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화 동현과 대중상은 자신들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음에 기뻐하고 고보장의 스승이 되다.
동현과 양아오는 빠르게 장안성(평양성)으로 향했다.
가도가 정비 된 덕분인지 동현과 양아오는 빠른 시간 안에 장안성에 도착했다.
동현은 장안성에 도착하자마자 대막리지 관부로 향했고 고보장을 알현하기에 앞서 대중상과 먼저 만나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말 좋은 계책입니다. 대막리지.”
“그렇게 생각하시니 다행입니다. 대모달. 그럼 이 계책대로 진행시키겠습니다.”
“예. 대막리지. 뜻대로 하시옵소서.”
동현은 대중상이 자신의 선배였던 만큼 절대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그와 함께 상의를 하며 일을 처리했다.
대중상은 이런 동현의 방식을 마음에 들어했고 동현이 최고 권력자가 되었음에도 자신을 무시하지 않고 국정을 운영하자 오히려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다.
“저는 대막리지와 함께 이 나라가 운영되는 것을 보면 정말 기쁩니다. 우리의 꿈이 현실이 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이 대모달께서 잘 도와주셨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별 말씀을… 대막리지께서는 이제 이 모든 고구려의 정권을 틀어쥐셨습니다. 그럼에도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고 나라를 잘 이끄시고 계시지요. 저는 권신이 나라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그 권신이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면… 그 권신을 지지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대막리지. 하지만 현재 대막리지께서 모든 군무와 정무를 쥐고 있는 건 사실이니 이리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대모달. 모든 것이 사실인데요. 저도 인정합니다. 그래서… 힘듭니다.”
“……?”
“제 결정이 잘못 됨으로 인해 행여나 이 고구려가 잘못 되지 않을까 하는 것 말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 있어보니, 선제 태왕 폐하와 상태왕 폐하가 왜 그런 결정을 하셨는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동현의 말에 대중상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하지만 그런 부담감 속에서도 아주 잘 나라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힘내십시오, 대막리지. 제가 살아 있는 한, 힘을 실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모달. 그리 말씀해주시니 든든합니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 조언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무엇입니까?”
“대모달께서는 이 고구려가 더욱 큰 나라가 되고 부강해지기 위해서 어떤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주변의 다른 나라들이 우리 고구려를 건드리지 못 할 정도로 큰 나라가 될 수 있도록 강해지려면 말입니다.”
동현의 말에 대중상은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한다.
“선제 태왕 폐하처럼 귀족들을 완벽하게 누른다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귀족들을 누른다라…….”
“예. 대막리지. 제가 생각하기에 현재 귀족들에는 세 부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기존에 실권을 쥐고 있던, 그러니까 선제 태왕 폐하 이전에 많은 권한을 누리며 그것을 악용하여 백성들을 착취한 귀족이 첫째입니다. 둘째로는 그런 귀족들에게 휩쓸려가지 않고 자신들만의 소신을 유지하며 백성들을 진정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살핀 귀족들이고, 마지막 셋째로는 대막리지께서 제안한 과거 제도를 통해 선제 태왕 폐하 때부터 등용된 새로운 신진 귀족들입니다. 여기서 첫째와 셋째가 매우 중요합니다.”
“둘째는 왜 언급하지 않는 것입니까?”
“둘째는 기존 귀족들에 대해 워낙 좋지 않게 보고 있던 귀족들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무조건 대막리지의 명령에 따를 자들이지요.”
“그렇군요.”
“그러니 대막리지께서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첫째와 셋째인데 첫째의 경우를 제일 많이 신경을 쓰셔야 할 것입니다. 그들이 언제 또 고개를 쳐들지 모르니 말입니다.”
동현의 말에 고대양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다.
“그렇다면 셋째의 경우에는 문제가 없겠습니까?”
“신진 귀족들의 경우에는 과거 제도로 등용된 덕분에 기존의 귀족들과는 사고방식 자체가 다를 것입니다. 이것만 볼 때 그들은 대막리지께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니 별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
“그들이 타락하여 기존 귀족들의 편을 들면 큰 문제가 됩니다.”
“음… 그들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기존 귀족 세력들에게 붙어먹는다면 세력은 순식간에 커질 수 있다는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니 새로운 귀족들을 대막리지의 편에 계속 서게 하려면 그들을 감시하는 제도도 따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올바르게 나라를 다스리셔야 합니다. 그들이 등용된 이유는 그런 귀족들을 없애고 부정부패가 없고 깨끗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등용이 된 것이니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나라는 자연히 부강해지지 않겠습니까?”
대중상의 말에 동현은 감탄한다.
“역시 대모달의 경험은 제가 따를 수가 없군요. 그 말씀 새겨듣겠습니다.”
“그저 제가 생각한 것을 내뱉은 것뿐입니다. 대막리지.”
“그게 다 제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대모달.”
“물론입니다. 대막리지. 아, 참. 그나저나 서토의 예전에 손권이 다스렸던 지역과 한 때 유비가 있었던 서주 지역을 차지할 수 있다고 정보를 받았습니다. 대막리지. 그 일은 어떻게 진행 되고 있는 것입니까?”
“들으셨군요. 그 일은 제 밑에 있는 책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계책을 만들어냈습니다. 지금 실행 중이긴 하나 시일이 제법 걸리는 일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대모달. 조만간 이 고구려에 또 한 번의 거대한 영토가 생겨날 것입니다.”
“하하하! 정말 기대됩니다! 좋은 소식이 오면 제게 제일 먼저 알려주십시오!”
“예. 그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에 양량에 관련된 일에 대해 좀 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대중상은 동현의 말을 새겨들으며 경청했다.
