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8화 동현, 몇 년 만에 백암성으로 돌아가다.
백제 무왕과 수나라의 양광이 고구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할 때, 동현이 있는 고구려는 거침이 없었다.
동현의 의견을 영양 태왕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전군을 조의화 했고 점령했던 신라 영토에 고요종을 총관으로 임명하여 민심을 다스리게 했다.
그리고 신라 영토에서도 수군을 양성하게 하여 수나라에 맞서기 위한 군의 규모를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동현은 이런 일을 직접 상주하면서 울절(3관등으로 재무와 인사권을 담당하는 관직)에 관련된 업무도 맡았는데 그 탓에 너무나도 바빴다.
식사도 거르기 일쑤였는데 그런 동현을 걱정해 부인들이 식사를 하면서 일을 하라고 할 정도였다.
‘후우… 바쁘다 바빠… 하지만 지금 이렇게 틀을 잡아 놓지 않으면 내가 백암성으로 돌아갔을 때 문제가 되는 걸 해결할 수 없게 된다. 틀을 잡아 놔야 쉽게 해결 할 수 있어!’
동현은 이 일이 고되기는 하지만 이것이 고구려를 부강하게 만들고 자신의 가문을 크게 만드는 일이라 생각했다.
‘중앙에서 2~3년만 고생하자! 그리고 백암성으로 돌아가는 거야! 틀만 잡아 놓고 가면 이제 우리 고구려는 수나라에 쉽게 대응하면서 바로 반격을 할 수 있다!’
동현은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일을 보았다.
* * *
2년 후.
606년이 되자 동현은 자신이 했던 일을 잠시 되돌아 보았다.
‘2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 허어… 네 번째 혼인까지 할 줄은… 그것도 회귀 전에 우리나라 최초 여왕이었던 사람과 말이야.’
2년 사이 동현에게 한 명의 부인이 더 늘어 있었다.
바로 신라의 두 번째 공주 덕만.
동현은 네 번째 부인을 맞이할 생각은 없었으나, 영양 태왕이 또 다시 동현에게 권유를 했다.
처음에 제안을 거절하였으나, 영양 태왕은 고위층 사람들이 신라 사람들과 혼인을 하고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야 이들도 우리 고구려 사람 중 하나라는 것에 잘 섞여 들어갈 수 있다며 밀어 붙였고 결국 네 번째 혼인을 하게 되었다.
덕만의 경우에는 자신의 언니인 천명 공주에게서 동현에 대해 종종 들었고 과거 상인으로 신라에 왔던 시절 이야기도 들었기에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그 혼인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네 번째 혼인을 하기가 무섭게 동현에게서 일곱째 아기가 태어났다.
첫째 부인인 정희에게서 아들과 딸, 둘째 부인인 화연에게서 딸과 아들, 셋째 부인인 난릉 공주에게서 아들과 딸이 태어났었는데 첫째 부인에게서 또 다른 아들이 태어난 것이었다.
‘회귀 전에는 결혼도 못해 봤던 내가 네 명의 부인을 두다니… 이거 참…….’
동현이 회귀 전 기억을 떠올리며 피식 웃는데 갑자기 밖에서 소리가 들린다.
“울절 어른!”
“무슨 일이냐?”
“이정 부군사님께서 오셨습니다!”
“그래? 들어오라 하여라!”
“예!”
동현이 허락하자 이정이 방 안으로 들어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말한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수고했네. 이제 태왕 폐하를 알현하여 돌아가기만 하면 되겠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전처럼 이 장안성(평양성)에 몇 명은 남겨 두어야 합니다.”
“그렇겠지. 아… 참. 사훈은 지금 어찌하고 있나?”
“사훈 군사는 여러 지역을 돌아보면서 정보를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 오후쯤에 장안성으로 돌아온다고 연통이 왔습니다.”
“그렇군. 그럼 이번에는 사훈과 함께 백암성으로 돌아가도록 하지. 자네는 신라 원정 때 큰 공을 세웠으니 사훈에게도 이제 공을 세울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나?”
“울절의 뜻대로 하십시오.”
“그리 말해 주니 고맙네. 그리고 이곳에서 자네가 해주어야 할 일이 있어.”
“무슨 일을 할지 하명만 하십시오.”
“이제 비사성과 서해 바다는 수군 총사인 주훈이 계속 관리를 하고 있고 석우는 동해 수군 총사로서 관리를 하고 있지.”
“그렇습니다.”
