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7화 동현, 백제가 움직이자 사훈의 조언을 받아 대응하다.
양아오의 말에 동현은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대답한다.
“부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생전에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고 하셨기에… 직접 제사를 지내도 별 말이 없을 것이라 생각 되오만… 오라버니인 양광은 폭정을 했기에 백성들이 제사를 지낸다고 하면 크게 들고 일어날 수도 있소. 부인.”
“허나 제 오라버니도 가족입니다. 그리고…….”
“……?”
“수하에게 살해당한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이미 시신이 온전치 못 할 것입니다. 생전에 분명 살해당하기 전까지 그 수하에게 크게 능욕까지 당했을 것은 자명한 바… 시신마저 제대로 수습을 하지 못하게 하면 오라버니의 혼이 저승을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까 두렵습니다.”
“으음…….”
“서방님…….”
“일단 이 일에 대해서는 그때가 되면 한 번 더 논의를 해보는 것으로 하십시다. 지금 이 일에 대한 답은 나도 솔직히 해줄 수가 없겠구려…….”
“예. 서방님…….”
그렇게 동현은 양아오를 달래 주며 방을 나왔다.
그러고는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가 사훈에게 조언을 구했다.
“셋째 형수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만한 입장이십니다. 본래 수나라 황실 사람이셨으니 말입니다.”
“그래. 그래서 나도 고민이야. 양광에 대한 시신 수습에 대해서 말이야.”
“그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응?? 어째서?”
“우리가 수나라 수도를 점령할 것이라는 확신도 없습니다. 그리고 또… 점령하더라도 그 시기 쯤 되면 많은 세월이 흐른 뒤일 것입니다. 그때쯤이면…….”
“무슨 말을 할지 알겠군. 사람들의 뇌리에서 많은 것이 잊혀져 있을 것이라는 거지.”
“맞습니다. 그렇게 되면 일단 양견과 독고가라에 대한 제사는 물론이고 양광의 형이었던 양용을 비롯한 다른 황실 식구에 대한 제사는 성대하게 해주되, 양광에 대한 제사는 셋째 형수님께서 아주 작고 조촐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방 하나를 마련해 주십시오.”
“자네 말은… 양견과 독고가라 및 황실 식구에 대한 제사를 지내어 정신이 없을 때 같이 양광의 제사를 따로 작게 마련해서 지내게 해주라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시선은 양견과 독고가라 및 황실 식구에 대해서만 갈 것이니 사람들의 이목을 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셋째 부인은 왔다 갔다 하면서 제사를 지내야 한다.”
“셋째 부인께서 결정하신 일이니 그만한 것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훈의 말에 동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훈은 그런 동현을 보고 진지하게 계속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음?”
“여기 이것을 보십시오.”
동현은 사훈이 건네는 무언가를 건네받고는 읽어 본다.
“백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 대모달. 그곳에 있는 백기가 직접 사람을 보내 전해 준 서찰입니다.”
“음… 자신에게 군사를 주어 수군으로 우리 고구려를 치도록 했다?”
“예. 군사 8천을 주어서 우리 고구려의 비사성이나 장안성(평양성)을 노려보라고 했다 합니다. 그러니 이에 대해 움직이셔야 할 듯합니다.”
“미쳤구만. 우리 고구려 수군은 현재 차원이 다르다는 보고를 받았을 텐데 말이야.”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나름대로 분석하기를… 우리가 현재 북쪽으로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보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 자네 말이 맞아. 그럼 이제 어찌하면 좋겠나?”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서해수군 총사인 주훈에게 서찰을 보내어 대비하라고 하십시오. 그렇다면 알아서 할 것입니다.”
“알겠네. 허나… 그 배에는 백기가 타고 있어. 이자는 어떻게든 살려야 하네.”
“그 이야기에 대한 것도 서찰에 써서 보내시지요. 그렇다면 주훈이 알아서 조치할 것입니다.”
사훈의 말에 동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하고는 지필묵을 하인에게 가져오게 한다.
하인이 지필묵을 가져오자, 동현은 빠르게 서찰에 내용을 쓰고는 한 군사에게 명령하여 바로 주훈에게 전달하도록 한다.
서찰을 받은 군사는 빠르게 말을 타고 서해 수군 본영이 있는 비사성으로 향했다.
며칠 뒤…….
