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화 영양 태왕은 유언을 남기고, 고대양에게 신신당부하다.
태제가 된 고대양과 막리지 을지문덕이 편전 안으로 들어오자 영양 태왕은 두 사람을 동현 옆에 앉게 했다.
“태왕 폐하. 이리 가시면 아니 됩니다.”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아직 우리가 목표한 서토 정벌을 전부 다 이루지도 못했는데 가셔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아직 백제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 막리지… 자네와 먼저 하늘로 간 연태조, 그리고 강이식 대모달과 여기 있는 대장군. 거기에 나까지 포함해서 우리 다섯이 꼭 그러자고 했었지. 헌데 정말 미안하게 됐네. 내가… 버티지 못할 것 같아.”
“태왕 폐하!!”
고대양과 을지문덕이 영양 태왕에게 힘을 내라고 말을 하며 영양 태왕을 독려했지만, 영양 태왕은 을지문덕에게 더 이상 자신이 버티지 못할 것 같고 수가 다 끝난 것 같다고 말을 한다.
그런 영양 태왕의 모습에 을지문덕은 애써 눈물을 참는데, 그때 상선과 근위장 온상이 지필묵을 가지고 들어온다.
그러자 영양 태왕이 명령한다.
“막리지와 대장군은 지금 내 말이 유언이 될 것이니 그대로 적으라. 그리고 태제는 내 유언을 잘 새겨듣도록 해…….”
“예. 태왕 폐하.”
영양 태왕의 명령에 두 사람은 지필묵 앞으로 가 영양 태왕의 유언을 적을 준비를 한다.
“짐이 이제 곧 하늘로 갈 것 같아 그 전에 우리 고구려를 위해 당부를 할 것이 몇 가지가 있어… 이렇게 유언을 남긴다. 그러니 모두 내 유언을 후대에도 잘 새겨들어 나라를 운영해… 우리 고구려를 더욱 부강하게 만들지어다.”
영양 태왕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말을 계속 이어 간다.
“첫째, 내 후계인 태제를 잘 보필해 주어라. 태제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아 내가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가르치지 못했다. 허나… 나는 내 동생을 믿는 만큼 동생이 지금과 같이 고구려를 부강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이는 동생만 잘해서 될 일은 아니기에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야 한다. 특히 지금의 막리지인 을지문덕과 대장군인 김동현은 태제를 잘 보필하여 태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 수 있도록 하라…….”
“소신들이 태왕 폐하의 유언을 받들겠나이다.”
“후우… 둘째…우리가 신라를 병합하고 수나라도 깨뜨려 많은 영토를 넓혔다고는 하나… 아직도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 그들을 꼭 물리쳐야 할 것이다. 특히 저 서토의 오랑캐들을 물리치고 우리 영토를 넓혀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백제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백제가 우리의 요구에 잘 따라준다면 괜찮겠으나… 우리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후방에 있는 백제를 먼저… 병합을 하여 삼한을 먼저 통일한 후 서토의 무리들을 상대해라. 후방에 적을 두는 것은 매우 위험하니 내 말을… 깊이 새겨들어 대처하도록 할 것이다.”
영양 태왕은 숨이 찬 듯 또 한 번 가쁜 숨을 몰아쉰 뒤, 잠시 쉬고는 말을 이어 간다.
“셋째… 내부가 안정되지 못하면 외부로 힘을 발산할 생각을 하지 말라. 쉽게 말해 내부가 혼란하다면… 내부를 빠르게 안정시키고 바로 잡으라는 뜻이다.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크게 혼란을 일으키면 그 뿌리가 흔들리는 법이니… 그들에게 유화책을 쓰든 강경책을 쓰든 어떻게든 내부를 바로 잡아라. 단… 그들이 백성들에게 해를 끼친다면 그들에게는 유화책이 필요 없다. 그저 전부 강경하게 쓸어버려라. 그래야 나라가 평안할 것이다… 그리고 넷째… 대장군이 나에게 조언해줬듯이 나도 무역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서토의 많은 영토를 우리가 차지하게 되고 우리 힘이 더욱 커지게 되면 주변의 나라들과 교류를 적극적으로 하라… 그렇게 하면 나라의 재정이 더욱 튼튼해지고 우리의 삶도 더욱 윤택해질 것이니 말이다. 이 무역에 관한 것은 대장군이 아주 많이 아니… 그에게 많은 조언을 받아 실행에 옮기도록 해라.”
영양 태왕은 넷째 유언까지 말을 하고는 힘이든 듯 크게 기침을 했다.
그러자 영양 태왕은 손짓으로 무언가를 흔드는데, 그 손짓을 본 상선이 급히 물을 가져오며 영양 태왕에게 먹여 준다.
