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화 동현, 연태조의 자식들에게 가르침을 내리다.
동현은 연태조의 자식들인 연개소문, 연정토, 연수영의 절을 받고는 말한다.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한 내가 네 아버지의 부탁으로 너희들의 스승이 되었다. 개소문과 정토는 이미 성인이라 내가 그리 필요할 것 같지가 않을 것 같다만 막리지이신 너희 아버지의 유언이 너희들을 제자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니 어찌 거절 하리오. 허나 둘은 내가 스승으로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거부해도 좋다. 너희에게 선택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어찌 할 것이냐?”
“저희가 어찌 돌아가신 아버님의 유언을 거역하겠습니까? 아버님의 유언을 따를 것입니다.”
“그리 말해 주니 고맙다.”
“저…….”
“할 말이 있는 모양이구나? 개소문.”
“예. 스승님.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 그렇습니다.”
“부탁?”
“예. 스승님. 저… 스승님 곁에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내 곁에서? 내 곁에서 일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
“물론입니다. 군부에 들어가겠다는 의미입니다.”
“잘 아는구나. 그렇다는 건 무예 대회에서 성과를 내야한다는 것이지. 네가 그것을 해낸다면 내가 태왕 폐하께 주청을 해서 내 곁에 둘 수 있도록 하겠다.”
동현의 말에 연개소문의 얼굴이 확 밝아진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소인… 반드시 무예 대회 때 장원을 해 보이겠나이다!”
“그래. 잘 해봐. 정토는 어찌할 것이냐?”
“소인은 아직 결정을…….”
동현은 연정토의 대답에 조언을 해준다.
“정토야.”
“예. 스승님.”
“내가 막리지께서 살아계실 때 듣기로 너희의 성격에 대해 다 들었다. 정토는 온화하나 무언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판단력이 떨어지며 강단이 없다는 말씀을 하시더군. 그리고 개소문은 모든 면에서 다 뛰어나기는 하나 너무 강해서 탈이라고 하셨다.”
“강해서 탈이라고 하시면…….”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 이 말의 의미를 한 번 생각해 보거라.”
“강하면 부러진다…….”
“그래. 개소문. 너는 막리지께서 말씀하신 걸 들어봤을 때 내 생각에도 너는 모든 것에 매우 뛰어났다.”
“과찬이십니다.”
“허나… 아버지께서 내게 그런 말씀을 하신 것으로 보았을 때 나는 그것이 결코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자식이 잘 되게 하고 싶어서 내게 조언을 구하신 것이었는데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이 좋지 못한 점을 드러내겠느냐?”
“…….”
“자기 자식에게서 이런 점이 부족하니 내게 물어보고 조언을 구하신 것이겠지. 그리고 내가 본 막리지께서는 누구보다도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신 분이시다.”
동현의 말에 연개소문도 동의한다.
“그 점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허나…….”
“……?”
“지금은 수나라와 전쟁을 하고 있으며 우리 고구려가 주변국들에 대한 정세로 보았을 때 제 성격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동현은 연개소문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그것은 틀린 말이다.”
“어째서입니까?”
“너는 지금까지 전쟁에 나가본 적이 있느냐?”
“아직 없습니다. 허나 가끔 제 수하들을 데리고 도적들을 토벌한 적이 있습니다. 고구려 전역을 한 번쯤 돌아다니고 싶어서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것이었고 보자마자 토벌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 만약 그 도적들이 네게 개과천선을 맹세하고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말을 하면 너는 어찌할 것이냐?”
“그래도 목을 벨 것입니다.”
“왜지?”
“한 번 그런 짓을 한 자는 또 그런 짓을 하기 때문입니다.”
동현은 연개소문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네 아버지가 왜 내게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알겠군.”
“……?”
“쉽게 말해주지. 지금 너의 말은 틀렸다.”
“틀렸다 하심은… 제가 목을 베는 것이 틀렸다는 것입니까?”
“그렇다.”
“어째서입니까?”
“넌 사람들이 왜 도적이 되었다고 생각하느냐?”
“음… 먹고 살기 힘들거나 그도 아니라면 도적질을 해서 사는 것이 더 큰 이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네가 말한대로 후자의 경우라면 목을 베는 것이 맞다. 허나 전자의 경우… 즉 먹고 살기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도적이 된 자들의 경우에는 그들의 목을 베는 것이 맞는 걸까?”
“저는 벨 것 같습니다.”
“왜지?”
