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9화 곡사정, 양현감이 반란을 일으켜 양광이 자신을 의심하자 고구려에 투항하다.
동현이 양현감에게 보낸 전령을 기다리고 있을 때…….
양현감은 동현에게서 서찰을 받고선 읽어보고 있었다.
“음… 양광이 지금 수도를 떠났으니 기회라…”
“허손이라는 자의 서찰입니까?”
“그렇다네. 지금이 기회라고 하면서 나를 부추기는구만.”
“옳은 말입니다. 다만 하루나 이틀 뒤에 일으키십시오.”
“그 이유는?”
“양광이 이곳을 떠난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우리가 빠르게 군을 일으키면 분명 회군을 시킬 것인데 그리 되면 이곳으로 빠르게 돌아오게 될 겁니다.”
“회군 시간이 그만큼 빨라진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그러니 양광이 계성 쪽으로 좀 더 간 뒤에 군을 일으켜도 늦지 않습니다.”
“좋아. 모든 준비는 끝났겠지?”
“물론입니다. 초공(양현감의 작위).
“좋아. 내일 밤에 군을 일으키도록 하자!”
“예! 그 때에 맞춰 준비를 하겠습니다!”
동현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자 않으려 허손 의 이름으로 서찰을 보냈다.
양현감은 그 서찰을 받자마자 군을 일으킬 날짜를 상의했고 다음 날 밤에 거병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며칠 뒤… 양광은 계성 근처에 있던 수나라 군 진영에 도착을 했다.
양광은 도착하자마자 우문술을 질책한다.
“네 이놈! 대체 군을 어떻게 움직였기에 10만이 넘는 군사를 잃은 것이냐?!”
“황공하옵니다! 폐하! 모든 것이 소신의 잘못입니다. 애초에 병부시랑의 말을 제가 귀담아 들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아닙니다. 폐하. 소신도 고구려 군의 방비가 워낙 철저해서 방법이 없었습니다. 총사께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음에도 말리지 못했으니 소신의 잘못입니다. 폐하.”
두 사람이 서로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하는데 양광은 한숨을 쉰다.
“하아… 이제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 것도 지겹다. 그나저나… 지금 저곳에는 몇 만의 군사가 있는 것이냐?”
“예. 현재 7만의 군사가 있습니다.”
“고작 7만의 군사가 있는 산을 못 넘어서 이러고 있는 것이냐?”
“그것이… 적군에게는 예전에 우리에게 쓴 정체 모를 무기가 있었습니다.”
“정체 모를 무기?”
“예. 폐하. 예전에 우리가 요동성 전투를 할 때 땅 속에서 갑자기 큰 폭음과 함께 군사들이 죽어나가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적들이 투석기에 이상한 것을 쏴서 폭음을 일으켜 우리 군사들을 다치게 만든 무기 말입니다.”
“그것이 이곳에도 있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폐하.”
양광은 또 다시 파진포에 대한 보고를 듣고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를 하는데, 갑자기 막사 안으로 한 군사가 급보라며 장계를 가져 온다.
“무슨 일이냐? 병부시랑이 읽어보라!”
“예! 폐하!”
곡사정은 군사가 가져온 장계를 바로 펼쳐 읽어보는데, 그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진다.
“폐하…….”
“무슨 일인데 표정이 좋지 않으냐?”
“병참을 총 감독하고 지원하던 양현감이… 반란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뭐… 뭐라? 지금 뭐라 했느냐? 누구?”
“야… 양현감입니다.”
“양현감이 반란을 일으켜?!”
“그렇다 합니다. 폐하…….”
보고를 받은 양광은 잔뜩 분노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휘봉을 앞에 있던 탁상에 내리친다.
그러고는 신하들에게 호통을 친다.
“내가 그토록 믿어 주었건만! 나를 배신해?! 그리고! 너희들은 대체 무엇을 한 것이야?! 곁에서 본 자들이라면 분명 양현감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낌새가 있었을 터… 그런데 아무도 몰랐단 말이냐?!”
“황공하옵니다. 폐하…….”
“특히 곡사정!”
“예?! 예! 폐하!”
“자네는 양현감과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더냐?! 그런데 양현감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징후를 전혀 몰랐단 말이냐?!”
“그… 그렇습니다. 폐하. 소신은 항상 폐하를 모시며 함께 다니지 않았습니까? 전시 상황이 아닐 때도 폐하의 명령을 수행 하느라 고구려 정벌 때부터 지금까지 양현감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
“믿어 주십시오. 폐하!”
양광은 곡사정이 양현감이 반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에 대해 곡사정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추궁을 했다.
