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화 동현, 이세민에게 살아야 할 이유에 대해 물으며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고, 고경을 치료하다.
동현은 이세민을 앞에 두고 호통을 계속 이어 간다.
“이정은 누구보다도 내가 신임하는 자이다! 그리고 만일을 대비하라는 말도 이정이 했었지! 네가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 그렇게 말을 해도 우리 믿음은 굳건하다!”
“출신이 다른데도 말입니까?”
“너도 알겠지만 나는 출신을 가려 쓰지 않는다. 능력이 있다면 타국의 사람이라도 등용을 하지. 단석한 형제도 그와 같은 경우고 지금은 멸망한 나라이지만 해론도 있다… 허손도 수나라 사람이지.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
“다른 사람들은 널 보고 천책상장이라고 한다지? 하늘에서 내린 장수라고 말이야. 하지만 내 눈에 너는… 그저 욕심만 가득찬 졸부일 뿐이다. 아… 갑자기는 아닌가? 너는 본래 귀족이었으니 말이야.”
“…….”
“왜? 내가 너를 이토록 모욕하는 것에 분노가 치미나?”
“솔직히… 그렇습니다.”
동현은 이세민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그렇다면 정상이군. 헌데 지금까지 정말 잘 참았어. 네가 나를 어떻게든 누르고 위로 올라서기 위해 지금까지 참아 낸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
“내가 널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나?”
“살려 달라고 하면 살려 주실 겁니까?”
“그건 상황을 봐야겠지. 네가 그만한 이용가치가 있으면 살려 주는 것이고… 아니면 그냥 베어 버릴 것이지. 아… 단!! 너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을 살려 주더라도 노비로 강등시킬 것이니 그렇게 알아.”
“그렇다면 죽는 것이 낫겠군요.”
“좋을 대로 해. 원하는 대로 해줄 테니… 단 네가 죽여 달라고 하면 너만 죽는 것이 아니라 너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피를 본다는 것을 명심해라,”
“저… 저만 죽이면 되지 않습니까? 제가 모든 걸…….”
“내가 바보인 줄 아나? 너희 아버지와 네 형제, 자매가 모든 일을 같이 꾸민 것을 내가 모를 것 같은가?!”
“…….”
“네가 살고 싶다면 얼마만큼의 이용가치가 있는지 너 스스로를 변호해라. 준비 할 시간은 반 시진(1시간)을 주지. 허손! 이 자들을 잠시 옥에 가두거라!”
동현의 명령에 여러 사람들이 다시 한 번 허손과 군사들에 의해 방에서 끌려 나간다.
그들이 끌려 나가자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훈이 말한다.
“막리지. 이세민을 죽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굳이 살리시려고 하는 이유가…….”
“내가 이세민을?”
“이세민을 살리려고 일부러 그러신 것이 아닙니까?”
동현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아니. 나는 이세민을 살려 줄 생각이 없네.”
“예? 그런데 왜…”
“그 뒤에 딸린 사람들을 보게.”
“아… 이세민과 관련된 사람들 말씀이시군요.”
“그래. 이연과 이세민 부자. 그리고 이세민의 형제와 자매들을 제외하면 얼떨결에 가담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분명 죄 없이 끌려온 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을 모두 죽이기에는 너무 많은 피를 보는 것이야.”
“그러셨군요. 그렇다면 그의 가족들은…….”
“이연은 이세민과 같이 죽여야지. 단… 그의 형제와 자매들은 노비로 강등시킨 채 살려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괜찮겠습니까? 이연과 이세민을 죽이면 그들이 분명 원한을 품을 텐데요.”
“이연과 이세민에 비하면 그의 형제들은 보잘 것 없다. 오히려 여자인 이수연이 더 걸리지.”
“음… 그래도 장남인 이건성은 쓸모가 있지 않겠습니까?”
동현은 사훈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아니. 이건성이라는 놈이 제일 쓰레기다.”
“그렇게 보십니까?”
“그래. 그자는 이용가치가 없어. 그저 욕심만 많은 녀석일 뿐이다. 내가 알기로 이번에 이세민이 일을 벌이려 할 때 자신이 주도하려는 위치에 서려 했다가 이세민에게 망신을 당했다고 하더군.”
“그런 일이… 그 정도라면 정말 이용가치가 없겠습니다.”
“그래. 지금은 오로지 이세민이야. 그 집안에서 이용가치가 있는 자는 이세민과 이연, 둘 뿐이다! 그러니 사훈. 너도 기억해 두도록 해.”
