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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하여 수나라 정벌하자!-310화 (310/400)

310화 고경, 고구려의 신하가 되기 위한 조건을 내걸다.

동현은 고경의 말에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맞소이다. 현재 우리 고구려는 재물도 아주 풍족하고 백성들도 배를 두드리며 아주 평화롭게 지내고 있지. 하지만 그와 동시에 국방을 게을리 할 수는 없는 법. 수나라가 언젠가 다시 쳐들어 올 것이란 것을 알기에 우리 고구려는 밤낮으로 군사를 조련했소. 또한 재물을 어떻게 하면 많이 모을 수 있을까 궁리했소이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렀지.”

“…….”

“귀공도 보면 알 것이오. 현재 우리 고구려의 백성들이 귀공이 예전에 모시던 양견이 다스렸을 때 백성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이오. 그 시기 수나라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지 않았소?”

“…….”

“내가 알기로 그대는 양견의 군사이면서 나라의 재상 자리까지 맡은 것으로 알고 있소. 나라 안을 다스리는 것뿐만 아니라 병법에도 능해 군사를 부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알고 있지.”

“그건 헛소문이오.”

“절대 그렇지 않소. 나는 본래 상인 출신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그대의 이름을 정말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오. 장손성 장군께 고경 당신의 이름을 들었을 정도니 말이오.”

“장손성 장군께? 그럼 혹시 당신이 수나라에서 왕빈과 쌍벽을 이루고 있다는 동현 상단의 주인이오?”

동현은 고경의 말에 씩 웃으며 대답한다.

“이제 아셨구려.”

“허어… 나는 동명이인인 줄 알았소이다. 당신이 고구려 사람이기는 하나 종종 수나라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았을 때 당신이 그 인물인 줄 전혀 예상치 못했소. 그리고 장손성 장군께 들은 것이 있어서 말이오.”

“장손성 장군께서는 나에 대해 칭찬을 하시면서도 경계 하셨다오. 분명 그 이야기를 고경 당신에게도 했을 것이오.”

“맞소. 장손성 장군은 당신이 상인 일을 때려치우고 임관을 하게 되면 더욱 크게 될 사람이라고 말을 한 적이 있었지.”

“…….”

“오늘 보니 왜 장군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지 알겠구려. 정말 대단하오. 꽤 오랜 세월이었는데 말이오. 지금까지 수나라의 첩보에 당신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당신이 수나라 첩보망을 잘 피했다는 것이니 말이오.”

“우리 고구려에서 온갖 거짓 정보를 계속 흘리면서 나를 대신하는 대역들을 여러 지역에 나타나게 하여 나를 의심하지 못하게 했소. 그래서 수나라에서 나에 대해 잘 몰랐을 것이오.”

“그랬구려. 정말 대단하오. 당신이 이 고구려에 있다는 것도 우리 수나라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니 말이오.”

동현은 고경의 말에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며 대답한다.

“나는 현재 모든 것을 고경 당신에게만 보여 주었소. 이제 당신이 나에게 모든 것을 보여 주고 우리 고구려에 고개를 숙일 차례요.”

“…….”

“이제 그만하면 되지 않았소? 그대는 예전 황제였던 양견에게 충성을 다했으며 그 아들들을 위해 바른 길로 인도하려고 많은 애를 썼소. 당신이 해야 할 모든 충성에 대한 도리를 다했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모두 당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소이다.”

“…….”

“이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 아니겠소? 그대의 수나라보다 우리 고구려에 하늘의 뜻이 있음을 말이오.”

“…….”

“나는 우리 고구려와 함께 나에 대한 모든 비밀을 고경 당신에게 모두 보여 주었소. 이것이 무엇을 뜻 하는 것인지 그대는 알 것이오.”

고경은 동현의 말에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한다.

“나에게 시간을 좀 주시오.”

“시간?”

“그렇소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처음 당신을 보았을 때만 해도 고구려에 항복할 생각은 없었소. 그 이유는 돌아가신 선제 폐하와 같이 뜻을 세워 수나라를 창업한 나였기에 그곳에 모든 것을 바쳤기 때문이었지.”

“…….”

“뿐만이 아니라 선제 폐하께서는 누구보다도 백성들을 생각하시는 분이셨소. 그랬기에 나도 그분이라면 수나라는 물론이고 주변들을 다 무릎을 꿇리며 대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소이다. 당신도 알겠지만 그 분이 살아 계실 때까지만 해도 우리 수나라의 국력은 엄청났었소.”

“물론 아오. 솔직히 말해서 양량의 실책과 그대들이 우리 고구려를 얕잡아 보지 않았다면 우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겠지.”

