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화 영양태왕은 연회를 베풀며 동현에게 앞으로 일을 묻다.
진평왕이 항복함으로써 신라가 멸망하고 고구려에 병합되는 것을 본 동현은 본래의 역사에서 1,000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말하던 신라가 300년 이상 앞당겨서 고구려에 의해 멸망하자, 매우 기뻐하면서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제부터 본 역사와 완전히 달라졌다. 그러니 앞으로 생길 변수는 나도 함부로 예측할 수 없어. 조심해야 해.’
동현이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하며 생각을 정리하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이번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용양장군 김동현은 앞으로 나오라!”
“예! 태왕 폐하!”
동현은 단상 위에서 영양 태왕이 자신을 부르자 앞으로 가 군례를 올린다.
그러자 영양 태왕이 큰 소리로 모든 사람들에게 말한다.
“여기 용양장군 김동현의 높은 계책으로! 오늘날 우리가 신라를 병합하고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전부 그의 계획 하에 된 바… 포상을 아니 할 수 없다! 그대에게 무관직에서 장군직에서 최고 직책인 건위장군에 임명하겠다! 이 직책은 대모달과 모달의 바로 다음 가는 우리 고구려의 무관직에서 세 번째로 높은 벼슬이니 만큼 앞으로도 맡은 바 책무를 다하며 계속해서 큰 공을 세우기를 바란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태왕 폐하! 소신… 항상 태왕 폐하와 나라에 충성을 다 바치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문관직도 4관등인 태대사자에서 3관등인 울절(3관등으로 재무와 인사권을 담당하는 관직)로 승차를 시킬 것이니 백암성에 있을 때는 건위장군으로, 중앙에 있을 때는 울절로서 맡은 바 책무를 다할지어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태왕 폐하!”
“기존의 울절 벼슬에 있던 추정호는 나이가 많아 곧 낙향을 한다고 했으니, 그에게 인수인계를 받도록 하라!”
“예! 태왕 폐하!”
동현의 승차에 그와 친한 사람들과 수하들은 매우 기뻐한다.
그런데 그 기쁨은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여기 건위장군과 함께 신라를 점령했던 장수들에게도 공에 따른 승차와 배분이 있을 것이다. 막리지!”
“예! 태왕 폐하!”
“건위장군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특별히 이야기를 했으니 나머지는 자네가 발표를 해주게.”
“예! 태왕 폐하! 지금부터 다들 잘 들으시오! 나 막리지 연태조는 태왕 폐하의 황명을 받아 이번 신라 정복에 공을 세운 자들에게 논공행상 내용을 발표할 것이니 잘 들으시오!”
연태조는 큰 소리로 이렇게 말을 하더니, 자신이 들고 있던 겸백(글을 쓸 수 있는 비단.)으로 된 권자본(두루마리로 된 책을 뜻함.)을 펼치며 각자의 공을 말하고 그에 따른 포상 내용을 말해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주요 장수들은 모두 발표를 했으며 그 밑의 장수들이나 군사들의 경우 그 수가 너무 많으니 발표를 하지 않고 교지(임금이 내리는 명령 문서를 뜻한다.)로 따로 내려 줄 것이다. 이상!!”
영양태왕은 모든 발표가 끝나자 옥좌에서 벌떡 일어나 말한다.
“오늘은 우리 고구려가 신라를 병합하고 하나가 된 경사스러운 날이다! 모두 연회를 열 것이니 다들 마음껏 먹고 마시며 즐기자!”
“와! 와!”
“그와 동시에! 백성들에게도 이 일에 대해 알리도록!!”
“예! 태왕 폐하!!”
그렇게 영양태왕은 모든 일정을 마무리 하고 연회를 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패주인 진평왕과 그 황실 가족들도 함께 했다.
하지만 영양태왕이 누구보다도 신임하는 사람은 역시나 동현이었다.
“건위장군은 이리 와서 내 잔을 받으라.”
“예. 태왕 폐하.”
동현은 무릎을 꿇고 영양태왕이 내리는 어주를 받아 마셨다.
“정말 고생이 많았네.”
“아닙니다. 태왕 폐하. 저 말고도 많은 장수들이 고생했습니다.”
“하하하! 자네가 그리 말할 줄 알았네. 자… 한 잔 더 받지!”
“예! 태왕 폐하!”
그렇게 영양태왕은 동현과 술을 마시며 한 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예전에 자네가 말했던 대로 모든 것이 술술 풀리고 있어. 그렇기에 오늘이 정말 기쁘다네.”
