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화 이연과 가족들, 고구려에 항복하다.
이연은 이세민의 제안을 듣고 정확히 이틀을 고민했다.
그리고 사흘째가 되는 날…….
“결정을 내렸다.”
“말씀해 주십시오.”
“고구려에 투항을 하자.”
“아버님!!”
장남인 이건성이 이연의 결정에 매우 놀라는데, 그런 이건성을 말리며 이연이 말한다.
“나는 지금까지 수나라에 충성을 다했다. 그리고 원군까지 보내려 했지.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아라.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세민이의 말대로 우리가 거병을 한다 해도 지금 상태에서는 성공하리라 생각할 수 없어.”
“하… 하지만 아버님.”
“그렇지만 고구려에 투항하면 달라진다. 우리는 또 다른 기회를 잡을 수가 있지. 일단 첫째로 가문을 보존할 수 있다. 둘째로는 고구려는 언젠가 이 병주 지역으로 쳐들어 올 것인데 그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으니 이곳의 백성들이 전란에 휩싸이지 않아도 된다. 이 두 가지만 해도 우리 가문의 기반을 잃지 않고 온전히 보전할 수 있으니 이것만이 가장 큰 방법이야.”
이연의 말에 이세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소자도 아버님께서 그런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은 했습니다. 하지만 아버님.”
“……?”
“고구려 밑에 들어간다고 해서 뜻을 꺾지는 마십시오.”
“응? 그것이 무슨 소리냐?”
“고구려가 지금의 수나라와 같이 힘이 약해졌을 때… 우리도 독립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시… 넌 그 생각을 하고 있었느냐?”
“예. 아버님. 현재 고구려에 우리가 항복하려는 것은 그 기세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있어서 틈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 틈을 만들려면 일단 그들을 안심시킨 뒤에 시작을 해야 합니다.”
“그게 네가 생각하기에는 투항이다?”
“예. 아버님.”
“그래.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의 고구려는 워낙 기세가 높아. 듣자하니 고구려 안의 내부 사정도 아주 좋은 모양이더군.”
이세민은 이연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그건 헛소문일 겁니다.”
“헛소문? 어째서?”
“생각해 보십시오. 저들이 수나라의 100만이 넘는 대군을 막아냈는데 고구려의 내부가 온전하겠습니까?”
“음… 하지만 내가 보고 받기로 고구려에 신무기가 있다고 들었다. 그것으로 인해 우리 수나라 군사들이 힘을 제대로 못 쓰고 별 피해도 못 입혔다고 하던데…….”
“그게 가능 하겠습니까? 소인은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아버님께서도 그 보고를 한 번만 보고를 받으신 것 아닙니까?”
“그건 아니다.”
“……?”
“요동성에 세작을 보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고구려의 신무기로 인해 수나라 군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 받았지. 그리고 이번에 우문술이 이끌던 전투… 그곳에도 세작을 보내 꼼꼼하게 확인을 하고 오라고 했다. 헌데… 그곳에서도 신무기로 인해 많은 피해가 있었다고 보고를 받았다.”
이세민은 아버지 이연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신무기의 수량에는 한계가 있었을 겁니다. 그런 무기만으로 수나라의 그 많은 대군을 상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나도 보고를 받고 믿기지가 않았다만…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니냐?”
“그럼 이렇게 하시지요.”
“……?”
“일단 고구려에 투항 의사를 비치면 고구려에서는 이 병주 지역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바꾸려고 고구려 장수를 배치하던지… 아니면 우리 부자와 형제, 자매들을 찢어 놓으려고 할 것입니다. 우리가 갑자기 항복했기에 속뜻을 모르니 처음에는 분명 경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겠지.”
“그때 아버님은 이 지역을 그대로 지키고 계시옵소서. 소인이 고구려의 내부로 들어가서 살핀 후… 따로 서찰을 보내겠나이다.”
“괜찮겠느냐? 항복한지 얼마 안 된 항장은 세작으로 의심받을 가능성이 매우 클 것이다. 행동에 많은 제약을 받을 수 있어.”
“이미 각오한 일입니다.”
“그렇게까지 결심이 되었다면… 알았다. 헌데 한 가지 또 대비해야 할 일이 있다.”
