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화 김후직의 최후와 이석의 월성 점령.
김서현이 허손의 창대에 맞아 말에서 낙마하자 고구려 군사들은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듯이 그를 포박한다.
“크윽……!”
“신라의 김서현을 나 허손이 생포했다!!”
허손이 이렇게 외치자 안 그래도 곤두박질 쳐 있던 신라군의 사기는 더더욱 떨어졌고 항복하는 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장군!! 대단한 전과입니다! 포로로 1만의 군사를 잡았으며 약 3만의 군사를 이곳에서 섬멸시켰습니다!”
“우리 군의 피해는?”
“사망자 50명에 중상 27명, 가벼운 부상 12명 정도가 됩니다.”
동현은 보고를 듣자 마음 아파한다.
“우리 군사가 50명이나 죽었다니… 그들의 시신을 잘 수습해라. 그들은 나라를 위해 싸운 영웅들이야. 알겠나?”
“예! 장군!”
“그리고 부상자들도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알겠습니다!”
“전과에 대해서 계속 말해 보게.”
“예! 말 70여필을 노획했으며! 군량으로 반 년 치는 먹을 수 있을 만큼 노획했습니다! 그리고 창 1,500자루, 칼 1,300자루를 노획했으며 활과 화살도…….”
동현은 군사에게 피해상황과 동시에 전과에 대해 세세하게 보고를 받았다.
모든 보고를 받은 뒤 동현은 군사들을 한 군데 모은다.
“모두 듣거라! 이제 우리는 신라의 목구멍이라고 불리는 조령과 죽령을 넘었다! 이제는! 저들의 심장부인 서라벌로 갈 것이다! 가서! 신라의 항복을 받고 우리 영토로 만들자!”
동현의 말 한 마디에 고구려 군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폭발했다.
동현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는 옆에 있는 이정을 보며 말한다.
“이 모든 것이 자네의 공로일세. 자네가 신라군이 시간을 끌 것을 예상하고 우회해서 이곳에 파진포를 매설하지 않았더라면 전쟁은 분명 길어졌을 것이야.”
“이게 어찌 모두 제 공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결정은 장군께서 하셨습니다.”
“하하하! 자네는 사훈과 마찬가지로 너무 겸손해. 아무튼 자네의 공을 태왕 폐하께 꼭 상주할 것이니 그리 알게.”
“예. 장군. 감사합니다.”
“자!! 우리는 이곳에 영채를 세운다! 다음 군량이 올 때까지 푹 쉬고!! 서라벌로 단숨에 이동을 하는 거다!!”
그렇게 동현의 명령에 의해 고구려 군은 신라군을 섬멸한 위치에 바로 영채를 세웠다.
그리고 근혁이 군수물자를 운반해오기를 기다렸다.
* * *
한편, 신라의 서라벌에서는…….
“허어… 명활산성을 이렇게 쉽게 점령할 줄이야. 신라 놈들… 안쪽으로는 정말 허약하구나.”
“그렇습니다.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우리 고구려에게는 잘 된 일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래. 전열을 정비한 후 바로 월성으로 갈 것이니 바로 준비해라.”
“예! 장군!”
이석이 한 군사에게 명령을 내리는데 그 때 옆에 있던 석우가 말한다.
“우장군. 그럼 저는 바로 월성 근처의 신라 금성(서라벌)으로 향하겠습니다.”
“오! 총사! 그러시오. 부탁하겠소.”
“예. 장군. 월성을 점령하시면 바로 전령을 보내 주십시오. 저도 이 금성을 점령하면 바로 전령을 보내겠습니다.”
“그리 하겠소.”
“고구려 수군들은 모두 듣거라!! 우리는 월성 근처의 금성으로 향한다! 바로 움직여라!”
“예!! 총사!”
그렇게 석우는 수군들을 이끌고 빠르게 이동을 했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보던 이석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 고구려의 미래가 밝음이야. 저런 젊고 훌륭한 장수들이 나오니 말이야.’
이석은 석우의 장수다운 모습에 만족감을 느끼며 군사들을 재촉했다.
“빠르게 전열을 정비해라! 속도가 생명이다!”
“예! 장군!”
그렇게 이석은 빠르게 군을 정비한 후 월성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너는 지금 월성으로 가서 신라군에게 항복하라고 전하라. 항복하지 않으면 전부 살려 두지 않겠다고 말이야.”
“예! 장군!”
석우는 자신의 앞에 있던 한 군사에게 명령했고 명령을 받은 군사는 앞으로 나아가 외친다.
“신라군은 항복하라! 항복하는 자들은 살려 주되! 항복하지 않으면 전부 다 죽이겠다!”
그 군사의 말에 월성에 있던 김후직이 외친다.
“우리는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최후의 한 사람까지 저항 할 것이니 이곳을 뚫을 수 있으면 뚫어 봐라!”