“아직 멀었습니다. 태왕 폐하. 태왕 폐하께서 생각하시는 나라는 고작 신라를 병합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래. 자네 말이 맞아! 과거 우리 고구려의 전성기를 열었던 광개토태왕 폐하처럼 되는 것이 내 꿈이었지! 암!”
“저도 우리 고구려가 과거의 영광을 넘어 더 큰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큰 꿈을 꾸고 있는 사람입니다. 과거 제 꿈을 태왕 폐하와 공유를 하였을 때… 소신의 마음은 얼마나 벅차올랐는지 모릅니다.”
“나도 그랬다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하루라도 빨리 저 북쪽으로 가고 싶어.”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후방은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으니 신라를 이번에 병합을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거기다 신라의 영토를 병합하면 땅이 비옥한 곳이 많아 농사도 잘 되니 군량에 대한 문제도 금세 해결 할 수 있고 말입니다.”
“맞아. 과거 광개토태왕 폐하께서는 두 세력을 없애지 않고 다독이면서 북쪽으로 나아가셨지. 당시에는 그것이 꽤 훌륭한 전략이었어. 헌데 그것이 훗날 오히려 독이 되었지. 특히 신라 말이야. 우리 뒷통수를 엄청나게 쳐대지 않았는가?”
“맞습니다. 장수태왕 폐하 때는 백제와 동맹을 맺고 우리에게 대항하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영양태왕은 동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맞아. 그랬지. 하지만 당시 장수태왕 폐하의 특유의 외교와 군사 운영으로 백제의 개로왕을 죽였고 신라의 공격도 효과적으로 막아냈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앞서 태왕 폐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에게 좋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지금까지 끌고 온 것이고 말입니다.”
“그래. 그래서 자네가 신라 병합을 제안했지. 그리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고 말이야.”
영양태왕은 말을 마치더니 눈앞에 놓인 술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동현에게 묻는다.
“자… 이제부터는 어찌하면 되겠나? 다음 계획 말이야.”
“백제를 살피십시오.”
“백제를?”
“예. 폐하. 그들은 우리와 약속을 하고 우리는 당항성을, 그들은 대야성을 점령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태왕 폐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우리는 당항성을 점령한 반면 그들은 대야성을 점령하지 못해 군을 물렸습니다. 그랬기에 신라왕이 상가(경북 고령의 옛 이름)로 도주를 하려 했던 것이고 말입니다.”
“그랬지. 헌데 그게 왜?”
“본래 백제와의 약속은 우리는 당항성을, 그들은 대야성만을 공략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다른 곳을 공략하더라도 사전에 통보를 해주기로 했지요. 헌데 이번에 우리가 신라를 아예 병합해 버렸습니다. 그렇다면 백제는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우리의 약속 위반이라고 하겠군.”
“맞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에 맞받아칠만한 말을 준비하면 됩니다.”
“어떻게 대답하면 되겠나?”
“아주 간단합니다. 그들은 대야성을 결국 점령하지 못하여 군을 물렸습니다. 그렇다면 그들과의 약속은 끝났다고 봐야합니다.”
“허어… 사신이 오면 그렇게 말을 하라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영양태왕은 동현의 대답에 의아해 한다.
“백제는 그 말을 들으면 오히려 화를 참지 못 할 걸세.”
“그 때는 이렇게 말씀하십시오.”
“……?”
“당시에 우리가 당항성을 칠 때는 백제의 백기라는 자가 와서 같이 공격해 점령을 했었습니다. 신라에게 우리 두 나라가 힙을 합쳤다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 매우 컸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대로 먹혀들어 신라는 한동안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나도 보고를 받고 알고 있네.”
“그래서 우리도 백제 측에 제안을 했었습니다. 대야성을 점령하기가 힘들다면 고구려 군사를 보내어 도와주겠다고 말입니다.”
“기억나는군. 자네가 백제 측에 제안했는데 거부했다고 들었네만?”
“맞습니다. 당시에 대야성 앞에서 우리 고구려가 함께 하고 있는 것을 신라군이 보았다면 분명 그들의 사기는 더욱 쉽게 떨어졌을 것이고 점령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백제는 그것을 거절했습니다.”
“그것을 명분으로 삼자?”
“그렇습니다. 그들이 대야성 점령에 대해 우리 고구려에 구원군을 청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당항성에선 우리가 주가 되고 백제가 보조를 맞추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항성은 우리 영토의 성이 되었고 말입니다.”
동현의 말에 영양태왕은 다음에 나올 말이 어떤 말인지 예상하고는 선수를 친다.
