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6화 동현은 서토의 남쪽 세력 지원에 성공하고, 을지문덕은 동현에게 자식들의 혼인을 부탁하다.
동현은 사훈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남쪽에서 우세한 세력들을 상대로 선을 넣어 보게. 그들이 어느 정도는 힘을 키우게 하면 분명 북쪽과 충돌하게 될 거야. 땅이 아무리 비옥하다고 해도 인구수에서는 남쪽보다 북쪽이 훨씬 많으니 남쪽에 있는 세력들도 분명 북쪽의 세력에 욕심을 될 터… 그러니 그들이 북쪽과 싸울 수 있도록 해서 저 서토의 오랑캐 놈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 다면 분명 우리에게 도움이 되겠지.”
“아주 좋은 계책이십니다. 그럼 일단 수춘에 있는 두복위라는 자와 홍주, 무주, 길주, 건주, 원주를 비롯한 교주를 차지하고 있는 임사홍 이라는 자에게 선을 넣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두복위와 임사홍이라… 내가 듣기에 둘 다 농민 출신이라고 하던데?”
“그렇습니다. 예전 오나라 손권이 다스리던 지역에서는 이 두 세력이 가장 크고 강한 것 같습니다. 특히 이 둘을 보좌하고 있는 자들이 꽤 실력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 내가 아는 이름인가?”
“음…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두복위를 곁에서 보좌하는 자는 전공석이라는 자입니다. 두복위의 부장으로 있는 자인데 제법 지략이 뛰어난 모양입니다. 그리고 임사홍이라는 자는… 조수걸이라는 자가 옆에 있다고 하는군요.”
“조수걸이라…….”
“제가 알기로 반란을 일으키기 전 조수걸이 임사홍을 부추겨서 일으킨 모양입니다. 임사홍에게 인망이 있으니 일어서야 할 때라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임사홍의 경우에는 조수걸이 실권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만 상당 부분의 병력을 움직이는데 큰 힘을 가진 인물이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동현은 사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렇다면 일단 두복위와 임사홍에게 선을 넣어 보게. 아… 특히 임사홍의 경우에는 차라리 조수걸에게 먼저 연통을 넣어.”
“조수걸에게 말입니까?”
“그래. 만약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우리는 이 두 세력을 은밀하게 지원을 해 줄 것이나,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도 있지.”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임사홍이 거절 할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니 조수길에게 미리 선을 넣어 양해를 구하고 강력하게 추진해 보라는 것이 아닙니까?”
“맞네.”
“알겠습니다. 허나… 여기에도 변수가 있습니다.”
“조수길이 거절할 때를 생각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임사홍이 동의한다고 해도 조수길이 반대한다면 임사홍은 자신이 받은 제안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으음… 그럼 제대로 된 사람을 그들에게 보내야겠군. 언변에 능한 자를 보내야겠어.”
“저는 박준님을 추천합니다. 박준님 만큼 언변에 능한 자는 드무니까요.”
“나도 그리 생각했네.”
“그리고 두복위에게는 방현령을 보내시지요.”
사훈의 말에 동현이 놀란다.
“방현령을?”
“예. 현재 방현령은 우리가 있는 전 지역을 돌며 내정을 살피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헌데 그 능력이 참으로 대단합니다. 귀족들의 불만과 백성들의 고충을 너무나도 쉽게 해내니 말입니다. 정말 대단한 인재입니다.”
“귀족들의 불만도 해결한다?”
“그렇습니다. 귀족들을 어르고 달래면서도 강하게 나갈 때는 또 강하게 나가 귀족들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더군요. 그것은 그가 가진 지략과 정치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며 그에 따른 언변도 뛰어나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동현은 사훈의 말에 동의했다.
본래 방현령을 등용하였을 때만 하더라도 방현령의 특기 중 언변이라는 것은 없었다.
그런데 몇 년이 흐른 뒤… 어느 순간 방현령에게 언변이라는 특기가 생긴 것이다.
동현이 일을 맡기면서 경험이 쌓였고 그에 따라 언변이라는 특기가 생긴 것이라 생각한 동현은 사훈의 말에 무조건 동의를 했다.
그리고 사훈의 말을 듣자마자 방현령을 방으로 불러들여 명령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두복위에게 지금 바로 가서 대모달의 뜻을 전하고 오겠습니다.”
“급한 일이 아니라 내일 가도 되는데?”
“나라의 일을 어찌 미루겠습니까? 곧장 출발하겠습니다.”
“자네 뜻이 그렇다면야… 알겠네. 내가 군사들도 조금 붙여 줄 테니, 그들의 호위를 받으며 가도록 해.”
“예! 대모달!”
그렇게 동현은 방현령과 박준을 두복위와 조수걸에게 보냈다.