김후직의 말을 들은 군사는 그 말을 그대로 이석에게 전했다.
“그래? 그렇게 말했단 말이지?”
“예. 장군.”
“그 자가 김후직이라고 했나?”
“예. 신라의 병부령이라고 했습니다.”
“신라의 병부령이라… 병권을 쥐고 있는 자라 이거군.”
“그렇습니다.”
“들은 적이 있다. 신라에 김서현과 함께 병법에 있어서는 매우 뛰어난 자라고 말이야. 음… 만만치 않겠군. 아… 참! 화포가 언제쯤 도착한다고 했지?”
“예. 이틀에서 사흘 정도가 걸릴 것입니다.”
“이틀에서 사흘이라…….”
“일단 공격을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장군.”
“그렇지. 단 뚫지 못하겠다 싶으면 무리해서 공격 할 필요는 없다.”
“화포를 기다리셨다가 공격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하지만 그랬다가 조령에 있는 신라군이 돌아오기라도 한다면 큰 낭패를 볼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 그 조령의 군사들은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용양장군이 그들을 가만히 둘 리가 없으니 말이야.”
이석의 말에 수하 장수는 걱정스러워 한다.
“하지만 장군. 만일이라는 것이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렇지. 하지만 아직 아무 소식이 오지도 않았는데 걱정부터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까지 우리는 모든 계획이 잘 되고 있어. 그러니 우리도 일단 그에 맞춰서 전략과 전술을 준비한다.”
“음…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 말거라. 만일에 대한 준비도 내가 나름대로 해놓았으니 말이다.”
“예! 장군!”
“자… 그럼 첫 번째 공격을 시작해보지. 전군 공성장비를 준비하라고 하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이석은 월성으로의 공격을 시작했다.
“충차를 앞세워 성문을 파괴해라! 그리고 사다리를 타고 성벽을 올라라! 공격!!”
“와! 와! 공격!!”
“성문 위에 있는 신라군을 쓰러뜨려야 한다! 우리 군사가 성 위로 오르기 전까지 쇠뇌를 쏴서 저들을 무력화 시켜라!”
“예! 장군! 모두 쇠뇌를 쏴라!”
“쏴라!!”
슈슈슉! 슈슈슈슉!!
퍼어어억! 퍼어억! 퍼억!
“커… 커억!!”
“으으윽…….”
본격적인 고구려 군의 공격이 시작되자 김후직은 신라군에게 외친다.
“고구려 군이 온다! 저들을 막아라! 충차에 기름을 붙고! 불화살을 쏴라! 그리고 사다리를 밀어내도록 해!!”
“예!”
“이놈들! 어딜 올라오려고?!”
“어?? 어!!”
“맛 좀 봐라! 고구려 놈들!!”
촤아아악!!
“어?? 이… 이건? 기름이다!”
치이익!!
화르르륵!!
“으아악! 으악!!”
“충차에 불이 옮겨 붙지 못하게 해!”
신라군의 저항은 정말 대단했다.
이 월성이 뚫리면 자신들의 나라가 망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에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신라군이었다.
“아주 잘 하고 있다! 조금만… 조금만 더 힘을 내라!!”
김후직은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외치며 군사들을 독려했다.
그 모습을 본 이석은 수하 장수에게 명령한다.
“오늘은 이만해야겠군. 군을 물려라.”
“알겠습니다. 장군. 전군! 퇴각 신호를 울려라!”
“예!”
그렇게 이석은 성을 공격하던 군사들을 퇴각시켰다.
그리고 그날 밤.
“우리 군의 피해는 얼마나 되느냐?”
“예. 죽은 자는 1천 여명이며 부상자 또한 1천 여명 정도가 됩니다.”
“으음… 중한 부상을 당한 자는 없고?”
“예. 현재로서는 그리 보입니다.”
“생각보다 저항이 강력해. 내일 하루는 푹 쉰다. 대신 신라군들에게 욕을 하면서 도발을 하도록 해라.”
“그런 식으로 시간을 끄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저들은 절대 성문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저들도 우리만큼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니 말이야. 거기다 군사 수도 우리보다 적지 않느냐?”
“그렇습니다. 5천이 고작입니다.”
“그래. 그러니 저들을 도발해서 밖으로 끌어내려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좀 전에 저들은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그렇지. 군사 수가 부족한 만큼 절대 나오지 못하겠지. 다만 저들에게 우리가 나오기를 바란다는 인상을 심어 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아…….”
“우리가 도발을 하면 저들은 분명 자신들을 성문 밖으로 끌어내려고 도발하는 것이라 생각할 것이야. 그렇다면 더욱 더 성문을 굳게 닫고 나오지 않겠지. 그것만 해도 우린 성공이다.”
이석의 말에 수하 장수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렇게 해서 화포를 기다리시는 거군요.”
