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화 동현은 자신을 죽이려는 귀족을 모두 잡아들이고 고대양에게 허도를 치기 위한 재가를 받는다. 그런데…….
동현은 박헌종이 권하는 방 안으로 허손, 가동과 함께 들어간다.
방에 들어가자 박헌종이 동현에게 자리를 권한다.
“그곳에 않으시지요.”
“음… 고맙네.”
박헌종은 동현이 자신의 요구에 순순히 따라주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놈… 넌 이제 끝났다.’
모든 것이 자신의 계략대로 되고 있음에 박헌종은 속으로 매우 기뻐하며 동현에게 말한다.
“막리지를 저희 집으로 모실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가 술 한 잔 올리겠습니다.”
“그래. 고맙네.”
박헌종은 태연하게 동현에게 술을 따른 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동현이 박헌종을 부른다.
“아니… 그냥 가면 안 되지.”
“예?”
“자네도 내 잔을 받아야 하지 않는가?”
“아… 예.”
박헌종은 동현의 요구를 거절하면 자신을 의심할까 봐, 그 요구에 순순히 따른다.
그렇게 술을 받은 박헌종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며 자리에 앉는다.
그러고는 술잔을 높이 들며 말한다.
“막리지께서 술을 내리시니 정말 영광입니다. 저희에게 한 말씀 내려 주시고 술을 마셔 주시면 따라 마시겠습니다.”
“그런가?? 하하하! 알겠네. 헌데 말일세.”
“……?”
“그보다 앞서서 자네가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네.”
“그게 무엇입니까? 하문 하십시오.”
“본래 손님이 왔을 때 첫 잔은 꼭 주인이 먼저 마시는 법이라고 하더군. 현재 예법에는 그것이 잘 받아들여져 있지 않으나 과거 예법을 내가 얼마 전 책을 읽다가 보았네. 그 책에는 우리의 예법이 변했다고 하더군.”
“…….”
“그래서 그 예법이 궁금해서 내가 계속 읽어 보았다네. 주인이 먼저 첫 잔을 마시는 이유에 대해 너무 알고 싶어서 말이야. 그런데… 거기에는 이런 말이 나오더군.”
“……?”
“첫 잔은 본래 주인이 마시는 것인데, 그러는 이유는 손님에게 혹시 모를 독살 여부에 대해 심려치 말라 알려 주는 것이라고 말이야.”
“……!!”
박헌종은 동현의 말에 자신의 계략이 들켰음을 확신했다.
그래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독이 든 술잔을 동현에게 집어던지려 했다.
그러나 옆에 있던 가동이 그것을 눈치 채고 품에 있던 단검을 꺼내 박헌종의 손에 있던 술잔에 던져 단숨에 깨버린다.
쩅그랑!!
“으… 으윽!! 이렇게 된 이상… 여봐라! 모두 이놈을 죽여라!!”
박헌종이 그렇게 명령하자 방 안에 숨어 있던 몇몇 군사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동현은 오히려 태연하게 말한다.
“겨우 그 정도 군사가지고 날 죽이겠다고?”
“흥!! 겨우 이 정도로 생각하느냐? 밖에도 군사를 배치해 놨다!”
“그래?”
“그래. 넌 이제 죽은 목숨이다! 차라리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 어떠냐?!”
박헌종이 그렇게 말을 하는데 갑자기 밖이 크게 소란스러워 지더니 누군가 방안으로 뛰어 들어온다.
“사… 상위사자 어른!”
“무슨 일이냐?”
“바… 밖에… 군사들이 왔습니다! 우… 우리 군사들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뭐라?”
박헌종은 보고를 받고 매우 놀라며 동현을 보는데 동현은 그런 박헌종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내가 대비도 안하고 왔을 거라 생각하나?”
“이… 이놈이! 어차피 이놈을 생포하거나 잡으면 끝이다! 여기서 저놈을 잡거나 죽여야 한다! 모두 쳐!”
박헌종의 명령에 방 안에 있던 군사들이 동현과 허손, 가동을 덮친다.
하지만 동현을 비롯한 이 둘은 전쟁 경험이 매우 많았고 이런 상황에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었다.
동현과 허손, 가동에 의해 귀족들의 사병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진다.
까앙! 깡!
푸우욱!!
“커… 커억!!”
“하아아압!!”
촤아아악!!
“끄어억!”
세 사람의 검과 창이 춤출 때마다 사병들이 피를 흩날리며 순식간에 죽어나간다.