그리고 며칠 뒤…….
“아주 잘되었구만. 모두 다 승낙을 했다니… 그럼 이제 얼마나 지원을 해줄지 규모를 정해야겠군. 일단 얼마나 지원해 주면 되겠나?”
“예. 일단 두 사람들에게 다 창과 칼 5천 자루씩 주고 활과 화살도 그 정도 수에 맞추어 주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군량을 일단 3개월 치면 될 듯합니다.”
“군량 3개월 치라…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조금 많은 양이긴 합니다만 이 정도로 해주어야지 그들이 성과를 내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들에게 빚을 지워 두는 셈이니 이 정도로 해야 그들이 진심으로 고마워 할 것이며, 나중에 저희가 무언가 요구하는 것이 있을 때 쉽게 거절하지 못할 것입니다.”
“두 사람이 얼굴에 철판을 깔 수도 있지 않은가?”
“방현령과 박준에게 들으니 절대로 그럴 사람들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어째서?”
“그들을 만나본 바에 따르면 제법 의리를 아는 자들이며 받은 은혜를 갚으려는 사람들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특히 임사홍의 수하인 조수걸의 경우에 그런 것이 유독 보였으며 임사홍 또한 받은 은혜는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주의였다고 합니다.”
“음…….”
“그리고 그들이 저희의 요구를 거절해도 괜찮습니다.”
사훈의 말에 동현이 의아해한다.
“음? 거절해도 괜찮다니?”
“저희의 요구를 거절한다면 나중에 우리가 무기와 군량을 지원한 사실에 대해 소문을 퍼뜨리면 됩니다. 그들이 지금 우리가 베푼 은혜를 배은망덕하게 갚지 않고 오히려 홀대한다는 소문을 퍼뜨리면… 그곳의 백성들이 자신들을 다스리는 군주를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아…….”
“저희가 보내줘서 그곳 백성들이 살았다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며 소문을 퍼뜨린다면 그 소문을 그곳의 백성들이 믿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뿌리 채 흔들리기 시작할 겁니다. 그럼 그때… 우리는 그 소문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아주 좋은 생각이군. 하지만 그 전에 남쪽과 북쪽 관의 전쟁이 먼저 벌어지겠지.”
“그렇습니다. 그러니 그 때 우리도 군을 움직여야 할 겁니다.”
“우리의 첫 목적지는 허도가 되겠군.”
“그렇습니다. 대모달께서 상단을 이끄실 때부터 잘 아시겠지만 허도는 사통팔달이라 교통에 특히 중요한 요충지입니다. 이렇게 교통이 좋은 만큼 장사를 하는데 있어서는 아주 최적의 조건이며 부를 쌓는 데는 이곳이 최고입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우리가 허도를 차지했으니 불안하다 생각하고 그들끼리 뭉치면 어떻게 하냐는 것인데…….”
사훈은 동현의 말에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그것 또한 해결책이 있습니다.”
“오! 그것이 무엇인가?”
“어부지리(漁夫之利)입니다.”
“어부지리(漁夫之利)?”
“예. 현재 북쪽은 이밀과 왕세충, 두건덕이 치열하게 싸우는 중입니다.”
“그렇지.”
“일단 지금은 그대로 두십시오.”
“그대로 두라?”
“예. 그들이 분명 싸우다가 힘이 빠져 잠잠해졌을 때쯤… 남쪽에서 북쪽으로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이 될 것입니다. 그때 공격을 하시옵소서.”
“음… 그때는 그들의 군사는 지칠 대로 지친데다가 군사들이 남쪽을 방어하느라 우리에게 신경을 쓰지 못할 테니 그때를 노리라는 것이구만.”
“그렇습니다. 단 남쪽과 북쪽이 다툴 때도 북쪽끼리의 전쟁 때 했던 것처럼 바로 개입하는 것이 아닌 나중에 개입하십시오. 남쪽도 힘을 빼 놓아야 하니 말입니다.”
“아주 좋은 계책이다. 좋아. 그 계책대로 하지!”
동현이 고구려의 영토를 더욱 넓히고 부강하게 만들려는 계획도 사훈의 조언에 의해 착착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모달! 대모달!! 큰일입니다!”
“무슨 일이냐?”
“을지문덕 막리지께서… 위독하시다 합니다.”
“뭐… 뭐라? 그게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을지문덕 막리지께서 대모달을 불러달라고 부탁을 하셨다하니 지금 바로 가셔야 할 듯합니다.”
“알겠다. 지금 바로 준비를 하거라!”
“예! 대모달!”
동현은 을지문덕이 위독하다는 말에 급히 장안성(평양성)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랴!! 이랴!! 이랴!!
두두두두두!!
