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4화 김서현, 고구려 군을 막기 위해 석품과 칠숙을 죽령으로 보내다.
김서현은 수하의 보고에 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
그런 김서현을 보고 수하가 조언한다.
“총관 어른. 어차피 수는 저희가 더 많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저들은 10만이라고 하던데?”
“10만이라고 했으나 현재 오고 있는 군사는 3만과 2만입니다.”
“응? 3만과 2만이라고?”
“예. 아무래도 5만 정도는 자신들이 점령한 성에 보낸 모양입니다.”
김서현은 그제야 조금 안심한다.
“후우… 그나마 다행이군. 그렇다면 우리도 군을 나누어야겠다. 4만씩 나누어서 한쪽은 조령을, 한쪽은 죽령을 막아야겠어.”
“한쪽은 총관 어른께서 막는다 치고… 다른 쪽은 누구에게 맡기실 생각입니까?”
김서현은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한다.
“석품과 칠숙을 불러오너라.”
“예? 석품님과 칠숙님을요?”
“그래.”
“하지만… 그 두 분은 현재 신라의 상황에 대해 불만이 많으신 분입니다. 그래서 현재 총관 어른 밑에 배속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 내가 그 둘을 통제하라고 폐하께서 내 밑으로 넣어 주신 것이지.”
“하지만 군사를 나누어서 다른 쪽으로 보내면… 둘은 총관 어른의 통제를 벗어나는 셈이 아닙니까? 위험합니다.”
“위험하긴 하나… 둘은 분명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현재 나라의 존망이 걸린 만큼… 어쩔 수가 없다.”
“…….”
“얼른 불러오거라.”
“예…….”
수하는 김서현의 말에 걱정하며 잠시 막사를 나갔다.
수하가 두 사람에 대해 걱정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했는데 평소 석품과 칠숙은 진평왕의 통치 방식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진평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비방을 하고 다녔다.
그러다가 결국 진평왕에게 소식이 들어갔다.
진평왕은 이 말을 듣고 두 사람을 당장이라도 베어 버리고 싶었으나, 두 사람에게 붙어 있는 귀족들의 세력이 너무 거대하여 죽이지는 못 했다.
그 대신 김서현 밑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하여 외지에서 고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조치에도 둘은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진평왕에 대한 비방을 더해 갔다.
그러다가 김서현이 따로 불러서 호되게 혼을 낸 적이 있는데, 그제야 조금 잠잠해졌을 뿐이었고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랬기에 수하가 걱정하는 것은 당연했다.
조령과 죽령에서 고구려 군을 막고 돌아간다 하더라도 석품과 칠숙을 중히 써서 이겼다는 말이 들리면 김서현에게 불똥이 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수하는 김서현을 존경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상관의 명령이니 수하는 석품과 칠숙을 부르러 갔다.
잠시 후…….
“부르셨습니까? 총관 어른.”
“그래. 너희들이 해줘야 할 일이 생겨서 불렀다.”
“……?”
“너희가 죽령 쪽 고구려 군을 막아 줘야겠다.”
“예? 저희 둘이서 말입니까?”
“그래. 너희 둘이 이번에 큰 공을 세우면, 내가 폐하께 공을 아뢰어 높게 등용되게 해주지. 어떤가? 해보겠는가?”
김서현의 말에 석품과 칠숙은 흥분하며 대답한다.
“무… 물론입니다!! 반드시 고구려 군을 막아내 보이겠습니다!”
“고구려 군은 만만치 않다. 현재 조령 쪽으로 3만, 죽령 쪽으로 2만의 군이 온다고 하니 절대 그곳을 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8만의 군사가 있으니 그 절반인 4만을 너희에게 주겠다. 그러니 반드시 막아 내라. 알겠느냐?!”
“군사 수도 적은 만큼 우리가 막는 것에 훨씬 수월하겠군요. 알겠습니다. 반드시 막아 내겠습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그곳을 굳게 지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현재 고구려 군의 주력은 개마무사들이기 때문이다. 요격을 해서 싸운다면 우리가 밀릴 것이 분명해. 명심해라.”
“알겠습니다! 총관 어른!”
“그리고 또 하나…….”
“……?”
“너희가 굳게 지킴으로 인해서 상대가 죽령을 돌파하지 못하고 공성장비를 만들고 있을 때는 너희도 그에 맞춰서 공성전을 위한 대비를 철저하게 하도록 해라. 고구려는 공성장비를 빠르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그 성능도 매우 뛰어나니 말이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김서현은 그렇게 두 사람의 다짐을 받고는 석품과 칠숙에게 4만의 군사를 주어 죽령으로 떠나보냈다.