그런 세 사람의 모습에 그제야 박헌종도 혼비백산하며 밖으로 달아나려 했다.
동현은 그런 박헌종의 목을 붙잡더니, 한 손으로 다른 탁자 위에 그를 집어던져 버린다.
“어딜 가려고?!”
“으어어억!!”
휘이이익!!
콰아아앙!!
박헌종의 몸이 날아가며 탁자에 떨어졌고 탁자가 큰 소리와 함께 박헌종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서졌다.
박헌종은 동현에 의해 자신의 몸이 탁자 위로 떨어진 고통에 신음하는데, 누군가의 창이 그의 목 근처로 다가왔다.
“크으윽…….”
“이제 다 끝났다. 그리고 이곳을 지휘하는 다른 귀족들도 말이야.”
허손은 박헌종의 목에 창을 들이밀며 주변 호위무사에게 외친다.
“이놈을 포박하라!”
“예!”
허손의 명령에 호위무사들은 일제히 그를 포박했다.
동현은 허손이 그러고 있는 사이 미리 자리에 앉아 있던 다른 귀족들 또한 포박을 하는데, 그들은 하나 같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이다.
동현은 그런 귀족들을 보며 말한다.
“너희들 또한 나를 죽이겠다고 가담한 자들이 아닌가? 내가 너희들에게 잡혔다면 분명 너희들은 나를 비롯한 우리 가족들과 친인척을 가만두려 하지 않았겠지…….”
“마… 막리지!”
“허나 난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너희들처럼 목숨을 구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 한 번만… 한 번만 봐주시오! 상위사자에게 약점을 잡혀 어쩔 수 없이 가담한 것이오!”
“그… 그렇소! 한 번만… 한 번만 자비를 베풀어 주시오!”
“상위사자에게 어떤 약점을 잡혔지?”
“그… 그건……..”
“바로 대답을 하지도 못할 거면서 살기를 바라는가?! 뭣들 하느냐?! 끌고 가라! 이놈들이 하는 변명은 그저 자신이 살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예! 막리지!”
“막리지! 막리지! 살려 주시오!”
귀족들이 절규하며 살려 달라고 하지만 호위무사들이 가차 없이 끌고나간다.
동현은 그 모습을 보고는 자신이 마시려던 술잔에 은수저를 집어넣어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저가 검게 변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본 가동이 말한다.
“선인 성호영이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그래. 그에게 꼭 답례는 해야겠어. 꽤 충성스러운 자이니 만큼 태왕 페하께서도 윤허해 주실 것일세. 아… 그나저나… 태왕 폐하께 이 일을 아뢰었는가?”
“예. 미리 이정 부군사를 보내 알렸습니다.”
“이정이라면 안심이지. 가동. 이제부터 너는 이 귀족들과 관련된 자들을 전부 색출해 내서 다 잡아 들이거라. 알겠나?”
“예! 막리지!”
“도망간 몇몇 귀족들도 글필하력에게 잡혔겠지?”
“계획대로만 했다면 전부 잡았을 것입니다.”
동현은 가동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글필하력의 보고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막리지!”
“오! 글필하력! 어찌 되었는가?”
“예! 막리지의 말씀대로 모두 도망치려는 것을 생포했습니다!”
“아주 잘했다. 자… 그럼 이곳은 모두 정리가 된 것인가?”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이제 돌아가자.”
“예!”
그렇게 동현은 자신을 죽이려던 모든 귀족들을 모조리 사로잡아 옥에 넣었고 그 결과를 고대양을 알현하여 보고했다.
“그랬구만. 그만하길 천만 다행일세.”
“소신을 그리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별 말을… 그나저나 저 서토는 점점 혼란해지는 모양이더군. 자네가 말한 계책이 맞아 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 얼마 전에 남쪽에 있는 세력과 북쪽에 있는 세력끼리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했다고 하더군.”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럼 허도로 바로 쳐들어 갈 것인가?”
“모든 계획은 다 짜놓았으니 이제 군사만 움직이면 됩니다.”
“그렇군…….”
“무언가 걸리시는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동현의 말에 고대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귀족들 때문에 그러네. 우리가 하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방해하려는 세력을 없애고 없애도 계속해서 나타나니 말이야…….”
동현은 고대양의 말에 바로 대답한다.
“아마 이것은 시간이 흐른 후… 먼 훗날에도 계속 될 것입니다.”