“그렇소. 비록 우리는 그대의 조국인 고구려에 패하긴 했지만 그래도 빠르게 수습했고 워낙 큰 나라이고 국력의 차이가 나기에 충분히 극복하고 훗날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

“헌데 현재 상황에 대해 전해 들었으니 그 마음이 좋지 않았겠구려.”

동현의 말에 고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소. 솔직히 말해서 진왕 전하께서 황제가 되시고 난 후 수나라의 소식을 들은 나는 내 귀를 의심했소이다.”

“당신도 본래 양광이 야심이 많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물론이오. 그랬기에 폐위된 태자 마마께 진왕 전하를 경계하라는 말까지 했었지… 이렇게 폭군이 될 줄은 몰랐소. 아니… 폭군이 되어도 올바른 곳에 칼을 쓰는 황제가 될 것이라 생각했소이다. 헌데 백성들까지 다 죽여 가며 이렇게까지 되리라고는 나도 전혀 생각지도 못했소.”

“…….”

“돌아가신 선제 폐하께서 몸이 좋지 않아 눕는 날이 많아졌을 때… 나를 따로 부르셔서 하신 말씀이 있소. 그것은 자신의 아들들을 바른 길로 인도해 달라는 것이었지. 헌데 지금 그것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소이다.”

“…….”

“하지만 나는 선제 폐하의 아들 분들에게 칼을 들이밀 수는 없기에 당신들이 권유하는 투항을 계속 거절해 왔소. 그리고 생각했지. 현재 황제 폐하께서 무리하게 군을 키우고 있으나 고구려만 물리치면 원래대로 모든 것을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말이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나도 수나라로 돌아갈 수 있으니, 그때 내가 수나라의 모든 것을 돌려놓겠다고 생각을 했소이다. 헌데…”

동현은 고경의 다음 말을 예상한 듯 고경의 말을 끊으며 말한다.

“다음에 할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군. 내가 이 백암성에서 보여 준 것을 보니 그런 가능성이 없어진 것이지. 아닌가?”

“바로 보았소… 이대로 가면 솔직히 우리 수나라와 고구려가 전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졌을 때 우리가 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소.”

“조금 이상하군. 그토록 충성스러운 자가 대세가 바뀐다고 항복을 고민한다?”

고경은 동현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물론 좀 전에 내가 말한 것이 내게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나 그것만 가지고 항복을 고민한 것이 아니오.”

“……?”

“앞서 말했듯이 선제 폐하께서 아들들을 내게 부탁했기 때문이오. 내가 고구려에 항복을 하게 되면 그분들에게 칼을 겨눠야 하는데, 선제 폐하의 부탁을 받은 나로서 어찌 그럴 수가 있겠소? 그 분들에게 해를 입힐 수 있으니 이는 절대 하지 못 할 일이오.”

동현은 고경의 말에 감탄한다.

“그대의 충성심은 참으로 대단하구려. 이 김동현. 그대의 충성심에 참으로 감탄했소이다.”

“별 말씀을… 오히려 이해를 해주어 고맙소이다. 솔직히 말해서 그대가 수나라의 사람이었고 우리나라의 관리였다면 나는 그대를 무조건 황제 폐하께 추천했을 것이오. 지금까지 그대가 이 고구려를 위해 어떻게 일하며 살아왔는지 조금이나마 보게 되었소. 그 모습에 이 고경… 존경을 표하오.”

동현과 고경은 그렇게 훈훈하게 서로를 칭찬한다.

“그렇다면 시간은 얼마나 드리면 되겠소? 그대가 고민하는 것이라면 현재 황제와 황실 식구들에게 칼을 겨누는 것에 대한 고민일 텐데…….”

“후우… 맞소. 선제 폐하의 부탁을 저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오.”

“음… 좋소. 그럼 사흘(3일)의 시간을 드리겠소이다. 그 때까지 결정을 내리고 답을 주시오. 만약 그때도 우리 고구려에 투항을 하지 않겠다면 나도 그때는 더 이상 당신에게 우리 고구려에 투항을 하라고 권하지 않겠소.”

“알겠소이다.”

그렇게 동현은 고경이 고구려에 대한 투항 여부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주었다.

사흘 후… 동현은 고경과 다시 한번 독대를 하게 되었다.

“내게 두 가지 조건이 있소이다. 두 가지 조건만 들어주면… 앞으로 고구려를 위해 일하겠소이다.”

“두 가지 조건이라… 말해보시오.”

