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화 동현, 급변하는 주변정세에 따라 주변국을 활용함과 동시에 수나라 유주 지역 공격을 강이식, 을지문덕과 논하다.
며칠 뒤… 드디어 수나라의 하북 지역인 기주와 유주를 점령하기 위해 북평성에서 을지문덕과 강이식, 동현이 만나게 되었다.
“왔구만! 하하하! 자네 소식은 전령들의 소식을 통해 들었네. 백암성 근처의 수나라 군을 아예 몰아냈다면서?”
“예. 대모달. 적의 군량을 조의들이 끊어놓고 본국에서 오는 군량도 끊어둔 덕분에 수월하게 몰아낼 수 있었습니다. 거기다 적을 지치게 만든 뒤 쓴 계책이니 더욱 쉬웠고 말입니다.”
“그렇겠지. 이 모든 것이 자네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과찬이십니다. 대모달과 대장군께서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불가능 했을 겁니다. 특히 대모달께서는 살수에서 적군 30만을 거의 몰살 시키지 않으셨습니까?”
“그것은 그 놈들이 워낙 바보 같았던 것이지 내가 잘한 것이 아니야. 으하하!”
을지문덕은 수나라 군들을 조롱하며 한 동안 동현, 강이식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나저나… 다른 성들의 군사들은 언제 도착 한다던가?”
“예. 내일 사시(오전 9시 ~ 11시)에서 오시(오전 11시 ~ 13시)쯤 대부분이 도착할 것입니다. 저는 하루를 빨리 출발했기에 이렇게 먼저 북평성에 도착한 것이고 말입니다.”
“그렇군. 아… 그러고 보니 불열말갈이나 우리에게 우호적인 거란의 부족들도 우리를 돕는다고 하던데?”
“예. 대장군. 좀 전에 연통을 받았습니다. 특히 거란의 부족들 중에는 염수를 빼앗긴 부족이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상인일을 할 때 저와 지속적으로 거래를 하던 부족이었는데, 반란에 의해 지금은 완전히 그곳을 빼앗기고 우리 고구려로 투항한 부족입니다. 거의 몰살당하다시피 했지만 몇몇 사람들은 간신히 살아남아서 투항을 했었습니다.”
“그랬군. 그런데 염수라면 소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던가?”
“맞습니다. 대모달. 그곳은 예전부터 거란족들이 차지하고 주변의 수나라나 돌궐 등, 힘이 강한 나라들에게 조공을 바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한데 이제 우리가 그곳을 차지할 때가 되었지요.”
“소금이 나는 염수라…….”
“그렇습니다. 거기다 이곳을 점령할 명분도 있습니다. 그곳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자는 명분 말입니다. 일단 우리가 그곳을 쳐서 점령한 뒤, 본래 그곳의 주인이었던 자에게 다시 다스리게 하는 겁니다. 그리고 왕을 두어 번국으로 삼고 매 년마다 소금이 나오는 것의 절반을 우리에게 바치라고 하는 것이지요.”
동현의 말에 강이식이 의아해 한다.
“그곳을 우리가 차지하면 차지하는 것이지 그 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왜인가?”
“우리 고구려 군의 군사 규모를 생각해서입니다.”
“군사 규모?”
“예. 대장군. 우리 군이 수나라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고는 하나 현재 수나라는 그 영토가 고스란히 그대로 있고 군사들도 빠르게 모을 수 있는 여력이 됩니다. 아니… 여력이 안 되더라도 양광이라면 또 한 번의 대군을 크게 모을 것입니다.”
“으음…….”
“그러니 우리는 수나라에만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일단 수나라의 편을 들던 동동궐의 가한인 아사나돌길에게 사신을 보내어 지금 우리 고구려를 공격하면 동돌궐은 무사치 못할 것이라는 협박을 하게 했습니다.”
“협박을? 그들이 그 말을 듣겠는가?”
“무조건 듣습니다.”
“어째서?”
“아사나돌길은 잠시나마 양광과 함께 원정을 동행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군이 수나라 군과 싸우는 것을 보았지요. 그 모습을 보았다면 아사나돌길은 우리를 공격하지 못할 것입니다.”
“과연…….”
“하지만 너무 채찍만 주면 안 되니 당근도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에게 약속을 지키면 많은 재물을 주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동현의 말에 강이식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들은 믿을 수 없는 족속이라 재물을 받아 놓고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
“저도 압니다. 그래서 일단 약속을 지키면 재물을 주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수나라에 대한 공격이 끝나면 말입니다.”
“받고난 뒤에 그 재물로 힘이 강해지기라도 하면?”
