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화 동현, 이정의 계책을 받아들여 신라군을 기습하다.
동현은 급히 자신의 막사를 지키던 군사를 불러 이정을 불러오게 한다.
“부르셨습니까? 장군.”
“그렇네. 내 잠시 할 말이 있어서 불렀어.”
“……?”
“좀 전에 근혁이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의견을 냈는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말이지. 한번 들어 보게.”
동현이 이렇게 말을 하자 이정은 경청하겠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근혁이 좀 전에 동현에게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한다.
“허어…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겁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저도 장군의 말씀대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
“김서현은 만만한 자가 아닌 만큼 우리가 기습적으로 공격을 한다 해도 어느 정도 준비는 해 놓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건 나도 동감하네. 하지만 가능성은 보여. 신라군 숫자를 확실하게 줄일 수 있는 방법 말이야.”
“저도 그렇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근혁님. 부족한 저를 일깨워 주셔서요.”
“별 말을…….”
이정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눈앞에 높인 지도를 본다.
그리고 그 위에 있는 말을 이곳저곳으로 움직이더니 말한다.
“장군. 계획이 나왔습니다.”
“벌써 말인가?”
“예. 근혁님의 말씀을 들으니 크게 깨닫는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잘 됐군. 어디 한번 설명해 보게.”
“예. 그게…….”
이정은 자신이 생각한 전략과 전술을 동현과 근혁에게 설명했다.
두 사람은 이정의 설명을 듣고는 감탄한다.
“역시 대단하군. 그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다니… 난 자네가 없었으면 우물 안 개구리였을 것일세.”
“과찬이십니다. 장군.”
“모든 장수들에게 이 전략과 전술에 대해 설명을 해줘야겠군. 지금 당장 장수들을 불러 모으게.”
“예! 장군!”
그렇게 동현의 명령에 의해 모든 장수들이 막사로 모여들었다.
그 후에는 이정으로부터 신라군의 숫자를 확실하게 줄일 전략과 전술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 * *
사경(새벽 1시에서 3시 사이)쯤이었다.
모두가 잠들었을 것 같은 시간에 은밀히 군사를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장군. 이제 시작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네. 돌석비. 잘 부탁하네.”
“염려 마십시오. 장군.”
“자… 그럼 시작한다! 전군! 돌격!!”
“와! 와! 와!”
새벽에 은밀히 군을 움직였던 사람은 동현과 고구려 군사들이었다.
근혁의 조언과 이정의 전략과 전술대로 동현은 신라군 진영을 기습 공격했다.
두두두두두두두!!!
“이… 이게 무슨 소리냐?!”
“총관 어른!! 고구려 군의 기습입니다! 개마무사들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런… 눈치를 챈 것인가? 빨리 기습에 대비한 전법으로 전환한다! 당황하지 말고 우리가 항상 훈련하던 대로 말이야!”
“예!”
김서현은 예상치 못한 고구려 군의 기습에 순간 당황했지만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 했기에 어느 정도 대비를 해두었다. 하지만…….
“하늘 위로 효시를 쏴라!”
“예! 장군!!”
씨이이이잉!!
하늘 위로 효시과 쏘아지자 진영 반대편에서 또 다른 고구려 군사들이 신라 진영 안으로 기습해 들어온다.
“고구려의 돌석비가 왔도다! 누가 나를 상대 하겠느냐?!”
돌석비는 이렇게 큰 소리로 외치고는 자신의 주 무기인 검과 철퇴를 휘두르며 신라군을 휩쓸기 시작한다.
퍼억!!
“쿠어어억!!”
퍼어억!!
“커… 커억!!”
돌석비가 철퇴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추풍낙엽으로 쓰러지는 신라 군사들.
김서현은 기습이 한 쪽 방향에서만 온 것이 아니라 양쪽에서 왔다는 것을 알게 되자 당황한다.
‘아니? 언제 고구려 군사가 저쪽까지 이동했단 말인가? 제기랄…….’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고구려 군의 움직임에 당황했지만,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고는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잠시 후…….
“모두 저곳을 뚫고 빠져나간다!! 나를 따르라!!”
“와! 와! 총관 어른을 따르자!!”
김서현은 돌석비 쪽에 있는 군사 수가 적은 것을 보고는 그곳을 뚫고 돌파해 궁지에 몰린 것을 벗어나려 했다.
돌석비는 그런 김서현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척 하며 길을 내준다.
“이때다!! 빠르게 빠져나간다!!”
“저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끝까지 추격하라!!”
김서현이 돌석비가 있는 곳을 신라 군사들과 함께 빠져나가는 것을 본 동현이 큰 소리로 명령을 내리자 고구려 군도 일제히 뒤를 쫓는다.
