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화 위대한 승리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양광은 결국 퇴각을 결정하고 고구려는 반격을 준비하다.
을지문덕의 여수장우중문(與隋將于仲文詩) 시를 보고난 뒤 우중문은 회군을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
“이곳이 어딘가?”
“살수입니다.”
“살수라… 우리가 이곳을 건너서 평양으로 갈 때까지만 해도 반드시 을지문덕을 물리치고 평양성(장안성)을 점령하겠다고 했었는데…….”
“어쩌겠소? 상황이 이렇게 된 걸… 후일을 기약해야지요. 자… 얼른 갑시다. 얼른 돌아가지 않으면 또 고구려 군의 추격군에 의해 공격을 받을 것이오. 지금까지 우리가 이 살수까지 오면서 계속 공격을 받지 않았소?”
“알겠소. 자… 이제 이 살수를 도강하여 본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넓게 펼쳐서 한 번에 건널 수 있도록 하라!”
“예! 총사! 전군은 넓게 퍼져서 한꺼번에 건널 수 있도록 하라!”
그렇게 수나라 군사들은 살수를 도강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병력의 절반쯤 강을 건너고 있는데 갑자기 강을 건너던 수나라 군사들이 소란스러워진다.
“무슨 소리냐?”
“고… 고구려 군입니다!”
“뭐라?”
“고… 고구려의 개마무사들이 오고 있습니다!”
“제길… 겨우 따돌려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 살수까지도 쫓아왔단 말인가? 강을 건너지 못한 군사들은 후방을 방어하고 나머지 병력들은 신속하게 강을 건너라!”
“예! 총사!”
우중문은 그렇게 고구려 군을 필사적으로 방어하며 강을 건너려했다.
하지만 고구려 군의 공세가 워낙 엄청났다.
“총사! 아무래도 지금까지 있었던 고구려 군의 공세와는 다른 것 같소! 우리가 이 살수에 오기 전까지는 그래도 우리 병력의 이곳저곳을 산발적으로 치며 치고 빠지는 전술로 우리를 괴롭혔는데 지금은 그것이 전혀 아니지 않소?”
“그런 것 같소이다. 제기랄… 지금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후군을 완전히 공세로 전환하여 공격하고 있소. 고구려 군의 병력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오.”
“젠장… 얼른 강을 건너가는 속도를 높여야겠소. 그래야 살 것이 아니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후군을 지키는 신세웅 장군이 매우 위험해지오.”
“지금 그것을 따질 때가 아니오! 살아있는 군사들만이라도 살려야 할 것이 아니오?!”
“……”
“얼른 군사들에게 강을 건너는 속도를 높이라고 하십시다!”
그렇게 우문술은 우중문의 선택을 강요했다.
우중문은 우문슬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명령을 내렸고 그 덕분에 고구려 군사들은 더욱 더 수나라 군사들의 후군을 더욱 더 몰아칠 수 있었다.
“저기 신세웅이란 놈이다! 저 놈부터 죽여라!”
“제… 젠장!!”
“죽어랏!!”
푸우욱!!
“커… 커어억!!”
“적장 신세웅을 베었다!!”
“와! 와! 와!”
신세웅을 베었다는 소리가 들리자 수나라 후군의 군사들은 사기가 바닥을 쳤다.
그 덕분에 고구려 군은 더욱 더 힘을 내며 수나라 군을 더욱 더 몰아쳤다.
수나라 군사들은 그런 고구려 군사들을 보고는 지옥에서 온 악마들 같다는 생각을 하며 무기를 버리고 항복을 하거나 어떻게든 살수를 건너 살아남겠다고 하면서 필사의 도주를 감행했다.
그렇게 수나라 군사들이 우왕좌왕 하자, 강을 건너는 군사들이나 강을 미리 건넜던 군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강을 건넌 군사들의 경우에는 강을 건너자마자 고구려 개마무사들의 공격을 받았다.
두두두두두두!!
“죽어랏!!”
푸우우욱!!
“커… 커억!”
“어… 언제 강 건너까지 고구려 군이?!”
우중문과 우문술은 물론이고 유사룡과 그 이외의 장수들은 강 건너까지 고구려 군이 있다는 모습을 보고는 매우 놀란다.
“얼른 퇴각합시다! 총사!”
