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화 고요종, 석품과 칠숙을 생포하고 대승을 거두다.
석품과 칠숙은 단석한과 단종수가 이끄는 고구려 군을 계속해서 추격한다.
단석한은 석품과 칠숙이 군사들을 이끌고 자신들을 추격해 오는 모습을 보자,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옆에서 말을 타고 같이 달리던 단종수에게 말한다.
“종수야. 성공한 것 같다.”
“그런 것 같습니다. 다만…….”
“……?”
“그 파진포라는 것이 어느 정도 위력일지 궁금합니다. 그것에 따라서 우리가 지금 실천하고 있는 계책이 제대로 성공을 거두는지 판가름 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래. 하지만 분명 대단한 위력일 것이야. 장군께서 없는 일을 있었던 일로 말하지는 않는 분이니 말이야. 자… 조금만 더 속도를 올리자!”
“예! 형님! 이랴!!”
그렇게 단석한과 단종수는 군사들을 이끌고 목표한 지점까지 계속해서 달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형님!! 저기 붉은 깃발이 보입니다!”
“좋아! 모두 빠르게 저기 보이는 붉은 깃발이 있는 곳으로 퇴각한다! 그리고 적에게 매복을 들켜서는 아니 되니 철저하게 몸을 숨겨라! 알겠느냐?”
“예!!”
전날 미리 짜 놓은 계책에 따라 붉은 깃발이 보이는 곳으로 단석한과 단종수는 군사들을 이끌고 퇴각을 했다.
그리고는 빠르게 말에서 내려 적들의 시선이 보이지 않는 곳에 말을 묶어 놓고 몸을 숨겼다.
단석한과 단종수는 몸을 숨기면서 고요종과 박준을 찾는데 먼저 고요종이 먼저 다가온다.
“고생했네.”
“아닙니다. 그나저나… 모든 준비가 끝난 것입니까?”
“그렇다네. 적들은 저 목책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야. 저 앞에 다다르는 순간… 파진포가 발동할 것일세. 다섯을 세면 터지게 되어있지.”
“만약 저 목책 근처로 가지 않는다면…….”
“저들은 현재 우리를 전멸시키려고 파죽지세로 오고 있는 상태야. 특히 지휘관인 석품과 칠숙은 우리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난 사람들이지. 분명 저 앞까지 올 것일세.”
“으음…….”
“하지만 만일을 대비해서 저곳에 기름을 뿌려 두었네.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면 저곳에 불화살을 날릴 것이야. 그러면 그 불길에 파진포도 폭발하게 되겠지.”
“적들에게 충분히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범위가 되겠습니까?”
“그 범위가 꽤 넓은 모양이더군. 자네도 서찰에서 보지 않았는가? 우리도 매복을 했을 때 유의해야 한다고 말이야.”
“그건 그렇습니다만…….”
“장군을 믿게. 분명 잘 될 것이야.”
단석한은 고요종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그때…….
“부장님. 신라군이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습니다.”
“그래? 알았다. 내가 신호할 때 까지는 몸을 철저하게 숨기도록 해! 경거망동하여 일을 그르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예!!”
신라군을 살피러 갔던 척후병이 다가와 보고를 하자, 고요종은 군사들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주지시키고는 신라군이 오는 방향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이찬 어른! 저기 목책이 있습니다!”
“우리 추격을 늦추려고 목책을 세우고 나뭇가지를 깔아둔 것이군.”
“그런 것 같습니다.”
“얼른 치우고 추격을 해야겠지. 여봐라!! 얼른 길에 있는 나뭇가지와 목책을 해체시켜라!”
“예!!”
목책 근처에 다다르자 석품과 칠숙은 군사들을 시켜 나뭇가지와 목책을 해체하게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요종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5. 4. 3, 2, 1!”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으아아악!!”
“커어어억!!”
“끄아아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목책 앞에 있던 파진포가 폭발해 신라군을 덮친다.
그러자 비명 소리와 함께 신라군에 엄청난 불길이 덮쳤는데, 그 위력이 워낙 대단해서 신라군이 금방 불길에 휩싸였다.
“허어… 엄청난 위력이군.”
“정말 놀랍습니다.”
“나도 그렇네. 역시 장군이시군. 이런 무기를 개발하시다니… 자… 이럴 때가 아니다! 이제 우리가 신라군을 마음껏 요리할 때다!! 거기 너!”
“예!!”
“신라군이 죽령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퇴로에 돌과 나무를 굴려 막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고요종의 명령이 떨어지자 명령을 받은 군사들은 돌과 나무를 굴려 신라군의 퇴로를 막았다.
파진포의 위력에 기겁하며 뒤에 있던 신라군은 도망을 치려했는데, 퇴로가 막히자 기겁을 한다.
그 모습을 본 고요종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큰 소리로 명령한다.
