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화 우문술의 좌절과 양광의 움직임. 그리고 앞당겨진 역사에 대한 동현의 대처.
수나라 30만 군사들은 우식에 의해 큰 피해를 입는다.
우문술은 군을 물리자마자 피해가 어느 정도 되는지부터 파악했다.
“저… 10만의 군사가 죽고 5만의 군사들이 다쳤습니다.”
“지… 지금 뭐라 했느냐? 10만의 군사가 죽었다고?”
“예. 총사. 그 정체 모를 무기가 투석기로 날아와서 폭발하였을 때… 큰 피해를 입은 것 같습니다.”
“제기랄…….”
“그리고 5만의 군사들 중에서도 목숨이 경각에 달린 자들이 많습니다. 아마 여기서 1~2만은 더 죽지 않을까 싶습니다.”
“1~2만이나?”
“예. 총사…….”
“제기랄…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30만의 군사로 왔는데 10만이 넘는 군사를 잃다니…….”
“…….”
“병부시랑 자네 말이 맞았네. 내가 너무 경솔했어.”
우문술의 말에 곡사정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습니까? 다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그래. 20만에서 1~2만이 더 죽는다면 18만 19만이 남는 것인데…….”
“그렇습니다. 고구려 군의 총 군세가 25만이니… 이제 군사적 우위도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계성을 탈환해야 한다. 방법이 없겠는가? 병부시랑.”
우문술의 말에 곡사정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젓는다.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그럼 다른 방법이 있단 말인가?”
“고구려 주변의 이민족들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민족? 하지만 고구려 주변의 이민족들은 현재 고구려의 힘에 눌려있지 않은가?”
“그건 그렇습니다만 흑수말갈은 다를 겁니다.”
“흑수말갈?”
“예. 총사. 흑수말갈은 고구려의 숙적이었고 우리 수나라를 받드는 번국이었으니, 그들에게 재물을 주고 고구려를 공격하게 하면 될 겁니다.”
수나라는 현재 흑수말갈이 고구려의 번국으로 돌아섰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이유는 양광이 퇴각할 때 워낙 급하게 퇴각을 했기에 여러 세작들로부터 오는 정보를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파악이 제대로 안 되었는지 현재 고구려 군 25만 중에 흑수말갈 군대 일부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란 생각도 전혀 못하고 있는 수나라였다.
“그래. 흑수말갈이라면 가능하겠군. 허면 누구를 사신으로 보내는 것이 좋겠는가?”
“형원항 장군을 보내시옵소서.”
“형원항을?”
“예. 그는 전쟁에 경험이 많으면서 지략도 겸비한 장수입니다. 형원항을 사신으로 많은 재물을 들려 보내면 성사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음… 좋아. 일단 장수들을 소집해서 형원항에게 부탁을 해보지.”
그렇게 우문술은 장수들을 소집했고 형원항에게 부탁을 했다.
“알겠습니다. 소장이 흑수말갈로 가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고 오겠습니다.”
“오! 부탁하네.”
그렇게 형원항은 흑수말갈로 향했다.
그리고 며칠 뒤…….
“수나라에서 사신이?”
“예. 고구려를 공격해 달라는 사신인 것 같습니다.”
“그 말은… 아직 우리가 고구려의 번국이 되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이 아니냐?”
“그런 듯 보입니다. 수 황제 양광이 워낙 급하게 퇴각을 한지라 정보 파악이 제대로 안 된 모양이지요.”
“그렇다면 내쳐야겠군.”
“아닙니다.”
“응? 아니라고?”
“그렇습니다. 일단 저들의 말에 따르겠다고 말을 하면서 재물을 전부 받으십시오. 그리고 사신을 돌려보낸 뒤 군사를 보내지 않으면 됩니다.”
“재물만 받고 약속을 지키지 말라고?”
“그렇습니다. 정보 파악은 저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니 우리는 그것을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우리 흑수말갈은 내실을 더욱 다져야 합니다. 스스로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 하지만 걱정이야. 수나라가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까 말이야.”
두송은 예선정기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저들은 공격하지 못합니다. 현재 고구려는 계성과 그 주변을 전부 점령하면서 유주 지역을 전부 차지했습니다. 그렇다면 분명 기주 지역도 기세를 몰아 공격을 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군사를 돌려서 우리를 친다는 것은 자신들의 영토가 고구려에 빼앗기는 것을 감수한다는 말인데 지금 수나라가 그것을 감수할 형편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과연…….”
