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화 강이식. 요동성에서 수나라의 2차 침입 서전을 열다.
동현의 명령에 사훈과 고경은 지도를 펼치며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양광의 전략과 전술은 뻔합니다. 일단 인해전술로 우리 백암성은 물론이고 신성이나 개모성 등을 모두 묶어놓은 다음 요동성을 공략하는 것이지요.”
“요동성이라… 요동성이 수나라에서 고구려로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이라 그런 것인가?”
“그렇습니다. 거기다 이 요동성은 다른 성들에 비해 평지성이지요. 그것은 수나라에서 고구려, 고구려에서 수나라로 왔다갔다 거릴 수 있는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겠지. 요동성이 상인들 간의 교류도 워낙 활발하고 가도도 정비가 잘 된 편이니 그럴 것이야.”
“맞습니다. 하지만 요동성이 평지성이라고는 하나 성벽 자체가 워낙 높고 내성와 외성으로 구분이 되어 있으며 성문은 세 곳이 있지요. 거기다 강이식 대장군이 있는 한 요동성은 뚫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맞아. 요동성은 정말 견고한 성이지. 거기다 내가 요동성에 있을 때 성벽을 보수까지 해놓았어. 그래서 더 뚫기가 쉽지 않을 것이야.”
“그렇습니다. 그러니 저희는 그것을 활용해야 합니다.”
“활용을 한다라…….”
“예. 만약 우리에게 신기전과 같은 무기가 없었다면 우리도 요동성에서 버티는 것이 전부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상대가 모르는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니, 심지어 우리 고구려에서 모르는 무기도 가지고 있지요.”
“그것을 활용하자는 것이군?”
동현의 말에 사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장군. 일단 적군이 우리 백암성을 포위하여 공격을 시작하였을 때… 신기전으로 저들의 기선을 제압할 필요가 있습니다.”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해서 백암성을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인가?”
“그렇습니다. 저들은 분명 우리 무기를 보게 되면 우왕좌왕 할 것이고 공격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렇겠지.”
“그때 군을 은밀하게 빼서 파진포를 들고 저들이 군량이 오는 길목으로 향할 것입니다.”
“군량을 끊어서 고립시키자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장군께서도 아시겠지만 적군이 113만 대군인 만큼 보급 부대까지 합하면 무려 그 수가 300만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군량으로 먹어 치우는 양이 엄청나겠지요.”
“그래. 그게 수나라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일단 이 백암성에 오는 군량을 끊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최소 이곳으로 오는 수나라 군사들은 굶주리게 될 것이니, 우리 백암성을 공격하려는 힘을 잃을 것입니다.”
“좋은 계획이군. 아주 좋아. 그럼 그 다음 계획은?”
“다음 계획으로는… 바로 이곳… 이곳을 공격해야 합니다.”
“이곳은 회원진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이곳이 현재 저 수나라 대군을 유지시켜주는 군량기지이지요.”
동현은 이 내용 또한 회귀 전 기록을 통해 알고 있었으나 모르는 척하고 물었다.
“이 회원진까지 가려면 요하를 우회해서 가야 한다. 빠른 경기병이 필요할 텐데… 현재 우리 군을 여기서 더 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동현의 말에 이번에는 고경이 빙긋 미소를 짓더니 동현에게 무언가를 내민다.
“이것이 무엇인가?”
“한 번 보시옵소서.”
동현은 누군가 건넨 것으로 보이는 서찰을 펼쳐본다.
“아니 이건… 조의 국선 어른께서 보내신 것이 아니냐?”
“그렇습니다. 장군. 조의들이 먼저 움직이겠다고 서찰을 보내왔습니다. 그러니 이 방면으로는 걱정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허허허… 그렇다면 우리는 이번에 오는 군량을 끊고 회원진의 소식을 기다려야겠군. 일단 이 성에 의지해서 말이야.”
“첫 번째 계획은 그렇습니다.”
“음? 그렇다면 두 번째 계획은 무엇인가?”
“회원진이 우리 조의들에게 털리고 나면 분명 이 소식은 우리뿐만 아니라 수 황제 양광에게도 갈 것입니다.”
“그렇겠지.”
“그렇다면 그 군량 또한 본토에서 또 다시 운반을 해오려 하겠지요.”
“그 부대도 공격하여 완전히 적을 굶게 하자는 것인가?”
동현의 말에 사훈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아닙니다. 그보다 앞선 계획이 있습니다.”
“앞선 계획이라…….”
“예. 은밀하게 빠져 군량을 끊는 군사들은 바로 귀성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귀성을 하지 않는다?”