“그들은 먹고 살게 해주어도 나중에 또 다른 유혹이 들어오면 흔들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베어서 우환을 없애는 것이 낫습니다.”
동현은 연개소문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잘 듣거라. 개소문. 이것이 네게 내리는 첫 가르침이 되겠구나.”
“경청하겠습니다.”
“네가 말한대로 도적들에게는 큰 두 가지 부류가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네가 말한 대로 목을 베는 것이 맞아. 허나 전자의 경우에는 그들에게 다시 살아갈 기회를 줘야 한다.”
“어째서입니까?”
“민심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민심이라 하셨습니까?”
“그래.”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어차피 도적이었던 자들이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그렇겠지. 허나 좀 더 자세히 생각해 보거라. 그들에게 기회를 주어서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래서 백성들로 정착을 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에게 감사하다고 말을 할까?”
“그야… 은혜를 베풀어 주고 태왕 폐하께 상주한 장수 분께 감사하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동현은 연개소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 말도 맞지만 크게는 태왕 폐하와 나라에 감사할 것이다.”
“태왕 폐하와 나라에 말입니까?”
“그래. 예를 들어보자. 내가 태왕 폐하께 그들을 용서해 달라했고 태왕 폐하께서 그 요청을 받아들여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럼 그들은 누구에게 감사하겠느냐?”
“그야 스승님께… 아…….”
“이렇게 말하니 쉽나보군. 이해가 되느냐?”
“그렇습니다. 이해가 갑니다. 태왕 폐하께서 허락을 해주셨으니 그들이 용서를 받고 정착을 한 것이고 처음에는 스승님 덕분이라며 칭찬을 하겠으나, 나중에는 그것과 함께 태왕 폐하에 대한 칭송으로 바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라에 대한 충성으로 바뀔 것이고 말입니다.”
“잘 아는구나. 명심하거라. 개소문. 민심은 무서운 것이다. 네가 말한 대로 도적들의 개과천선을 시도하지 않고 계속해서 죽인다면 그들은 공포에 떨다가도 어차피 항복하면 죽은 목숨이니 나중에는 죽기 살기로 덤빌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민심은 갈수록 흉흉해지고 나라는 혼란에 빠지게 되어 있지. 단 그들에게 한 번이라도 기회를 다시 주었는데도 그들이 그런 짓을 다시 하여 우리가 그들을 없애게 되면 우리에게도 충분한 명분이 될 뿐만 아니라 백성들도 우리가 여태까지 해준 것에 대해 알고 있을테니 이제는 죽어도 싸다 여길 것이다. 그런 민심을 이용해서 나라를 이끌어가는 법을 너도 배워야 한다. 그러니 네 성격을 고치려면 돌아가신 아버님의 말씀을 깊게 새겨야 할 것이야. 알겠느냐?”
연개소문은 그제야 동의한다는 듯 넙죽 절을 하며 대답한다.
“오늘 스승님께 큰 가르침을 받습니다. 제 성격인지라 고치기는 어렵겠으나… 고치려고 노력을 해보겠습니다.”
“그래. 그거면 되었다. 허나 만약 네 성격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면 나는 너를 그 성격에 맞게 배치를 할 것이다. 단… 그렇게 되면 너는 아주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없을 것이야. 내 말 명심하도록 해.”
“예! 스승님!”
동현은 그제야 연개소문에게 눈을 거두더니 연정토를 보며 말한다.
“네 이야기로 인해 시작했는데 개소문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군. 정토는 네 형인 개소문이 무언가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를 잘 지켜보거라.”
“형을 말입니까?”
“그래. 네 형이 결정을 하는 것을 보면 네게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에 개소문. 너는 정토를 잘 살펴봐라.”
“정토를요?”
“그래. 정토는 생각이 많고 신중하지. 그런데 너무 신중하다. 반면 너는 성격이 급하고 불같아서 무언가 결정을 내리면 빠르게 결정하지. 둘 다 장단점이 있다는 소리다. 서로를 보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달으라는 소리니 둘이 같이 다니면서 서로를 보도록 해 보거라. 알겠느냐?”
“예. 스승님.”
동현의 말에 연개소문과 연정토가 바로 대답을 하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수영이 묻는다.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저에 대해서는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동현은 연수영의 말에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당연히 하셨다.”
“제.. 제게도 생전에 아버님께서 하셨던 말씀을 해주십시오.”
“으음… 좋아. 수영이 너는 여장부다운 기질이 있다고 했다.”