“그 전에 제가 가만 두지 않을 겁니다. 우리 고구려에 창을 겨누는 순간… 그 길로 저는 동돌궐을 공격할 생각입니다.”
동현의 단호한 말에 을지문덕과 강이식은 매우 마음에 든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좋아. 그렇다면 한결 마음이 놓이는군. 하지만 돌궐을 얕보아서는 아니 돼. 현재 서돌궐과 동돌궐로 나뉘어 있지만, 그들이 힘을 합친다면 우리에게도 힘든 싸움이 될 수 있어.”
“물론입니다. 그래서 만약 동돌궐이 허튼 짓을 하는 것에 대비하여 서돌궐에도 미리 사신을 보내 두었습니다.”
“그래?”
“예. 서돌궐의 가한은 사궤라는 이름을 가진 자인데 야망이 큰 자로 보였습니다. 서돌궐이 현재 동돌궐에 비해 세력이 많이 약해서 복종하다시피 있지만 내면은 그렇지 않지요. 그래서 제가 태왕 폐하께 이 사실을 알리고 허락을 얻어 얼마 전 사신을 보냈었습니다. 이제 곧 답이 올 때가 되었을 겁니다.”
동현의 말에 을지문덕은 껄껄 웃으며 말한다.
“아주 철두철미하군. 우리가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
“그러게 말입니다. 대모달. 우리가 괜한 걱정을 한 모양입니다. 우리 후대를 생각해서 이번에 제 제자를 시험해 볼 참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러게 말이오. 건위장군의 조치가 참으로 대단하오.”
을지문덕과 강이식은 한 동안 매우 기뻐하더니 동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아주 잘했다. 무조건 우리의 힘으로만 적을 상대하려 하는 것은 하책이지. 나라의 국력을 갉아먹으니 말이야. 그러니 주변국들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우리에게 아주 중요하다. 네가 지금은 아주 잘하고 있다만 우리가 죽어 없어지는 날에도 이렇게 유연하게 대처를 했으면 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예. 대모달. 명심하겠습니다. 한데 왜 자꾸 죽음을 입에 올리십니까? 대모달. 아직 정정하신데 말입니다.”
“우리는 나이가 있지 않느냐? 그러니 혹시 몰라 하는 말이다. 여기 나와 강이식 대장군은 물론이고 막리지께서 세상을 떠나시면 우리가 이 나라를 위해 가장 믿는 사람은 너다. 또 다른 사람이 있다면 여기 강이식 대장군의 아들인 우식이가 있겠지.”
동현은 을지문덕의 말에 그의 아들을 떠올리며 묻는다.
“대모달의 아드님도 있지 않습니까?”
“그 녀석은 아직 멀었다. 총명하기는 하나 아직 어려서 그런지 자기 자신을 너무 과시하려고만 하지. 그래서 좀 더 그 녀석의 나이가 차면 네가 좀 가르치거라.”
“예? 제가 말입니까?”
“그래. 너는 청명 공주님도 제자로 두지 않았느냐? 그러니 내 자식은 일도 아닐 것이야. 이렇게 부탁하마.”
“음… 알겠습니다. 대모달.”
“자…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고 이제 수나라의 어디를 먼저 공격할지 정해야겠다. 어디를 먼저 공격하는 것이 좋겠느냐?”
“당연히 유주를 먼저 공격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수나라는 본래 저희가 차지하고 있는 요동성과 북평성까지도 유주라고 말하고 있으니 일단 그들이 말하는 한 개 주를 먼저 차지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또…….”
“……?”
“우리가 이곳을 차지하게 되면 수나라는 급격하게 가라앉게 될 것입니다.”
동현이 지도에서 한 지역을 가리키며 하는 말에 강이식이 대답한다.
“혹시… 탁군인가?”
“그렇습니다. 대장군께서도 아시다시피 수나라는 이 탁군에 모든 군을 모아 우리 고구려를 공격했습니다. 이곳이 군의 출발지이지요. 우리가 이 탁군을 점령하면 수나라 군의 상징성을 우리가 얻은 것이기 때문에 놈들의 사기는 물론이고 타 지역을 다스리는 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 수나라가 크게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한데 그 전에 바로 이곳. 계성을 점령해야 한다. 그래야 이 탁군도 점령하기 수월할 테니 말이야.”
“맞습니다. 이 계성은 계현이라는 지명으로도 불리는데, 이곳을 점령해야 이 탁군 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 점령에도 수월해집니다.”