“예. 막리지.”
“그나저나… 요즘 고경이 잘 안 보이는군.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아… 그게…….”
“……?”
“요즘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워낙 나이가 고령이지 않습니까?”
“그랬군… 하기야 고경이 벌써 나이가 80이니 말이야…….”
이 시기는 621년이었고 동현의 나이 51살이 되었을 때였다.
고경은 동현에게 투항한 이후 정말 열심히 고구려와 동현을 위해 일을 하였는데 해가 바뀌고 나서부터 몸이 급격히 쇠약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 자택에 있나?”
“예. 오전에 일을 보다가 기침이 워낙 심하여서 제가 들어가서 쉬라고 했습니다.”
“그랬군. 저 놈들이 오기 전까지는 시간이 걸리니 고경을 한 번 봐야겠어.”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며 고경의 집을 방문했다.
동현이 방문을 하자 그의 아내가 맞이하는데 동현은 고경의 아내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묻는다.
“고경의 건강이 많이 안 좋다고 하던데… 어떻소?”
“그게… 요즘 따라 기침이 잦아지시고 또… 피를 토하십니다.”
“피를?”
“예…….”
“혹시 피가 나올 때 누런 가래도 함께 나오는가?”
“그렇습니다. 어찌 바로 아셨습니까?”
“무슨 병인지 아는 것이라서 말이오. 아… 의원이 어떤 처방을 해주었는지는 알 수 있소?”
“예. 약은…….”
아내는 이미 다녀간 의원이 어떤 처방을 해주었는지 말을 해주었다.
동현은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폐실증이라고 보았구만…….”
“폐병이라고 하던데… 폐실증이 무엇입니까?”
“폐병과 같은 병이라고 보면 되오. 일단 처방은 잘 한 것 같소만… 일단 내가 직접 들어가서 진맥을 해봐야겠소이다.”
“부탁드립니다. 막리지 어른… 우리 그이를 꼭 좀 살려 주십시오.”
“물론이오. 내 의술로 고칠 수 있다면 내가 반드시 고칠 것이니 염려 마시오.”
“가… 감사합니다.”
동현은 그렇게 고경의 아내에게 말을 하고는 고경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고경은 몸이 많이 쇠약해졌는지 가쁜 숨을 쉬며 누워 있는데, 동현을 보고는 놀라 일어나려 한다.
동현은 그런 고경을 말리며 말한다.
“아픈데 그냥 누워 있게.”
“이런 결례를…….”
“결례 아니야. 아프면 쉬어야지!!”
“송구합니다…….”
“그러게 내가 좀 쉬엄쉬엄 일을 하라니깐?! 그렇게 말을 해도 안 듣더니 이런 탈이 나지 않았는가?”
“그래도 제가 있어야…….”
“자네가 없으면 여기 사훈이 있고 이정도 있어! 자네를 대신 할 사람들도 많아! 이제 고구려의 과거 제도를 통해 많은 인재들이 들어오고 있어서 자네가 하던 일을 금방 대체할 수 있지. 그리고 이 사람아! 이제 자네 나이도 생각해야지! 나는 오랫동안 자네와 함께하고 싶단 말일세. 그러니 이렇게 아파서는 안 돼!”
동현의 말에 고경이 진심으로 감동하며 대답한다.
“막리지… 정말 송구합니다… 쿨럭! 쿨럭!”
“이런… 팔을 내밀어 보게. 내가 진맥을 좀 해봐야겠어!”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며 고경의 오른팔 손목을 잡아 진맥을 한다.
그러더니 같이 온 자신의 하인에게 명령한다.
“너는 내가 들고 오라던 상자를 내 앞에 놓거라.”
“예. 막리지.”
동현의 명령에 하인이 상자를 앞에 둔다.
상자를 하인이 내려놓자 동현은 상자를 열어 무언가를 꺼낸다.
그리고 품속에 있던 침까지 꺼내는데…….
“고경. 내 말 잘 듣게. 자네 폐병은 폐실증이라고 하는데 현재 꽤 깊네. 그렇기 때문에 약은 물론이고 침도 맞아야 하며 뜸도 떠야 해. 내가 앞으로 자네가 나을 때까지 계속해서 올 것이니 한동안은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푹 쉬게. 알겠나?”
“마… 막리지께 어찌 그런 수고를…….”
“어허! 이건 명령일세! 특히 이 병은 꽤 깊이 침투한 병이라 나 아니면 제대로 고칠 수 없어! 지금 의원이 직은 약도 이 처방이 맞기는 하지만 폐병이 꽤 깊어서 약재를 좀 더 추가해야 할 것 같군. 그러니 내 말 들어!”