“그렇군. 백제는 대야성을 꼭 자신들의 영토라 가지고 가고 싶었던 것이야. 우리가 보조를 맞춰 대야성을 돕는다고 하더라도 혹시나 우리가 지금까지 약속을 어기고 자신들을 공격이라도 하면 모든 것을 다 망치는 일이 되니 자신들의 힘으로 점령하려고만 했겠지!”
“바로 보셨습니다. 우리는 그 점을 걸고넘어지는 겁니다. 우리는 순수한 마음에서 너희를 도우려고 했는데 너희가 거부했다. 그러니 모든 약속은 거기서 깨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수가 있었군. 과연…….”
“거기다 너희들이 대야성에서 군을 아예 물렸으니 그 약속은 이미 없어진 것이 아니냐고 반박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겁니다.”
“그렇군. 하지만 좀 전에 자네가 하던 말과 뜻이 다른 것 같네. 자네는 백제를 다독이라고 하지 않았나?”
동현은 영양태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다독 거려야 합니다.”
“좀 전에 말한 것을 들으면 다독이는 것이 아니라 백제를 화나게 하는 것 같은데… 다독거릴 방법이 있는가?”
“한 가지 있습니다. 이것을 백제에게 주면 백제는 금방 마음을 풀 겁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백제 성왕의 목입니다.”
“……!”
“제가 알기로 백제 성왕의 몸은 신라에서 백제로 돌려보내졌으나 그 목은 신라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라왕이었던 김백정에게 물으면 어디 있는지 알려 줄 것입니다.”
“그렇군! 내가 알기로 백제 성왕은 신라 진흥왕에게 죽고 그 목은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으니 그 목을 돌려주고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말하면 분명 마음을 풀 것이야!”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우리 고구려가 수나라와 싸울 동안 백제가 최소한 우리 후방을 공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니 나무로 몸을 깎아서 만들어 주고 그 위에 목을 붙여 성대히 장사지내 주시옵소서. 그렇게 하면 백제는 마음을 푸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에게 고맙다는 표현까지 하며 한 동안은 잠잠해질 것입니다.”
동현의 말에 영양태왕은 무릎을 치며 기뻐한다.
“정말 좋은 생각이로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수나라와 전쟁을 준비하면서 병합한 신라에 대한 민심과 내실을 다지자는 것이군?!”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이제 한 동안은 군사를 움직이지 말고 점령한 지역에 대한 민심을 살피고 내실을 다지는 것이 취우선입니다. 더불어 우산국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우산국에?”
“예. 태왕 폐하. 그곳은 섬인 동시에 왜와도 쉽게 교류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곳을 우리 고구려와 왜가 무역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적극 활용하신다면 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음… 신라를 점령함으로써 다 가까운 곳에서 왜와 무역을 할 수 있는데, 굳이 우산국에서 왜와의 무역을 크게 하자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산국 주변 바다를 활용하면 왜 뿐만 아니라 다른 곳으로도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대부분 수나라와 백제, 왜와만 대부분 무역을 하는데 그것을 확대하려면 이곳이 아주 좋은 곳입니다. 동쪽 바다 쪽으로 무역을 넓히기에는 말입니다.”
“으음…….”
“그리고 기회가 되면 남쪽의 탐라국(제주도의 옛 명칭.)과도 무역을 시도해 보시옵소서.”
동현의 말에 영양태왕은 매우 놀란다.
“탐라국? 탐라국이라 하면 백제의 영향에 있는 섬나라가 아니오?”
“그렇습니다. 비록 백제의 영향권에 있다고는 하나 그곳은 수나라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나라와도 무역을 할 수 있는 좋은 위치입니다. 그러니 사신을 보내서 한 번 무역을 시도해 보시지요.”
“으음…….”
“우리는 수나라에 비해 영토가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국력이 많이 모자라지요. 그런 차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많은 재물이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는 무역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네는 지금까지 상단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었군.”
“그렇습니다. 태왕 폐하. 재물이 많으면 나라를 살찌울 수 있습니다. 백성들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으며, 그것은 우리 같은 귀족이나 황실 사람들에게도 돌아옵니다. 태왕 폐하를 믿고 따르며 나라가 필요할 때 앞장서서 싸우려고 할 것이고, 부역과 세금 또한 문제없이 바칠 것입니다. 그렇게 백성들의 세금을 받으면 자연히 재물은 많아질 것이며 그 재물로 나라를 운영하고 이끌어 가는…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나라가 아니겠습니까?”
“이상적인 나라라…….”
영양태왕은 동현의 말에 매우 흥미로워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