“예. 장군. 그들은 백암성으로 오는 군량을 끊은 뒤 동돌궐을 공격할 것입니다.”
동현은 사훈의 말에 깜짝 놀란다.
“동동궐을?!”
“예. 지금 계민가한이 죽고 없지만 그 아들이 자리를 계승했다고 합니다. 이름은 아사나돌길이라는 자인데 그자가 현재 동돌궐을 통치하며 수나라를 돕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를 막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정도 병력이면 위험하네. 이 백암성 보급 부대를 공격할 부대라면 많아야 3천 정도일텐데 말이야. 동돌궐은 만만한 나라가 아닐세.”
“저도 알고 있습니다. 장군. 허나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공격은 공격이지만 실제 공격은 아니니 말입니다.”
“실제 공격이 아니다? 그 말은… 공격하는 척만 하겠다는 것인가?”
“역시 장군이십니다. 맞습니다. 저희는 일단 최대한 많은 깃발과 수가 많게 보이도록 만들어 동돌궐의 국경지대에 우리 고구려 군이 점점 모이고 있음을 보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동돌궐에서는 우리 고구려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수나라를 돕는 것에 있어서도 쉽게 돕지 못할 것입니다.”
“동돌궐을 확실히 묶어 두겠다는 것이군.”
“맞습니다. 장군. 그렇게 되면 분명 지금 동돌궐에 압박을 하면 분명 동돌궐의 가한에게서 우리 고구려에 사신을 보내던지 반응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 저나 고경이 가서 담판을 짓도록 하겠습니다.”
동현은 사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아주 좋은 생각이군. 내가 알기로 아사나돌길이라는 자는 야망이 큰 자라고 들었네. 그자에게 반기를 부추기는 말을 해서 수나라를 공격하도록 하면 좋을 것 같네만…….”
“한 번 시도는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그야 물론일세. 그리고 아직 그 상황까지 되려면 한참 남지 않았나?”
“그건 그렇습니다.”
“좋아! 남은 계획들은 나중에 듣지. 일단 지금 들은 것까지 실행에 옮기도록 하세! 일단 백암성을 공격 해 올 수나라 군에 대한 방비를 철저히 하도록!”
“예! 장군!”
그렇게 동현은 사훈과 고경이 짠 계획들을 모든 장수들에게 들려 주었다.
그리고 두 장수들을 믿고 계획을 실행시키려 하자 사훈과 고경은 자신들을 믿어 주는 동현에게 감사해 하며 자신들이 짠 계획 중 부족한 것이 있으면 보완하려 했다.
며칠 뒤… 드디어 수 황제 양광의 113만 대군이 고구려의 모든 성 근처에 도착했다.
특히 본대를 맞이하는 요동성의 강이식 대장군은 그런 수나라 대군의 모습을 보면서 감탄한다.
“정말 많구나. 역시 서토의 오랑캐 놈들이야. 한번 통일되고 나면 엄청난 병력이 생겨 버리지. 역사적 기록을 따져보았을 때도 과거의 선조들이 그랬는데… 역시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구나.”
“하지만 단단히 대비를 했으니 괜찮을 것입니다. 대장군.”
“그래. 아… 참! 수나라 군이 건너는 요하 근처에 목책을 세우고 진지를 구축했나?”
“물론입니다. 대장군.”
“좋아. 가지.”
“예!!”
강이식 대장군은 그렇게 잠시 성문을 열어 약간의 군사를 거느리고 요하 쪽 진지로 향했다.
그리고 며칠 뒤…….
“자! 이렇게 기선을 제압했으면 되었다! 모두 퇴각! 요동성으로 들어간다!”
“예! 대장군! 모두 퇴각하라!!”
수나라 군은 요하를 건너기 직전 부교를 만들어 요하를 단숨에 건넌 후 요동성을 공격하려 했으나 부교의 길이를 잘못 예측한 공부상서 우문개로 인해 요하를 건너지 못했다.
고수 전쟁 서전에서 완벽하게 패하고 만 것이었다.
양광은 이런 우문개에게 분노하며 다시 부교를 제작하게 했다.
그 무렵 강이식 대장군은 서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좀 더 군을 요하에 머물게 하여 강을 건너게 하지 못하게 하려 하였으나 전쟁이 터지기 전 동현이 한 말이 생각났다.
“스승님. 분명 양광이 이끄는 본대는 이 요동성을 노릴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기선은 꼭 제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 여기 요하 반대편에서 그들이 부교를 타고 건널 때 건너지 못하도록 모든 것을 동원하여 막으십시오.”