“그렇지. 솔직히 탁군은 군사들을 주둔시키고 이곳에서 훈련시킨다는 것 때문에 그렇지 본래는 별 볼일 없는 마을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곳이 이렇다 할 시설만 없을 뿐이지 수나라에서는 이곳을 정치와 교통의 요지로 잘 활용을 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랬기에 양광도 이곳을 군사를 모으고 출발시키는 곳으로 삼았고 말입니다.”
동현의 말에 을지문덕이 묻는다.
“과거 유비가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곳이라 그런 것인가?”
“그것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특히 한나라의 정통성이 있기 때문에 수나라는 이곳을 무시할 수가 없었을 겁니다. 제가 알기로 양광 전에 양견이 황제로 있을 때는 이곳을 제대로 발전시키려 모든 계획을 짜 놓았었다고 합니다. 한데 양광이 황제가 되면서 그 계획이 모두 흐지부지 되었다고 합니다.”
“허허… 양광이 한 나라를 망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군. 나라 밖으로만 힘을 과시하려 하니 말이야.”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번에 우리 고구려의 영토를 넓히는 것은 물론이고 수나라를 갈기갈기 찢어 놓으려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고구려에 큰 이득이 되니 말입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럼 첫 목표는 이곳 계성을 공략하는 것으로 잡았고… 무기들은?”
“무기들은 제가 백암성에서 꽤 많이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다른 성들에도 제가 예전에 지급한 파진포를 성에 있는 절반 정도의 양으로 가져오라고 했으니 가지고 올 것입니다.”
“이미 모든 계획을 다 짜놓았군. 아주 완벽해. 하하하!!”
을지문덕이 동현의 말에 만족스러워하며 크게 웃는데 동현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음? 그것이 무엇이냐?”
“분명 양광이 우리에게 계속 지고 계성을 빼앗기면 수나라는 크게 흔들릴 것입니다. 그리 되면… 각지에서 분명 여러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겠지요.”
“아… 다른 지역의 군웅들이 들고일어났을 때 변수를 우려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대모달. 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동현의 말에 이번에는 강이식이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것은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다. 미리 대비해 놓는 자세는 좋으나 지금부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동현아.”
“하지만…….”
“안다. 네 마음에 걸린다는 거… 하지만 때로는 그 일이 일어날 때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때 빠르게 대응해도 늦지 않아. 현재는 불만만 표할 뿐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않느냐?”
“그건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에 대해 빠르게 대응할 준비만 해두면 충분하다. 사전에 우리에게 올 피해를 고려하는 것보다 말이야. 만약 우리를 공격한다면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반격을 하면 그만이야.”
“음… 알겠습니다.”
“너는 너무나도 세심하다. 세심하다는 것은 보지 못하던 것을 다 보니 좋기는 하다만… 그것이 과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때로는 과감하게 배제시킬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예. 대장군. 명심하겠습니다.”
“자… 모든 계획은 나왔으니 되었다. 오늘은 우리 가볍게 한 잔 하면서 푹 휴식을 취하자꾸나. 그리고 내일 바로 움직이는 것이다.”
“예. 대장군. 명을 받들겠습니다.”
동현은 그렇게 강이식, 을지문덕과 함께 가볍게 술 한 잔을 기울이며 하루를 보냈다.
* * *
그 때 불열말갈에서는…….
“그래? 수나라 황제 양광이 퇴각을?”
“예. 전하. 그렇다 합니다.”
“허어… 무려 100만이 넘는 대군으로 고구려를 공격했다. 헌데 고구려의 성을 한 개도 점령하지 못 한 것뿐만 아니라 반격까지 당하고 있어?”
“예. 전하. 세작이 보내온 소식에 의하면 그러합니다.”
“굉장하구나. 적은 군사로 그 많은 수나라 군사들을 막아 내다니…….”
“듣자하니 고구려가 잘 막기도 했지만 신무기가 한 몫을 했다고 합니다.”
“신무기?”
“예. 저도 듣고 믿지 않았습니다만…….”
불열말갈의 세자인 천마석이 천석우에게 세작에게 보고 받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다.
천석우는 천마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우리가 섣불리 움직이지 않은 것은 정말 잘 한 것이야. 행여나 수나라 편을 들었다가 우리는 또 다시 고구려에 예전과 같은 굴욕을 당했을 것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현재 고구려는 뜨는 해… 수나라는 지는 해 같습니다.”
“옳은 말이다. 아… 참… 한데 고구려에서 사람이 왔다고 하지 않았느냐?”
“예. 이번에 수나라의 하북 지방의 유주 지역을 점령할 것이니 군사를 보내달라고 사신이 왔습니다.”
천석우는 천마석의 보고를 받고는 잠시 고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