비사성에서 서찰을 받은 주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고생했다. 대모달께는 서찰을 잘 받았으니 이대로 조치한다고 말씀드려라.”
“예! 총사!”
주훈의 말에 군사가 군례를 올리고 방을 나간다.
군사가 방을 나가자 주훈은 자신의 밑에 있는 장수를 호출하여 회의를 바로 시작한다.
“허어… 이자가 우리와 내통한 자였습니까?”
“그렇다네. 그런데 백제에서는 그것을 모르고 이 자에게 군사를 맡긴 것이야.”
“어차피 현재 백제는 우리 군이 어떤 무기를 쓴다는 것에 대한 소문만 들었을 뿐 직접 보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 일단 백기가 있는 대장선을 제외한 다른 배들을 향해 포를 쏴서 격침을 많이 시켜 주면 백기는 분명 퇴각을 명령할 것이니, 저희는 그것에 맞추어 천천히 추격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백제의 해상 영역을 우리 영역으로 만들고 그와 동시에 상륙까지 해서 성을 공격해 점령하자?”
“그렇습니다. 백기가 현재 우리 편이라면 사전에 우리 공격 계획에 대해서 알려 주면서 그곳에 대한 물의 흐름이나 조류에 대해서 다 알려달라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상륙하고 난 뒤 지역에 대한 지형과 지물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그렇게 하면 매우 손쉽게 백제의 영토를 우리 영토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주훈은 한 수하의 말을 듣고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여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다른 수하가 반대 의견을 낸다.
“하지만 그 백기라는 자를 믿을 수가 있겠습니까? 어찌 되었든 간에 현재 그 백기라는 자는 백제 사람이며, 과거 대모달의 권유로 인해 백제 안에 심어져 있다고는 하나 그가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수하의 말에 주훈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그것은 네가 잘못 보았을 것이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대모달은 이런 안배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실수를 하신 적이 없으시다. 특히… 사람을 보는 눈이 매우 탁월하시지.”
“…….”
“그것은 나와 같은 나이 대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 공감할 것이다. 나를 비롯한 동해 수군 총사도 대모달께서 발굴해 내신 것이니 말이다.”
“으음… 하지만 만일에 대한 대비도 해놓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리해야지. 하지만 백기가 정말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고 작전을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그렇게 확신하시는 겁니까?”
“그래. 내가 하는 판단은 몰라도 대모달께서 하시는 판단은 확신한다. 그게 정답이라고 말이야. 그러니 일단 그것에 맞추어 작전을 짜도록 하지.”
“예! 총사!”
그렇게 주훈은 동현이 보내 준 서찰대로 작전을 짰다. 그리고 보름(15일)뒤… 백기는 수군으로 하여금 서해의 고구려 수역을 넘었다.
그리고 고구려 군을 공격하려 전투태세를 갖추었는데 그것을 미리 알고 있던 고구려의 주훈이 요격을 나왔고 진을 펼쳐 백제 수군들을 향해 마구 화포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방포하라!”
“방포하랍신다! 방포!!”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앙!!“
“으아아악!!”
“끄어억!”
“저… 저게 대체 무엇이냐?”
“달솔 어른! 저게 아마도… 우리가 소문으로만 들었던 포라는 것 같습니다!”
“포?”
“예! 저렇게 큰 소리가 나는 무기가 수나라 군을 물리칠 때도 쓰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사실이었단 말인가?”
“지금으로서는 그렇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허어… 이런… 큰일입니다! 달솔 어른! 군을 퇴각 시켜야 합니다! 지금 도저히 승산이 없습니다!”
“제기랄…….”
“달솔 어른!”
“크윽… 알았다. 군을 물려라.”
“예!! 달솔 어른! 전군 퇴각하라! 퇴각하라!”
백기는 수하에게 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후우… 모든 일이 잘 풀렸군… 그래. 이게 우리 백제를 보전할 수 있는 길이다. 사실 고구려가 이만한 군사를 가지고 있는데 그만한 수역과 영토를 뺏기는 것이 다행이지.’
백기는 오히려 안도를 하며 군을 전속력으로 뒤로 물렸다.
백기가 퇴각하자 주훈은 계획대로 본래 백제 수역과 영토였던 곳을 모조리 점령해 버렸다.
기존에 백제 수군이 차지하고 있던 곳을 차지한 뒤, 군을 상륙시켜서 성들까지 점령해 버린 것이었다.
