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화 조송, 고구려 사신 자격으로 진평왕에게 가 조약 내용 위반을 말하며 선전포고를 하다.
이정은 동현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신라에 신라 멸망의 징조에 대한 소문을 흘리기 위해 경험이 많은 세작들을 불러 모았다.
“너희들은 신라에 세작으로 침투하면서 이러한 소문을 은밀하게 흘려라. 자…….”
[모두들 보아라! 나는 점을 치는 사람으로서 근래 신라에 망조가 들고 있음을 알았다. 그 이유 첫째로 몇 해 전부터 우리 신라에는 큰 가뭄이 들어 농사를 계속 망치고 있고, 둘째는 곧 얼마 지나지 않아 궁궐에 여우 떼가 들어가 흰 여우가 신라 신하들 중 가장 우두머리 자리가 있는 의자에 앉을 것이며, 셋째로는 궁궐 남쪽에서 귀신이 큰 곡을 할 것이다. 넷째로는 얼마 후에 수도 근처에 있는 강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물빛이 피로 물들 것이니 이 신라 백성들은 훗날 큰 피해를 입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몸을 사려라!]
이정은 이렇게 적은 작은 종이를 여러 세작들에게 건넸다.
세작들은 내용을 보고는 이정에게 묻는다.
“신라 수도인 서라벌을 중심으로 퍼뜨리면 되는 것입니까?”
“그렇다. 너희들이 소문을 퍼뜨릴 동안 우리는 신라를 공격하고 압박하면서 그들에게 혼란을 줄 것이다.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군데에서 공격을 하는 것이지. 너희들은 안에서! 나와 용양장군은 밖에서 말이야.”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소문과 우리의 공격으로 인해 신라에 무슨 변화가 생기면 바로바로 알려 주도록 해. 알겠나?”
“예! 군사!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신라가 조약을 어겼기 때문에 우산국에서 수군이 서라벌로 바로 직공을 해 공격할 것이다. 상륙을 하고 빠르게 공격을 하면 별다른 저항 없이 서라벌로 직공을 할 수 있지.”
“제가 알기로 서라벌을 금성이라고도 부른다고 들었습니다만…….”
“맞다. 하지만 듣자 하니 현재 신라왕이 머무는 곳은 그곳이 아닌 바로 근처에 있는 월성이라고 하더군.”
“월성 말입니까?”
“그래. 그곳도 전부 다 통틀어서 서라벌이라고 부른다고도 하지만 너희도 세작 활동을 할 때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물론입니다. 군사.”
“너희들 중 몇 명은 우리 수군이 서라벌과 가까운 해안에 상륙을 하면 길잡이를 해주도록 해라. 그래야 빠르게 신라 수도를 급습하고 신라왕을 잡을 수 있을 것이야. 알겠느냐?!”
이정의 말에 세작들은 군례를 울리며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한다.
“반드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그래. 지금 바로 가라!”
“예!!”
그렇게 세작들은 이정의 명령을 받고 막사를 떠났다.
* * *
며칠 뒤…….
고구려가 다시 신라를 공격하고 있다는 소식이 진평왕에게 들려오자 진평왕은 매우 당황한다.
“이… 이것이 어찌 된 일인가? 조약을 맺었던 것과 다르지 않는가?!”
“그것 보십시오! 폐하! 애초에 고구려 놈들과 그런 불공정 조약을 맺으면 아니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애초에 우리 신라를 노리고 있던 것입니다!”
“마… 말도 안 된다…….”
진평왕은 지금의 현실을 부정하려는 그 때… 한 군사가 다급하게 들어와 보고한다.
“폐하!! 고구려에서 사신이 왔습니다!”
“사신이?”
“예! 얼마 전에 우리 신라에 사신으로 왔던 조송이라는 자입니다.”
“…들이거라.”
“예. 고구려 사신은 폐하를 알현하시오!”
군사가 외치자 조송은 진평왕이 앉아 있는 옥좌 앞으로 와 예를 갖추며 인사한다.
하지만 이미 고구려의 공격에 이성을 잃은 진평왕은 화를 벌컥 낸다.
“어… 어찌 이럴 수 있는가?! 조약의 내용과 다르지 않는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분명… 고구려는 이번 조약을 맺고 우리 신라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다. 헌데 지금 고구려가 다시 우리 고구려를 공격했어! 이것은 조약을 어긴 것이야! 그렇지 않은가?!”
조송은 진평왕의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하신 모양이군요.”
“……?”
“약조는 애초에 폐하께서 먼저 어기셨습니다.”
“뭐… 뭐라?!”