“수나라는 어떻게든 우리 고구려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아내려고 할 것이야. 상인들을 통해서 말이야. 하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이 장안성으로 많은 세작을 보내겠지.”
동현의 말에 이정은 다음 말을 바로 예상한 듯 대답한다.
“그 세작들을 제가 잡아내는 일을 하라는 것이군요.”
“역시 이정이군. 맞네. 비록 우리가 수나라에 대한 경계를 크게 하여 밖으로 정보가 새는 일이 많이 없다고는 하지만 한 동안 전쟁이 없었던 지금 한 순간에 경계가 느슨해질 수 있을 것이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그들에 대한 감사를 더 강화해서 수나라에 대한 경계심을 더욱 높이도록 하라는 말씀이시군요.”
“바로 보았네. 솔직히 말해서 해안가 쪽 즉 수군이 상주하고 있는 쪽은 걱정이 안 돼. 하지만 이 도성이나 국내성, 지방의 몇몇 성들은 걱정이 된다. 내가 간혹 가다가 을지문덕 대모달께 들은 것이 있어서 말이지.”
“알겠습니다. 제가 최소한 이 도성 안에 있는 세작들 만큼은 모조리 잡으려고 해보겠습니다.”
“그래. 부탁 좀 하겠네. 아… 그리고 혹시 모르니 백제도 경계하도록 해. 백제 세작들을 통해서 수나라가 정보를 얻어 갈 수도 있으니 말이야.”
동현의 말에 이정은 그리하겠다고 대답하며 방을 나간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사훈이 장안성으로 돌아와 동현을 찾아왔다.
“이 사람… 얼굴 보기가 참 힘들구만.”
“죄송합니다. 장군. 태왕 폐하께서 제게 장사 벼슬을 주신 이래로 외교를 담당하며 타국에 보내는 사절을 제가 담당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많이 바빴습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이제는 나를 따라 나서야 할 것 같아.”
“백암성으로 돌아가는 것입니까?”
“그렇다네. 일단 태왕 폐하를 알현하고 가야지. 나와 함께 가세.”
“예. 장군.”
그렇게 동현은 영양 태왕을 알현하러 대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래. 이제 갈 때도 되었지.”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소신이 백암성으로 가서 그 일대를 한 번 돌아보고 우리가 수나라를 맞이할 준비가 잘 되어 가는지 철저히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알겠네. 이제 보내줘야지. 사훈. 자네도 건위 장군을 잘 보좌하여 북방을 잘 지켜 주게.”
“예! 태왕 폐하! 소신의 목숨이 다 할 때까지 우리 고구려를 지킬 것입니다!”
“하하하! 그래! 그러고 보니 한 동안 태대사자의 자리를 너무 오랫동안 비워 두었어. 사훈 자네를 4관등인 태대사자로 임명하는 동시에 무관직인 좌장군을 겸하게 할 것이니 맡은 바 임무를 다하도록 하라.”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태왕 폐하!”
그렇게 동현과 사훈은 영양 태왕에게 격려를 받으며 백암성으로 떠나기 위한 허락을 받았다.
동현은 영양 태왕을 알현하고 장안성의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수하들을 모아놓고 명령했다.
“여기 이정과 함께 전사웅을 예전처럼 남기고 갈 것이네. 그러니 이번에는 사훈과 함께 왕고중도 나와 함께 백암성으로 간다.”
“알겠습니다! 장군!”
“아… 그리고 조용과 박준은 아직 당항성에 있는가?”
“아닙니다. 최근 백암성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둘 중 한 명을 이 도성으로 오게 해서 이정과 함께 일을 보도록 하는 것이 좋겠어. 저번에 이정 자네가 전사웅과 둘만 있으니 불편한 점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습니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둘 중 한 명을 더 붙여주겠네. 누구와 함께 하겠는가?”
“박준과 함께 하겠습니다.”
“알겠네. 지금 바로 전령을 띄워서 빨리 이 도성에 오게 하지.”
“감사합니다. 장군.”
“수고해 주게.”
동현은 이정과 전사웅을 격려하며 백암성으로 향했다.
동시에 그곳의 백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습들을 살핀다.
“확실히 이전과 비교해서 백성들 모습이 많이 나아졌군.”
“많이 나아진 정도가 아니라 훨씬 좋아졌습니다. 장군. 이 모든 것이 장군께서 나라를 위해 힘쓰셨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해야 할 마땅한 일이지 않은가? 자… 얼른 가세. 백암성으로 얼른 가서 그곳에서 수나라에 대한 정보를 본격적으로 살펴봐야겠어!”
