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2화 양광은 수하에게 살해당해 정세가 더욱 혼란해지고, 고구려는 전성기를 이끈 영양 태왕이 쓰러지다.
동현은 사내가 밝힌 이름과 자에 매우 놀란다.
“지금 성과 이름이 방교, 자는 현령이라 했는가?”
“예. 대장군. 소인을 아시옵니까?”
“자세히는 아니나 얼핏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알기로 수나라에 있을 때 현위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데… 맞는가?”
“그렇습니다. 습성현위라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소인이 보잘 것 없는 자리에 있었는데도 어떻게 저에 대해 잘 아십니까?”
“나는 지금 이 고구려 관직에 있지만 상단을 운영했던 사람일세. 상단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 그때 자네에 대한 정보도 얼핏 들은 적이 있어서 말이야.”
“아…….”
“아무튼 반갑구만. 듣자하니 자네의 재능과 식견이 매우 뛰어나다고 하더구만. 글필하력과 박준이 말하기를 말이야.”
“두 사람이 저를 띄워 준 것입니다.”
“그것은 좀 더 나와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알 일이지.”
동현이 놀란 사내의 이름 방교, 자는 현령으로 방현령으로 불리는 자이다.
이자는 본래 역사에서는 이세민 밑에서 자신의 재능을 펼치며 황제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던 사람이었다.
이세민 밑에 있으면서 밖으로는 그와 함께 전쟁에 나가 많은 공을 세웠으며 안으로는 정치적인 일에 밝아 법조문으로 보필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공을 세우고도 매우 겸손해 하니, 이런 방현령을 이세민이 좋아하고 아꼈다.
그런 방현령이 글필하력과 박준에게 발견되어 자신에게 오게 된 것이다.
‘이거 대박이군. 지력 90에 정치는 100이라… 역사 속 인물을 또 하나 내가 건지는군.’
동현은 그렇게 방현령을 얻은 것에 만족하며 그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눈 후, 영양 태왕에게 상주하여 벼슬을 받게 하여 자신의 밑에서 일하도록 했다.
방현령을 얻고 난 뒤 동현은 정말 미친 듯이 바빴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신무기를 개발해야 함은 물론이고 여러 지역에 있는 탐관오리 귀족들을 잡아들여 벌했다.
거기에 주변 번국에 대해도 신경을 써야 하니 해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동현은 북방 순행까지 돌며 살피는데, 양광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지 하북 지방에 35만 대군을 거느리고 공격해 왔다.
하지만 이미 충분한 대비가 되어 있는 상황.
양광은 거느린 군사의 절반 이상을 잃고 퇴각해야 했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양광은 3차 침입까지 감행했는데, 역시나 무리수였고 그 원정을 실패로 수나라는 더욱 더 혼란에 빠졌다.
양광의 폭정으로 인해 더욱 많은 지역에서 반란이 일어나기 시작했기 때문…….
결국 수나라 양광은 그것으로 인해 더 이상 황제로써 통제력을 잃었고 수하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그때가 618년 8월경이었다.
“그래? 양광이 살해당했다고?”
“예. 대장군. 현재 대흥성(장안성)은 이밀이 장악하고 있는 상태며 동도(낙양)는 왕세충이라는 자가 장악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각기 양유와 양동을 옹립하고 자신들이 수나라의 뒤를 잇는 나라라며 자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으음… 양광을 죽인 우문화급과 우문지급은 이미 죽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그들은 이밀에게 진작에 밀려난 상태입니다. 분수도 모르고 황제를 자처했으니 당연히 그 꼴이 났겠지요. 그런 면에서 보면 이밀과 왕세충은 제법 뛰어난 자들입니다. 자신들이 바로 황제가 되면 다른 세력들에 의해 공공의 적이 될지 모르니 허수아비 황제를 앉힌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 자네 말이 맞아. 음…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찌 대처하면 좋겠는가?”
“일단 좀 더 관망하십시오. 그리고 저들이 지쳤을 때… 어부지리를 놓는 것입니다.”
“음… 그 외에는?”
“이밀과 왕세충을 제외한 주변 세력에는 세작들을 많이 띄워서 우리 고구려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십시오.”
“소문을?”
“예. 우리 고구려가 매우 살기 좋은 나라라고 말입니다. 특히 하북 지방은 우리 덕에 전란을 벗어나 잘 살고 있으니 그 소문을 흘리시는 겁니다. 그러면 그 소문을 듣고 백성들은 전쟁을 피해 우리 영토로 올 것이며 인구수가 늘어나게 되겠지요.”