“이제 우리가 반격할 차례다!! 저 신라 놈들을 모조리 죽여라!! 불화살을 쏴라!!”
“쏴라!!!”
슈슈슈슉! 슈슈슈슛! 슈슈슈슛!!
퍼어어억! 퍼억!!
퍼어억!!
“커어어억!!”
“으어억!!”
“아아아악!! 내… 내 눈!!”
“으아악!!”
매복한 곳 양쪽에서 고구려 군의 불화살 세례가 쏟아지자, 안 그래도 파진포의 불길에 휩싸여 혼란하던 신라군은 더욱 더 우왕좌왕하며 속수무책으로 고구려 군에게 당할 뿐이었다.
석품과 칠숙은 간신히 화살을 쳐내며 말한다.
“이찬 어른!!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대… 대체… 좀 전의 저 불길은 무엇이란 말이냐?!”
“지금 그것을 따질 때가 아닙니다! 이러다가 군사들을 다 잃게 생겼습니다!!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서 죽령으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크윽…….”
“제가 퇴로를 열겠습니다! 절 따라 오십시오!”
석품이 앞장서서 죽령으로 퇴각하려 한다.
그 모습을 살피고 있던 고요종은 단종수에게 명령한다.
“단종수!”
“예! 부장님!”
“저기 석품이란 자가 칠숙이라는 자를 데리고 퇴로를 뚫으려는 모양이다. 자네가 저 두 놈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직접 가서 퇴로를 차단하도록 해. 저들은 지금 혼란한 상태니 3천의 군사만 있어도 충분할 것이다. 개마무사 3천을 이끌고 저들을 막아라!”
“예! 부장님!”
단종수는 명령을 받자마자 개마무사들을 이끌고 석품과 칠숙을 막으러 길로 내려갔다.
그 모습을 보던 고요종은 또 다시 명령을 내린다.
“자! 이제부터는 돌격이다!! 돌격해서 신라군을 모조리 섬멸하라!! 항복하는 자는 받아들이되! 항복하지 않고 저항하는 자들에게는 자비 없이 모두 죽여라! 알겠느냐?!”
“예!!”
“전군!! 돌격!!”
“돌격하라!! 와와!!”
드디어 고구려 군은 불화살 쏘는 것을 멈추고 숨겨져 있던 몸을 일으켜 신라군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내려간다.
그 동안 도망만 치던 울분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풀겠다는 듯 고구려 군은 엄청난 기세로 내려가더니 신라군을 도륙내기 시작한다.
까아아앙! 까앙!
푸우우욱!!
“크어어억!!”
“죽어랏!!”
푸우욱!!
“꺼… 꺼어억!!”
고구려군이 신라군을 미친 듯이 공격하며 도륙해 나가자 석품과 칠숙은 더욱 더 당황한다.
그런데 그 때 단종수가 석품의 앞을 막으며 외친다.
“네가 석품인가?”
“네… 네놈은 누구냐?!”
“나는 고구려의 장수! 단종수라 한다!!”
“으윽…….”
“이미 전세는 기울었다! 항복하는 것이 어떠하냐?!”
“웃기는 소리!! 이곳만 벗어나면 너희는 아무 것도 아니다!”
“하하하! 죽령을 믿고 있는 모양이군! 하지만 너희가 이곳에서 대패를 하였으니, 그 소식을 전하고 너희 둘을 생포해서 보여 준다면 어찌될까?”
“이놈!!!”
석품은 분노하며 단종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단종수는 북방에서 많은 사람들과 싸워 봤고 전투 경험이 풍부한 자였다.
석품이 상대가 될리 만무했다.
까아앙! 까앙! 까아아앙!
“하하하하! 제법이구나! 하지만 이제 장난은 끝났다! 본격적으로 간다!!”
까아앙! 까아앙! 까아아앙!!
“하아아압!!”
퍼어어억!!
“어어억!!”
“석품!!”
단종수는 석품과 몇합을 주고 받다가 창대로 석품을 후려쳤다.
그러자 낙마를 하게 된 석품.
그 모습을 본 단종수는 옆에 있던 군사들에게 명령한다.
“저놈을 생포해라! 얼른 묶어!”
“예!!”
석품이 그렇게 사로잡힌 모습을 보자 칠숙은 더욱 당황하며 단종수의 곁을 도망쳐 달아나려는데, 이번에는 그 앞을 고요종이 막는다.
“네 이놈! 어딜 가느냐?! 나 고요종이 상대해주마!!”
고요종은 호통을 치며 칠숙에게 창을 휘둘렀다.
칠숙은 그 창을 피하다가 다 피하지 못하고 어깨 쪽에 창을 찔리며 낙마하고 만다.
푸우욱!!
“끄어어억!!”
“뭣들 하느냐?! 저놈을 묶어라!”
“예!!”
고요종의 명령에 고구려 군사들이 빠르게 칠숙을 묶는다.
