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화 동현을 죽이려는 귀족들과 뜻밖의 정보.
그렇게 이세민은 죽고 그와 관련된 모든 가족과 친인척들은 노비가 되었다.
이연과 그의 아내, 그리고 그 딸인 수연은 동현의 직속 노비가 되었고 나머지 형제들은 노비가 필요한 곳에 분배되었다.
서로가 다 강제로 흩어지는 상황… 이연과 그의 가족들은 서로 이별하기 직전 눈물을 보였고 다른 형제들이 군사들에게 끌려 나가는 것을 보고는 더욱 참담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반란을 꾀하려 했다는 것에 대해 자비는 없는 법.
동현은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며 누군가를 부른다.
“양총!”
“예! 막리지!”
“네가 지금까지 가장 밑이었지만… 이제 너보다 더 밑이 생겼다. 이놈들도 예전에 네가 가담했던 세력과 마찬가지로 반란을 일으키려던 자들이지. 한 지방을 자신들의 나라로 삼으려 한 자들이니 네가 제대로 가르쳐라. 아주 혹독하게 말이야. 만약 설렁설렁 대우해 준다면 네놈의 죄를 물을 것이다. 알겠느냐?!”
“예! 막리지! 그리 하겠습니다!”
양총. 과거 고건무의 편에 붙어 나라를 뒤엎어 보고자 했던 사람이다.
그는 반역을 꾀해 노비가 되었기에 노비들 중에서도 최하층이었는데, 오늘 이세민의 가족들이 들어오면서 자신의 가장 밑이었던 생활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양총은 그것만으로도 표정이 확 밝아지더니 이세민의 가족들에게 큰 소리로 말한다.
“나를 따라 나와라! 이제부터 너희가 해야 할 일을 알려 줄 것이다!”
“…….”
“뭐하나? 대답 안하고?!”
“예…….”
한순간에 귀족 신분에서 노비로 전락한 이연의 가족.
노비가 자신들에게 반말을 찍찍하며 임무를 알려 준다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상황.
그렇게 이세민의 집안은 비참한 생활을 시작했다.
* * *
한편 그 시기 고구려 도성의 한 귀족의 집에서는…….
“이대로는 아니 되오! 무언가 수를 써야 하오!”
“하지만… 태왕 폐하께서 지금의 막리지와 대모달을 싸고도는 만큼 방법이 없소. 결국 저들을 무너뜨려야 우리가 원하는 권력을 되찾아 올 수 있지 않겠소?”
고구려를 좀 먹는 귀족들을 동현은 물론이고 영양 태왕 시절이나 고대양이 즉위하고 난 뒤 많이 소탕했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특히 자신들의 입지를 순식간에 잃으면서 간신히 살아남은 귀족들의 경우에는 현재 실권을 쥐고 있는 동현과 대중상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
거기에 고대양에 대한 불만이 추가된 상황.
이들은 어떻게든 동현과 대중상을 몰아내고 꼭 다시 권력을 되찾길 바랐다.
과거 귀족들이 권력을 쥐었던 때를 생각하며 말이다.
평원 태왕 때부터 귀족들은 중심에서 밀려나기 시작했으며 영양 태왕 때부터는 사정없이 중심에서 밀려나 중심 권력에서 급격히 멀어졌다.
그렇게 급격히 멀어진 데는 동현의 역할이 매우 컸는데, 귀족들은 이런 동현에 대해 워낙 잘 알기에 어떻게든 지금의 동현을 무너뜨리려 했다.
쉽게 말해 동현만 무너뜨리면 고대양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하는 귀족들…….
“지금의 태왕 폐하께서는 우리에게 적대적이라고는 하나 내가 보기에 김동현 그자만 무너뜨리면 아무 것도 아니오.”
“나도 그리 생각하오. 그렇게 되면 대중상이라는 자도 별 것 아닐 것이고 말이오.”
“맞소. 어떻게든 김동현 그 놈을 처리하고 난 뒤 태왕 폐하의 황명을 빠르게 받아 그들의 병권을 거두고 중앙을 장악한다면 승산이 있소!”
귀족들은 이렇게 한 집안에서 몰래 모여 동현을 어떻게 몰아낼지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랴? 이 모든 것은 장안성(평양성)에서 은밀하게 첩보 조직을 움직이고 있던 이정에게 걸리고 말았다.
* * *
“그래? 그 놈들이 한 집안에?”
“예! 부군사!”
“음… 지금과 같이 어수선 하고 을지문덕 어른께서 돌아가신 때 이런 일이… 그들이 왜 모였는지는 알아냈나?”