동현은 사훈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아주 좋은 계책이군. 그렇게 하면 백성들의 소문이 더욱 더 넓게 퍼질 테고 우리 영토로 들어오는 백성들이 많아지겠어.”
“그렇습니다. 대장군.”
“헌데… 그렇게 되면 다음 일도 생각해야 한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압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이밀이나 왕세충은 자신들의 백성을 빼앗긴다고 생각을 할 테니 공격을 해올 수도 있겠지요. 허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이미 다 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이제부터 해야 할 것은 대장군의 건의로 인해 많은 과거제도가 시행된 자들을 대장군이 많이 등용하여 기존의 귀족 세력들에 대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아니… 밀어내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래서 내가 과거 제도를 만든 것이지. 다른 귀족들과 달리 실력도 있는 자들이고 똑똑한 자들이니 기존의 귀족들에 비해 훨씬 나을 것이야. 허나…….”
“……?”
“내가 죽은 뒤에는 그들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동현은 사훈의 말에 빙그레 웃으며 대답한다.
“나는 과거에 공부하기를 한 세력이 오랫동안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도태되는 경우를 매우 많이 봐 왔다. 지금은 내가 있어 그들이 도태되지 않도록 살피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지만… 내가 죽고 나면 후임들이 그것을 잘 해낼지 모르겠다.”
“음… 그렇다면 그 전에 그 권한을 믿을만한 사람에게 넘기면 되지 않겠습니까?”
“나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처럼 이렇게 계획적으로 일을 할 사람이 있겠는가? 아직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구나…….”
“음…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 것 같습니다. 허나 대장군.”
“……?”
“아직 대장군께서는 건강하시며 건재하십니다. 벌써부터 그런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아직 그 후임을 양성을 시간이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대장군의 아드님 들 중에서도 그런 인물이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나는 이전에도 말했듯이 내 아들들에게 이 나라를 이끌어 갈 능력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내 딸들을 살필 것이다. 허나 내 딸들에게도 나라를 이끌어갈 능력이 없다면… 나는 마땅한 자를 찾아 뒤를 잇게 할 것이니라.”
동현의 말에 사훈은 걱정스러워 한다.
“그렇게 되면 훗날 그 권력을 잡게 된 자가 계속 자신의 가문으로 나라의 뒤를 잇게 하려고 갖은 수를 다 쓰게 하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 있겠지. 허나 나는 나라만 잘 다스릴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괜찮다고 생각한다. 백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말이야. 허나…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간다면 그 정권은 갈아치우는 것이 맞아. 그래서 난… 내가 은퇴하기 전에 그 장치를 미리 마련을 해둘 것이다. 제대로 나라를 다스리지 못하면 바로 정권이 바뀔 수 있게 말이야.”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나저나… 아직인가?”
“……?”
“내가 얼마 전 또 다른 신무기를 개발하라고 했었네. 헌데 아직 어려운가 보군…….”
“대장군께서는 언제나 획기적인 것을 만들어 내시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겠지요. 그 파진포라는 것도 대장군께서 개발하신 것 아닙니까? 어떤 누가 그런 무기를 개발할 생각을 하겠습니까? 저도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하하! 사훈이 내 얼굴에 금칠을 해주는구만. 그리 말해 주니 고맙다. 아… 참… 신무기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개발을 하라고 했으니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일 수도 있겠구만.”
“다른 것이라하면…….”
“운송수단에 관한 것일세.”
동현의 말에 사훈이 놀란다.
“운송수단은 얼마 전에 가도를 정비하고 철 수레를 개발함으로써 모두 해결된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것만 가지고 되나? 나는 더 빠르게 신속하며 많이 옮길 수 있는 운송수단을 원한다. 물론 이것을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노력은 해야지.”
그렇게 동현은 조정 사람들의 눈을 잘 피해가며 신무기와 함께 운송수단 또한 계속 개발을 해 나갔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흘러서 어느 새 619년이 되었고 동현은 49살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장군!! 급보입니다!”
“급보라니?”
“태… 태왕 폐하께서!! 갑자기 쓰러지셨답니다!”
“뭐… 뭐라?! 그게 사실이냐?!”
“예! 다행히 잠시 의식이 돌아오셨으나 태왕 폐하께서 대장군을 빨리 도성으로 와달라고 하셨습니다!”
