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화 고대양은 귀족들을 잡아들여 위엄을 보이고, 동현은 소원권을 써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하다.
황훈의 말에 황우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하아… 들어줄 수밖에 없겠구나.”
“하지만 아버님. 너무나도 굴욕적인 요구이지 않습니까?”
“그래. 맞아.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나도 방법이 없다.”
“…….”
“지금의 고구려는 너무나도 강해. 달솔 백기에게 화포라는 무기에 대해 들은 이후, 나도 세작을 더 띄워서 알아보았다. 한데… 고구려의 엄청난 무기가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어.”
“예? 더 있단 말씀입니까?”
“그래. 정확히 어떤 무기인지 모르겠지만, 땅속에서 무언가 폭발하는 무기까지 가지고 있다고 하더구나.”
“땅속에서 폭발이… 그게 가능한 것입니까?”
“나도 믿을 수가 없어서 요동성 쪽에 세작들을 띄워 과거 전쟁이 어땠는지 알아보았다. 한데 모두 사실인 듯하다.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 너도나도 그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군.”
“세상에… 그런 무기가 있는 한 어떤 나라도 고구려를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 그러기에 이 요구를 들어주라고 하는 거다.”
“알겠습니다. 아버님. 허나… 어라하께서는 매우 자존심이 강한 분입니다. 설득이 가능하겠습니까?”
황훈의 말에 황우는 비장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어떻게든 설득을 해야겠지. 나도 직접 가서 어라하를 설득할 것이다. 그러니 내일 날이 밝으면 나와 같이 입궐하자구나.”
“알겠습니다. 아버님.”
그렇게 황우는 황훈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황우와 황훈은 날이 밝자마자 입궐하여 무왕을 알현했다.
황훈은 자신이 동현에게 다녀 온 결과를 말하는데 무왕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을 찌푸린다.
그 모습을 본 황우가 말한다.
“어라하.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 말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냐?”
“예. 어라하.”
“…….”
“어라하. 지금은 현실을 직시하셔야 합니다. 고구려는 현재 엄청난 무기를 가지고 모든 나라를 앞서가고 있습니다. 최소한 우리가 그 무기를 갖출 때까지는 고구려의 속국처럼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면 내가 재위할 동안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않느냐?”
“송구합니다. 어라하. 허나 고구려는 지금 무기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도 앞서가고 있습니다. 제 아들놈이 고구려에 갔을 때 주변을 살펴 볼 기회가 있어서 둘러보고 왔는데, 백성들 얼굴에는 근심이 없고 저마다 풍족하게 먹으며 군사들 규모 또한 엄청나다고 합니다.”
“…….”
“현재 고구려는 요동까지 있는 영토 병력만 30만이며 하북 지방에도 30만 정도의 병력이 있다고 합니다. 이마저도 추정을 한 것이고 더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헌데 우리 군사들은 전국에서 긁어 보아야 간신히 15만이 됩니다.”
황우의 말에 무왕은 바로 대답한다.
“그 정도 규모의 군사로 고구려는 100만이 넘는 수나라 군을 이겼다.”
“물론입니다. 허나 그것은 고구려의 지형과 성들을 활용을 한 것이었고 애초에 고구려가 수나라가 쳐들어 올 것을 알았기에 철저히 대비를 해놓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그런 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만약 고구려가 작정하고 모든 방면에서 군사들을 밀고 들어오면 우리가 막을 수 있으리라 보십니까?”
“하아… 나도 우리 백제와 고구려가 차이가 있음을 안다. 하지만 내 자존심이 쉽게 허락하지 않는구나…….”
“어라하. 잠시 자존심을 버리고 사직과 백성들을 생각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나라를 망국으로 만드시겠습니까? 신중히 생각하십시오.”
생각보다 강한 아버지 황우의 말에 아들 황훈은 속으로 매우 놀란다.
잘못하면 목이 달아날 수 있는 말… 하지만 그런 황우의 말이 먹혔는지 무왕은 잠시 생각을 하고는 묻는다.
“이 일을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묻고 싶군. 그 답을 듣고 결정을 하고 싶다.”
“예. 일단 고구려의 비위를 맞춰주면서 안으로는 무기 개발에 주력해야 합니다.”
“무기 개발이라…….”
“예. 현재 고구려가 저 서토의 하북 지방까지 차지한 것은 무기가 뛰어난 영향이 매우 큽니다. 물론 그 전에 내실을 잘 다져놓은 것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으음…….”
“다행히 우리 백제의 내실은 매우 충실하니 우리는 그것을 활용하여 고구려와 같은 무기를 만들 수 있도록 무기 개발에 힘써야 합니다.”