“하지만… 저 군사들을…….”
“어차피 저 군사들은 고구려 군사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우리는 다행히 이 강을 건넜으니 강을 건넌 군사들을 이끌고 빨리 회군합시다! 어서요! 저기 보시오! 또 고구려의 개마무사들이 우리를 쫓아오고 있지 않소?!”
“이런……!”
우중문은 우문술의 말에 뒤를 돌아보니 정말 개마무사들이 자신들을 잡으러 말을 탄 채 달려오고 있었다.
그런 개마무사들을 보고 우중문은 어쩔 수 없이 명령을 내린다.
“적의 추격을 어떻게든 따돌려야 한다. 다들 내 옆에서 떨어지지 마라. 알겠느냐?!”
“예! 총사!”
그렇게 우중문과 남은 장수들, 군사들은 그렇게 간신히 살수를 도강했다.
그리고 도강을 한 뒤에도 개마무사들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요동성의 본군이 있는 쪽으로 달렸다.
그리고 잠시 후… 우중문은 장수들과 군사들을 손을 들어 멈추게 한다.
“헉! 헉…! 이제 고구려 군은 보이지 않는군… 헌데… 군사가 왜 이리 적은가?”
“송구합니다. 총사. 흐흐흑.. 소인들의 불찰로 그 많은 군사가 모두 죽고 말았습니다.”
“전부 죽었단 말이냐?”
“예. 총사. 대부분이 죽거나 고구려에 투항을 했습니다.”
우중문은 한 군사의 말에 가슴을 쥐어뜯으며 말한다.
“어찌… 어찌 이렇게 저 조그만 나라인 고구려에게 당한단 말인가? 이건 말도 안 된다…….”
그렇게 우중문은 대패한 사실을 부정하며 얼마 남지 않은 군사들과 함께 본대가 있는 요동성 근처 본대로 퇴각을 하였다.
양광은 이 사실을 듣고는 매우 분노하며 본국으로 퇴각을 할 때 그들을 모두 쇠사슬로 묶어 돌아가도록 했다.
그리고 유사룡 때문에 을지문덕을 잡아놓을 수 있었던 것을 놓치게 되었다며 그의 목을 베어 군사들 앞에 효수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이었다.
이런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덕분에 2차 고수 전쟁은 완벽한 고구려의 승리로 끝이 났고 양광은 별동대 30만이 을지문덕에게 몰살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어쩔 수 없이 퇴각을 결정했다.
남은 군사가 아직 많기는 했으나 보급로가 다 끊겨서 먹을 군량이 없었고 성을 하나도 점령하지 못해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고구려를 이길 수단이 보이지 않는 상황.
거기다 무리한 군사 동원으로 인해 현재 수나라의 본국 상태는 말이 아니었고 반란의 조짐이 보인다고 하자 양광으로서는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번 고구려 공격은 완벽한 실패다! 허나! 꼭 다시 고구려로 올 것이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하늘에 태양은 두 개 일 수 없는 법!! 다시 돌아가서 군을 모으고 군량을 모은 뒤! 다시 고구려를 칠 것이니 그리들 알라!”
“예! 폐하!”
그렇게 양광은 천천히 군을 요동성에서 물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성 위에서 본 강이식 대장군은 미소를 짓는다.
“자… 이제 이 요동성을 박차고 나갈 때가 되었다. 얼마 전 왔던 건위장군의 수하인 단석한이 소식을 전해 주고 갔으니 그것을 신호로 저들을 산발적으로 계속 공격한다. 알겠나?”
“예! 대장군!”
“단 처음부터 너무 깊숙하게 들어가지 마. 처음에는 멀리서 편전 공격이나 화살 공격을 위주로 하도록 해. 저들의 수는 아직 많다. 알겠는가?”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대장군!”
“이놈들!! 우리에게 올 때는 마음대로 왔지만!! 갈 때는 마음대로 아니 될 것이다!”
강이식 대장군은 수나라 군에 반격을 가할 생각을 하며 얼른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 * *
그 시기 동현은…….
“그래? 군을 물릴 것 같다고?”
“예. 장군. 여기 강이식 대장군에게 서찰입니다.”
“음? 아직 포위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나?”