고경은 동현의 단호한 말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사해 한다.
“보잘 것 없는 소인에게 이런 수고를 끼치게 해드려… 송구합니다…….”
“송구하면 얼른 나아. 한 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말이야.”
“예… 막리지.”
그렇게 고경은 동현의 치료를 받았다.
그 모습을 본 아들 고덕홍은 동현에 대해 감사했다.
동시에 자신의 밑에 있는 수하임에도 아버지 고경을 진심으로 위하는 모습에 동현을 매우 존경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를 또 한 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수나라가 세워지던 시절에도 양견에 의해 절대적인 신임을 받던 자신의 아버지가 아닌가?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도 아버지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으며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었다.
비록 예전처럼 황제에게 받는 신임은 아니지만 한 나라의 재상이나 다름없고 가장 큰 힘을 가진 사람 중 하나에게서 이런 신임을 받게 되니 자신의 아버지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그나저나 내가 한동안 덕홍이를 보질 못했는데 이제 보는군. 잘 지냈는가?”
“아… 예. 막리지 어른. 아버님을 치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말을… 고경은 내 수족과 같은 사람이야. 이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
“아버님이 막리지의 말씀에 매우 기뻐하실 것입니다.”
“하하하! 그래. 그나저나… 덕홍이 자네도 임관한 지 꽤 되었지 않나? 지금 자네가 어떤 벼슬에 있지?”
“저는 지금 대형 벼슬에 있습니다.”
“대형이라면… 중간급 규모의 성을 맡을 수 있는 벼슬이 아닌가? 7관등 말이야.”
“그렇습니다. 허나 현재 맡을 수 있는 성이 없어서 근위장을 따라 같이 군사들을 훈련시키고 새로운 병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동현은 고덕홍의 말에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하아…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신경을 못 썼구만… 자네가 임관한지 그 정도 연차라면 더 높은 벼슬이었어야 하는데 말이야. 그리고 듣자하니 능력도 꽤 뛰어나다고 들은 것 같은데…….”
“과찬이십니다.”
“아니야. 이건 내가 자네를 잘 못 챙겼어. 그리고 고경 이 사람… 다른 사람에 대한 칭찬은 많이 하면서 자기 자식에게는 왜 이리 칭찬이 박한지 모르겠군. 내 눈에는 자네가 너무나도 뛰어난데 말이야. 내가 자네를 더 높은 벼슬로 올려달라고 태왕 폐하께 말을 해보겠네. 지금의 자네 정도면 태대사자 정도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야.”
“……!!”
“물론 그 전에 나를 보고 시험을 받아야겠지만 말이야.”
“감사합니다. 막리지 어른. 기꺼이 시험을 받겠습니다.”
“하하하! 그래. 그럼 나중에 보지.”
동현이 그렇게 말을 하는데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고경이 말한다.
“막리지. 제 자식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태대사자 자리는 너무 과분한 듯합니다.”
“아닐세. 내가 보기에 자네는 자네 자식을 너무 과소평가 하고 있어.”
“…….”
“이제 덕홍이도 나이가 찰 만큼 찼고 이제 제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네. 그리고 밑에 벼슬을 꽤 오래 하였으니 밑에 사람들 고충도 잘 알 것 아닌가? 그러니 이제는 벼슬을 높여주는 것이 맞아. 그리고 자네도 알다시피 벼슬이 높아진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닐세. 벼슬이 높아짐에 따라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르니 말이야.”
“…….”
“그러니 내 말에 꼭 따라 주게. 고경.”
동현의 말에 고경은 그제야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 있던 덕홍을 보며 신신당부한다.
“막리지께서 말씀하셨지만 네 벼슬이 높아진다는 것은 그에 따른 책임도 커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맡은 바 임무를 다해서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알겠느냐?”
“예. 아버님.”
“하하하! 덕홍이는 잘 할 것이야! 그럼 고경… 좀 쉬시게. 당분간 매일 이 시간에 찾아오도록 하지.”
“예. 막리지. 살펴 가십시오.”
그렇게 동현은 고경에 대한 치료를 마치고 집을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집으로 다시 돌아가 이세민을 호출했다.
“그래. 다 생각은 해 보았느냐?”
“예. 세 가지 이유를 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좋아. 들어보고 판단하지. 말해 봐.”
동현의 말에 이세민이 자신이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말하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