“고구려처럼 그런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것들 모두 사람이 만든 것입니다. 한데 저희라고 못 하겠습니까?”
“…좋아. 황우 자네가 한 말이니 따르지.”
“황공하옵니다! 어라하!”
“허나 나는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 아니야.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고구려와 같은 무기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야!”
“황명을 받들겠나이다! 어라하!”
그렇게 백제는 겉으로는 고구려와 동맹이나 안으로는 속국과 같은 모습을 취했고 정식으로 사신까지 보냈다.
그리고 그 사신으로는 자신의 아들인 의자(훗날의 의자왕)를 보내 입조함으로써 고구려와의 약속을 지켰다.
그와 동시에 볼모로는 의자의 동생 부여교기를 보내어 고구려의 비위를 맞추려 노력했다.
그리고 나머지 요구 사항인 항구 개항과 치외법권, 또 백제 해안 측량에 관한 것도 모두 들어줌으로써 굴욕을 감수했다.
무왕은 이런 모든 사항을 들어줌으로써 속이 매우 뒤틀리고 화가 났으나 황우가 한 말을 기억하며 꾹꾹 참았다.
반면 고구려는 이런 백제의 행동에 매우 기뻐했다.
특히 고대양은 백제를 정벌하려 했는데 저자세로 나오는 백제를 보며 매우 기뻐했고 안심했다.
하지만 그런 고대양을 보며 을지문덕이 절대 방심하지 말라며 조언한다.
“현재 백제는 우리 힘이 강하니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 것입니다. 분명 기회만 생기면 언젠가 다시 고개를 쳐 들것이니 절대 방심하지 마십시오.”
“우리의 국력은 물론이고 병력까지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데… 예전처럼 그렇게까지 신경을 쓸 필요가 있겠는가?”
“태왕 폐하. 수나라와 우리 고구려 간의 전쟁을 생각하십시오. 우리는 수나라보다 수가 훨씬 적었으나 결과는 어찌 되었습니까?”
“음… 우리가 이겼지.”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그러니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현재 백제의 왕은 야심이 큰 자라고 하니 더욱 방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자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알겠네. 그나저나 오늘 대모달은 보이지가 않는군. 어디 갔는가?”
“아… 예. 소신이 고한다는 것이 깜빡했습니다. 대모달은 오늘 새벽 같이 일찍 일어나서 고구려 전역을 돌며 살피고 있습니다.”
“그 말은 순행을 나갔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직접 여러 지역을 살펴서 군사들도 점검하고 각 성들도 잘 다스리고 있는지 직접 살핀다 했습니다.”
을지문덕의 말에 고대양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순행은 꼭 필요하지. 나도 언젠가는 꼭 가야 하는데 말이야.”
“지금은 일단 대모달의 순행으로 하시고 나중에 하십시오.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으니 말입니다.”
“더 급한 일?”
“예. 태왕 폐하. 이걸 보십시오.”
“이건…….”
“태왕 폐하께서 제게 말씀해 주셨듯이 여러 귀족들을 조사했습니다. 태왕 폐하께 접근한 귀족들 또한 모조리 포함해서 말입니다.”
“허어… 이렇게나 비리가 많단 말인가? 돌아가신 선제 태왕 폐하께서 귀족들의 비리를 위해 그토록 감시했는데 말이야.”
“송구합니다. 태왕 폐하. 모두가 다 제 불찰입니다.”
“이게 어찌 막리지 탓인가? 바르지 못한 귀족들 탓이지. 내 예상에서 한치도 빗나가지 않는군. 아니… 정확히 돌아가신 선제 태왕 폐하의 생각이라 봐도 맞겠어.”
“선제 태왕 폐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까?”
“그렇다네. 내게 유언을 남기셨는데 분명 자신이 죽으면 귀족들이 내게 접근할 것이라고 했지. 그렇게 해서 내 판단을 흐릴 것이라고 했네. 내 판단을 흐려서 현재 황권에서 주도권을 자신들이 가져오게 하여 예전에 귀족들이 융성하던 때로 돌아가게 하고 과거 태왕에게서 큰 소리를 치던 권력을 가져오게 하려 할 테니 내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지.”
고대양의 말에 을지문덕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선제 태왕 폐하의 혜안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나도 그렇다네. 정말 돌아가시자마자 귀족들이 내게 접근해 왔으니 말이야. 그런 귀족들을 보고 자네를 불러 바로 명령한 것이니 지금 바로 그 명단에 있는 귀족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게. 그리고 법대로 처리 해!”
“예! 태왕 폐하! 황명을 받들겠나이다!”