“알았다! 지금 당장 가겠다! 여봐라! 지금 당장 도성으로 가야 한다! 한시가 급하다! 얼른 채비하거라!”
“예! 대장군!”
영양 태왕이 갑자기 쓰러졌다는 말에 동현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본래 영양 태왕은 618년 9월에 죽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헌데 지금 619년… 이것은 내가 영양 태왕의 수를 알기 때문에 도성에 갈 때마다 영양 태왕을 진맥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려 주었기 때문이겠지. 허나 이것도 얼마가지 못하는구나. 정해진 수에서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쓰러지시다니… 하기야 수 양제도 역사보다 내 개입으로 4개월 늦게 죽었으니… 이런 변화는 당연하다 봐야겠군.’
동현은 자신이 좀 더 영양 태왕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것 같아 자책하면서 빠르게 도성으로 갈 채비를 했다.
그리고 준비가 되자마자 말을 빠르게 달려 계속해서 도성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다행히 가도가 모두 정비가 된 덕분에 빠른 시간에 도성에 도착을 했고 동현은 도착을 하자마자 영양 태왕을 알현했다.
“대장군 왔는가?”
“태왕 폐하. 어찌 이런 일이…….”
“내가… 걱정을 끼치는구만.”
“그리 생각하시면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나셔야지요. 태왕 폐하…….”
“허허… 나도 그러고 싶네. 허나 이제 몸이 말을 듣지 않는군.”
동현은 영양 태왕의 말에 급히 진맥을 한다.
‘하아… 정말 정해진 수가 다 된 것인가? 몸에 기력이 하나도 없으시구나… 이것은 답이 없다. 기력을 회복시키려면 먹는 것이라도 잘 드셔야 하는데 모든 기능까지 떨어져 계시니 어찌 할 도리가 없어… 내가 침으로 잠시 기력을 나게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잠시 뿐이다.’
동현이 한 동안 영양 태왕을 진맥하며 손을 놓지 않았다.
그러자 영양 태왕은 동현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짐작한다는 듯 진맥하던 그의 손을 없는 힘으로 꽉 잡으며 말한다.
“대장군. 애쓰지 말게. 그 동안 내 건강을 위해 자네가 애를 써준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어.”
“태왕 폐하…….”
“사람은 갈 때가 되면 가는 것이지. 내게 지금 그때가 왔을 뿐이네…….”
동현은 그런 영양 태왕을 보며 애써 눈물을 참으려 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양쪽 뺨에 눈물이 흐르고 만다.
그런 동현을 보며 영양 태왕은 고마워한다.
“이 사람… 내가 뭐라고 그리 눈물을 흘리는가? 헌데 큰일이야… 강이식 대모달도 몸이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제가 조만간 한 번 가 보겠습니다.”
“그래. 꼭 그렇게 해…….”
“예. 태왕 폐하.”
“그리고… 곧 내가 할 말은 유언이니 자네가 잘 듣고 실행에 옮겨 주게.”
“소신… 태왕 폐하의 어떤 명이든 받들 것입니다.”
“고마우이. 나라에 관련된 일은 자네와 을지문덕 막리지에게 남기는 것이니 잘 적어서 품에 간직하도록 하게. 여봐라…….”
“예. 태왕 폐하.”
“대장군에게 지필묵을 가져다 줘라.”
“예. 태왕 폐하.”
“그리고… 태제를 부르게. 아… 그리고 막리지는 어디 갔나?”
“예. 잠시 성 안의 민심을 살피러 갔으나 사람을 보냈으니 금방 올 것입니다.”
“그래… 그럼 두 사람이 오면 내 유언에 대해 말하도록 하지. 그동안… 좀 쉬어야겠다.”
“예. 태왕 폐하.”
그렇게 영양 태왕은 잠시 말을 하지 않고 누운 채 가쁜 숨을 들이쉬며 휴식을 취했다.
그런 영양 태왕의 손을 동현은 꼭 잡고 상태를 계속 살피는데, 그 모습을 본 상선은 동현의 충성심에 감동한다.
‘태왕 폐하께서 대장군을 아끼는 이유가 있구나. 그래… 대장군이라면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을 것이야.’
상선은 안심하며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계속 보았다.
그런데 그때…….
“태왕 폐하. 태제 전하와 막리지 들었습니다.”
“으음… 들라하라.”
“예.”
영양 태왕이 허락하자 얼마 전 새롭게 태제가 된 고대양과 막리지 을지문덕이 편전 안으로 들어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