“제기랄… 끈질기게 쫓아오는군.”
“총관 어른! 제가 일단 1천여 명의 군사로 우리 신라군이 퇴각할 시간을 벌겠습니다! 퇴각하는 길에 좁은 길목이 있으니 그곳을 막아서서 저항하면 퇴각하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겁니다!”
“어차피 고구려 군은 대부분 개마무사들이다. 시간을 끌어도 우리보다 빠르니 금방 쫓아올 것이야.”
“저도 압니다. 하지만 시간을 끌면 그 사이 전열을 정비할 수 있고 질서정연하게 신라로 군을 물릴 수 있지 않습니까? 총관 어른께서는 병법에 능하시니 분명히 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
“여기서 병력을 더 잃어서는 안 됩니다. 총관 어른! 우리 신라가 현재 매우 위태로운 만큼 많은 전력을 유지한 채 서라벌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네 말이 맞다. 미안하다…….”
“미안하다니요. 총관 어른. 오히려 우리 신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어 영광입니다. 그럼 장군… 무운을 빌겠습니다.”
김서현의 충복으로 보이는 수하는 그렇게 군례를 올리더니 1천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고구려 군을 막을 지점으로 떠난다.
“모두 나를 따르라! 우리가 고구려 군의 발목을 잡아 두어야 우리 신라군이 무사히 서라벌로 퇴각하여 고구려 군으로부터 나라를 구할 수 있다! 죽기를 각오하고 고구려 군에 저항하자!”
“와! 와! 와!”
그렇게 김서현의 충복인 수하는 1천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점점 멀어져 갔다.
김서현은 안타까워한다.
“내 불찰로 모두 이리 되다니… 저승에 가거든… 나를 결코 용서치 마시게.”
김서현은 그렇게 말을 하더니 애써 울음을 참으며 외친다.
“자 빨리 이동한다!”
“예!”
그렇게 김서현은 이들의 희생으로 퇴각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벌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 이르자 김서현은 군사들을 멈추게 하고 전열을 정비하게 했다.
“남은 군사가 얼마나 되느냐?”
“3만 2천명 정도입니다…….”
“이번 기습으로 8천이 죽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하아… 모든 것이 내 불찰이로다…….”
“3만 2천의 군사 중 4천의 군사는 부상이 심합니다. 죽는 사람이 더 나올 수도 있을 듯합니다.”
수하의 보고를 들은 김서현은 무거운 마음으로 대답한다.
“그래… 부상자들을 제외하고 남은 군사들은 앞으로 고구려 군의 추격에 대비한 전법으로 바꾼다. 그리고 서라벌로 군을 물리겠다. 한시가 급하니 빨리 준비하라!”
“예!”
그렇게 김서현은 서라벌로 본격적인 퇴각을 준비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총관 어른.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좋아. 지금 바로 퇴각한다!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니 속도를 높이라고 해! 서라벌을 구원해야 하니 말이야!”
“예! 총관 어른!”
김서현은 그렇게 고구려 군의 후방 기습에 대해 대비를 하면서 서라벌로 군을 되돌렸다.
그런데 그때.
“총관 어른! 저기 길목이 막혀 있습니다!”
“뭐라?”
김서현은 한 군사에게서 이런 말을 듣자 막혀 있는 곳을 쳐다보더니 주변을 둘러본다.
그러더니 큰 소리로 외친다.
“지금부터 좌우측에 복병이 있는지 대비하며 전진한다! 그와 동시에 저 막힌 곳의 장애물을 치운다! 알겠나?!”
“예!”
김서현은 현재 퇴각하는 곳에 목책이 있고 통나무와 잔가지로 막혀 있는 것을 보고는 분명 매복이 있다고 생각했다.
목책의 경우에는 전쟁 시 종종 세우는 것이기에 당연히 매복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김서현은 군사들에게 좌우측 숲속에 매복이 있을까 생각해 철저하게 대비하며 퇴각을 하도록 했고 그와 동시에 장애물을 치우게 했다.
‘목책을 급히 세운 것 같군. 조잡한 것을 보니 말이야. 헌데 지금쯤이면 매복한 군사들이 나타날 때가 됐는데 왜 안 나타나는 것이지? 단순히 우리의 퇴각을 늦추겠다는 것으로 설치한 것인가? 잠깐? 그렇다면 우리가 이미 이곳으로 퇴각할 것을 예상했다는 것인데… 이거 조심해야겠군.’
김서현은 그렇게 생각을 하며 계속 주변을 경계하며 진군했다.
그 사이 빠르게 목책과 통나무로 막혀 있는 장애물을 군사들이 치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때…….