동현의 계획을 모두 들은 대중상은 동현의 계획에 매우 기쁜 듯 미소를 짓다가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말한다.
“대막리지, 국정을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지금의 태왕 폐하 말입니다.”
“……?”
“보령이 어리신 만큼 제대로 된 스승이 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의 스승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현재 태왕 폐하의 스승들은 기준에 미달됩니다.”
“그렇습니까?”
“예. 그러니 지금의 태왕 폐하를 대막리지께서 스승이 되어 가르치는 것이 어떻습니까?”
“예? 제가 말입니까?”
“예. 지금의 태왕 폐하께서는 보령이 워낙 어리십니다. 이렇다 할 교육을 받지 못하고 너무나도 급하게 황위에 오르셨지요. 그러니 대막리지께서 태왕 폐하의 교육을 맡아서 직접 가르치신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부터라도 교육을 잘 해 놔야 나중에 일이 생겼을 때 대비가 되지 않겠습니까?”
“으음…….”
“그리고 어렸을 때 교육을 하면 나중에 크면서도 대막리지를 절대적으로 태왕 폐하께서 따를 것이니 나라를 다스리기에 편할 것이고 말입니다. 거기다 훗날을 대비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겠습니까?”
동현은 대중상의 말에 회귀 전 고보장에 관련된 기록을 떠올려 본다.
‘내가 알기로 고보장은 철저하게 연개소문에게 조종된 허수아비 태왕이었다. 하지만 이게 정말 사실인지 확실하지 않아. 회귀 전 고구려에 관련된 기록들은 당시 멸망하면서 모든 기록이 불살라 없어졌으니…….’
동현이 이렇게 고민을 하는데 그런 동현을 보며 대중상이 말한다.
“왜 그런지 압니다. 이 나라의 모든 것을 틀어쥐고 있는 사람이 스승까지 된다면 더욱 더 태왕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고 몇몇은 좋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이것이 꼭 필요하다 생각 됩니다.”
“어째서요?”
“돌아가신 선제 태왕 폐하와 같은 웅대한 뜻을 지금의 태왕 폐하께서 크면서 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교육을 하면 저는 선제 태왕 폐하와 같은 담대하고 웅대한 뜻을 지닌 태왕이 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대막리지의 가문이 훗날 실권을 잃더라도 큰 위험이 되지 않을 것이고 말입니다.”
“그것을 어찌 확신합니까?”
“같은 뜻을 지닌 가문의 사람을 처벌할 수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높은 자리에 올려놓으려 할 것이라 생각 됩니다.”
동현은 대중상의 말에도 한 동안 말없이 고민하더니 결정을 내린다.
“좋습니다. 태왕 폐하의 스승 자리를 맡지요. 단…….”
“……?”
“대모달께서도 스승이 되어주십시오.”
“예?”
“대모달께서는 저보다 경험이 훨씬 많으십니다. 더 깊게 보실 수 있으시지요. 저도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는 하나 그런 면에서는 아직 대모달을 따라 갈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 무슨 말씀을…….”
“대모달께서 같이 스승을 맡아주시지 않겠다면 저는 스승 자리를 맡지 않을 겁니다.”
“…….”
대중상은 동현의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한다.
“후우… 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맡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대막리지, 제가 태왕 폐하께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건 병법에 관련된 것과 무예, 그리고 전장 상황에 따른 판단에 관련된 것뿐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그것만 해도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제가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두 사람은 고보장의 스승이 되었다.
대중상은 고보장의 스승들이 기준 미달이라 하여 동현의 허락 하에 모두 그 자리에서 잘라버렸고 동현과 함께 고보장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런 두 사람의 모습에 몇몇 신하들은 좋지 않게 보는 사람도 있었으나 어찌하리요.
모든 것은 권력을 쥔 사람들의 마음이었으니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아무튼 고보장은 이렇게 두 사람의 가르침을 받게 되었고 기존에 받던 교육과는 완전히 다른 스파르타 교육을 받게 되었다.
동현은 대중상과 일을 나누어 고보장을 아주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 스파르타 교육을 시작했다.
그런데 계속 몰아치는 스파르타 교육 때문인지 고보장은 늦은 밤까지 동현과 대중상이 내 준 과제를 하며 늦은 잠을 청할 때가 많았다.
많은 과제로 인해 몸이 많이 힘들었지만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반항 할 마음은 조금도 가지지 못했고 그 과제들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모습을 아버지인 상태왕 고대양과 태황후가 보고 동현에게 찾아와 한 마디를 했다.
“이보게. 대막리지!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지금의 태왕 폐하의 보령은 어리시네. 성장기이기도 하고 말일세. 그런데 그렇게 계속 교육하면 잠이 부족해서 성장도 제대로 못 할 것이며 안 생기던 병이 생길 수도 있어!”
“그렇습니다. 대막리지. 조금은 여유를 주세요!”
두 사람의 말에 동현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저도 압니다. 그리고 그것을 조절해서 하고 있습니다. 닷새 동안 빡세게 공부를 하게 하고 이틀 동안은 푹 쉬는 주기로 교육을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것도 너무 많소이다. 대막리지!”
“결코 많지 않습니다. 훗날 훌륭한 태왕 폐하가 되어 이 나라를 다스리려면 이것도 사실 부족합니다. 제 앞에 계신 상태왕 폐하와 같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뭐, 뭐라?!”
“이만 돌아가십시오.”
동현은 일부러 고대양에게 모욕감을 주면서까지 강하게 말을 했고 그런 동현의 말에 고대양은 화가 나면서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태황후도 이런 상황을 보고는 한숨을 쉬며 같이 물러나고 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