이 소식을 백제 무왕이 듣게 되자 그는 매우 크게 분노한다.
“뭐라?! 그게 정말이냐?!”
“예… 달솔께서 대패하셨습니다.”
“어찌 대패를 한 것이냐?”
“그게… 수나라 군을 물리칠 때 화포라는 무기를 썼다고 합니다.”
“화포? 그런 무기가 정말… 있었던 말이더냐?”
“예. 어라하…….”
“허어… 제기랄… 그래서? 지금 달솔은 어찌 되었느냐?”
“군을 뒤로 물린 뒤 최소한의 방어선을 지키고자 그곳에 군을 주둔시켜 사수하고 계십니다.”
“하아… 알았다. 일단 그곳에는 다른 사람을 보내고 달솔을 이곳으로 소환하라. 보고한 내용에 대해 직접 들어 봐야겠다.”
“예! 어라하!”
백제 무왕은 신라까지 고구려에 병합된 마당에 자신들의 나라만 남아 있다는 것에 불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것이 백제의 큰 위기라고 느꼈기에 고구려의 심장부를 기습 공격해 주도권을 쥐고 고구려를 흔들려고 했다.
그런 뒤에 고구려의 주변 영토를 공격하여 영토를 넓힌 뒤, 군사들을 요충지마다 두어 방어를 굳혀 버티려는 전략을 피려 했던 것이다.
국력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나 서토에 있는 나라들의 협조를 받으면 충분히 가능한 전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보고를 받고는 절망했다.
이 전략이 물거품이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직접 들어보고자 백기를 호출한 것이었다.
며칠 뒤… 달솔 백기는 무왕 앞으로 가 무릎을 꿇었다.
“소신 백기… 전쟁에서 패했으니 죽여 주시옵소서!!”
“왜 패했는지부터 이유를 듣고 싶다. 이유를 소상하게 말해라.”
“예. 어라하!”
백기는 자신이 있었던 일을 그대로 설명했다.
“그것이… 사실이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어라하!”
백기의 말에 옆에 있던 수하들도 거든다.
“지금 달솔이 한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어라하! 저희도 모두 직접 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라하! 무언가 엄청나게 큰 소리가 들리더니 저희 배에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아주 큰 소리와 함께 터지면서 배와 함께 군사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고구려가 엄청난 무기를 만든 것이 분명합니다!”
무왕은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말을 듣자 한숨을 쉬며 말한다.
“우리가 적을 잘못 파악한 것이니 죄를 묻지 않겠다. 물러가라.”
“황공하옵니다! 어라하!”
그렇게 백기와 수하들이 물러나고 무왕 또한 편전으로 물러가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지 못한 무왕은 또 누군가를 호출했다.
“어라하의 부르심을 받고 대령했나이다…….”
“오… 위사좌평. 몸은 좀 어떠시오?”
“이제 다 늙은 몸이라… 하루가 다르옵니다.”
“몸 관리를 잘해야지… 내가 그대를 믿고 있는데 말이오.”
“황공하옵니다. 허나 이제 그만두고 낙향을 하려 합니다. 제 건강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음… 그렇게 안 좋소?”
“송구합니다. 어라하.”
“그렇다면 위사좌평 자리는 그대의 자식에게 뒤를 잇게 하겠소이다.”
“소인의 자식은 아직 부족한 것이…….”
“내 들은 적이 있소. 과거에는 망나니 같았으나 먼 길을 다녀온 이후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말이오. 그리고 그 이후부터 관직에 들었고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들었소이다. 아주 뛰어나다고 하더군.”
“…….”
“짐은 이미 뜻을 정했으니 이것에는 더 이상 토를 달지 마시오.”
“황공하옵니다. 어라하. 소인의 아들놈을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말을… 헌데 말이오… 그대가 위사좌평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에 하나 해주어야 할 일이 있소이다.”
부름을 받은 사람은 위사좌평 황우였다.
황우는 무왕으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었는데 그가 그만큼 지혜롭기 때문이었다.
위기 때마다 그의 지혜를 빌려 헤쳐나간 무왕.
그랬기에 이번에도 호출을 한 것이었다.
“제가 잠시 쉬는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듣긴 했습니다만… 사실이었군요.”
“그렇다네. 이제 고구려가 너무나도 강해졌어. 어찌하면 좋겠는가?”
황우는 무왕의 말을 듣고 잠시 눈을 감은 채 생각을 정리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