“먼 훗날에도 계속될 것이라…….”
“예. 그러니 태왕 폐하께서는 이런 무리들을 잘 가려서 쳐내고 이 고구려를 더욱 부강하게 발전시키셔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고구려가 후대를 위해 이제부터 많은 것들을 변화시켜야 하지요. 지금은 제가 나서서 변화를 시키고 있다고는 하나… 언제까지 저 하나만으로는 모든 일을 전부 다 변화시킬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그나저나… 허도의 일은 이제 어떻게 하면 되겠나?”
“쓸만한 장수를 임명해서 허도의 왕세충을 공격하십시오.”
“왕세충의 허도를 공격하여 우리 영토로 만들면 그 옆에 있는 두건덕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
“소신의 생각은 다릅니다.”
“어째서?”
“왕세충을 우리 고구려가 없애면 오히려 우리에게 동맹을 제안하거나 숙이고 들어올 겁니다. 현재 그들은 남쪽의 거센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왕세충의 잔당들 또한 가까운 두건덕에게 갈 것이니 세력이 커지게 될 것입니다. 상황이 그렇게 되면 우리 고구려 쪽만 확실하게 묶어 두면 남쪽을 몰아내는데 집중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동현의 말에 고대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한다.
“과연… 자네 말이 옳군. 허나 그렇게 되면 걱정되는 것이 또 있네.”
“무엇입니까?”
“허도를 차지하면 우리는 좌측에 이밀을… 우측에 두건덕을 두는 셈이 돼. 양쪽에 끼이게 된다는 말이지.”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양쪽으로 같이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시는 것 아닙니까?”
“맞네.”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현재 익주 지방에서도 세력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곧 그들을 공격할 것이니 말입니다.”
“뭐라? 그것이 참인가?”
“그렇습니다. 좀 전에 제게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랬구만. 그래서 자네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었어. 좋아. 그렇다면 백제는 어찌하면 좋겠는가? 분명 저대로 두면 현재 남쪽에 있는 서토 무리 놈들과 교류를 할 것 같은데?”
“당분간은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을 겁니다.”
“어째서?”
“예전처럼 주제를 모르고 또 다시 덤빈다면 명분이 되어 우리가 백제를 없앨 수 있으나 현재 그들을 바로 치기에는 명분이 없습니다.”
동현의 말에 고대양은 아쉬워한다.
“아쉽군. 차라리 그 때 수군으로 우리를 쳤을 때 싹 밀어 버렸어야 했는데 말이야.”
“너무 힘으로만 밀어붙이면 주변에서 우리를 두려워만 하게 될 겁니다. 빠져나갈 곳을 주며 자비를 베풀면 우리에게 힘은 물론이고 아량도 넓다고 칭송을 받게 될 것이니 말입니다.”
“음… 힘을 지나치게 과시하면 주변 나라들의 두려움을 사서 그들을 오히려 뭉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과연…….”
“다만 백제가 다시 한번 주제를 모르고 덤빈다면… 그때는 이전과 확실히 달라야 합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백제를 점령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좋아. 그렇게 하지. 그럼 백제는 고승 장군에게 그 일을 맡기겠네.”
“뜻대로 하시옵소서. 태왕 폐하. 그리고 혹시 모르니 고승 장군을 보좌하는 장수를 한 명 제 수하에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게.”
동현은 그렇게 고대양으로부터 허도를 쳐도 된다는 재가를 받고는 황궁을 나왔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을까?
허도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그때 이번 귀족들의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조사관이 동현 앞에 무언가를 내민다.
“뭐라? 이게 정녕 사실이냐?!”
“그렇습니다. 막리지…….”
“하아… 이렇게 되면… 허도에 대한 출전은 잠시 미뤄야 한다.”
동현의 말에 사훈이 놀라며 묻는다.
“대체 무슨 내용이 길래 그러십니까?”
“자네가 보게.”
동현에게서 조사관에게서 받은 조사 내용에 대한 글을 넘겨받은 사훈. 사훈은 그 글을 읽어보고는 매우 놀란다.
“이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그래… 내가 차마 할 수 없는 짓을 해야 하지.”
“으음… 하지만 섣불리 결정할 수 없으니 좀 더 철저하게 조사를 해보라고 하시지요.”
“그래. 나도 그러려고 했네.”
동현의 사훈의 말에 이번 박헌종과 관련된 귀족 사건에 대해 조사관에게 더욱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명령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