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화 동현, 이연을 살리고 이세민을 자결하게 하다.
동현의 말에 이세민이 자신이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말하기 시작한다.
“일단 첫 번째로는… 제가 본래 수나라 황실 황제였던 양광과 이종사촌 사이인 만큼 그쪽에 대해 아주 잘 압니다. 그래서 중원 전체 나라 사정에 대해 아주 잘 알지요.”
“그건 이유가 될 수 없다. 그것은 우리 고구려 세작들이 대부분 파악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 너희 집안일까지 우리가 신경 쓸 겨를은 없다.”
“…….”
“남은 두 가지에 대해서도 계속 말해 보라.”
“예. 두 번째로는 현재 혼란한 중원에 관련된 군웅들에 대해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밀이나, 왕세충, 두건덕과 같은 자들 말이냐?”
“그렇습니다.”
“그 외의 자들은? 예를 들면 두복위와 임사홍 같은 자들 말이야.”
“그… 그들은 농민 출신이라 소인도 잘…….”
“그들을 알지 못하면 아무 의미 없다. 이밀이나 왕세충, 두건덕은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그러니 이 두 번째도 네가 살 이유가 되지 않는다.”
“…….”
“이제 마지막이구만. 마지막 이유에 대해 말해봐라.”
동현의 말에 이세민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강남 영토를 고구려의 영토로 만들 수 있는 계책이 있습니다.”
“강남이라면 과거 오나라의 손권이 다스리던 지역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 계책에 대해 말해 보라. 들어보고 현실성이 없으면 바로 거부하겠으나 그 계책이 옳다고 여겨지면 너를 살려 주지.”
“예. 일단 강남에 있는 군웅들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용한다?”
“예. 그 세력들에게 선을 넣어서 서로 싸우게 하는 겁니다. 그들은 분명 세력이 커지면 이제 북쪽을 넘보게 될 터… 그리 되면 남쪽과 북쪽이 피터지게 싸울 텐데 양쪽 다 상처를 입게 될 것입니다. 그때 고구려가 그 들어간다면, 손쉽게 그들의 영토를 취할 수 있습니다.”
동현은 이세민의 말에 피식 웃으며 묻는다.
“그렇게 되면 북쪽을 차지하는 것이 더 낫다. 북쪽의 영토가 훨씬 비옥하고 무엇보다 인구수도 많으니 말이야.”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저는 반대입니다.”
“어째서?”
“막리지께서 말씀하셨듯이 북쪽은 남쪽보다 인구수가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북쪽에 있는 군사들은 기병이 많고 남쪽보다 군사들이 훨씬 강합니다. 그들이 남쪽에서 피터지게 싸운다고는 하나 피해는 남쪽이 훨씬 크게 입을 터… 거기다 인구수도 많아 국력에서도 북쪽의 세력이 훨씬 유리하니 차라리 고구려는 남쪽을 차지하는 것이 낫습니다.”
동현은 이세민의 말에 탁자에 놓인 차를 마시고는 잔을 내려놓으며 말한다.
“세민아.”
“……?”
“네가 말한 거… 우리가 생각을 안 했을 것 같나?”
“그럼…….”
“그래. 네가 한 생각은 내가 아주 오래 전부터 한 생각이다.”
“……!”
“다만 마지막은 너와 다르군. 나는 그래도 북쪽을 공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째서입니까?”
“알고 싶으냐?”
“그렇습니다.”
“좋아… 그렇게 원하니 말해 주지. 일단 첫째, 이제 수나라는 각지의 군웅들이 찢어져 분열된 만큼 예전처럼 많은 군사들을 동원할 수가 없다. 특히 응집력 또한 예전만 못하지.”
“…….”
“거기에 우리는 무기가 뛰어나다. 이번에도 대량으로 사람을 해하는 무기를 개발했지.”
“……!!”
“여기서부터 우리 고구려가 압도해 들어간다. 그리고 둘째…….”
동현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계속 말을 이어 간다.
“우리 고구려는 현재 한반도에서는 백제를 제외하고 모든 영토를 차지했고 북쪽으로는 여러 이민족들을 번국으로 두었으며 하북 지방까지 모두 우리 영토가 된 상태다. 그곳에서 우리가 가장 치기 원하는 곳은 허도이지. 그곳만 점령을 하면 여러 지역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만큼 결코 급해지지 않는다. 그곳은 사통팔달인 곳이니 말이야.”
“…….”
“그리고 또 하나 네가 간과한 것은 남쪽이 북쪽으로 쳐들어가면 그들과 싸움에 집중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아마 그들은 북쪽에 있는 영토 하나라도 차지하기 위해 이밀이나, 왕세충, 두건덕 세 명 중 자신의 입맛에 맞는 자를 찾아 동맹을 맺으려 할 것이다. 그리고 한 세력이라도 없애고 영토를 넓히려 하겠지. 쉽게 말해서… 서로 물리고 물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저마다 속셈이 있으니 말이야.”