“……?”
“너나 다른 형제들이 이 지역을 맡고 내가 내부로 들어가게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
이연의 말에 이세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것은 역할만 바뀌었을 뿐입니다. 그때는 아버님께서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해주시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그래.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걱정되는 것이 하나 있다.”
“……?”
“나는 지략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좋다고 자부해 왔다. 내가 듣기로 고구려에는 뛰어난 인물이 많다고 들었어. 특히 대모달 을지문덕과 요동성을 지키던 대장군 강이식, 그리고 왕인공을 손쉽게 물리쳤던 허손이라는 장수다. 그들은 분명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할 수도 있다는 거지.”
“그러니 모든 언행에 있어서 조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버님께서 그런 구분은 잘 하실 것이라고 소자는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다만… 으음…….”
“아버님. 그런 위험까지 감수하지 못하면 아버님이 뜻 하신 바를 이룰 수 없습니다!”
이세민의 말에 이연이 주먹을 불끈 쥐더니 탁상을 크게 내리치며 대답한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사내로 태어났다면 한 번 쯤 큰 모험을 해보는 것이 좋겠지! 세민이는 지금 당장 서찰을 써서 계성에 있는 대모달 을지문덕에게 우리의 투항 의사를 전달하라!”
“예! 아버님!”
그렇게 태원 유수 이연은 고구려로 항복을 일단 결정한다.
그리고 며칠 뒤…….
“허어… 병주 진양의 태원 유수가 항복을 하겠다는군.”
“예? 그렇다면 진양을 그대로 바치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렇소이다. 이렇게 되면 병주도 우리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지요.”
“하하하하! 우리가 병주로 들어가는 경계에서 압박을 하니 원군도 보낼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을 겁니다. 거기다 언젠가는 자신들을 공격해 올 것이니 막을 자신이 없었던 것이겠지요. 음? 헌데… 건위장군의 표정은 왜 그런가?”
이연의 항복으로 병부 지역을 거저 얻을 수 있음에도 동현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들이 그렇게 항복한다는 것은 속뜻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항복을 하는 뜻이 다를 겁니다.”
“다르다?”
“예. 저번에도 말했듯이 이연도 그렇지만 그 아들 중 신동이라고 불리는 이세민이라는 자를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으음… 저번에도 듣기는 했지만… 그토록 위험한 자인가?”
“그렇습니다. 대모달.”
“건위장군이 저번부터 계속해서 이렇게 말을 하니 그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없군. 그럼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떤가?”
“……?”
“저들 부자와 형제, 자매를 모두 흩어 놓는 것이지. 이 서찰에는 자신들이 본래 있던 곳을 계속 다스릴 수 있게 해달라고 했는데… 이 말을 안 들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곳을 다스리는 사람은 한 명만 남기고 나머지는 우리 고구려에서 다른 지역을 배정해 주던지. 아니면 우리가 곁에서 볼 수 있도록 묶어 놓는 것이야. 어떤가?”
동현은 을지문덕의 말에 동의한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대장군의 생각은 어떠시오?”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합니다. 대모달.”
“잘 되었군. 그럼 이렇게 결정을 하도록 하지.”
그렇게 을지문덕이 모든 결론을 내리려고 하는 그때… 동현이 또 다시 앞으로 나선다.
“이연의 넷째 아들인 이세민은 제게 넘겨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음? 이세민을?”
“예. 제 곁에 두고 감시를 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이용을 해보려고 합니다.”
동현의 말에 을지문덕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좋아. 자네의 뜻대로 해보게. 그럼 다른 자들은 내 뜻대로 해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대모달.”
“알겠네. 그럼 일단 그들에게 서찰을 보내 정식 항복 절차를 밟으라고 말을 해야겠군. 이연은 그곳을 그대로 지키도록 하되, 나머지 친인척과 가족들은 모두 지금 우리가 있는 계성으로 와서 직접 고개를 숙이고 항복을 받으라고 말이야.”
“그러는 것이 좋겠습니다.”
“건위장군은 지금 바로 서찰을 써서 보내게.”
“예! 대모달!”
그렇게 고구려의 을지문덕은 미래가 바뀌지 않았다면 훗날 당나라를 세우는 당 고조가 되는 이연의 항복을 받아들였다.