그 모습에 수하가 다시 한번 묻는다.
“총관 어른. 괜찮겠습니까?”
“괜찮을 것이다. 좀 전에 그렇게 신신당부 했으니 말이다.”
“으음… 하지만 저들은 아직 젊습니다. 너무 혈기왕성해서 일을 그르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곳이 뚫리면 우리 신라는 정말 위험한데 말입니다.”
“믿어야지… 저들이 잘 해내기를 말이야.”
그렇게 김서현은 훗날 신라 진평왕에게 반기를 드는 석품과 칠숙에게 8만 군사의 절반인 4만의 군사를 맡기고 죽령으로 보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이 소식을 동현과 고요종도 전해 듣게 되었는데…….
* * *
“조령에 4만, 죽령에 4만이라…….”
“예. 조령에는 김서현이라는 자가… 죽령에는 석품과 칠숙이라는 자가 지키고 있다 합니다.”
“김서현과 석품과 칠숙이라?”
“예. 장군께서도 김서현에 대해서는 잘 아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워낙 신라에서 명성이 높은 인물이어서 말이야. 그자는 호락호락 하지 않은 자야. 이 조령은 승부를 보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어.”
“그토록 뛰어난 자입니까?”
“그렇다네. 일단 우리는 조령에 도착하면 공성장비를 조립하는 것부터 시작하지.”
“알겠습니다. 장군. 장군 덕분에 공성무기를 만드는 것이 너무나도 편해져서 좋습니다. 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립이라고 봐야겠군요.”
“운이 좋았네. 군사들의 피로를 덜고 빠르게 전쟁을 끝내려면 공성장비가 필수적인데 빠르게 만들어야 하고 쉽게 망가지지 않아야 하네. 그러면 기존의 방식대로 만들어선 안 되지. 그래서 어떻게 만들지 계속 연구하다가 운이 좋게도 좋은 결과물이 나왔네.”
“정말 대단하십니다. 기존의 공성장비는 최대 2번까지만 쓰고 금방 망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장군께서 만든 것은 상대에게 공격을 당하지 않는 한 계속 쓸 수 있을 겁니다.”
이정의 말에 동현은 피식 웃으며 화제를 전환한다.
“그나저나 석품과 칠숙이라는 자는 잘 듣지 못하던 자군.”
“그렇습니다. 그래서 세작들에게 알아보라고 명령을 내려 두었습니다.”
“잘했네. 으음… 내가 얼핏 들은 바가 있는데 그자들이 맞는지 모르겠군.”
“예? 석품과 칠숙이란 자를 말입니까?”
“그렇네.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본래 상인이네. 그래서 많은 곳을 돌아다녔고 말이야.”
“돌아다니면서 들으신 거군요.”
“그렇다네. 하지만 확실치는 않아. 만약 세작에게서 보고가 맞다면 내가 생각한 것과 같으니 작전을 수행하기가 편해질 것이야. 일단 고요종에게는 섣불리 공격하지 말고 대치만 하라고 전령을 보내두게.”
“알겠습니다. 장군.”
“아… 참. 석우 부총사에게 내가 서찰을 보내라고 했을 텐데… 보냈는가?”
“물론입니다. 장군.”
“좋아. 그럼 우린 최소한 이곳에서 저들 병력만 붙들고 있어도 되겠군.”
“그럴 겁니다. 저들은 수군을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렇겠지. 자… 얼른 가세! 이제 조령이 얼마 안 남았어!”
“알겠습니다. 장군.”
그렇게 동현은 여유롭게 조령으로 향했다.
* * *
한편, 우산국에 있던 석우와 이석은 동현에게 서찰을 받고는 바로 출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부총사. 준비가 다 끝났다고 보고가 들어왔소.”
“알겠습니다. 장군. 그럼 이제 바로 서라벌에 출진하겠습니다.”
“드디어인가…….”
“가슴이 벅차오르는군요. 우리가 신라를 병합한다니 말입니다.”
“그러게 말이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오.”
“물론입니다. 장군. 그럼 전 마지막으로 수군과 배의 상태를 점검하고 바로 출항할 수 있게끔 하겠습니다.”
그렇게 석우는 마지막으로 군사들의 상태와 배를 점검하고는 신라 서라벌로 출진을 하려 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모두 출항하라!!”
“출항하라!”
“신라 서라벌로 출항하라!”
석우의 우렁찬 목소리에 수군들이 복명복창을 하며 출항을 했다.
육군들도 전부 배 위에 올라탔는데 처음과 달리 멀미가 많이 나아진 모습이다.