“이제 수나라는 지는 해입니다. 전하. 우리가 고구려에 신종하며 전하께서 아들과 딸까지 보내면서 이 흑수말갈을 키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철저하게 실리를 취하며 힘을 키우십시오. 수나라는 이제 곧 분열 될 겁니다.”
“분열이라?”
“예. 전하. 수 황제 양광은 애초에 고구려 정벌을 위해 100만이 넘는 대군을 동원했고 보급 부대까지 합하면 300만이 넘는 대군이라 합니다. 이런 대군을 동원했을 때 백성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들었습니다.”
“그래. 분명 그랬지.”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고구려를 정복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겁니다. 어찌 되었든 무리를 해서라도 정복에 성공을 했고 병합을 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졌습니다. 엄청난 군사들과 군수물자를 소모하고도 고구려의 성 하나도 점령을 하지 못했지요. 이제 저들은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할 겁니다. 만약 양광이 고구려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면… 수나라는 스스로 무너져 내릴 겁니다.”
예선정기는 두송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듣고 보니 네 말이 옳은 것 같다. 좋아. 일단 수나라 사신을 만나보자. 현재 우리나라가 형편이 좋지 않다는 것을 최대한 엄살을 부리면서 말하고 상국이니 그래도 군사를 보낸다고 말을 해야겠구나. 그래야 수나라가 우리를 아직까지 번국이라고 믿을 테니 말이야.”
“현명하십니다. 전하. 거기에 우리 복식을 잠시 예전의 복식을 갖춰 입음으로써 저들을 잠시 속이십시오. 후에 고구려에 사신을 보내 양해를 구하고 이런 식으로 대처했다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고구려에서도 이해해 줄 것입니다.”
“좋아. 우리 전통 복식을 갖추고 수나라 사신을 부르게.”
“예. 전하. 수나라 사신을 불러오도록 해라!”
“예!!”
그렇게 흑수말갈의 예선정기는 수나라의 재물만 꿀꺽하며 내실을 다지기 위한 재물을 크게 얻었고 군사들은 고구려로 공격을 하지 않았다.
우문술은 한 동안 고구려 군사들과 대치하며 흑수말갈의 행동이 있기를 기다리는데, 아무 소식이 없자 의아해하며 세작들을 보내 파악에 나섰다.
그리고 뒤늦게 흑수말갈이 고구려의 번국이 되었다는 사실을 듣고는 분노한다.
“어찌!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총사. 소장을 벌해 주시옵소서. 소장 때문에 많은 재물을 흑수말갈에게 바친 꼴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후우… 이게 어디 자네 잘못이겠는가?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 오랑캐 놈들의 습성 때문에 그렇지!”
“…….”
“그나저나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흑수말갈이 고구려를 공격해 주길 기다렸는데 번국이 되었다니… 그 사이 고구려도 5만의 군사가 원군으로 왔고 말이야. 방법이 없다 방법이…….”
“일단 계속 대치를 하며 고구려의 빈틈을 노려보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다행히 우리 군량은 가져온 것이 충분하니 계속 대치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폐하께서 이번 패배에 노발대발하셨다는 것을 자네도 듣지 않았는가? 그리고 빨리 결과를 내라고 독촉을 하셨네. 이대로 시간을 끌다가는 우리는 예전의 과오를 만회하지 못하고 죽을 것이야.”
“하지만 총사.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저도 면밀하게 고구려 진영에 세작을 보내 살피고 있습니다만 군사가 많아짐으로 인해 이제 뚫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
“일단 지켜보시옵소서.”
곡사정의 말에 우문술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그때…….
“총사!”
“무슨 일이냐?”
“지… 지금 폐하께서 이곳으로 10만의 군사를 이끌고 오고 계시다고 합니다.”
“뭐… 뭐라? 폐하께서?”
“예! 총사!”
“이런… 이번 소식을 듣고 오시는 것 같군. 이를 어쩐다?”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총사.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하아…….”
우문술은 양광이 10만의 군사를 이끌고 온다는 소식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한숨만 쉴 뿐이었다.
그리고 이 소식을 동현도 전해 듣게 되었다.
“그래? 양광이?”
“그렇습니다.”
“하하하하!”
동현이 세작의 보고를 받고 크게 웃자 을지문덕과 강이식이 의아해 한다.
“적의 군사가 늘었으니 우리도 원군을 더 보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는데… 왜 그리 크게 웃는 것인가?”