“여장부…….”
“그래. 네 곁에 네가 직접 키우고 있는 낭자 군사들을 보니 나도 그렇게 느꼈다. 네가 만약 남자였다면 여자들이긴 하나 그들을 이끈 경험이 있으니 군부에서 일을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허나…….”
“……?”
“네 아버지께서 그러시더군. 너도 연개소문 못지않게 성격이 불같다고 말이야.”
동현의 말에 연개소문이 옆에서 거든다.
“맞습니다. 스승님. 특히 수영이는 누군가에게 지는 걸 정말 싫어합니다. 저희 형제들에게도 그랬지요.”
“그랬구나. 아마 그런 것이 지금의 수영이를 만들었을 것이다. 허나… 이제는 달라져야 해. 한 군사들을 이끄는 집단의 사람이라면 장수에 의해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아느냐?”
“그렇습니다. 스승님. 앞으로…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래. 네가 비록 여자이기는 하나 언젠가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여자들도 훈련만 제대로 시킨다면 전쟁 때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 생각한다.”
동현의 말에 연개소문과 연정토가 놀란다.
“여… 여자들을 군사들로 말입니까?”
“왜 그리 놀라느냐? 전쟁에는 남자만 나서라는 법이 있느냐?”
“그건 아니지만…….”
“그런 편견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내가 듣자하니 저 수나라 너머 먼 곳에 있는 어떤 나라들은 아예 여자들로 군대를 만든 나라도 있다더군.”
“그것이 정말입니까?”
“그래. 내가 알아보니 그들의 힘은 남자에 부족할지 모르나 여자들에게 맞는 검법이나 창술, 기마술 등을 개발하여 전투에 썼다더군. 그래서 훗날 전공이 남자 군대들보다 높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
연개소문과 연정토는 동현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은 이런 이야기를 생전 처음 듣기 때문… 허나 스승이 이렇게까지 말을 하니 안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니 수영아.”
“예. 스승님.”
“네가 성인이 되고 때가 되면 네가 거느리고 있는 낭자군을 내가 한 번 살펴보고 전쟁 때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하면 태왕 폐하께 주청을 올려 정식 군대가 되게 할 생각이다. 그때 너는 그 군대를 이끌어야 해. 그러니 무예는 물론이고 많은 병법서를 읽도록 해라. 알겠느냐?”
“제가 정말…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군인이 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래. 하지만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것은 영원히 물 건너가게 될 것이니 앞으로 계속해서 정진하도록 해라. 알겠느냐?”
“예! 스승님!”
“그래. 이제 쉴 만큼 쉬었으니 손님들 맞으러 이제 그만 나가자. 나머지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자꾸나.”
“예.”
그렇게 동현과 세 사람은 다시 손님들을 맞이했다.
그리고 며칠 뒤…….
“이제 백암성으로 돌아간다고?”
“예. 태왕 폐하.”
“그래… 조심히 가게.”
“태왕 폐하. 힘을 내십시오. 태왕 폐하께서 흔들리시면 아랫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겁니다. 특히 이런 태왕 폐하를 이용하여 귀족들이 들고 일어날지 모를 일입니다.”
“내 수족 같은 막리지가 죽었는데… 그것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구나…….”
동현은 영양 태왕의 반응에 조금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태왕 폐하! 막리지께서 그 동안 얼마나 나라를 위해 큰 애를 썼는지 알고 계십니까?”
“당연히 알지…….”
“헌데 막리지께서 지금 태왕 폐하를 보고 계신다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지금 태왕 폐하의 언행은 지금까지 막리지가 노력한 것들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행동입니다!”
“…….”
“소신이 무례했다면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허나… 이런 태왕 폐하는 제가 아는 태왕 폐하의 모습이 아니십니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정신을 찾으시옵소서.”
동현의 충언에 영양 태왕은 한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하아… 그래. 네 말이 맞다. 이미 간 사람이니 보내줘야겠지. 그리고 빨리 기력을 되찾아야겠지. 자네 말대로 지금 내 모습은 막리지가 바라는 모습이 아닐 테니 말이야.”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고맙네. 내게 충언을 아끼지 않아줘서… 오늘까지만 슬퍼하고 내일부터는 정상적으로 모든 일을 할 테니… 걱정 말고 백암성으로 돌아가게.”
“예. 태왕 폐하. 소신… 태왕 폐하만 믿고 돌아가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동현은 영양 태왕을 알현하고 백암성으로 돌아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