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화 고구려, 반격을 시작하다.
동현은 고경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더니 대답한다.
“일단 고구려처럼 그들의 비리를 바로 캐내어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그들을 이용할 수 있는 데까지 써먹어야지. 백성들의 민심 안정에 필요하니 군사를 달라고 먼저 청하는 거다. 그렇게 하면 가문을 보존해 주는 것은 물론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말이야.”
“그게 통하겠습니까?”
“나는 통할 것이라 본다.”
“어째서 말입니까?”
“수나라의 하북 지역의 하나인 유주와 기주는 우리 고구려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곳이지. 그렇기에 우리 고구려가 어떤 나라인지 귀족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압도적인 군사력과 힘을 하북을 점령할 때 보여 주면 거절할 수 없겠지. 그리고 거절할 수 없도록 환경을 만들면 될 것이 아니겠는가?”
“환경을 만든다면… 혹시 연회를 염과 동시에 그 근처에 일부러 군사를 보여 우리 고구려 군의 위세를 보이실 생각이십니까?”
고경의 말에 동현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보이며 대답한다.
“역시 고경이군. 맞네. 그렇다면 그들은 우리 군사의 위세에 눌려서 내가 말한 요구를 거절할 수 없게 되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병의 절반 정도씩만 가져와도 우리 고구려 군과 합쳐서 큰 힘이 될 것이니 하북 지역의 민심은 물론이고 우리가 뜻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네.”
“아주 좋은 생각이십니다. 하지만 장군. 그들의 협조를 얻는다고 해도 백성들을 좀 먹는 귀족들은 꼭 처리를 하셔야 합니다. 그렇게 약속해버리면 우리에게 그들을 없앨 명분이 없어지는 셈이 됩니다.”
동현은 고경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고경. 자네는 조금 순진한 면이 있어.”
“예? 순진하다는 말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가 그들에게 사병을 절반이나 그 이상씩 가져오려는 것은 저들에게 하북 지역의 민심을 다스린다는 명분 아래 데리고 오게 하는 것이지.”
“그렇습니다. 분명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허나… 나는 그들의 비리를 감추어 주겠다고는 말하지 않았네. 오직 정상적인 가문과 함께 백성들의 생각하는 마음으로 군사들을 선뜻 내놓은 가문들을 놔둔다고 했을 뿐이지, 비리와는 별개의 이야기다. 만약 그들에게 큰 비리가 있다면 처벌을 할 것이야.”
“……!”
“왜? 놀랐는가? 하지만 귀족들을 때려잡으려면 이 방법뿐이다. 이렇게 해야 백성들을 좀 먹는 귀족들을 잡을 수 있으니 말이야. 그렇지 않은가?”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장군. 허나…….”
“소문 때문에 그러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장군께서 겉과 속이 다르다는 소문이 귀족들에게 퍼지기라도 하면… 나중에 다른 지역을 점령하셨을 때 어려움이 있을까 걱정됩니다. 장군.”
동현은 고경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자넨 귀족들의 소문이 백성들의 민심을 이길 수 있으리라 보는가?”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맞네. 내가 이번에 하북을 점령하면 백성들을 좀 먹는 귀족들을 없애는 동시에 그렇지 않은 귀족들은 다독거리면서 백성들까지 잘 보살피는 모습을 보이면 백성들은 우리 고구려와 태왕 폐하에 대해 좋게 생각하게 되겠지. 그리고 나도 말이야. 그리고 내 보호 아래 있는 귀족들도 소문을 내겠지. 나는 백성들을 좀 먹는 귀족들에게는 가차 없이 칼을 휘두르지만 그렇지 않은 귀족들에게는 한 없이 잘 대해 준다고 말이야. 이런 민심이 넓게 퍼질 것이며 귀족들에게서도 내 소문이 퍼져 나갈 텐데… 다른 지역을 점령할 때 어려움이 되겠는가?”
고경은 귀족들은 물론이고 백성들까지 이용해서 민심을 장악하는 동현의 생각에 감탄한다.
“대단하십니다. 장군. 소인은 거기까지 생각은 못 했습니다.”
“그럴수도 있지. 모든 것이 완벽하면 그것이 사람이겠나?”
고경은 동현의 말에 감사해 한다.
그런 고경을 보며 동현은 계속 말을 이어 간다.
“고경 자네의 장점은 큰 계획의 틀을 아주 잘 짜지. 그리고 전체적인 방향과 이끌어야 하는 통솔 부분에 대해 굉장히 뛰어나며 백성들의 민심을 정말 잘 파악하는 것이 아주 큰 장점이네. 다만 딱 한 가지 부족한 점이 있어.”