그 물을 먹고 나서야 영양 태왕은 조금 안정을 찾은 모습이었다.
“계속 말을 하겠다… 적게.”
“예. 태왕 폐하…….”
“다섯째… 간혹 남쪽의 왜에 있는 무리들이 우리 영토를 침범하려는 경우가 있다… 그런 놈들에게는 매가 약이니… 적극적으로 대응하라. 그래도 멈추지 않거든… 그들의 본토를 적극적으로 쳐서 그들이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하라. 그들을 복종 시키든 병합을 시키든 해서 남쪽을 안정시켜야 우리 백성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니 꼭 내말을 새겨들을 것이다. 후우… 여섯째… 후대가 되어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해 영토가 많이 줄어들어 힘이 약해진 경우에는 왜 자신들이 그 동안 힘이 약해졌는지 빠르게 진단하여… 내부의 원인을 찾도록 노력해라. 그 원인을 찾아야 우리가 예전의 본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추진력이 생길 것이니 말이다. 허나… 그 원인이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모든 일을 급하게 하지 말고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진행을 하도록 해라. 특히 우리 고구려가 어떻게 세워졌는지… 선조들이 어떻게 이 고구려를 부강하게 만들었는지를 살펴 그것을 참고하여 계획을 세운다면 길이 보일 것이다. 이상 이 여섯 가지를 모두 내 유언으로 남기니, 모두들 내 말을 새겨듣고 우리 고구려를 위해 일해 주길 바란다… 내 뜻을 막리지 을지문덕과 대장군 김동현이 모두 적게 하여 남기니 내 뜻을 후대가 잘 이어 주기를 바란다…….”
영양태왕은 이렇게 말을 하더니 갑자기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듯 큰 목소리로 말한다.
“특히 내 평생의 소원이었던 서토를 정벌하여 다른 나라들이 우리 고구려를 함부로 넘보지 못하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 이것을 후대 사람들은 꼭 기억할 지어다!! 나라가 힘이 있어야 평화도 존재하는 법이다! 이상……!”
그렇게 영양 태왕은 큰 소리로 말을 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더니 정신을 놓아버리고 만다.
그런 영양 태왕의 모습에 동현은 놀라 침을 놔서 응급조치를 취하니 영양 태왕이 다시 정신을 차리는데, 영양 태왕은 다시 정신을 차리자마자 자신의 유언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을지문덕에게 읽어보라고 말을 한다.
을지문덕은 그 명을 받아 유언을 다 읽자 영양 태왕은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 태제인 고대양에게 시선을 돌린다.
“대양아.”
“예. 태왕 폐하…….”
“내가 죽으면 네가 뒤를 이어야 한다. 이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겠지?”
“태왕 폐하의 뜻을 받들어… 이 고구려를 계속해서 부강하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그리고… 너한테 사과하마.”
“예?”
“너와 나는 배다른 사이이나 나는 너를 친동생처럼 생각했다. 그리고 죽은 건무도 말이야.”
“…….”
“특히 너와 건무는 친형제 지간이 아니었느냐? 사이도 각별 했을 텐데 말이야.”
“형님이 죄를 지어 그리 되신 것이니 태왕 폐하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리 말해 주니 고맙구나… 막리지와 대장군은 잠시 물러나 있게. 내가 태제에게 할 유언이 따로 있어서 말이야…….”
“예. 태왕 폐하. 그럼 앞마당에서 부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하게…….”
그렇게 두 사람이 나가자 영양태왕은 상선에게 자신을 부축하도록 하여 자리에 앉게 한다.
그리고는 고대양의 두 손을 덥석 잡으며 진지하게 말한다.
“잘 듣거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야 이 고구려가 계속해서 고씨 성으로 나라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허나 내 말을 귀담아 듣지 않으면… 너의 대나 다음 대에 고씨 성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이 고구려를 다스리게 될 수 있으니 잘 들어…….”
“예? 그게 무슨…….”
“내가 죽으면… 네가 믿고 의지 할 사람은 막리지 을지문덕과 대장군 김동현 두 사람이다. 강이식 대모달 또한 믿을 만한 사람이나… 그 사람도 지금 몸이 좋지 못하다고 하니 내가 죽으면 그 사람도 하늘로 갈 것 같아 내가 말을 안 한 것뿐이다…….”
“…….”
“허나… 여기서 을지문덕도 나이가 많으니 네가 나라를 다스릴 동안 분명 하늘로 가겠지. 너는 내 동생이라고는 하나 나와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 네가 큰 병에 걸리지 않는 한 오래 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너에게 믿을 사람은… 대장군뿐이다.”
