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7화 을지문덕은 하늘의 별이 되고, 동현은 을지문덕의 유언에 따라 만일을 대비하다.
동현은 을지문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자제 분들이라면 제가 봐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예. 서로에게 아주 좋은 혼인이 될 것입니다.”
“고맙네. 헌데… 그 사람들이 누군가?”
“지금 바로 데려 오겠습니다. 여봐라!”
“예! 대모달!”
“지금 바로 수영이와 우호를 불러오도록 해라!”
“예!”
동현이 명령하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허손이 급히 명령을 수행한다.
동현의 명령을 들은 을지문덕은 그 소리를 듣고 묻는다.
“수영이와 우호라면… 하늘로 간 연태조님의 딸과 강이식 장군의 손자인가 보구만.”
“그렇습니다. 어르신.”
“허허… 마음에 드는군. 허나 그 둘이 내 자식들을 마음에 들어 할까?”
“제가 알기로 그 두 녀석이 어르신의 자제 분과 꽤 친밀하게 잘 지냈으니, 분명 마음에 들어 할 것입니다.”
“그래? 그게 정말이냐?”
을지문덕의 말에 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특히 을지유영은 얼굴까지 빨개진다.
그런 두 사람을 본 을지문덕은 피식 웃더니 말한다.
“잘 되었군. 두 집안의 사람이라면 나도 안심이야. 고맙네. 막리지. 내가 죽기 전에 자식들의 혼인을 보고 눈은 감을 수 있겠구만…….”
“되도록 빠른 시일 안에 좋은 길일을 택해 혼인을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네…….”
을지문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연수영와 강우호가 왔다는 소식이 들린다.
둘은 오자마자 혼인 소식을 듣고 당황하는데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동현이 말한다.
“두 사람 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당황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주 좋은 혼인이다. 내가 알기로 서로 간에 마음도 있는 것 같고 하니 말이야.”
“…….”
“수영이 너 같은 경우에는 네 오라비인 개소문과 정토에 비해 늦게 태어나 둘에 비해 나이가 어리지. 허나 그렇다 하더라도 혼인을 할 시기는 이미 넘겼다. 지금 해도 늦은 혼인이야.”
“…….”
“내가 너희를 지켜보니 수영이는 유덕이와 제법 잘 맞고 이야기를 나누더군. 그래서 내가 둘을 이어 주려고 하는 것이다. 유영이도 우호와 잘 맞는 것 같고 해서 말이야.”
“…….”
“어른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자식들이 혼인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신다. 그러니 하루 빨리 혼인 날짜를 잡았으면 좋겠구나. 두 사람은 어찌 생각하느냐?”
동현의 말에 우호와 수영이 말한다.
“저는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좋아. 그럼 수영이는?”
“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제가 혼인을 해서 애를 낳게 되면… 제가 지금 훈련을 시키고 있는 여군들은 어찌 되는 것입니까?”
동현은 수영이 우려하는 바를 듣고는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그것은 걱정하지 말거라. 절대 그들을 해체 시키지 않는다. 네가 믿을 만한 자를 따로 임명해서 대리로 잠시 그들을 훈련시키도록 해. 그리고 네가 몸이 회복되면 다시 복귀해도 된다.”
“저… 정말입니까?”
“그래. 정말이다. 내가 언제 너희들에게 거짓말 하는 경우를 보았느냐?”
동현의 말에 수영이 고개를 젓자 동현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수영에게 말한다.
“네가 비록 여자이긴 하나 나는 네가 가진 능력이 정말 뛰어남을 알고 있다. 나도 너를 계속 쓰고 싶어.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혼인을 해라.”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렇다면… 혼인을 하겠습니다.”
“좋아. 어르신. 둘 다 혼인이 좋다고 하는군요.”
“허허허… 다행이구만. 두 사람이 동의를 했으니… 이제 날만 잡으면 되겠군. 좀 전에도 말했지만 막리지… 부탁하네.”
“예. 어르신.”
그렇게 동현은 을지문덕의 자식들과 연태조의 자식과 강이식의 손자이자 우식의 아들을 혼인시켰다.
혼인식 날 을지문덕은 아픈 몸을 이끌고 그 혼인을 지켜봤다.
몸은 좋지 않았지만 자식들이 혼인을 하는 모습에 너무나도 기뻤는지 하루 종일 싱글벙글 웃는 을지문덕.
동현은 그런 을지문덕과 항상 함께 하며 옆을 지켜주었다.
하지만 이미 을지문덕의 몸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을지문덕의 자식들이 혼인을 한 지 한 달 만에 을지문덕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을지문덕이 세상을 떠나자 고대양은 크게 슬퍼하며 국장의 예로 장례를 치렀다.