“다행이오. 처음과 비교해서 많이 나아졌으니 말이오.”
“그게 다 장군께서 군사들에게 출항 전까지 꾸준히 수군에 관련된 훈련을 시키지 않았습니까? 그게 비로소 결실을 맺은 겁니다.”
“하하하! 그리 말해 주니 고맙소. 그나저나… 서라벌에 상륙하면 어찌하면 되겠소?”
“일단 상륙한 뒤 밤낮으로 가리지 않고 군을 재촉하여 월성으로 가 바로 공격하십시오.”
“방비가 잘 안 되어 있을 걸로 생각하는군.”
“그렇습니다. 용양장군의 보고에 따르면 현재 수도를 지키는 군사들은 고작 5천이라 합니다.”
“5천이라… 우린 육군만 1만이니 충분하겠군.”
“그렇습니다. 정말 질풍처럼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상륙한 뒤에 신라의 다른 성에서 혹시나 군사들이 나올지 모르니 말입니다.”
“옳은 말이오. 이번 작전은 속도가 생명인 작전이니 말이오.”
“맞습니다. 그러니 적이 방비할 틈을 주지 않고 빠르게 월성을 공격해야 합니다.”
“좋은 작전이오. 다만 서라벌에서 군사를 보낼 수도 있으니 그 점도 생각해야 하오.”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곳은 제가 수군들을 이끌고 갈 것입니다. 그러니 장군께서는 이 월성을 일단 점령 하시면 제게 전령을 보내 주십시오. 신라왕을 잡았는지 말입니다.”
석우의 말에 이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소. 그리하리다. 허… 참. 이거 일이 번거롭구려. 같은 지역인데 우리가 공격해야 할 곳은 두 곳이니 말이오.”
“우리 고구려도 그렇지 않습니까? 과거 우리도 지금의 수도에 안학궁성과 대성산성으로 이중 수도를 지은 것처럼 말입니다.”
“하긴… 그런 그렇소. 아… 참 헌데… 월성을 공격하려면 명활산성 또한 지나가야 할 텐데… 이곳을 뚫는 것이 쉽게 가능 하겠소?”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근래 신라군이 우리 고구려와 조약에 의해 해체된 이후 그곳의 방비가 많이 허술해졌다고 합니다. 아마 손쉽게 뚫고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그렇소? 그렇다면 다행이오. 이곳이 내가 알기로 현재 신라왕이 머물고 있는 월성과 함께 산성 수도나 다름없다고 들어서 말이오.”
“맞습니다. 과거 신라왕이 이곳으로 천도를 해서 잠시 살았던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곳을 수도로 쓰지 않고 월성으로 천도했으며 이곳은 월성과 짝을 이루는 산성수도 역할을 할 수 있게 끔만 해 두었다고 하는군요.”
“그렇군. 헌데 이 서라벌이 또 금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하던데… 참 이름이 천차만별이라 정보를 얻기가 참으로 까다롭소이다.”
석우는 이석의 말에 빙긋 웃으며 대답한다.
“맞습니다. 신라 서라벌을 금성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과거 그곳에 신라왕들이 거주하며 정궁으로 있었는데 월성으로 옮긴 이후부터는 그곳에 잘 신경을 쓰지 않는다 들었습니다. 하지만 만일이라는 것이 있으니 제가 그곳으로 꼭 가야 합니다. 신라왕이 우리가 이번 일에 성공해 월성을 점령한다면 도망갈 곳은 거기뿐이니 말입니다.”
“옳은 말이오. 빨리 신라에 도착했으면 좋겠군. 신속하게 일을 해치우고 신라를 병합한 뒤 신라왕을 우리 태왕 폐하께 꿇려야 하니 말이오!”
“동감입니다. 하하하하!!”
그렇게 석우와 이석은 배 위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신라 서라벌로 향했다.
* * *
며칠 뒤… 동현은 석품과 칠숙에 대해 세작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그래? 현재 신라왕에게 불만이 많은 자였다고?”
“예. 그래서 본래 김서현이라는 자 밑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를 보고 신라왕이 배우라고 하면서 보냈다고 하는군요.”
“허어… 왜 죽이지 않고 그리했다던가?”
“아시지 않습니까? 신라 귀족들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말입니다.”
“결국… 귀족들의 힘 때문에 밀려서 눈치를 봤다는 것인가?”
“소인이 보기엔 그렇습니다.”
“으음…….”
“그리고 이들은 성격이 급하고 급진적이며 호전적인 성격이라 하니, 그 점을 이용하면 죽령을 쉽게 뚫을 수 있을 듯합니다.”
동현은 이정의 말에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