두 사람을 생포한 고요종은 큰 소리로 외친다.
“신라군은 들어라! 너희 둘을 이끄는 석품과 칠숙이 전부 사로 잡혔으니 지금 당장 항복하라!! 항복하지 않으면 모조리 베겠다!!”
고요종의 큰 외침에 저항하던 신라군들은 하나 둘씩 검을 버리며 항복을 한다.
그 모습을 본 고요종이 군사들에게 명령한다.
“일단 저들을 모두 묶어서 포로로 잘 잡아 두도록 하고 이 전장을 정리한다! 그리고 바로 죽령으로 향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고요종의 명령에 고구려 군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그때 석품을 사로잡았던 단종수가 다가오더니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하하하! 이거 정말 대승입니다! 부장님! 이 정도로 큰 대승을 거둘 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그렇네. 역시… 장군께서 개발하신 파진포의 위력이 정말 대단했어.”
“그렇습니다. 파진포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수월한 전투는 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 맞아…….”
“그리고… 죄송합니다. 부장님.”
“응? 뭐가?”
“사실 신라군이 우리 고구려 군사보다 2배가 더 많지 않았습니까? 거기다 죽령이라는 곳은 우리가 보유한 병력으로 뚫기 어려운 상태였고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솔직히 패배할까봐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 제 형님에게 그런 소리를 했던 것이고 말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데 말입니다.”
고요종은 단종수의 말에 미소를 짓더니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한다.
“군사가 적으면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야. 그러나 수가 많다고 해서 꼭 이긴다는 법도 없지. 군사가 적을 때는 자네가 한 걱정을 하는 동시에 많은 군사를 이기기 위한 신념도 같이 가져간다면 그 전쟁에서 최소한 지지는 않을 걸세.”
“명심하겠습니다.”
“이 신념과 함께 상대 군사에 대해 잘 파악하고 계책을 쓸 수 있다면 그 전쟁은 무조건 이길 수 있다네. 이것을 쉽게 말해서 지략이라고 하지.”
“지략…….”
“그래. 나는 그래서 용양장군을 존경한다네. 나보다 늦게 임관하셨고 나이도 어리시지만 그 지략은 따를 자가 없지. 거기다 수하들 보는 눈도 뛰어나셔서 적재적소에 정말 잘 활용하시고 말이지. 그뿐인가? 무예도 감히 범접할 자가 없네.”
“저도 압니다. 그래서 제가 형님과 함께 용양장군을 따르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알면 됐네. 자… 이제 죽령을 점령하러 가야지!”
“예! 부장님!”
단종수는 고요종의 말에 기뻐하며 군사들에게 가 전장 정리 속도를 높이라며 독촉한다.
그 모습을 본 고요종은 피식 웃으며 옆에 있던 단석한에게 말한다.
“동생이 참으로 의욕이 넘치는군.”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은 녀석입니다.”
“물론 그렇지. 하지만 앞으로 훌륭한 장수가 될 자질이 보이는군.”
“그렇습니까? 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전투 경험을 좀 더 쌓으면서 병법을 읽고 꾸준히 읽는다면, 훗날 분명 큰 장수가 될 것일세. 내가 장담하지.”
“…….”
“자네는 내가 듣기로 한 부족을 이끄는 사람이라 들었네. 그랬기에 자네의 윗대로부터 많은 교육을 받고 자랐을 테지. 부족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야. 하지만 자네의 동생이 자네만큼 많은 교육을 받았을까?”
“…….”
“말이 없는 걸 보니 내 말이 맞나보군. 자네는 윗대로부터 많은 교육을 받았기에 부족을 위해서 많은 것을 걱정하며 이끌어 나갔겠지. 하지만 자네 동생은 달라. 헌데 지금 자네 동생은 자네가 부족을 이끌었을 때와 같은 것과 유사한 언행을 하고 있네.”
“유사한 언행이라 함은…….”
“느끼지 못했는가? 내게 말하던 것 말일세. 우리 군사의 수가 적음으로 인해서 패배할까봐 두려워 한다는 것은 이번 전투에서 지게 되면 후에 많은 사람들이 입을 피해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네. 이것은 과거 자네가 많이 하던 고민과 일치하지 않나?”
단석한은 고요종의 말에 예전 일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부장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런 고민을 한 적이 분명 있습니다.”
“그래. 지금 자네 동생은 자네처럼 훌륭한 장수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네.”
“과찬이십니다. 저는 아직 그 정도 장수가 못 됩니다.”
“용양장군께서 자네를 믿고 신임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네가 뛰어나다는 것이지. 자부심을 가져도 좋네. 음? 마침 모든 준비가 끝난 것 같군. 얼른 죽령으로 가세!”
“예!”
고요종은 그렇게 석품과 칠숙을 사로잡은 뒤 군사들을 이끌고 죽령으로 향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