“…….”
“나는 그를 전폭적으로 밀어 주어 오늘날 이 고구려를 부강하게 만들었다. 그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지. 어렸을 때부터 신동으로 불렸던 자이며 이 고구려를 위해 많은 일을 한 사람이야.”
“저도 압니다. 태왕 폐하.”
“안다니 다행이군. 그러니 너도 그 자의 조언을 귀담아 듣도록 해라. 알겠느냐?”
“예. 태왕 폐하.”
영양 태왕은 숨을 크게 또 한 번 고르더니 계속 말을 이어 간다.
“그리고… 대장군과는 절대 맞서지 마라.”
“예?”
“내가 한 말 그대로다. 대장군은 매우 충성스러운 사람이나 네가 그 뜻을 오해하고 그를 공격하여 궁지로 몰아세운다면 그의 행동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소리다.”
“…….”
“특히 그는 백성들에게서 많은 신망을 얻고 있지. 나도 그것을 알기에 그런 대장군을 이용했던 것이다. 그자의 신망이 바로 내 업적이 되고 위엄이 되니 말이다. 그러니 너도 그자를 이용하려 해야 한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아느냐?”
“물론입니다. 그자가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여 그 권한을 제가 거두고 핍박할까 봐 그러신 것이 아닙니까?”
고대양의 말에 영양 태왕은 옆에 있던 물을 달라하여 물을 또 한 번 마신다.
그러고는 계속 고대양을 보며 말을 이어 간다.
“분명 내가 죽으면 몇몇 귀족들이 대장군에 대해 모함하는 자들이 나올 것이야. 그러니 그때는 네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들의 목을 본보기로 쳐라. 그래야 그자들도 네가 나와 같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을 것이야. 알겠느냐?”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래야 나라가 평안하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아닙니까?”
“맞다. 그러니 너는 대장군이 하는 일을 나처럼 적극적으로 밀어 주거라. 그러면 나라가 평안할 것이다.”
“…….”
“솔직히 말해서… 대장군이 한 나라의 왕이었다면 그 나라는 엄청나게 강하고 부강하게 되었을 것이며 위대한 군주가 되었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런 그가 이 나라의 기둥이 되었어. 마치 저 옛날 서토 오랑캐의 촉나라에서 유비를 보좌하던 제갈량처럼 말이야.”
“대장군이… 그토록 뛰어난 인물입니까?”
“그래. 그러니 내가 맞서지 말라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너는 대장군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네가 그자를 품어야 한다. 대장군은 앞서 말했듯이 매우 충성스러운 자… 그자를 궁지로 몰지 않는다면 그는 평생 이 고구려에 충성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를 궁지로 몬다면… 우리 고씨는 더 이상 이 황권을 지킬 수 없을 것이야. 그러니 내 말을 꼭 명심하도록 해라. 알겠느냐?”
“예. 태왕 폐하.”
영양 태왕은 이제 그만 말을 마치려 다시 자리에 누우려다가 한 가지 더 할 말이 있는 듯 다시 힘겹게 앉더니 고대양에게 말한다.
“오히려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뜻에서 과하게 밀어 주는 것도 괜찮다. 그러면 이 황권의 권위 또한 강해질 것이다.”
“더 적극적으로 밀어 준다 하시면…….”
“그에게 큰 벼슬을 얹어 준다던지… 큰 권한을 준다던지 하는 것 말이다. 아… 물론 그것은 현재 있는 막리지 을지문덕이 하늘로 갔을 때 해야 하는 일이다.”
“…….”
“을지문덕이 살아 있을 동안에는 당분간 이 체제를 유지하도록 해라. 그리고… 강이식 대모달이 죽게 되면 그 자리에 지금의 대장군을 올리고 대장군 자리에는 대중상을 임명하도록 해라. 그는 매우 충성스러운 자니 말이다.”
“예. 태왕 폐하.”
“이제 내가 너에게 할 말은 모두 전했다. 네가 내 말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직접 들어보고 싶구나. 내가 뭐라고 했지?”
“음… 대장군을 믿고 의지하라고 하셨으며… 그를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밀어주라고 하셨습니다.”
“맞다. 그리고 절대 맞서지 말라고 했지. 내 말… 꼭 명심해라. 그가 돌아서면… 이제 우리 고씨는 이 자리에서 사라질 수 있다.”
“명심하겠습니다. 태왕 폐하.”
“후우… 되었다. 너는 이제 그만 나가 보거라. 그리고 밖에 있는 막리지와 대장군을 불러.”
“예.”
그렇게 고대양이 편전을 나가고 두 사람이 다시 편전으로 들어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