동현도 을지문덕이 세상을 떠남에 매우 슬퍼했는데, 예전 유언장을 준 것이 떠올라 집으로 돌아와 뜯어보았다.
[이제 막리지가 된 동현에게 남긴다. 네가 이 유언을 볼 때면 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거다. 내가 너를 보고 말을 다 하고 싶었지만 힘에 부쳐서 그렇게는 못 하겠구나. 몸이 점점 힘들어져서 말이야. 그래서 이렇게 글로 남기니 이해하거라… 내가 남길 유언 첫 번째는 내가 죽으면 서토 쪽을 바라보고 묻어 주거라. 서토 놈들이 우리를 넘보지 못하도록 노려보고 있을 것이며 죽어서도 이 고구려의 수호신이 되어 지킬 것이니 말이야. 이 말은 내 아들과 딸에게도 해 놓았으니 말을 하면 알 것이다. 두 번째는 지금의 태왕 폐하 주변에는 여전히 좀 먹는 귀족들이 많다. 다행히 지금 태왕 폐하께서 선제 태왕 폐하의 뜻을 받들어 국정을 잘 운영하고 계시지만, 계속 저 놈들이 달라붙으면 언제 마음이 돌변할지 모르는 일… 언젠가 기회를 봐서 한 번 더 귀족들을 꼭 손을 봐주도록 해. 정리를 하라는 말이다. 이 말은 네가 무슨 뜻인지 알리라 생각한다. 마지막 셋째…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두 번째 내가 말한 유언에서 태왕 폐하의 마음이 변하셨다면 빠르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 때 절대 망설이지 말고 움직여라.]
동현은 을지문덕의 유언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특히 마지막으로 말한 유언… 이것은 반역에 해당하는 유언이 될 수도 있는 엄청난 것이었다.
본래 을지문덕은 나라를 생각만 하는 자였다.
헌데 이런 말을 하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동현은 아직 다 읽지 않은 유언장을 계속 읽어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나라에만 충성했다. 태왕 폐하께 충성했고 말이야. 그리고 그 뜻은 죽기 직전인 지금의 상황으로도 변함이 없지. 허나 선제 태왕 폐하께서 먼저 돌아가실 때 나도 내가 죽을 때 훗날을 생각해 봤다네. 강이식 장군도 죽고 난 뒤라 나도 이제 곧 차례가 올 것이라 생각했지. 헌데 내가 죽고 난 뒤 훗날을 생각하니 우리 고구려가 걱정이 되더군. 지금 한창 전성기인데 이럴 때 갑자기 후대가 잘못 되어 일이 터진다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니 말이야. 그래서 난 한 동안 지금의 태왕 폐하를 지켜보았다네… 그 결과 지금의 태왕 폐하께서는 우리들이 건재한 이상 마음이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나… 우리가 하나 둘씩 사라지고 나면 마음이 조금씩 변할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네. 이제 나까지 죽으면 과거 선제 태왕 폐하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던 꿈을 자네와 대중상 밖에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분명 태왕 폐하께서도 흔들리실 것이야. 선제 태왕 폐하보다 심지가 굳은 분이 아니시니 말일세. 그러니 자네도 일단 태왕 폐하를 잘 살펴보게. 그리고 마음이 변하는 기미가 보이면서 자네들을 배제하려 한다면 그때 자네도 빠르게 움직여! 나도 그럴 때를 대비해 미리 조치를 취해 두었네. 내 심복 중 하나인 소현웅이라는 자가 있는데 그자를 자네에게 주지. 내가 말한 유언을 알고 있으니, 그자의 말을 따르면 일이 쉽게 풀릴 걸세.”]
동현은 을지문덕의 유언장을 다 보자마자 소현웅이라는 자를 호출했다.
“소인 소현웅이 주인님을 뵙습니다.”
“역시 알고 계시는군요.”
“그렇습니다. 어른께서 돌아가시기 전… 이제 제 주인은 새로운 막리지라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렇군요.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마지막 유언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마지막 유언의 내용은 대체 무엇입니까?”
동현의 말에 소현웅은 말을 하지 않고 자신의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건넨다.
동현은 그것을 받자마자 읽어보는데…….
“이건?!”
“그렇습니다. 현재 그 사람들이 다 우리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미 황실 곳곳에 침투해 있으니 염려치 마십시오.”
“어떻게 벌써 이런 조치를 했습니까?”
“을지문덕 어른께서 만일을 대비하여 선제 태왕 폐하께서 돌아가시자마자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이제 그 규모가 커져서 꽤 될 겁니다.”