하지만 곡사정이 극구부인을 하니 그를 의심하면서도 조치를 취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증거가 없었을 뿐더러 현재 곡사정은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수나라 군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기에 죽일 수도 없었다.
“네가 그리 부인을 하니 한 번 믿어 보겠다. 하지만 명심하라! 네가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행동을 하면 나는 너를 벨 것이다! 알겠느냐?!”
“예! 폐하! 무… 물론이옵니다!”
양광이 이렇게 몰아치는데 우문술이 그런 곡사정을 변호한다.
“폐하. 병부시랑은 누구보다도 충성스러운 자입니다. 그럴 일이 없을 것입니다.”
“으음… 그건 좀 더 지켜보면 될 일이다. 하아… 아무튼 이를 어찌한다? 양현감이 반란을 일으켰다면 돌아가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습니다. 폐하. 지금 당장 돌아가서 내부의 반란을 먼저 해결한 후에 이곳에 다시 와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고구려는 다시 병력을 움직일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이 너무 급박한지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정녕 그 방법 밖에 없더냐?”
“송구하옵니다. 폐하.”
“하아… 알았다. 전군은 돌아갈 준비를 하라.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날이 밝자마자 빠르게 군을 움직인다.”
“예! 폐하!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렇게 양광은 여러 장수들과의 조회를 파했다.
곡사정은 막사에서 나오며 오늘 자신의 목숨이 위험했던 것에 대해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 모습을 본 우문술은 어깨를 치며 격려한다.
“너무 걱정 마시오. 그대가 의심 가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폐하께서도 너그럽게 넘어가 주실 것이오.”
“저도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폐하께서는 워낙 의심이 많으신 분이라 제가 하는 사소한 행동을 가지고 지적하신 뒤 저를 벌하실까 두렵습니다.”
“하긴… 폐하께서 한 번 의심한 것에 대해 그러시는 면모가 있으시긴 하시지…….”
우문술은 곡사정의 말에 동의를 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당분간은 대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을 듯싶소. 병부시랑.”
“예. 총사.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잘 생각했소이다. 만약 무슨 일이 있다면 나를 부르시오. 내가 그대를 변호해 주리다.”
“감사합니다. 총사.”
그렇게 곡사정은 우문술과 이야기를 나눈 뒤 자신의 막사로 돌아온다.
그리고 잠을 청하려는데 잠이 도무지 오지를 않는다.
자신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 잠이 쉽게 오겠는가?
그래서 막사 안에 있는 촛불을 켜고 앉아 잠시 생각에 잠긴다.
‘황제는 한 번 의심하면 그 의심을 절대 풀지 않는다. 분명 나를 주시할 것이야. 하아… 이를 어쩐다? 황제의 눈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 방법이…….’
곡사정은 양광의 눈길을 어떻게든 벗어나려 방법을 계속해서 생각하려 하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한숨을 쉬며 현재 상황이 놓인 지도를 바라보는데…….
‘음? 잠깐?! 그 방법이라면… 그래! 충분히 가능하다! 이 방법이면 내가 살 수 있어!’
곡사정은 드디어 자신이 황제의 의심으로부터 벗어날 생각을 떠올리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가장 믿는 수하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병부시랑 어른.”
“그래. 지금 너는 당장 동도(낙양)로 가서 내 가족들에게 전해라. 몸을 피하라고 말이다.”
“예? 몸을요?”
“그래. 현재 동도 근처에서 예부상서 양현감이 반란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 가족들이 위험해. 그러니 이곳으로 가족들을 옮기도록 해.”
“이곳은… 현재 고구려의 영토가 된 계성이 아닙니까?”
“그래. 너도 알겠지만 나는 양현감과 꽤 친했었지. 그것 때문에 폐하께서 나를 의심하고 계신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지?”
곡사정의 말에 수하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가족 분들을 안전하게 계성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그리고 가기 전 이 서찰을 고구려의 대모달인 을지문덕에게 먼저 전해라. 그래야 내 투항을 의심 없이 믿어 줄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들 또한 의심하지 않고 받아 줄 것이니 말이야.”
“예. 병부시랑 어른! 어른께서도 이곳을 잘 빠져나오시길 바랍니다.”
“그래. 걱정하지 말거라. 얼른 가 봐. 우리 군의 눈에 들키지 말고!”
“예! 병부시랑 어른!”
곡사정이 자신의 목숨을 부지할 방법을 찾은 것은 바로 고구려로의 투항이었다.
그랬기에 수하에게 먼저 서찰을 을지문덕에게 전하라고 한 것.