동현은 두 사람의 말에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양광이 화를 자초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화를 자초한다?”
“그렇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판단을 한 건가?”
“현재 수나라의 경제는 양광의 무리한 군사 동원으로 인해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지방에 있는 군벌들은 물론이고 수도에서 힘 있는 귀족들이나 장수들도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이고 말입니다.”
“그 말은… 혹시…….”
“대모달께서 생각하신 것이 맞습니다.”
“으하하! 으하하하!!”
을지문덕이 크게 웃자 강이식은 여전히 궁금해 한다.
“대체 둘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소이다. 대모달. 가르침을 주시구려.”
“가르침이랄 것도 없소이다. 대장군. 그냥 말씀드리지요. 지금 건위장군은 수나라 내부에서 크게 반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세력들에게 건위장군이 접촉을 하고 있기도 하고 말입니다.”
“……!!”
“그들을 부추겨서 반란을 일으키면 양광은 우리를 막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군을 물려야 할 겁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편하게 기주를 공격하여 우리 영토로 만들면 됩니다.”
강이식은 을지문덕의 말에 그제야 크게 웃는다.
“크하하하! 이거 정말 희소식이 아닐 수 없소이다. 그리고 네 혜안이 참으로 대단하다! 거기까지 생각을 해놓다니 말이야.”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겁니다. 아… 이제 소식이 올 때가 되었는데…….”
“응? 벌써 사람을 보낸 것이냐?”
“예. 대장군. 제가 살펴보니 우리 고구려를 칠 때 군량 운반을 감독했던 양현감이 양광에게 반역의 뜻이 있는지라 그를 부추겼습니다. 현재 제가 말하던 대로 상황이 돌아가고 있으니 양현감은 제 서찰에 확신을 가지고 반란을 일으킬 겁니다. 이밀이라는 자와 함께 말입니다.”
“양현감이라… 그 자라면 예전에 양견의 재상이었던 양소의 아들이 아니냐?”
“맞습니다. 지위도 꽤 높은지라 이밀과 함께 반란을 일으키면 타격이 정말 클 겁니다. 반란이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우리가 기주를 차지할 동안 우리 군을 공격하러 오는 시간을 벌어줄 겁니다.”
“아주 좋은 생각이다. 헌데 궁금한 것이 있다.”
“말씀하십시오.”
“유주 지역을 치고 기주를 치는 것은 이해를 하겠다. 헌데 병주 지역도 우리가 차지할 충분한 여력이 되지 않느냐? 헌데 왜 병주 지역은 섣불리 공격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냐?”
동현은 강이식의 말에 입가에 미소를 싹 지우며 대답한다.
“그곳에 신동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동?”
“예. 병주 지역의 진양에 태원 유수로 있는 이연이라는 자가 있습니다. 그 자의 아들이 이세민이라고 하는데 병법에 매우 밝아 지금까지 많은 변경의 이민족들을 쳐부쉈다고 합니다.”
“허어… 나이가 몇 이기에?”
“올해 15살 정도 되었을 겁니다.”
“15살이라… 이제 막 성인이 된 것이군. 건위장군이 말할 정도면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소리인데 말이야.”
“예. 그러니 그자는 일단 뒤로 해두고 유주와 기주부터 확실히 차지하는 것이 낫습니다.”
“음… 그래. 알겠다.”
동현은 이세민에 대해 생각은 했었지만 아직 나이도 어려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헌데 얼마 전 세작을 통해 확인을 해보니 역사와 뒤틀려진 것이 있었다.
‘본래 이연이라면 이 시기가 아닌 616년쯤에 태원 유수로 부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벌써부터 태원 유수 자리에 있다니… 이건 역사와 달라. 내가 개입하면서 달라진 것이겠지… 그래. 지금은 아 방법이 맞다.’
동현은 이세민이 성장하면 무서운 인물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현재도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동현은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했다.
병주 지역에 대한 움직임을 더욱 경계하면서 유주 지역과 기주 지역을 빠르게 점령하려고 계획을 세웠던 것이었다.
‘유주와 기주를 우리가 빠르게 점령한 뒤 그 뒤에 병주를 생각하자. 일단 저들을 확실하게 묶어놔야겠어. 유주 지역의 병력을 병주 지역 쪽으로 전진 배치를 시켜야겠다. 그래야 함부로 병력을 움직이지 못하지.’
동현은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양현감에게 보냈던 전령이 빨리 돌아오기를 기다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