콰아아앙!! 콰아아앙!!
“으아아아악!!”
“으아아악!!”
“아아악! 내… 내 팔!!!”
“크아악!”
갑자기 목책 근처에 있는 땅이 큰 폭발을 일으켰고 큰 불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신라군에 퍼지는 불.
중군 쪽에서 진군하던 김서현은 그 광경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대…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자, 잘 모르겠습니다! 으윽… 총관 어른! 얼른 피하십시오! 불이 여기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김서현은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빠르게 번지는 불의 속도를 보며 매우 당황했다.
그런 김서현을 보며 군사들이 그를 어떻게든 보호하려 피하게 하려 한다.
그런데 그 순간.
“이때다!! 신라군을 모조리 죽여라!! 불화살을 쏴라!!”
“쏴라!!”
슈슈슈슉! 슈슈슈슉! 슈슈슈슛!
퍼어억! 퍼어억! 퍼억!!
“커… 커억!!!”
“으아아악!!”
“아아악! 내… 내 다리!!”
폭발이 끝나고 불이 신라군에게 번지기를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듯이 숲속에 매복해 있던 고구려 군사들이 일제히 불화살을 쏘아댔다.
“제기랄…….”
“총관 어른! 얼른 여기서 벗어나야 합니다!”
“당연하다!”
푸우우욱!!
“으으윽!!”
“초… 총관 어른!”
김서현은 날아오는 불화살에 팔을 맞고 말았다.
김서현은 애써 고통을 참으며 한 손으로 화살을 뽑아내고는 외친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저 장애물을 우회해서 넘어가야 해!”
“그러자면 산을 타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한다. 그 길 밖에 없어!”
“고구려 군이 있어 힘들 겁니다!”
“나도 안다. 하지만 그 방법 밖에 없으니 이러는 것이 아니냐? 으윽… 나를 따르라!”
“예! 총관 어른! 모두 총관 어른을 따르라!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김서현은 화살을 맞은 고통을 참으며 빠르게 고구려 군의 매복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두두두두두!!
“죽어랏!!”
촤아아악!!“
“커어억!!”
매복한 곳을 빠져나가려는 신라군 뒤로 고구려 군의 개마무사들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동현이 있었다.
“신라군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항복하는 자들을 제외하고 모두 쓸어버려!”
“예! 장군!”
“그리고 김서현이라는 자는 반드시 생포하라! 알겠느냐?!”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매복해 있는 허손에게 전령을 보내! 이제 불화살을 그만 쏘고 돌격하라고! 김서현이 산을 타고 달아날지 모르니 퇴로를 잘 차단하라고도 전해라!”
“예! 장군!”
동현의 명령에 한 군사가 급히 허손에게로 향했다.
허손은 그런 동현의 명령을 받자마자 군사들에게 명령한다.
“불화살 중지! 중지하라! 중지하고 이제 신라군이 있는 곳으로 돌격한다! 신라군의 퇴로를 차단하는 거다! 전군 돌격!!”
“돌격!!”
“와! 와! 와!!”
허손은 동현의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했다.
김서현이 산을 타고 달아날 것을 예상해 그 길목에 자리를 잡았고 신라군이 그곳으로 도망을 쳐 올 때마다 죽이거나 항복을 받아냈다.
하지만 김서현은 끈질겼다.
어떻게든 목책 주변의 산을 타고 둘러서 타고 길 쪽으로 내려와 말을 타고 달려 퇴각을 하려했다.
그런 김서현을 보고 허손이 말을 타고 빠르게 달려간다.
“네가 김서현이구나! 난 고구려의 허손이다!! 순순히 항복해라!”
“어림없는 소리! 내가 항복할 성 싶으냐?!”
“전세는 이미 기울었다!”
“기울었다 하더라도 난 신라인이다. 항복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무력으로 널 생포하는 수밖에.”
“할 수 있다면 해보거라!”
김서현이 항복하지 않자 허손은 김서현에게 달려들었다.
깡! 깡! 까앙! 깡! 까아앙!!
“제법이구나! 그럼 이건 어떠냐?!”
슈슛! 슛! 슈슈슛!
깡! 까아앙! 푸우욱!!
“커… 커억!”
“총관 어른!”
허손은 자신의 창으로 삼연속 찌르기를 선보였고 김서현은 허손의 마지막 찌르기를 막아 내지 못하고 어깨를 찔리고 만다.
하지만 애써 고통을 참으며 낙마하지 않고 버티는데, 그 모습을 본 허손은 창대로 김서현의 배를 강하게 후려친다.
퍼어억!!
“커어어억!!”
허손이 후려치자 김서현은 결국 말에서 낙마해 떨어지고 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