“우산국으로 수군 양성을 위해 사신을 보내지 않으셨습니까?!”
“……!!”
“우리 고구려가 그걸 모를 줄 아셨습니까?”
“그… 그것은…….”
“애초에 우산국은 우리의 영토가 된지 오래였습니다!”
“뭐… 뭐라?!”
“우산국은 어리석게도 우리 고구려 상단을 공격하여 화를 자초했지요. 태왕 폐하께서는 그 소식을 듣고 노발대발하셔서 바로 수군으로 하여금 우산국을 점령했습니다. 모르셨습니까?!”
“…….”
“허어… 우산국 신하들의 말이 맞나보군요.”
“……?”
“자신들은 본래 신라의 속국이어서 조공도 바치고 하였으나 신라에서는 그저 교역에 대한 답례품만 내려 줄뿐, 자신들과 전혀 소통하려 하지 않고 있다고 말입니다.”
진평왕은 조송의 비수와 같이 꽂이는 말에 분노하며 손까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고구려 사신에게 보일 수는 없는 일… 좀 전에 자신이 은밀하게 사신으로 보냈던 우산국의 일이 약점으로 잡혔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제가 오늘 이렇게 사신으로 온 것은 조약을 어긴 대가를 각오하시라는 겁니다.”
“……!”
“분명 저희는 폐하께서 조약의 내용에 대한 것을 이행할 시 신라를 절대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조약 내용에 넣어 두었습니다. 헌데… 지금 폐하께서 조약 내용을 어기셨습니다. 은밀하게 수군을 양성하려 하셨으니 말입니다.”
“…….”
“제가 할 말은 다 한 것 같군요. 그럼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조송은 그렇게 말을 하며 신라의 대전을 나가려는데 진평왕이 다급하게 잡는다.
“내… 내 동생은… 지금 어찌 되었는가?”
“나라의 안위가 아니라 그것이 궁금하신 겁니까?”
“…….”
“정말 군주로서 자격은 손톱만큼도 없군요. 무릇 한 나라의 군주라면 나라를 살리기 위해 내가 어찌하면 좋을 지부터 물으셔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조송이 정신없이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진평왕에게 한 마디를 하며 몰아친다.
그 모습을 본 신라의 몇몇 신하들은 분노한다.
“네… 네 이놈!! 감히 폐하께 무슨 망발인 것이냐?!”
“그렇다! 어찌 이다지도 예의가 없을 수 있나?!”
조송은 그런 신하들을 보고는 비릿한 웃음을 보이며 호통을 친다.
“망발이라고?! 예의가 없다고?! 그럼 너희가 지금까지 한 모든 것들이 예의가 없고 망발을 내뱉은 것이겠구나!”
“뭐… 뭐라?!”
“아니… 언행이 잘못 되었다고 봐야겠지!! 모든 것들이 말이야! 왜냐?! 너희들은 항상 우리 고구려의 뒤통수만 쳐 왔으니깐!! 아… 우리뿐만이 아니군! 백제의 뒤통수도 쳤지! 아닌가?!”
“이… 이놈이!! 정녕 죽고 싶은 것이냐?!”
“죽이려면 여기서 죽여 봐라!! 다만 각오해야 할 것이다! 우리 고구려의 태왕 폐하께서 소식을 듣고 잔뜩 진노하시며 무려 10만의 군사를 내려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10… 10만!!”
“그렇다!! 태왕 폐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 이제 더 이상 신라를 봐주지 않겠다고 말이야!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보라고 까지 말씀 하셨다!”
“…….”
“내게 예의가 없고 망발이라고 말하기 전에 너희가 지금까지 한 모든 것들에 대해 먼저 생각해 봤어야 한다! 너희가 지금까지 한 것들을 전혀 반성하지 않았기에 신라가 지금 이 모양이 된 것이야!! 알겠는가?!”
조송은 그렇게 신라 신하들에게 크게 호통을 치며 대전을 나갔다.
그 모습을 본 김후직과 김서현은 한숨을 쉰다.
“하아…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하늘이 우리 신라를 버리시려는가?”
“그러게 말입니다. 이거 일이 심각하게 되었습니다…….”
“…….”
김서현은 김후직과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진평왕 앞에 나아가 말한다.
“폐하! 일단 소신이 고구려의 공격을 막아 보겠나이다! 고구려 군사가 10만이라 하니 제가 기존에 이끌던 군사와 중앙의 군사 수와 합치면 고구려와 붙을 만할 것이니, 중앙의 군사들을 제게 내려주십시오!”
“…….”
“폐하!! 나라가 위태롭습니다! 황명을 내려 주시옵소서!”