“일단 첫 번째로… 고구려와 수나라의 전쟁이 벌어지면 나를 이용하여 수나라에 대한 계책을 쓰되 최전선에는 나가지 않게 해주시오. 내가 나서서 수나라의 군대를 해한다는 것은 그분에게 칼을 겨누는 것이니 말이오.”

“좋소. 그럼 두 번째 조건은?”

“두 번째 조건은 만약 고구려와 수나라가 전쟁을 해서 고구려가 이긴 후… 현재 폐하를 생포하게 되면 그분의 목숨만큼은 보전해 달라는 것이오.”

“양광의 목숨을 보전해 달라…….”

“그렇소. 현재 폐하와 더불어 황실 식구들까지도 목숨을 보전해 줬으면 좋겠소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이 받아들여지면 나도 고구려의 신하가 되겠소.”

“으음… 두 번째 말에 대해서는 태왕 폐하와 상의가 필요할 것 같소이다. 그대가 말한 내용을 태왕 폐하께 상주해 봐야겠소. 그러니 그 때까지만 기다려 주시오.”

“얼마든지 기다리겠소이다.”

그렇게 고경의 말을 전하는 동현의 서찰이 백암성을 떠나 고구려 수도 장안성(평양성)으로 향했다.

며칠 뒤… 영양 태왕은 동현에게서 서찰을 받고는 고민한다.

고민을 하다가 결정을 할 수 없자 연태조와 을지문덕을 불러 동현이 보낸 서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허어… 첫 번째 조건은 들어줄 수 있겠으나, 두 번째 조건은… 어찌하면 좋겠나?”

“소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제안을 받아들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받아들여라?”

“예. 태왕 폐하. 건위장군이 이토록 고경을 등용하기 위해 애쓰는 것을 보면 분명 고경은 큰 인물일 겁니다. 그를 얻자면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훗날을 생각하십시오.”

“으음…….”

“소신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음? 그렇다면 대모달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언젠가 우리 고구려와 수나라가 전쟁이 벌어질 것은 누구나 다 예상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수나라와 전쟁에서 승리를 하게 되면 수나라 영토를 어느 정도 차지를 할 것이고 말입니다.”

“그렇겠지.”

“그렇게 되면 양광은 우리에게 꼭 필요합니다. 우리가 새롭게 차지한 수나라 영토의 백성들에게 생포한 양광을 보여 주고 그곳에서 공개처형을 시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수나라 백성들을 구원해 준 것이며 암군을 벌해 준 것이니, 수나라 백성들도 우리 고구려 백성이 되기를 희망하고 민심도 빠르게 안정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양광은 꼭 필요하며 고경의 요구는 들어줘서는 안 됩니다.”

연태조와 을지문덕의 의견이 갈리자 영양 태왕은 한숨을 쉰다.

“두 사람의 의견도 갈리는군. 어찌한다?”

영양 태왕의 말에 연태조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태왕 폐하. 헌데 우리가 한 가지 빼 먹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응? 그것이 무엇인가?”

“왜 양광이 우리에게 생포 당할 것이라고만 생각하십니까? 그가 생포당하지 않고 전쟁에서 패해 수나라로 달아날 수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

“이 일에 대한 전제는 양광이 우리 고구려에 사로잡혔을 때입니다. 우리가 그를 붙잡으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이 고경이라는 자가 이런 조건을 내걸었으니 하는 말이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도 조건을 거십시오.”

“무슨 조건을?”

“듣자하니 그 자의 아들인 고덕홍이라는 자가 있다고 합니다.”

“설마… 고덕홍이라는 자를 이 도성에 볼모로 잡아 두자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그리고 이 도성에서 말단 벼슬이라도 주어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겁니다. 이 조건을 받아들여야 고경에게 요구를 들어준다고 하십시오.”

“그렇게 하면 오히려 받아들이지 않을 텐데?”

영양 태왕의 말에 연태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아닙니다. 오히려 받아들일 것입니다.”

“어째서?”

“건위장군에게서 온 서찰을 보니 고경은 매사에 철저하고 빈틈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본인도 양광이 잡히지 않았을 경우를 생각했겠지요. 그리고 그 양광이 누군가에게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을 겁니다.”

“양광이 누군가에게 죽는다?”

“그렇습니다. 수나라는 현재 우리 고구려와의 전쟁 준비로 대운하를 만들기도 하면서 군사를 끊임없이 모으며 식량도 계속해서 징발해 민심이 흉흉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와의 전쟁에서 패해 보십시오. 수나라 사람들이 양광을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과연…….”

“그도 불확실한 사실을 알고 있으니 오히려 우리의 이런 조치를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숙이며 들어올 것입니다.”

영양 태왕은 그제야 밝은 얼굴로 동현에게 보낼 서찰을 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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