“그것이 무엇입니까?”
“관점을 너무 한 가지 관점에서만 보려한다는 것이네. 예를 들어 이번 일 같은 경우에 자네가 귀족에 대해 걱정하는 일 말이야. 솔직히 이건 조금만 보는 관점을 달리하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일이지.”
“소인이 아직 공부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정진하겠습니다.”
“별 말을… 자네에게 무안을 주고자 한 일이 아닐세. 아마 자네가 그렇게 된 것은 수나라에 있을 때 대부분을 중앙에 있었기 때문이겠지. 어디를 정벌하러 나갈 때를 제외하고 말이야.”
“맞습니다. 장군. 장군의 말씀대로입니다.”
“계속해서 중앙에만 있어 일을 하게 되면 일을 대부분 크게 보려하고 전체적인 계획의 틀만 보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려 하네. 하지만 그 문제의 내부적인 문제를 살펴야 모든 일이 잘 굴러가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물론입니다. 장군. 명심하겠습니다.”
동현은 고경을 보며 그렇게 말을 하더니 이번에는 사훈에게 시선을 돌려 말한다.
“반면 사훈은 고경과는 반대야. 사훈은 안에 세부적인 조율에 대해 잘하고 임기응변에 매우 능하지. 반면 고경과 같은 전체적인 틀을 잡고 이끌어가는 능력은 떨어져. 전체적으로 어떻게 통솔하고 이끌어 나가는 능력 말이야. 그러니 이 점은 사훈. 고경에게 많은 것을 배우도록 하게. 서로 반대의 성향이니 만큼 서로에게 많이 배울 것이 있을 것이야.”
“명심하겠습니다. 장군. 고경. 앞으로 나를 많이 가르쳐 주게.”
“소인이야 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사훈 군사님. 제가 같이 일하고 난 뒤 사훈 군사님의 일처리에 대해 감탄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지도를 부탁드립니다.”
동현은 두 사람을 보며 크게 웃으며 기뻐한다.
“하하하! 아주 보기가 좋구만! 차라리 이 기회에 두 사람이 의형제를 맺는 것이 어떤가?”
동현의 권유에 사훈과 고경은 서로를 쳐다본다.
그러더니 갑자기 고경이 무릎을 꿇으며 사훈에게 말한다.
“제가 사훈 군사님을 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절 받으십시오. 형님.”
사훈은 갑작스러운 고경의 행동에 깜짝 놀라는데, 그런 사훈을 보며 동현은 말한다.
“이보게. 고경이 자네의 동생 되기를 자처했어. 그러면 자네는 받아 주어야지.”
“저는 단지… 고경이 저보다 뛰어나다고 생각 되어…….”
“그렇다하더라도 고경이 먼저 고개를 숙였네. 무릎까지 꿇으면서 말이야. 자네가 이것을 거절하면 고경이 무안해져. 받아들이게.”
“장군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알겠습니다.”
“두 지략가가 나를 도와준다니.. 정말 기쁘다! 그럼 좋은 날짜를 잡아서 두 사람이 형제의 의를 맺는 의식을 치르도록 하지! 그리고 우리의 첫 번째 목표인 하북의 유주와 기주를 점령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달려가는 것이다!”
“예! 장군!”
그렇게 사훈은 고경과 의형제를 맺었다.
두 사람은 의형제를 맺은 뒤 더욱 끈끈하게 붙어 다니며 동현을 도왔다.
* * *
한편, 퇴각을 하던 수나라 양광은…….
콰아아아아! 콰아앙! 콰아아아앙!!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폐… 폐하! 요하를 도강하던 군사들이… 우리가 이곳을 처음 건널 때처럼 땅속의 무기로 인해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뭐라?!”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폐하! 빨리 도강을 하여 본국으로 퇴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더디게 퇴각하다가는… 요동성의 강이식이 성문을 열고 뒤를 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젠장… 그리 하라! 속도를 더 높여서 퇴각하라고 해!”
“예! 폐하!”
그렇게 양광은 한 군사에게서 보고를 받고 명령을 내리는데 갑자기 또 다른 군사가 헐레벌떡 양광 앞에 오더니 보고한다.
“폐… 폐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가… 강이식이! 성문을 열고 나와 우리 군의 뒤를 치고 있습니다!”
“뭐라?! 강이식이?!”
“그렇습니다. 폐하! 기마 궁병들을 이용해 우리 뒤를 집중 공격을 하고 있어 군사들이 계속해서 쓰러져가고 있습니다!”