“별동대 30만이 현재 군을 많이 물린 상태라 틈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산을 타고 왔다고 하는군요.”
“으음… 필체는 틀림없는 대장군의 필체다. 분명해. 거기다 나와 강이식 대장군 둘이서만 표현하기로 한 싸인도 그려져 있군. 틀림없다.”
“싸인 말입니까?”
“그래. 대장군께서 내게 자신의 서찰을 보내실 때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문양을 서찰에 그려서 보내 주기로 하셨다. 자신의 이름을 그럴 듯하게 꾸며서 서찰에 써서 보내는 것이지. 오직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을 써서 보내셨다. 이 말은 이 서찰이 대장군의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렇군요. 그렇게까지 준비하신 줄 몰랐습니다.”
“아무튼 지금쯤 내가 이 서찰을 받았으니… 수나라 군사들은 회군을 하다가 파진포에 의해서 분명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야. 그 틈에 대장군께서 그들의 뒤를 치셨겠지.”
“분명 그럴 것입니다. 이제… 장군께서 계획하신 것을 시작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훈의 말에 동현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이제부터는 성을 수성하는 것이 아닌 공세로 전환할 것이다. 일단 이 백암성에 있는 개마무사 5만을 준비하라. 그리고 다른 성들에도 연통을 넣어! 돌아가기로 결정을 내렸다면 분명 다른 성들도 포위가 풀렸을 것이다. 특히 우식이가 있는 개모성에 제일 먼저 연락을 넣도록 해. 알겠나?”
“예! 장군!”
“내가 각 성들에 보낼 서찰을 미리 써두었으니, 거기 써져 있는 대로 행동하면 된다고 말을 하면서 내 서찰을 전하도록 해. 태왕 폐하께서 요동성을 제외한 북쪽의 다른 성들에 대한 총 지휘를 내게 맡기신 만큼 이번에 수나라에 큰 타격을 입히는 것은 물론이고… 수나라의 영토인 하북 영토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동현의 말에 곁에 있던 고경이 깜짝 놀란다.
“예? 지금 하북의 절반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네.”
“하북은 영토가 매우 비옥하면서 넓은 땅입니다. 그리고 큰 성들도 많이 있고 말입니다.”
“나도 아네. 하지만 지금이 적기야. 첫째는 현재 양광이 많은 군사를 동원해서 텅텅 빈 상태나 다름없지. 그리고 둘째는 양광의 폭정으로 인해 이미 많은 민심이 돌아섰네. 그렇기에 우리가 하북을 공격하여 점령한 뒤 그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어 민심을 달래 주기만 해도 백성들은 우리의 통치를 오히려 반길 것이야.”
동현은 확신에 찬 어투로 말을 이어 나갔다.
“마지막 셋째로는 양광의 이번 고구려 원정의 실패로 인해 각지에서 반란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수나라를 뒤엎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자는 무리들이 들고 일어나 그들만의 나라를 세우려 한다는 것이지. 이렇게 혼란한 시기가 계속 될 때 우리는 그들의 뒤를 계속해서 공격하여 병력을 수를 줄여놓음과 동시에 하북 영토 절반을 확실하게 차지하여 우리 영토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그 영토를 다시 양광이 쳐들어올지 모르는 것에 대비해 군사들을 배치하고 보수하여 상대할 수 있도록 할 것이야.”
“네, 알겠습니다.”
“그리되면 하북의 영토 절반만 차지해도 우리가 그동안 수나라를 막으면서 손해를 보았던 많은 부분을 하북에서 메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양광은 우리를 넘지 못해 스스로 무너지게 될 것이며 수나라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빠질 것이다.”
고경은 동현의 말을 들은 뒤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아무 말이 없다가 이내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다.
“장군의 계획은 아주 좋습니다. 듣고 보니 아주 치밀한 계획이라 저도 찬성입니다. 다만… 걱정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하북의 영토 절반을 차지하면 기존에 그곳에 있던 귀족들은 어찌하실 작정이십니까? 수나라도 고구려 못지않게 세가 강한 귀족들이 많습니다. 아니… 더 하겠지요. 특히 하북은 본래가 워낙 비옥한 땅인데다가 뼈대 있는 명문 가문들이 많기 때문에 귀족들이 제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동현은 고경의 말에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은 채 고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