“다 알아내지는 못 했으나 일부만 알아냈습니다. 그쪽에 가 있던 세작들의 보고에 의하면 막리지를 노리고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막리지를?”
“예. 지금의 귀족들에게 막리지는 눈엣가시가 아니겠습니까?”
“그래. 그건 그렇지… 으음…….”
“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일세. 헌데… 저 놈들이 어떤 방식으로 막리지를 공격 해 올지 모르니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가 고민이구만.”
이정의 말에 보고를 하러 온 세작이 말한다.
“일단 제가 내일까지 그들에게 깊숙하게 침투해서 알아내 보겠습니다. 하지만… 알아내지 못하면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세우셔야 할 듯합니다.”
“그래. 알았다. 내일 일을 보고 다음 날에 소식을 바로 전해다오.”
“알겠습니다. 부군사.”
세작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이정의 곁을 떴다.
이정은 세작이 떠나자마자 도성에 있는 동현의 집으로 가 바로 보고를 했다.
“나를 노리고 있다?”
“그렇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막리지를 노릴지는 모르겠으니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음… 나를 어떤 방식으로 노리겠다는 거지? 음… 자객을 보내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외부 세력을 끌어들여 내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를 치려는 것일까?”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일단 모든 대비를 해두는 것이 좋을 겁니다. 지금은 그것뿐입니다.”
이정은 동현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는 동현을 호위하는 허손에게 말한다.
“이보게. 호위대장.”
“예. 부군사.”
“현재 귀족들이 막리지를 노리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되어 있네. 어떤 방식으로 공격을 할지 모르니 절대 막리지의 곁을 벗어나지 말고 지켜드리게. 알겠는가?”
“물론입니다. 부군사! 막리지께 해를 가하려는 놈들이 있다면! 제 창으로 그 놈들의 목을 날려 버릴 것이니 염려 마십시오!”
“든든하구만. 그래. 부탁하네.”
이정의 말을 듣고 동현의 수하 장수들도 긴장하며 계속 회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한 하인이 보고한다.
“막리지! 막리지 어른!”
“무슨 일이냐?”
“급히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하인의 말에 동현은 문을 열어 주게 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한 하인이 급히 동현에게 말한다.
“귀족들 중 한명이 막리지를 뵙겠다고 왔습니다.”
“그래? 그 자가 누군데?”
“예. 선인 벼슬에 있는 성호영이라는 자입니다.”
“선인이라면… 문관 벼슬 쪽에서 제일 최하위 벼슬인데?”
“맞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윗사람들의 심부름이나 호위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음… 그런 자가 갑자기 내게?? 들이거라.”
“예. 막리지. 들어오시오.”
하인의 말에 한 사람이 동현에게 인사를 한다.
“막리지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소인은 선인 벼슬에 있는 성호영이라 합니다.”
“그래. 내게 할 말이 있다고?”
“예. 다만 말로 하기 뭐하니 여기…….”
성호영은 품에서 작은 종이 쪽지 하나를 건넨다.
동현은 그것을 받자마자 바로 읽어보고는 얼굴이 밝아진다.
“알려줘서 고맙구만. 안 그래도 우리가 지금 이곳에 모인 것은 귀족들이 나를 노리는 것 같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고민 중이었는데… 정말 고맙네. 헌데… 이 사실을 어찌 알았는가?”
호영은 동현의 말에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대답한다.
“저도 그 제안을 받은 사람 중 하나여서 말입니다.”
“음? 제안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그쪽 사람이 전부 다 모이라기에 저도 갔습니다. 저는 그저 모임일 줄 알고 나갔는데…….”
“모임이 아니었던 것이로군. 그곳에서 나를 죽이려는 음모가 나왔겠지.”
“맞습니다. 헌데 그곳에서 제가 그 일을 반대하면 저를 죽일 것이 너무나도 뻔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의 의견에 거짓으로 동조했고 그후 그곳을 빠져나와 이렇게 막리지께 전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랬구만. 정말 고맙네. 자네 덕분에 내 목숨을 건지게 됐어.”
“별 말씀을…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가게!”
동현의 말에 성호영은 90도로 머리를 숙여 동현에게 인사를 하고는 동현의 집을 나간다.
성호영이 방을 나가자 옆에 있던 사훈이 종이 쪽지 내용을 바로 읽어본다.
“이거 정말 굉장한 정보를 얻었군요. 잘 되었습니다. 하늘이 막리지를 돕는 것 같습니다.”