귀족들은 새로운 태왕에 고대양이 오르자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그에게 다가가 현재 막리지인 을지문덕과 대모달인 동현에 대해 험담하고 언젠가는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을 했다.
고대양은 죽은 영양 태왕의 유언 덕분인지 흔들리지 않았고 일단 들어주는 척하며 귀족들을 돌려보냈다.
그후 바로 을지문덕을 불러 귀족들을 조사하게 한 것이다.
그 결과 그 귀족들은 역시나 예전의 탐관오리 귀족들과 같은 부류였고 이들을 막리지인 을지문덕에게 전부 다 잡아들여서 법대로 처리하라고 했으니, 현재 이것을 알지 못하는 귀족들은 그저 자신들의 뜻대로 고대양이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콰아아앙!!
“나라를 좀 먹는 놈들이다! 모조리 잡아들여라!”
“예! 모두들 포박하라!”
을지문덕의 전격적인 행동에 귀족들은 혼비백산하며 달아나려 했으나 달아나지 못하고 군사들에게 모조리 생포 당했다.
그리고 고대양 앞으로 끌려 나가니 그들은 억울하다며 호소하는데, 고대양은 그런 귀족들에게 여러 장부들을 보여 주며 죄를 말했고 그 죄목대로 모두 처리를 해버렸다.
그 결과… 나라를 좀먹은 귀족들은 죄의 무겁고 가벼움에 따라 목이 잘리거나 노비가 되었다.
그제야 그 귀족들은 고대양 또한 영양 태왕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나 때는 이미 늦었고 그들은 또 한 번 강력한 황권에 의해 쓸려나갔다.
그 덕분에 고구려에 있는 백성들은 더욱 살기 좋게 되었고 고대양을 칭송했다.
* * *
한편, 그 시기 동현은 여러 지역들을 돌며 순행을 돌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이 있던 백암성으로 돌아왔는데 이때가 620년이 끝나갈 때쯤… 동현의 50살이 끝나가는 때였다.
동현은 백암성으로 돌아와서 또 다른 신무기를 살피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건가?”
“예. 대모달.”
“좋아. 일단 불을 붙이고 난 다음 심지가 다 타들어 가기 직전에 던져 보게.”
“예!!”
동현의 명령에 한 군사가 심지에 불을 붙이더니, 그 불에 의해 심지가 다 타들어 갈 때쯤 들고 있던 무기를 던진다.
그리고 잠시 후…….
콰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큰 폭발이 일어났고 연기가 자욱하게 생겼다.
그런 연기가 어느 정도 사라진 뒤… 무기를 던진 군사는 자신이 던진 무기가 있는 쪽으로 향하여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외친다.
“성공입니다! 대모달! 모든 나무 허수아비들이… 다 쓰러지고 부러졌습니다! 아니…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정말 그렇구나! 하하하! 성공이다! 성공이야!”
동현은 군사의 보고와 함께 자신도 눈으로 보고는 매우 기뻐한다.
그리고는 한번 더 군사에게 확인해 보자며 다시 한번 더 던지게 해보는 동현.
그런 동현의 명령에 군사는 한번 더 그 무기를 던졌고 좀 전과 같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자 동현은 뛸 듯이 기뻐하며 무기를 개발한 사람들을 격하게 껴안으며 기뻐한다.
“아주 대단한 일을 해냈어! 장하네!!”
“아닙니다. 모든 것을 대모달께서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고 아낌없는 조언 덕분에 해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무슨 소리? 말로만 한 것과 만든 사람이 어디 같은가? 이것은 다 자네들의 공이야! 내가 후히 포상을 하고 휴가를 주도록 하겠네! 무기를 개발한 모두에게 그믐(30일)씩 포상 휴가를 줄테니 일에 지장이 없도록 돌아가면서 휴가 계획을 짜서 내도록 해!”
“감사합니다! 대모달!”
“그리고 이 무기의 이름은 다이너마이트로 할 것이야! 크게 폭발하는 무기라는 뜻이며 내가 지어서 만든 이름이니 모두 이 이름을 사용하도록 해!”
“예! 대모달!”
동현은 신무기를 계속해서 연구를 해왔었다.
하지만 역시 회귀 전 역사 기록에 있는 무기에 관련된 내용은 한계가 있었다.
거기다 자신은 무기 전문가도 아닌 만큼 동현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소원권 두 개 중 하나를 쓰기로 했다.
그 하나의 소원권의 내용은 바로 이 시대의 기술로 다이너마이트 만드는 방법에 대한 것.
그 덕분에 동현은 다이너마이트를 만드는데 성공을 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큰 포상을 내리며 매우 기뻐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