“맞다. 저 월성을 우리 군사들이 많이 상하지 않게 점령하려면 화포가 반드시 필요하다. 화포를 운반해 오기를 잘했군. 석우 부총사에게 말해 두길 잘했어.”
“그렇습니다. 그런 무기는 저도 생전 처음 봅니다.”
“그만큼 용양장군이 대단한 것이다. 그분이 주도해서 개발했다고 하니 말이야. 앞으로는 용양장군이 이 나라를 이끌어 가게 되겠지.”
“장군도 그에 못지 않으십니다.”
“하하하!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나. 자… 오늘은 군사들을 치료하면서 군사들이 휴식할 수 있도록 한다. 경계병을 배로 늘려 신라군의 기습에 대비하되 경계를 서지 않는 군사들에 한해서는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라.”
“예! 장군!”
그렇게 이석은 월성을 피해를 최소화 하며 점령하기 위해 일보를 후퇴했다.
그리고 며칠 뒤.
“장군! 화포가 왔습니다!”
“오! 그래?”
“예! 다섯 개는 수군 쪽으로 향하고 있으며 우리 쪽으로 다섯 개가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자… 이제 월성을 넘자! 군사들에게 월성을 공격할 준비를 하라고 하라!”
“예! 장군!”
그렇게 이석은 화포가 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월성 공격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날 밤.
“화포를 쏴라!!”
“쏴라!”
콰아앙! 콰아앙! 콰아앙!!
퍼어엉! 퍼엉! 퍼어엉!
“으아악!”
“아아아악!!”
“사… 살려줘!!”
“대체 날아오는 이것이 무엇이냐?!”
“저희도 모르겠습니다! 병부령 어른! 날아오고 나면 바로 큰 굉음과 함께 무언가가 저희를 공격합니다!”
“……!!”
“화포 한 개는 성문을 겨냥해 집중 타격한다!”
“예! 장군!”
콰아앙!!
퍼어어엉!!
“한 번 더!”
콰아아앙!
퍼어어엉!!
“성문이 깨졌다! 전군 성문 안으로 진입하라!”
“와! 와! 돌격!”
“서… 성문이 뚫려서는 안 된다! 막아라!”
“와! 와!”
화포로 연달에 성문을 겨냥해 공격하자 월성의 성문은 깨지고 말았다.
그 사이 이석은 고구려 개마무사들에게 명령하여 월성 안으로 진입을 했다.
김후직은 그런 고구려 군을 막으려 필사적이었으나 고구려 개마무사들은 삼국 중 기병이 가장 강한 최강의 군대.
수나라 군사들마저 벌벌 떨게 하는 정도의 군대이니 만큼 신라군은 순식간에 개마무사들에게 쓸리고 만다.
김후직은 그 모습을 보고는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이렇게 우리 신라가 끝나는 것인가…….”
“병부령 어른! 피하십시오!”
“어딜 피한단 말인가? 우리 신라가 문을 닫을 수도 있는데 말이야.”
“병부령 어른…….”
“나는 신라인이다. 끝까지 싸우다 죽을 것이야! 그러니 너희는 항복하고 싶으면 해라.”
김후직의 말에 주변에 있는 군사들이 외친다.
“저희도 모두 신라인입니다! 병부령 어른을 따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병부령 어른!”
“못난 놈들… 사지로 들어가는 길이다. 그렇게 나랑 같이 저승으로 가고 싶더냐?”
“물론입니다. 그 동안 저희의 고충을 뒤에서 다 들어 주시고 도와주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병부령 어른을… 곁에서 모실 수 있게 돼서 영광이었습니다!”
“나 같은 못난 놈을 따라 주어서 고맙다. 자… 이제 가 보자! 모두 각오는 되어 있겠지?!”
“예! 병부령 어른!”
“좋아. 간다! 돌격!!”
“와! 와! 와!”
그렇게 김후직은 월성이 고구려 군에게 자신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끝까지 싸웠다.
그리고…….
“크윽… 이렇게 죽는구나. 폐하… 반드시… 반드시 우리 신라를 꼭 다시 부흥시키시옵소서! 으윽…….”
김후직은 온몸에 화살이 꽂힌 채 벌집이 되어 죽었다.
고구려 군도 그런 김후직의 모습을 보고 질려 버렸다.
“허어… 온 몸에 화살을 맞고 서서 죽다니…….”
“적장이지만 정말 대단했습니다. 생포하려고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해서 활을 쐈습니다. 죄송합니다. 장군.”
“아니다. 내 익히 김후직에 대한 명성을 듣고 있었어. 이 신라에서 무예 뿐만 아니라 병법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자라고 말이지. 과연… 그 명성에 걸맞는 자였다. 이 자의 시신을 수습해서 후하게 장사지내 줄 수 있도록 하라!”
“예! 장군!”
이렇게 신라는 김후직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수도인 월성을 빼앗기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