그런 뒤 바로 자신의 가족을 계성으로 피신을 시키게 명령했다.
그리고 그날 새벽…….
“어흠!”
“어? 충성!”
“그래. 경계에는 이상 없고?”
“예! 병부시랑 어른!”
“그래. 수고가 많다. 이곳은 산세가 매우 험한 곳이라 고구려 군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고구려는 기병도 뛰어나지만 산도 많아서 산에서도 강한 군사들이 많으니 말이야.”
“예! 명심 하겠습니다!”
“음? 저기 무언가 이상하군.”
“예? 어디…….”
“저 쪽 숲속에 무언가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말을 내오거라. 내가 직접 한 번 가 봐야겠다.”
“아… 예!”
곡사정의 말에 한 군사는 명령을 받고 바로 말을 내왔다.
곡사정은 그 말에 오르자마자 그 군사에게 또 다시 명령한다.
“내가 보기에 저 쪽에서 움직이는 놈이 고구려 놈 같아 보였다. 직접 살펴보고 올 테니 다른 곳에 또 다른 고구려 군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지 경계를 철저히 서도록 해라. 알겠느냐?!”
“예! 병부시랑 어른!”
“하앗!!”
히이이이잉!!
두두두두두!!
곡사정은 그렇게 경계를 서는 군사를 거짓으로 속이며 계성으로 말을 달렸다.
그리고 계성 앞에 이르자 하얀 천을 흔들며 외친다.
“나 수나라의 병부시랑 곡사정이오! 내 수하가 먼저 보낸 서찰을 봤으면 문을 열어주시오!”
“자네가 곡사정이라고? 그 말을 어떻게 믿지?”
“여기 병부시랑의 인수와 인장을 가지고 있으니 와서 보면 알 것이오!”
“음… 거기 네가 잠시 밖으로 나가서 확인을 해보고 신호를 주거라.”
“예!”
그렇게 곡사정은 한 장수의 확인을 받고 고구려 군이 있는 계성으로 투항을 했다.
곡사정이 투항을 했다는 소식에 을지문덕과 강이식, 동현은 새벽에도 자지 않고 그를 기다렸다.
“항장 곡사정이 고구려 장수 분들을 뵙습니다.”
“만나서 반갑소이다. 나 대모달 을지문덕이오. 여기는 강이식 대장군이고 여기는 건위장군 김동현이라 하오.”
“김동현이라… 무언가 낯이 익은데…….”
곡사정의 말에 동현이 나서서 대답한다.
“과거 딱 한 번 저와 직접 본 적이 있으십니다.”
“저를 보셨다고요?”
“예. 제가 그 때는 수나라에서 장사를 한창 할 때였으니 말입니다.”
“장사라… 호… 혹시! 왕빈 대인과 쌍벽을 이룬다는 그 상단의 주인?”
“맞습니다. 병부시랑 어른. 만나서 반갑습니다.”
“허어…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때도 범상치가 않아서 수나라에서 임관을 하라는 제의가 많이 있었는데…….”
“맞습니다. 하지만 제 조국은 어디까지나 고구려입니다. 제 조국을 버려두고 어떻게 수나라에 임관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역시… 장군은 예나 지금이나 범상치 않으십니다.”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자… 일단 앉아서 이야기를 하시죠.”
“아… 예.”
안면이 있는 동현 덕분에 이야기가 더욱 수월하게 풀렸고 수나라에 대한 내부 사정에 대해 더욱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허어… 그 정도로 수나라가 어렵다니…….”
“양광의 폭정으로 인해 현재 수나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러니 좀 전에 말씀하신 기주까지 점령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그렇구려.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고맙소이다.”
“별 말씀을… 사실 저는 양광이 현재 하고 있는 모든 것에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고하고 바로 잡으려 애를 썼었습니다. 하지만 황제는 듣지 않았고 오로지 고구려만을 정복하기를 바랐지요. 그래서 저는 기존에 하던 일은 체념하고 그 일에 힘을 보태어 모든 계획을 짰습니다. 수나라를 위해 어떻게든 헌신하려 마음먹었지요.”
곡사정은 한숨을 푹 쉬고는 말을 이어 갔다.
“헌데… 이제 양현감의 반란으로 인해 모든게 틀렷습니다. 그자와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저를 의심했고 죽이려 했습니다. 저만 죽으면 상관이 없으나… 가족들은 모두 살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런 부끄러움을 무릎 쓰고 투항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많이 부끄럽습니다. 제 조국을 버렸다는 것이 말입니다.”
곡사정의 말에 을지문덕은 그의 등을 두들기며 위로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