동현과 동현을 호위하는 허손, 그리고 그의 호위 군사 몇 명은 동현을 따라 말을 타고 빠르게 장안성으로 달렸다.
“한시라도 빨리 막리지께 가야 한다. 더 빨리 달려라!”
“예! 대모달!! 더 빨리 달려라!”
“이랴!! 이랴!!”
동현은 그 동안 갈고 닦았던 실력을 과시하듯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말을 재촉하여 장안성으로 달렸고 그 덕분인지 시간을 많이 단축하며 도착했다.
동현은 장안성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을지문덕의 집으로 향했다.
“막리지 어른. 대모달께서 오셨습니다.”
“그래… 들이거라…….”
하인의 말에 힘없는 을지문덕의 목소리가 들린다.
동현은 급히 방 안으로 들어가는데 을지문덕을 보고는 충격을 금치 못한다.
“아니…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막리지. 제가 이 장안성을 떠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렇게 마르셨습니까?”
“허허허… 노인들이란 것은 그런게 아니겠나? 하루하루의 몸 상태가 달라진다고 말이야. 그리고 그것은 내가 곧 갈 때가 되었다는 것이겠지…”
“막리지…….”
“미안하네.”
“예?”
“미안하다고… 사실 내가 이 꼴이 되기 전 막리지 자리를 자네에게 물려 주려 했는데 아직 내가 해야 할 일이 마무리 되지 않아서 이렇게까지 지체 됐네.”
“막리지께서는 항상 나라를 먼저 생각하신 분이셨습니다. 그게 무엇이 미안하단 말입니까?”
“그리 말해 주니 고맙구만… 그래도 다행인 건… 내가 이 꼴이 되기 직전에 해야 할 일을 모두 마무리 지었어. 이제 모든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군… 그래서 그런가? 일을 마무리 짓자마자 며칠 뒤부터 자리보전을 했지.”
“막리지…….”
“태왕 폐하께 좀 전에 재가가 떨어졌어. 막리지 자리에 자네를… 그리고 대모달 자리에 대중상을 임명한다고 말이야.”
동현은 그 말에 매우 놀라는데 갑자기 을지문덕이 동현의 손을 붙잡으며 말한다.
“이 고구려를… 잘 부탁하네. 새로운 막리지.”
“어르신… 흐흐흑…….”
“나이가 되면 가는 법인데 왜 우는가? 울지 말게.”
“강이식 스승님과 더불어 어르신께서는… 제 아버지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헌데 제가 어찌 눈물을 감출 수 있겠습니까?”
“아버지라…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만…….”
을지문덕은 그렇게 말을 하더니 주변을 둘러보며 말한다.
“여기 막리지와 내 아들과 딸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밖에 나가 있거라…….”
“예. 주인어른!”
을지문덕의 명령에 그를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이 방을 나갔다.
그렇게 남게 된 네 사람… 을지문덕은 모든 사람이 나가고 네 사람만 남게 되자 동현에게 말한다.
“내가 무슨 부탁을 할지 알고 있겠지? 막리지.”
“물론입니다. 어르신…….”
“내 아들과 딸을 부탁하네. 이들이 비록 성인이기는 하지만 내 눈에는 특히 부족해. 유덕이와 유영이는 막리지께 절을 올려라. 이제 너희의 스승님이다.”
“예. 아버님…….”
그렇게 동현은 을지문덕의 아들과 딸을 또 한 번 제자로 얻은 동현.
그렇게 절을 끝내고 나자 을지문덕은 자신의 옆에 있던 무언가를 건넨다.
“받게.”
“이게 무엇입니까?”
“내 유언장이야… 자네에게 따로 전하는 유언이니 나중에 자네만 확인을 하게.”
“예… 어르신…….”
“그리고 이 유언장 외에 또 부탁할 것이 있네.”
“말씀하십시오. 제가 들어 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들어드리겠습니다.”
“이 녀석들이 나를 닮아 그런가… 혼인을 늦게 하려고 하는 것이 보여. 헌데 나는 죽기 전에 이 둘이 혼인을 하는 것이 보고 싶단 말이지.”
“아…….”
“내가 늦게 혼인한 관계로 내 아들과 딸의 나이가 어리기는 하다만… 그래도 지금쯤이면 본래 혼인을 해야 할 나이일세.”
을지문덕의 말에 아들과 딸인 을지유덕와 을지유영은 당황한다.
“아… 아버님.”
하지만 그런 둘을 을지문덕은 보지도 않고 동현만 바라보며 말한다.
“둘을 서로 이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한 번 자네가 알아봐 주었으면 좋겠네. 내가 죽기 전에 말이야. 혼인을 올리기 전이라도 괜찮으니 둘을 혼인시킬 거라고 내 앞에 데리고 오기만이라도 했으면 좋겠어.”
동현은 을지문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