김서현이 피를 토하듯 머리를 바닥에 박고 큰 소리로 외치자 진평왕이 옥좌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한다.
“후우… 그래. 우리 신라군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 줘야겠지! 현재 이 서라벌에 5만 5천의 군사가 있다! 5천을 제외하고 5만의 군사를 주지!”
진평왕의 말에 김후직이 깜짝 놀라며 말린다.
“폐… 폐하! 그것은 아니 되옵니다! 행여나 도성에 불미스러운 일이라도 난다면…….”
“남은 군사 5천으로는 이 도성을 끊임없이 순찰하도록 하여 수상한 자들을 잡아들인다.”
“폐… 폐하!”
“이건 황명이다! 지금으로서는 이 방법 밖에 없다!”
“…….”
“그러니 병부령도 내 말을 따르라!”
“알겠사옵니다…….”
“양주 총관.”
“예! 폐하!”
“짐은 경을 믿겠다! 고구려 군을 반드시… 반드시 격퇴해라! 알겠느냐?!”
“예! 폐하! 소신… 제 목숨을 바쳐서 고구려 군을 물리치고 오겠습니다!”
김서현은 그렇게 자신의 군사와 중앙군을 합쳐 무려 8만의 군사로 동현과 고요종의 남하를 막으려 했다.
“고구려 군은 지금 어디로 향했다 하더냐?”
“예. 조령과 죽령 쪽으로 향했다 합니다.”
“뭐라? 그렇다면 북쪽에 있는 영토는 모조리 고구려 영토로 들어갔단 말이냐?”
“알아본 바에 의하면 영토로 들어간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고 합니다.”
“음? 적이 조령과 죽령까지 내려왔는데 어떻게 점령을 안 하고 내려올 수가 있는가?”
“세작들에 의하면 뚫기 어려운 성들을 우회해서 남하를 한 것 같습니다.”
“성을 우회했다라… 그렇다면 다른 성에서 그들 뒤를 치면 되는 거 아니었나?”
“그게… 그들이 전부 다 개마무사인데다가… 웬만한 성들에 병력들이 나오지 못하도록 길목마다 목책과 함정을 설치했다고 합니다. 작은 성들은 병력을 남겨 사면에서 포위를 해서 나오지 못하도록 했고 말입니다.”
“그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군. 적이 아무리 10만의 군사라고 해도 그 많은 성을 견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강 유역 성들을 활용했다고 합니다.”
“한강 유역?”
“예. 우리 신라가 이번 조약으로 한강 유역을 전부 고구려에 돌려주지 않았습니까? 그곳에 있는 처려근지들이 병력을 이끌고 나와서 우리 신라의 여러 성들의 병력이 출진하지 못하도록 묶어 두고 있다고 합니다.”
김서현은 수하의 말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또 다시 묻는다.
“그렇다면… 그들의 보급로는? 전부 개마무사들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소인도 그 말을 듣고 고구려 군의 보급로를 살펴보았사온데…….”
“……?”
“그것도 어렵습니다.”
“어째서?”
“보급을 하는 고구려 군사들의 경계가 너무나도 삼엄했기 때문입니다.”
“…….”
“단 한 치의 빈틈도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총관 어른…….”
수하들의 계속되는 비관적인 보고에 김서현은 한숨을 쉬며 계속 묻는다.
“보급 부대와 개마무사들 간에 거리는 얼마나 벌어져 있는가?”
“처음에는 많이 벌어져 있는 듯 보였으나 보급 부대에서 금세 따라 붙어서… 이제는 많이 벌어져 있지도 않습니다.”
“…….”
“계속 관찰해 보니 개마무사들이 보급부대가 자신들을 잘 따라올 수 있게끔 속도를 조절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기병의 장점이 다 사라지는 것이다. 기병의 장점은 기동성인데 말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헌데…….”
“……?”
“보급부대 전진 속도가 엄청나게 빨랐습니다.”
“…….”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런 속도를 낼 수 있을까 살펴보니 수레를 끄는 소나 말 등의 가축을 매일매일 교체를 해주며 따라붙고 있었습니다.”
“말도 안 된다. 어찌 그것이 가능한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고구려 군은 해내고 있었습니다.”
“…….”
김서현이 아무 대답이 없자 수하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그들은 개마무사가 지나긴 길을 철저하게 따라갔으며 또한 경계를 철저히 하고 있는 보급 군사들 중 몇 명을 항상 앞서서 정찰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미리 소나 말을 앞질러서 대기를 시켜놓고 소나 말을 교체해 가며 빠르게 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수하의 보고에 김서현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데…….