“나도 그런 것 같네. 하지만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 귀족들이란 놈들은 겉과 속이 다르니 말이야. 혹시 모를 일에도 대비를 해야 해!”
“물론입니다. 막리지! 제가 완벽하게 준비를 해놓겠습니다! 그나저나… 9관등인 상위사자(귀족들 밑에서 심부름을 하는 벼슬.)놈이 일을 주도한다라… 이름이 박헌종?”
“예. 아주 높은 벼슬에 있는 귀족은 아니나… 아마 이렇게까지 일을 꾸미는 것은 필시 막리지께 원한을 품은 것이 분명합니다.”
“나도 그리 생각하네. 음… 일단 그자가 나를 어떻게 공격하려는지 방식은 알았으니 그 대비를 우선적으로 하도록 하지.”
“예. 막리지. 그리고 혹시 모르니 좀 전에 막리지의 경호에 대한 것도 그대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그렇게 동현은 조치를 취해놓고 평소처럼 자신이 할 일을 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막리지!”
“무슨 일이냐?”
“선인 성호영이 들었습니다.”
“성호영이? 들이거라!”
“예! 막리지!”
동현이 허락하자 성호영이 인사를 하며 말한다.
“오랜만입니다. 막리지.”
“오! 선인 성호영이구만. 그래. 오늘은 무슨 일인가?”
“예. 저희 상위사자 박헌종님께서 막리지를 초대하셨습니다.”
“초대?”
“예. 막리지께서 그 동안 나라를 평안케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뜻에서 대접을 한다고 하십니다.”
성호영은 이렇게 말을 하며 동현에게 한 쪽 눈을 윙크한다.
동현은 그 뜻을 알아채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네. 지금 바로 가겠다고 답을 주게.”
“알겠습니다. 막리지. 그럼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성호영은 그렇게 막리지 관부를 나갔고 성호영이 나가자마자 동현은 허손을 비롯한 주요 장수들을 호출했다.
“허손, 가동!”
“예! 막리지!”
“지금부터 우리는 호랑이 굴로 들어 갈 것이다. 그러니 준비를 빠르게 마치도록. 그리고 내가 갈 곳을 한 번 잘 살펴 봐. 그들이 안에서 나를 죽이는데 실패하면 분명 밖에는 군사들을 매복시켜 놓을 거다.”
“알겠습니다. 막리지.”
“단석한과 단종수!”
“예!”
“너희들은 허손이나 가동이 매복한 군사들을 치라고 신호를 보내면 그들을 바로 쳐라.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모조리 없애!”
“예! 막리지! 명을 받들겠습니다!”
“글필하력!”
“예! 막리지!”
“너는 귀족들이 달아날지도 모르는 길들을 찾아서 모조리 막거라. 그리고 그 놈들을 모조리 사로잡아! 잡기 어려울 때는 죽여도 좋다!”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동현은 모든 명령이 끝나자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큰 소리로 외친다.
“모두 잘 들어! 우리가 지금까지 많은 귀족들을 죽여서 나라를 안정시켰지만 지금도 그렇듯이 나라를 좀 먹는 귀족들이 아직도 많다. 그런 놈들은 철저하게 도려내야 하는 법! 그러니 모두들 그런 놈들을 치는데 인정을 베풀지 말고 모두 죽여라! 항복하는 자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알겠나?”
“예!!”
“좋아. 나는 여기 허손, 가동과 몇몇 호위무사들과 함께 먼저 출발하겠다. 나머지는 은밀하게 군사들을 움직이되 신속하게 나를 따라 움직여라. 그래야 우리가 그들의 계책을 역이용 할 수 있다. 자… 가자!”
동현은 그렇게 허손, 가동과 그 밑의 몇몇 호위무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상위사자 박헌종이 베푸는 연회 자리에 갔다.
동현이 도착하자 박헌종은 친절하게 동현을 맞이한다.
“막리지 오셨습니까?”
“그래. 나를 자네가 초대했다고?”
“아… 예. 그 동안 막리지께서 국사에 너무 바빠 휴식을 취하시지 못 하는 것 같아서 준비를 해보았습니다.”
“허허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자,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그러지. 아… 여기는 내 호위무사들이니 같이 들어가게 해주게. 최소 여기 두 명 만큼은 말이야. 난 평소에 다른 곳에 갈 때 여기 호위대장이 없으면 방 안으로 잘 들어가지 않아.”
“물론입니다. 두 분께서도 같이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동현은 그렇게 박헌종이 말하는 방 안으로 허손, 가동과 함께 들어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