“…….”
“북쪽은 그렇게 해서 남쪽의 세력을 등에 업고 다른 북쪽 세력을 밀어내려 할 것이고… 남쪽은 그것을 이용해 북쪽으로 영토를 넓히려 한다는 것이지. 그럼 서로가 물리고 물리는 싸움이 될 것이고 여러 방면으로 신경을 쓸 터… 그때 우리가 나서서 공격을 하면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것이야.”
동현의 말에 이세민은 속으로 매우 놀라며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눈을 굴린다.
그런 이세민을 보며 동현은 다시 한번 피식 웃으며 말한다.
“난 네가 살아남을 이유에 대해 분명 기회를 줬다. 그것도 소중한 반 시진(1시간)이라는 시간을 들여서 말이야. 헌데 모든 답이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는군.”
“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막리지!”
“넌 예전에 항복할 때도 그렇게 말을 했다. 그리고 그 기회를 활용해 오늘날과 같은 일을 꾸몄지. 나는 한 번 배신한 상대에게 다시는 마음을 주지 않는다.”
“……!!”
“그런 자들은 또 다시 배신하게 되어 있거든. 그리고 네 마음속에… 중화사상이 꺼지지 않는 한 말이야.”
“그… 그걸 어떻게… 아…….”
“내가 말하지 않았는가? 이정은 내 사람이라고 말이야. 이제 더 이상 할 말은 없을 것 같은데… 더 있나?”
동현의 말에 이세민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데 옆에 있던 이연이 나선다.
“막리지. 모든 것은 제가 잘못한 것이니 제 목을 베시고 나머지는 살려 주십시오. 노비로 삼더라도 괜찮으니… 이렇게 간청 드립니다.”
“이보게. 이연.”
“예. 막리지.”
“오늘날 사태가 일어날 줄은 내가 미리 예견했었지. 그리고 그 감시망에는 이세민뿐만 아니라 자네도 있었어.”
“…….”
“자네도 이 일을 이세민과 함께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네. 헌데 그 주동자 인 둘 중 하나인 자네 아들을 살려 달라? 말이 안 되지 않나? 나는 이세민을 죽일 것이라면 자네도 함께 죽일 것이야. 뭐… 나머지는 보잘 것 없는 놈들이니 상관없지만 말이야. 아… 한 명 있군. 여자이긴 하지만 말이야.”
“제… 제 딸 말씀입니까?”
“그래. 만약 네 딸이 사내로 태어났다면, 나는 네 딸도 무조건 죽였을 것이다. 아니… 솔직히 네 딸도 지금 죽이고 싶어. 헌데 여자니깐 살려 두고 있는 거다.”
“…….”
“나는 우리나라와 백성들을 해하는 것에 있어서는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다.”
동현은 이렇게 말을 하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뒤에 있는 서랍으로 향한다.
그리고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는데…….
“자… 이 두 개의 단검이 있다. 하나는 이연, 하나는 이세민의 것이다. 그 검이라면 현재 묶인 상태에서도 검을 잡을 수 있을 것이야. 잡기가 어렵다면 옆에 있는 허손이 도와줄 것이다. 허손! 두 사람이 단검을 잡기 어려워하면 도와주거라.”
“예! 막리지!”
동현의 말에 이연과 이세민 두 사람은 단검을 쥐게 되었다.
동현은 두 사람이 단검을 쥔 모습을 보자 뒤이어 말한다.
“두 사람이 한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이야기가 빠르겠군. 그리고 최소한 네 식구들을 지키려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난 두 사람만 죽이려 한다. 단… 아주 조용히 말이야. 두 사람은 내 뜻이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그렇습니다. 저희 명예를… 최소한이라도 지켜 주려고 하시는 것 아닙니까?”
“역시 잘 아는군. 너희가 우리 뒤통수를 쳤어도 우리 고구려를 위해 일한 것과 이번 일에 대해 너희가 조금은 뉘우치는 모습이 있으니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러니… 두 사람은 명예롭게 자결하라.”
“……!!!”
동현의 명령에 다들 놀란다.
특히 뒤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딸 수연과 형제들이 매우 놀라며 동현에게 간청한다.
“막리지! 저희가 잘못했으니 살려 주시옵소서!”
“그렇습니다. 막리지. 노비가 되더라도 괜찮으니… 이런 불효를 저지르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동현은 장남 이건성이 이렇게 말을 하자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다.
“그렇다면 묻겠다. 네가 네 아비 대신 죽을 수 있느냐?”
“예?”