“제기랄… 일단 강을 건너기 전 후군들로 하여금 강이식을 막도록 조치해라!”
“이미 그렇게 조치를 했으나… 속수무책입니다. 폐하!”
“어찌.. 어찌 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양광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하다가 간신히 분노를 억누르고는 명령한다.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다. 무너지더라도 후군들로 강이식의 공격을 어떻게든 버티면서 도강의 속도를 높여 빨리 요하를 건넌 뒤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전군에게 도강 속도를 높이고 후군을 빠르게 정비하여 강이식의 공격을 막으라고 해! 어서!”
“예! 폐하!”
그렇게 수나라 군사들은 고구려 군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갔다.
그리고 양광 본인도 간신히 요하를 건너는데, 반대편에서 강이식이 어느 새 나와 큰 소리로 호통을 치고 있었다.
“네 이놈! 양광아! 올 때는 마음대로 왔지만! 갈 때는 마음대로 아니 될 것이다!!”
강이식은 그렇게 외치더니 옆에 있던 수하에게 편전을 달라한다.
그러자 수하가 편전을 건넸고 강이식은 편전을 받자마자 양광을 조준하고는 바로 쏴 버렸다.
시이이이익!!
푸우욱!!
“어어억!!”
“폐, 폐하!!”
“폐하!!! 의원! 의원을 불러라!”
양광은 강이식이 쏘는 편전에 어깨에 편전을 맞고 말았다.
강이식은 그 모습을 보고 크게 웃으며 호통을 친다.
“하하하! 보았느냐?! 내가 마음 같아서는 너의 머리를 날려 버릴 수 있었으나!! 오늘 특별히 살려 준 것이다! 하지만 후에 볼 때는 너를 살려 주지 않을 것이니 그리 알아라!”
양광은 편전을 맞고 고통스러워하며 강이식을 노려보는데, 그런 양광을 수하들이 빠르게 대피를 시키면서 의원을 불러 치료토록 했다.
“이런 화살은 처음 보는군. 일반 화살보다 작은데… 정말 깊숙하게 박혔어.”
“그러게 말입니다. 위력이 엄청난 것 같습니다.”
“일단 이 화살을 뽑아야 합니다. 폐하. 조금만 참으십시오.”
의원은 양광의 몸속에 박힌 편전을 강제로 빼냈다.
그런 의원의 손놀림에 양광은 고통스러워하며 비명을 질렀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그렇게 몸속에 박힌 편전을 빼내고 다급하게 응급조치를 한 의원이 말한다.
“일단 급한대로 치료는 했습니다. 하지만 본국으로 돌아가시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으윽… 알았다. 일단 지금은 한시가 급하니 몸부터 피하자.”
“예. 폐하.”
양광은 그렇게 강이식의 추격을 간신히 물리치며 부상을 입은 채 퇴각을 했다.
그 모습을 본 강이식이 외친다.
“자… 모두 전열을 정비하라! 계속해서 추격을 할 준비를 해!”
“예! 대장군!”
“그리고 백암성으로 전령을 보내라! 추격을 시작했다고 말이야! 그리고 을지문덕 대모달에게도 전령을 띄워!”
“예!”
동현이 계획한 것에 의해 고구려 군은 완벽하게 수나라를 막음과 동시에 반격을 시작했다.
을지문덕과 동현은 서찰을 받자마자 바로 군을 움직였다.
동현이 사전에 미리 연락을 취해 놓은 개모성을 비롯한 안시성과 신성 등의 다른 성에서도 일제히 성문을 나서서 수나라 군의 뒤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수나라 양광은 이렇게 사방에서 고구려 군의 공격을 받게 되자 매우 당황하는데 그런 양광을 보며 병부시랑 곡사정이 말한다.
“폐하! 우리 영토가 곧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곳에 가면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니 안심하십시오!”
“그… 그래. 알았다.”
“지금은 그저 빠르게 움직일 생각만 하셔야 합니다!”
양광은 곡사정의 말에 애써 놀란 마음을 달래며 하북의 유주 지역인 탁군으로 도망을 쳤다.
이곳은 양광이 수나라 군사들을 모두 모으는 거점으로 삼았던 곳.
이곳에 모두 모였다가 고구려를 공격하러 군을 출발시킨 곳이기도 하다.
양광은 자신이 탁군까지 군을 퇴각시키면 그곳은 아직 수나라의 영토이니 고구려가 더 이상 자신을 추격하지 못하고 멈추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수나라의 신하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동현은 그런 양광의 심리를 예상하고는 본격적으로 수나라의 하북 땅인 유주와 기주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 강이식, 을지문덕과 북평성에서 만나기로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