“그래. 나도 그럴 생각이었다. 저들이 건너지 못하게 하여 기세를 꺾어 놓아야지.”
“그렇게 해서 기선을 제압하면 계속 요하에 있지 마시고 군을 물려 요동성에서 농성을 하십시오. 스승님.”
“응? 계속 요하에 대치를 하여 수나라 군사들이 건너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예. 스승님. 양광은 처음에 우리를 얕잡아 보고 올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전에서 저들의 기선을 제압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두 번째는 다를 겁니다. 서전을 우리에게 제압을 당하면 분명 양광은 분노할 것이고 첫 번째로 요하를 건너려는 움직임과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입니다. 아마 소인의 생각으로는… 저들의 군사가 많으니 그것을 활용하여 사방에서 한꺼번에 강을 건너려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저희 고구려 군은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으니 두 번째는 차라리 군을 요하에서 물리시고 요동성으로 돌아가십시오.”
전쟁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전 강이식 대장군은 동현에게서 이런 조언을 들었고 강이식 대장군은 이런 동현의 조언이 옳다고 여겼다.
그래서 강이식 대장군은 군을 요동성으로 물리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쉽게 요하를 건너게 할 순 없지. 동현이가 준 파진포를 지금 활용해야겠다.’
강이식 대장군은 요동성으로 군을 물리면서 동현이 준 파진포를 활용해 수나라에 피해를 주려 했다.
1차 서전에서 기선을 제압하자마자 군사들에게 명령하여 수나라가 도강을 하려는 위치에 파진포를 묻었다.
“모두 묻었느냐?”
“예! 대장군!”
“그래. 저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묻었겠지?”
“물론입니다! 대장군! 염려 하지 마십시오!”
“좋아. 그럼 지금 바로 요동성으로 퇴각한다!”
“예! 대장군! 전군! 요동성으로 돌아간다! 퇴각하라!”
그렇게 강이식 대장군은 요하에서 군을 거두어 요동성으로 퇴각했다.
수 황제 양광은 그 모습을 보고 크게 웃었다.
“하하하! 강이식이란 놈이 대단한 놈인 줄 알았는데… 요하에서 군을 물렸다고?”
“그렇다 합니다. 아무래도 우리 군의 수가 워낙 많으니 더 이상은 요하에서 막기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허어… 그래도 우리의 도강을 막는 것이 병법적으로 기초적인 것이거늘… 이런 병법의 기초적인 것도 모르다니, 생각보다 강이식이라는 놈도 명성에 비해 별 게 아닌 것 같군!”
“그런 것 같습니다! 폐하!”
“잘 되었다! 지금 바로 강을 건너라! 우리 군이 빠르게 군을 건너게 하는 곳이 좋을 것 같으니 넓게 퍼져서 도강을 하도록 해!”
“예! 황제 폐하! 전군!! 강을 건너랍신다!! 강을 건너라! 넓게 펼쳐서 강을 건너라!”
그렇게 수나라 군사들은 양광의 명령에 의해 도강을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으아악!!”
“아아악!! 내… 내 다리!!”
“끄아아악!!”
“대…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폐… 폐하!! 기이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군사들이 요하를 거의 다 건너갔을 때쯤 갑자기 땅 속에서 무언가 큰 소리와 함께 튀어나오더니 군사들이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거기다 그 큰소리가 나오는 것에 이어서 불이 크게 퍼지니 군사들이 그 불에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폐하!”
“이… 이게 대체…….”
양광은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상식선에서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요동성에 있던 강이식 대장군은 수나라 군사들이 파진포에 의해 많은 피해를 입자 장수들과 함께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통쾌해 한다.
“하하하! 저 놈들!! 우왕좌왕 하는 것이 보이느냐?!”
“그렇습니다! 대장군! 아마 저들은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를 것입니다!”
“암! 그렇고말고! 아마 저들은 한 동안 이 요동성 가까이 오지 못할 것이다. 좀 전의 일이 터질까봐 말이야.”
“그럴 것입니다. 그나저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정말 대단한 무기입니다. 밟으면 터지는 무기를 개발하다니 말입니다.”
“그렇고말고… 내 제자이자 건위장군이 어디 보통사람이냐? 어렸을 때부터 신동으로 불렸던 녀석이다. 앞으로 이 고구려를 더욱 크게 만들 것이야! 내 제자가 말이야!”
“건위장군이라면 능히 그럴 것입니다.”
강이식 대장군은 동현을 칭찬하며 계속 수나라 군의 상황을 주시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