“네가 네 아비 대신 죽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 그건…….”
“아버지 대신 죽지도 못하는 놈이 말만 번지르르 한 놈이로구나! 너 같은 놈은 있으나 마나한 놈이다! 둘은 뭣 들 하느냐?! 얼른 자결하지 않고?!”
동현이 호통을 치는 그 때… 수연이 앞으로 나서서 말한다.
“막리지. 제가 아버님 대신 죽겠습니다.”
“누님!”
“수연아!!”
“허락해 주십시오.”
수연은 포박된 상태에서 고개를 정중하게 숙이며 말한다.
“여자임에도 네 오라버니인 이건성보다 낫도다.”
“…….”
“좋아. 그리 해주지.”
“마… 막리지!!”
“감사합니다. 막리지. 대신… 제 아버님은 꼭 살려 주십시오.”
“약속을 지키지. 여봐라! 저 여자에게 단검을 주거라!”
“예!”
그렇게 수연에게도 단검이 주어지고 이연에게서는 단검이 회수된다.
그 모습을 본 이연은 수연에게 자신이 죽겠다며 그런 선택은 하지 말라고 하지만 수연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아버님… 이렇게 하직하게 되어 송구합니다. 꼭 살아남으셔서 이승에서 수를 다 누리고 오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이런 짓 하지 마십시오. 그럼…….”
수연은 그렇게 말을 하며 정말로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대려 한다.
그런데 그 때…….
까아아앙!!
누군가의 칼에 의해 수연이 쥐고 있던 단검이 어디론가로 날아갔다.
그 모습에 누가 수연의 단검에 칼을 댔나 보니 바로 동현이었다.
“네가 정말 아비 대신 죽을 수 있는지 행동을 보려 했음이야. 너를 죽이고 싶은 마음은 절대 없었다.”
“막리지…….”
“이연은 들어라!”
“예. 막리지.”
“너는 네 딸 덕분에 산 줄 알아라. 네 딸의 용기가 참으로 가상하여 살려 주는 것이니 앞으로는 이 고구려에 충성을 다하거라. 알겠느냐?!”
“예! 막리지.”
“하지만… 이세민은 살려 둘 수가 없다! 이 모든 일을 다 계획하고 꾸민 것은 이세민… 그러니 이세민만큼은 죽어야 한다.”
“…….”
“이세민. 자결하거라. 그렇다면 내가 시신을 수습해서 성대히 장사를 지내 주마.”
동현의 말에 이세민은 이제 체념한 듯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단… 아버님과 어머님께 절 한 번 올리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가족 모두에게도 말입니다. 마지막 인사라도 하고 싶습니다.”
“좋아. 여봐라! 부모에게 절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부축해 주거라!”
“예!”
그렇게 명령을 받은 군사들은 이세민을 좌우에서 부축하여 이연과 그의 부인에게 절을 하도록 했다.
이연의 아내는 이세민이 자결한다는 말에 동현에게 살려달라고 계속 빌지만 동현은 단호했다.
“아버님… 먼저 가 있겠습니다.”
“미안하다… 세민아…….”
“아닙니다. 모든 일은 제가 꾸민 일이 아닙니까? 후회는 없습니다.”
“세민아… 흐흐흑……”
“어머님. 울지 마십시오. 어차피 사람들은 때 되면 다 가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저 조금 일찍 가는 것뿐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이세민은 그렇게 두 사람에게 절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 있으라고 하직 인사를 한다.
그러고는 자신의 밑에 있던 단검을 잡고는 자결할 자세를 취한다.
동현은 그런 이세민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이세민은 그런 동현의 눈빛에 다시 한번 한탄하며 자결한다.
푸우욱!!
“세민아!!”
“오… 오라버니!”
“흐흐흐흑!!”
동현은 이세민이 자결하자 허손에게 명령한다.
“허손.”
“예. 막리지.”
“내가 뱉은 말이 있으니 약속은 지켜야 한다. 이세민이 독사에 물려 갑자기 죽었다고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성대히 장사를 지내 줄 수 있도록 해라.”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이연과 가족은 물론이고 친인척들 모두 노비로 강등한다. 그중 이연과 그의 아내. 그리고 수연이라는 여자는 내 밑의 노비로 두겠다. 나머지는 노비가 필요한 관리들에게 분배할 것이니 그리 알라!”
“예!!”
“그리고 이들이 노비가 되었다는 것에 대해 말이 많으면 이렇게 말해라. 가문의 사람 중 이세민을 시샘하여 독사를 보내 죽였다고 말이야. 그래서 전부 노비가 되었다고 해. 알겠나?”
동현은 이렇게 본 역사에서 당 태종이 되는 이세민을 자결시켜 죽이고 그의 가족과 친인척들은 모두 노비로 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