이지 못하니 걱정 말게. 내 명성이 아직 살아있는 만큼 나를 죽인다면 그들은 큰 비난에 시달릴 것이며 백성들 또한 등을 돌릴 것이니 말이야.”

고경은 수나라 초대 황제 양견이 있던 시절 재상으로 있으면서 수나라 백성들에게 크게 칭송을 받던 자였다.

특히 고경은 양광이 폭정을 일으켰을 때도 뒤에서 몰래 백성들을 도와주곤 했었는데 이것을 잘 아는 백성들은 고경이 고구려 군에 사로잡혔다는 소식을 듣자 슬퍼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그리고 훗날에는 그가 고구려에서 옥살이를 하다가 죽었다는 소문이 돌자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이번에 고경의 계책으로 고경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소문을 내면 백성들은 희망을 얻을 것이며 고경을 등용하는 군웅들은 고경을 통해 백성들로부터 민심을 얻을 수 있게 됨과 동시에 흔들리던 내부를 단시간에 바로 잡을 수 있게 되니 어떻게든 고경을 등용하려 할 것이다.

고경은 이런 군웅들의 심리를 이용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계책을 낸 것이다.

“그 계책으로 두복위와 임사홍은 물론이고 왕세충과 이밀을 더욱 더 크게 싸움을 붙이게 하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알면 됐군. 그 계책을 실행에 옮기면 되네.”

“…….”

“지금의 수나라는 여러 군웅들로 인해 찢어졌고 백성들은 고통 받고 있는 상태야. 이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이 좋아. 그러려면 지금과 같은 계책은 필수적이다. 현재 그들이 싸우고 있다고는 하지만… 예전에 한 번 크게 붙고 난 뒤부터는 전쟁이 길어지자 소모전으로 돌아섰어. 이건 백성들에게 좋지 않네. 더욱 더 백성들이 피폐해지니 말이야.”

“…….”

“그러니 나를 등용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손을 써서 두 세력 간에 더욱 더 감정의 골이 깊어지게 만들어야지. 그래야 우리 고구려가 큰 영토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대막리지의 입지도 더욱 탄탄해질 걸세.”

“하지만 좌군사님.”

“말해보게.”

“방금 말씀하신 계책이 무조건 성공을 거두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습니까?”

박준의 말에 고경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지금까지 우리 계책은 대부분이 다 잘 맞아 떨어졌네. 이 말은 저들이 우리의 의도를 눈치 채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지. 그렇다면 이번에 내가 낸 계책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걸세.”

“하지만 누군가 계책을 눈치 채고 일부러 속아주는 것이라면…….”

“그럴 리는 없네.”

“어찌 그리 확신하십니까?”

“여러 군웅들이 있는 지역에 기존 세작들의 수보다 3배나 더 많은 수를 투입했네. 거기다 그들은 기존의 세작들보다 더욱 더 철저하게 훈련을 받은 자들이야. 그들에게서 계책이 실행되었다면 내 귀에 안 들어올 리가 없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헌데, 대막리지께서 이 계책을 허락하신 겁니까?”

박준의 말에 고경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물론일세. 내가 대막리지의 명령을 어기는 것 봤나?”

“아… 아닙니다.”

“일단 대막리지께 연통을 취해야겠군. 계책을 실행하려면 장수 2명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말이야. 음… 가동과 전사웅이 좋겠어.”

고경은 그렇게 동현에게 서찰을 써서 보냈다.

동현은 고경의 서찰을 받고는 한숨을 쉬며 말한다.

“하아, 고경 이 사람… 좀 쉬라니깐 결국에 업성으로 갔구만.”

“모두 다 대막리지를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건 나도 아네. 허나 고경은 이제 노인이야. 80넘은 노인이란 말일세. 내가 간신히 치료를 해서 겨우 건강을 회복시켰는데… 이번 일로 다시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군.”

“어쩌겠습니까? 자신이 이번 계책을 반드시 실행에 옮기겠다고 고집을 부리니 말입니다.”

“그러게 말일세… 부디 아무 탈이 없어야 할 텐데…”

“대막리지, 일단 고경의 건강에 대해서는 넘어가시지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니 말입니다. 무엇보다 급한 것은 여기 고경이 적어놓은 가동과 전사웅을 보내는 것입니다.”

“후우… 그래. 그의 말대로 해주어야겠지. 알겠네.”

동현은 사훈의 말에 바로 가동과 전사웅을 불러 업성으로 가라고 명령했다.

둘은 명령을 받자마자 바로 출발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업성에 도착했다.

둘은 업성에 도착하자 고경은 물론이고 박준과 왕고중에게도 인사를 나누었고 밤이 되자 여러 장수들이 고경의 앞에 탁자를 앞에 두고 모두 앉아 있었다.

“모두 모였는가?”

“예. 좌군사.”

“좋아. 이제부터는 내가 낸 계책이 시작될 것이니 모두 이 계책을 보고 충실히 따라주었으면 좋겠네.”

고경은 이렇게 말을 하고는 자신의 계책 설명을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좌군사님. 이 계책은 정말 위험합니다.”

“나도 아네. 그래서 내가 자네 둘을 부른 것이야.”

“……….”

“자네 둘은 그들이 올 동안 내 밑에서 시종 역할을 해줘야 하네.”

“신분을 위장하라는 것이군요.”

“맞네. 나는 그들이 오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며 시간을 끌 것이야. 그러니 자네들은 내 시종으로 위장해 있다가 형편을 보아서 내 방으로 들어오게.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았을 경우 말이야. 단, 이야기가 잘 풀린다면 굳이 나설 필요는 없네.”