동현은 소현웅의 말을 듣고는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소현웅을 손을 잡고 흔들며 말한다.
“정말 고맙소이다. 을지문덕 어른께서 그대와 같은 심복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이 일을 진행할 수 없었을 겁니다.”
“과찬이십니다. 그리고 저 혼자만 이 일을 한 것이 아닙니다. 막리지께서 곁에 둔 해론 근위장님의 도움이 정말 컸으니 말입니다.”
“해론이?”
“예. 해론 근위장님은 막리지께서도 추천해서 태왕 폐하의 호위를 맡은 자가 아닙니까? 지금의 태왕 폐하께서 해론 근위장을 그대로 유임시킨 덕분에 일이 아주 수월했습니다.”
“그랬군요. 허어… 해론 이 녀석… 정말 입이 무겁구만. 나에게 조차도 말을 안 했다니…….”
“그런 수하가 있어야 일을 성공시킬 수 있는 겁니다. 막리지.”
동현은 소현웅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동현을 보며 소현웅이 말을 이어간다.
“그럼 전 본래의 임무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급변이 있을 때만 찾아오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소 대인.”
“이제 저는 막리지의 수하입니다. 하대하십시오.”
“알겠네… 조심히 가게나.”
“예. 막리지.”
그렇게 소현웅은 동현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동현은 소현웅이 사라지자 주먹을 불끈 쥐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그런 일이 없겠지만 만약 지금의 태왕이 나에 대해 태도가 돌변한다면… 나도 그때는 거사를 할 것이다. 예전부터 만일을 대비해 준비를 해오던 일이 아닌가? 그래… 회귀 전 연개소문처럼 한 번 권력을 손에 쥐어보는 거야! 태왕의 마음이 변한다면 말이야!’
동현은 그렇게 마음을 굳게 먹으며 다짐을 하는 그때… 밖에서 한 하인이 고한다.
“막리지 어른! 허손 장군께서 이세민 부자와 가족들을 포박하여 데리고 왔습니다!”
“그래? 알았다. 들이거라!”
“예!”
동현의 명령에 이세민 부자와 가족들이 포박을 당한 채 방 안으로 들어왔다.
본래 백암성으로 가야 하나 이번 일 때문에 도성으로 온 것이다.
이세민을 비롯한 여러 명의 사람들이 무릎이 꿇려지는데, 동현은 그런 사람들을 한 번 쭉 보더니 이세민의 앞에 의자를 놓고 앉는다.
그러고는 이세민을 한 동안 말없이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
“…….”
계속해서 정적이 흐르는 와중 드디어 동현이 말을 한다.
“무언가 할 말이 있지 않나?”
“제가 어리석었던 일입니다.”
“어리석었다라…….”
“예. 상대를 잘못 골랐으니까요.”
“이제 모든 내막에 대해 안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제가 생포당하고 난 뒤… 이정이 제게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그랬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말해보게.”
“처음부터 제가 이럴 것이라는 걸… 아신 겁니까?”
동현은 이세민의 말에 씩 웃으며 대답한다.
“연기가 어설펐거든.”
“제 연기가 어설펐다고요?”
“그래. 그리고 그 이후의 언행들에서 확신을 했지.”
“어떤 언행이…….”
“그건 자네가 생각해 보게.”
“…….”
“나는 누구보다도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이야. 그리고 그 결과가 최상의 결과를 가져왔지.”
“…….”
“너와 네 가족들. 그리고 너를 보좌한 사람들에게는 안 된 일이겠지만 말이야. 아… 듣자하니 장손무기라는 자가 이정을 죽여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하던데?”
“들으셨군요.”
“그래. 장손성 장군의 아들이니 역시 보는 눈이 있더군. 물론 자네 덕분에 그 칼날을 피해 갔지만 말이야.”
“모든 것이 다 제 잘못입니다. 그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면 지금은 반대가 되어 있지 않았겠습니까?”
이세민의 말에 동현은 크게 웃으며 대답한다.
“하하하!! 이세민! 너는 아직도 네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구나.”
“…….”
“미안하지만 이정이 죽었더라도 네 입장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이정이 당하고 난 뒤 만일의 경우에도 대비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야.”
“그 말은… 이정을 못 믿었다는 것이 아닙니까?”
동현은 이세민의 말에 화를 버럭 내며 대답한다.
“그 입 닥쳐라! 네가 죽기 전 그 말을 함으로써 우리 사이에 분열이 일어나게 하려는 것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으윽…….”
“얕은 수를 쓰지 마라. 나는 너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으니 말이야.”
동현은 이세민을 앞에 두고 거침없이 호통을 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