“예. 장군.”
동현은 그렇게 백암성으로 길을 재촉한다.
며칠 뒤, 동현이 드디어 백암성 가까이에 이르자 동현의 수하들과 관리들이 배웅을 나와 있었다.
“오셨습니까? 장군.”
“그래. 헌데… 저 뒤의 사람들은?”
“예. 장군께서 돌아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장군을 환영하기 위해 나온 백성들입니다.”
“허어… 강제적으로 동원한 것이 아닌가?”
“절대 아닙니다. 저들이 자발적으로 장군을 환영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백성들입니다.”
“먹고 살기도 바쁠 텐데 나를 위해서 나오다니… 미안하구나.”
“장군께서 워낙 이 백암성의 백성들을 어여삐 여기시고 잘 다스리지 않으셨습니까? 그에 대한 백성들의 대답이라고 여기면 될 것입니다.”
“대답이라… 그래. 그 말도 맞군. 이제부터는 걸어서 가야겠어.”
“예? 말을 타고 가시지 않고…….”
“백성들이 나를 위해 문 앞에 도열하여 서 있네. 오랜 시간 나를 기다렸을 텐데 말에서 그들을 바로 지나치면 되겠나? 손이라도 어느 정도 흔들어 주고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지!”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더니 말에서 내린다.
그러고는 한쪽에는 말고삐를 쥐고 한 손으로는 백성들의 환대에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사훈이 군사를 시켜 동현의 말고삐를 잡고 잠깐 동안 끌게 한다.
덕분에 동현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고 백성들이 있는 곳에 다가가 몇몇 이들과 악수를 하기도 하고 어깨를 두들겨 주며 위로했다.
“나를 위해 이렇게 나와 주어서 고맙네.”
“장군께서 이 백암성을 잘 다스려 주셔서 저희가 잘 먹고 잘 살게 되었습니다! 장군께서 돌아오신다는데 당연히 나와야지요!”
“그렇습니다! 장군! 앞으로 계속 이 백암성에 계시면서 저희를 살펴주십시오!”
“그래. 그리 말해 주니 고맙구만.”
“아이쿠! 제 손은 방금 농사를 짓다 와서 더럽습니다!”
“더러우면 어떤가? 나중에 물로 씻으면 될 일! 별 거 아닐세.”
“장군…….”
“음? 자네 아들과 딸인가 보군?”
“그렇습니다. 장군.”
“고놈들 참 똘똘하게 생겼구나. 한 번 안아 봐도 되겠는가?”
“물론입니다. 장군!”
동현은 한 백성의 아들과 딸을 양손에 안으며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어머니, 아버지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 알겠느냐?”
“예. 장군! 저도 커서 장군 같은 사람이 될 겁니다!”
“하하하! 그래! 그리 말해주니 고맙다! 하지만 그리 되자면 일단 잘 먹고 쑥쑥 커야 한다. 그리고 경당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배우거라! 그래야 나처럼 될 수 있다. 알겠느냐?!”
“예! 장군!”
“하하하! 그래! 자… 이제 내려가자!”
동현이 두 아이를 내려놓으며 그 아버지인 백성에게 말한다.
“두 놈이 참으로 똘똘하군. 내가 조만간 이 백암성에 경당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교육을 받을 기관을 또 따로 만들 것이네. 그게 아니라면 경당에서 배울 과목을 늘리든지 말이야. 나중에 기관이 따로 만들어지거나 새로운 과목들이 많이 생기면 그 과목들도 이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게 하게. 잘 갈고 닦으며 큰 인물이 될 것 같아.”
“제 자식들을 그리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동현은 그렇게 많은 백성들과 섞여가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백암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 덕분인지 성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날 밤…….
“정말 놀라웠습니다. 백성들이 그렇게나 많이 장군을 배웅하기 위해 나오다니 말입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장군.”
“별 말을… 자네도 성 하나를 맡았으면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야. 자네는 그만한 능력이 충분히 되는 사람이니 말이야.”
“과찬이십니다.”
“그나저나… 내가 몇 년 만에 이 백암성에 돌아온 만큼 그 동안 백암성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보고서라도 가져오라고 했는데?”
“안 그래도 제가 가지고 왔습니다. 여기…….”
사훈이 백암성에 관련된 문서를 동현에게 건넨다.
동현은 도성으로 떠나 있음으로 인해 한 동안 백암성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꼼꼼하게 내용들을 살펴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