“하지만 좌군사님. 방 안으로 그들과 같이 들어가 버리면 우리가 좌군사님이 위기에 처했을 때 쉽게 구할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걱정하지 말게. 그들이 오면 난 방 안에 있지 않을 거야.”

고경의 말에 가동과 전사웅이 어리둥절해 한다.

“예? 방 안으로 같이 들어가시지 않으시겠다면 어떻게 그들을…….”

“그래서 내가 자네들을 데려오지 않았나?”

“서, 설마…….”

“그래. 그 설마가 맞아.”

“…….”

“잘 부탁하네. 그리고 때가 되면 내가 신호를 줄 테니 나에게 오는 자들을 모두 포박해주게. 아, 혹시 모르니 이 계책을 실행할 때 왕고중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가능하겠는가?”

고경의 말게 박준이 대신 대답한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지금 이 업성의 기본 전략은 세워졌으니까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자. 그럼 시작해주게.”

고경의 말에 박준은 고경의 말대로 고경이 살아있고 새로운 주인을 찾을지 고르고 있다는 소문을 흘렸다.

그러자 며칠이 지나지 않아 세작들에게서 소식이 왔다.

“그래? 두복위와 임사홍의 측근인 전공석과 조수걸이 직접 허도로 온다고?”

“예. 그렇다 합니다.”

“잘 되었구만. 그 두 사람은 둘의 지낭이니 말이야. 둘 다 성격이 불같은 만큼 둘에게서 문제가 생기면 둘은 사생결단을 낼 각오로 싸울 거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영토는 텅 비게 될 것이니 우리는 그 때를 노려 그들의 영토를 차지하거나 더욱 크게 싸움을 붙이면 된다. 그나저나… 이밀과 왕세충은 아무 반응이 없는가?”

“아닙니다. 소문이 퍼지자마자 그 둘에게서 바로 입질이 왔습니다.”

“그래?”

“예. 모두 걸려든 것 같습니다. 다만… 이밀과 왕세충이 보낸 사람들은 앞서 말했던 두복위와 임사홍의 측근이 아닌 그냥 그저 그런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저 그런 사람이라면… 그들을 통해서도 나를 충분히 등용할 수 있다 여긴 것이로군.”

“그런 것 같습니다.”

“후후후. 이거 일이 너무 잘 풀리는군. 모든 것이 딱딱 맞아 떨어지니 말이야.”

“저… 이제 그 다음은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어찌하긴? 이제 우리도 허도로 가서 작은 집을 구한 다음 일반 백성인 척 나물을 다듬으며 위장해야지.”

고경의 말에 왕고중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허도로 가서 미리 집을 구해놓겠습니다.”

“오, 고맙군. 헌데 집은 절대 커서는 안 되니 명심하도록 해. 일반 백성들의 집으로 구하라는 말일세. 철저히 위장을 해야 그들이 정말 나를 믿을 것이 아닌가?”

“알겠습니다. 좌군사.”

그렇게 왕고중은 고경의 명령을 받고 먼저 빠르게 허도로 떠났다.

고경은 왕고중이 떠나고 반나절 뒤 가동, 전사웅과 약간의 군사만 이끌고 허도로 향했다.

며칠 뒤.

수나라 군웅들이 보낸 사람들보다 미리 구해놓은 집으로 먼저 도착한 고경과 일행들은 바로 위장을 시작했다.

일반 백성인 것처럼 변복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 백성들처럼 몸과 얼굴 이곳저곳에 검은 숯 같은 것을 묻혀서 꾀죄죄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모든 것을 위장하여 꾸민 뒤 고경은 노구를 이끌고 나와 평상 위에 무언가를 쫙 펼친다.

그리고 그 위에 밑에 수하들이 무언가를 내려놓자 고경은 평상에 자리를 잡고는 말한다.

“자… 콩나물 대가리나 따볼까?”

고경은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콩나물 머리를 딴다.

본래 이 시대에 콩나물은 없고 고려 시대에 등장하는 것이나, 동현이 예전 기록을 떠올리고 콩나물을 재배하는 법을 알려준 것.

고경은 그 콩나물 재배법이 백성들에게 전파되어 조리해 먹는 콩나물을 보고는 그 콩나물을 일부 허도로 가져갔던 것이다.

그렇게 고경이 허름한 집 앞의 평상에 앉아 콩나물 머리를 따는 모습을 왕고중과 가동, 전사웅이 신기한 듯 지켜보는데 고경은 그런 3명을 보며 말한다.

“자네들도 돕게. 그러고 서 있으면 오히려 그 놈들이 접근하기가 꺼려질 거야.”

“아, 예.”

고경의 권유에 세 사람은 같이 평상에 앉아 콩나물을 머리를 땄다.

그리고 며칠 뒤.

“후우… 이곳을 모르는 것 아닙니까? 이 정도면 올만도 한데…….”

“계책을 실현하는데 있어서 끈기가 우선이라고 했네. 며칠만 더 기다려 보게. 이 콩나물 대가리나 따면서 말이야.”

고경이 이렇게 행동을 했음에도 수나라에 있는 군웅들이 보낸 사람들은 쉽사리 접근을 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세 사람은 고경이 있는 곳을 모르는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고경은 그럴 때마다 미소를 짓더니 계책을 실현하는데 있어서 끈기를 가져야 한다며 계속 콩나물 머리를 따라고만 한다.

세 사람은 계속 콩나물의 머리만 며칠 동안 따자 짜증이 밀려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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