며칠 뒤… 이연은 서찰을 받자마자 식구들에게 모두 서찰을 보여 주며 말한다.
“일이 이렇게 되었다.”
“그렇다면… 아버님만 빼고 전부 고구려로 가는 것입니까?”
“나와 여기 부인이 함께 있을 거다. 너희들은 전부 다 고구려로 갈 것이야.”
“아버님… 흐흐흑…….”
“울지 마라. 우리의 힘이 약해서 이리된 것이니 어찌하겠느냐?”
그때 이세민이 나서서 말한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기회를 보아 우리 가문은 크게 일어날 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반드시… 그 일을 해내겠습니다.”
이세민의 말에 이연은 이세민의 어깨를 두들겨 주며 말한다.
“그래. 너는 올해 막 성인이 되긴 하였으나 신동으로 불렸지. 네 능력을 모르는 바 아니다. 이 아비가 너를 믿으마.”
“아버님…….”
“하지만 조심해라. 내가 어제도 말했듯이 고구려에는 인물이 많다. 알겠느냐?”
“예. 아버님.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출발해야 하니 오늘은 같이 저녁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자.”
그렇게 이연은 가족들과 함께 밤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이연의 자식들은 전부 고구려의 영토가 된 계성으로 향했다.
“어머님, 아버님. 건강 하십시오.”
“그래. 너도 몸조심 하거라. 살펴 가.”
“예.”
그렇게 눈물의 이별을 한 가족들.
이세민 또한 울음을 애써 참으며 계성으로 향했다.
며칠 뒤…….
“그래. 네가 장남인 이건성이라고?”
“예. 장군.”
“여기서 내 직책은 대모달이니 대모달이라고 불러라.”
“예. 대모달.”
“음… 아무튼 어려운 결정을 해주었구나. 네 아비에게는 약간의 재물을 보낼 테니 그곳을 잘 다스리라고 사람을 보내겠다.”
“감사합니다. 대모달.”
“이 전쟁이 끝나면 우리는 본래 우리가 있던 영토로 돌아갈 것이다. 너희도 그때 같이 가게 될 것이야. 일단 이 전쟁이 끝나기 전에는 우리와 함께 이 계성에서 머물게 될 것이다. 그리들 알라.”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너희들의 직속 상사를 배정해 주겠다. 일단 첫째 이건성은 내 직속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예. 대모달.”
“그리고 차남인 이세민은 여기 있는 건위장군 김동현에게 들어갈 것이며 삼남과 사남인 이현패와 이원길은 여기 강이식 대장군의 수하로 들어갈 것이니라.”
“알겠습니다.”
을지문덕은 그렇게 말을 하더니 어디론가로 시선을 돌린다. 그러더니 잠시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금방 생각을 정리했는지 시선이 닿는 사람을 보며 명령한다.
“여자인 이수연에게는 누구와 함께 할 것인지 스스로 정해라. 그러면 두 남매끼리 함께 지낼 처소를 정해줄 것이다.”
“지금 바로 정해야 합니까?”
“그렇다.”
“그렇다면… 세민이와 함께 하겠습니다.”
“좋아. 건위장군은 이세민이 이제 자네의 직속 수하이니만큼 그 누나도 잘 챙겨 주도록 해라.”
“예. 대모달. 그리하겠습니다.”
“이제 일은 거의 마무리가 된 것 같군. 일단 오늘은 너희를 모두 환영하는 의미에서 연회를 준비했다. 그러니 오늘은 마음껏 먹고 마시며 즐기도록 해라. 모든 일은 내일부터 하도록 하지. 자… 연회장으로 가자!”
그렇게 이연의 아들 셋과 딸은 각자 직속 상사가 배정되며 흩어지게 되었다.
현재는 계성에 있어서 자주 만나거나 할 수 있겠지만 전쟁이 끝나면 분명 흩어지리라 생각한 사람들… 하지만 그것 또한 이미 예상한 것이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세민 또한 자신의 예상대로라 그런지 덤덤하게 연회장으로 향하는데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와 인사를 한다.
“반갑다. 나 건위장군 김동현이라 한다.”
동현이 먼저 인사를 하자 이세민 또한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